디비전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

1. 그래픽 다운그레이드

베타 시작 전부터 이미 노출된 클로즈베타 이미지와 영상에서 그래픽이 E3나 트레일러 등에서 나왔던 것에 비해 심하게 다운그레이드 되었다는 것은 알려져 있었다. 사실 개발중 테스트 기기에서의 최대 퀄리티가 실기기에서 최적화되면서 다운그레이드 되는 것은 ‘아주 일반적인 현상’이라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PS4도 XBO도 워낙 구세대 그래픽 카드를 기반으로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온라인 전술 RPG에 적합한 프레임이나 연출을 내기에는 이전 그래픽 퀄리티를 유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다운그레이드될 것을 이미 예상했던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수준이면 아주 훌륭하다고 본다. 눈발이 휘날린다든지 발자국 등 다양한 실시간 날씨 효과들이나 맵의 세세한 연출 같은 면에서 이미 충분히 감동적이라 이 이상 바라는 것도 좀 무리지 않나 싶다.

이 정도 아트면 충분하다고 보는 쪽이고, 중요한 것은 아트가 아니라 게임플레이다. 이미 공개된 베타로 볼 때 게임플레이도 8~9/10는 충분히 보장된 상태이고 이제 4인 파티 플레이 던전과 두 파티 이상이 참여하는 레이드 콘텐츠 등에 대한 부분이 어느 정도 충족되면 흠 잡을데가 없다.

2. 플레이 영역

오픈월드를 표방하고 있는데 이전에 공개된 뉴욕 지도에 비해서 플레이 영역이 심각하게 좁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UBI에서 공개한 공식 인터랙티브 맵을 보면 아래 첨부한 지도 정도의 영역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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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색으로 표시된 영역이 베타에 공개된 영역이고, 위 아래쪽의 흰색으로 그어진 영역까지가 아마도 첫 버전에서 공개되는 부분으로 보인다. 하지만 E3에서 공개되었던 영역에 비교하면 맨하탄 일부만 플레이할 수 있는 현재 상태는 브루클린, 퀸즈, 브롱스 등이 제외된 상태라고 기사로 나온 바 있다.  물론 베타 지역을 돌아다니는 것도 뛰어다니느라고 꽤 넓어서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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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이지만 이미 관련된 맵은 이미 어느 정도 작업되어 있는게 아닌가 싶고, 이게 시즌패스를 통해서 DLC로 추가되거나 패치로 추가될 것이라는 그런 정도 예상. 어쩌면 스토리를 통해서 개방해서 진행하는 것도 가능할 수도 있다. 디비전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활동 영역을 점차 넓히는 식으로 전개되거나 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3. 다크존

상당수의 플레이어들에게 ‘신뢰가 없는 공간’인 다크존의 ‘무법천지’가 상당히 스트레스인 것으로 보인다. 스쳐 지나가는 상대가 적인지 아군인지 알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이 나는 플레이어에게 긴장감을 주는 흥미로운 순간이라고 생각하는 쪽이지만 또 일각의 플레이어들에게는 아닌 것이다. 또 그런 면에서, 로그 에이전트가 된 플레이어에 대한 패널티가 너무 적지 않느냐 하는 이야기도 계속 이루어지고 있고.

하지만 디비전의 다크존과 PVP에 관련한 이야기는 WOW의 ‘전쟁 서버(PVP server)’에서 분쟁 지역에 들어가는 것과는 다르다. WOW의 경우는 PVP를 전쟁 서버라고 번역한 그런 배경 상황에 오인하고 들어온 ‘PVP를 선호하지 않는 플레이어들’이 비합의 상태에서 PK를 당하는 것이었지만, 디비전의 다크존은 명백하게 ‘PK를 당할 수 있음에 동의한 상태’라는 것이다. 게다가 디비전은 이 PVP 지역으로 들어오는 것이 매우 적극적인 행동을 거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면에서 구조가 완전히 다르다.

다크존의 콘텐츠는 아마도 RPG 지역의 콘텐츠와 크게 경합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싱글플레이나 코옵(Co-op) 미션이 수평적 수직적으로 충분하기만 하다면, 그리고 개발팀이 제정신이기만 하다면, 다크존에 들어가서 다크존 레벨을 올리거나 다크존에서 파밍을 해야하는 그런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도 되도록 만들 수 있다. 게임이 의도적으로 게임 수명을 늘리기 위해 플레이어들의 다크존 참여를 유도하는 것도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개발 파이프라인이 완전히 꼬이는 등의 그런 극단적인 상황이 되기 전엔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4. 타격감

사실 보더랜드(Borderlands)나 매스이펙트(Mass Effects) 같은 게임에서 플레이어들은 타격감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드문데 반해서 디비전은 초반 FPS 같은 느낌으로 비춰진 감이 있어 유독 타격감 이야기가 나오는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누구도 WOW의 전투에서 타격감을 이야기하지는 않을 뿐만 아니라 타격감이 주요한 부분이라고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일단 타격감이라는 건 플레이어들의 관념에만 존재하는 개념이고 실제로 ‘때리는 느낌’이라는 건 매우 주관적이라서 ‘게임적 표현’의 타격감이라는 것은 존재할지 모르지만 총을 쏘는 느낌에서의 타격감은 참 애매하다.

어차피 대개의 ‘피격 모션’은 영화에서 만든 허상을 게임이 따라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고. 실제로 총을 맞은 사람이 영화나 게임처럼 쓰러지거나 날아가는지는 본적도 없지 않나. 인간의 체중이나 피격 당시의 자세에 따라서 총알의 충격은 다양하게 분산될 수 있고 이건 ‘진짜 같은’ 느낌으로 피직스(physics)를 통해 보여줄 수 있겠지만, 이것도 모사 수준에서의 시뮬레이션이지 실제와는 또 다르다.

어쨌거나 디비전은 꾸준하게 RPG라고 이야기를 해왔던 게임이고 그 전투의 수단이 ‘총질’이기는 하지만, 수직적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FPS의 문법 보다는 RPG의 문법이 적합하다는 건 이미 오래 전부터 검증된 것이다. 파밍(혹은 그라인딩)을 하고 장비를 모으고 업그레이드를 하는 그런 방식 밖에 없는 것이라 RPG는 최적의 선택이다. 여기서 타격감을 강조하다가는 오히려 플레이어의 피로도가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3월 8일까지 이제 한 달 남았다. 하악하악.

WoW 토큰

WOW에서 골드를 토큰으로 바꿔 월 계정을 결제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세간에는 이렇게 되면 이제 아이템 현금 거래를 정식으로 허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도 있지만, 이 시스템은 이미 외국에서 몇 개의 MMORPG가 사용한 전례가 있는 시스템이다. 대표적으로 완미세계(Perfect World), 길드워2(Guild Wars 2)에서 적용 중이다. 이브 온라인(EVE Online)의 경우는 (내 기억으로는) 골드를 월 계정으로만 환전할 수 있는 방식이고 회사에서 골드에 상응하는 토큰을 판매하지는 않는다.

이 방식은 플레이어가 게임 내에서 골드를 구매할 수는 있지만, 이 토큰을 다시 현금으로 환전할 수는 없기 때문에, 사실상 게임 외부의 현금 거래가 불가능해지는 효과를 갖게 된다.

또한 사실상 일정 골드에 해당하는 토큰의 가격이 (고정 환율이든 길드워2처럼 유동 환율이든) 외부 현금거래의 기준 가격처럼 되는 효과를 갖기 때문에, 외부에서 현금 거래를 한다고 하더라도 환율을 회사가 통제할 수 있는 효과도 만들어 진다.

평소 내가 온라인 게임의 유료 모델에 회사가 직접 골드를 판매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이런 맥락이었다.

경매장과 거래소

WOW가 등장하기 전의 아이템 거래를 생각해보면 정말 ‘난장판’이라는 말로 설명할 수 밖에 없다. 리니지의 아이템 판다, 산다 채팅 메시지로 게임을 하기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던 기억이 있는데, 에버퀘스트는 한 술 더 떠서 특정 지역에 플레이어들이 시장을 형성하고 서서 공개 채널을 통해 “[WTB]~~아이템 구합니다” “[WTS]~~아이템 팝니다” 하는 채팅을 수도 없이 올려댔고, 이 시장이 있는 지역에 들어가면 게임 메시지보다 거래 스팸으로 눈이 아플 지경이었다.

다른 게임들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구매자들은 물건을 사기 위해서 서버의 온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다녀야 했던 울티마 온라인이나, 지도에서 검색을 통해서 상점 광고를 찾았다고 해도 거기까지 가기가 너무 힘들었던 스타워즈 갤럭시(Star Wars Galaxies), 개인 상점들로 난장판이 되는 리니지2의 마을이나 라그나로크의 마을을 되새겨 보면 경매장이 생겼다는 것이 얼마나 훌륭한 발상이었는지를 상상할 수 있다.

아이템을 한 곳에서 거래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경매장(혹은 거래 중계소)는 하지만 판매자와 구매자 누구에게 편하게 되어 있느냐는 관점에서 크게 몇가지 형태를 만들 수 있다.

WOW, 워해머 온라인(Warhammer Online) 같은 게임들이 지원하는 경매장은 구매자에게 유리한 방식이다. 최저 가격과 최고 가격이 설정되어 있고, 최저 가격으로 입찰하면 다른 플레이어와 경쟁을 통해 물건을 사게 된다. 필요한 물건을 검색해서 경쟁자가 많은 물건을 피해 최저가가 가장 낮은 물건에 입찰하거나 급하다면 최고 가격으로 즉시 구매를 할 수도 있다. 다르게 말하면, 구매자에게 선택의 기회를 제공한다.

반면 코난의 시대(Age of Conan)나 아이온과 같은 거래소는 판매자에게 유리한 방식이다. 구매자는 물건의 가격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고 올라와 있는 매물의 가격에 구매한다/안한다의 선택권만 가지고 있다. 오히려 판매자가 직접 가격을 결정해서 원하는 가격에 항상 판매할 수 있고, 구매자가 없으면 가격을 내리는 것도 판매자의 선택이다. 아무리 인기 있는 품목이라도 판매자가 가격 책정에 실수했다면 손해를 보기도 한다.

두 방식이 모두 장단점은 있다. 문제는 경매 방식이 MMORPG의 특성상 플레이어가 시간을 매우 중요한 자원으로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는 걸 간과한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구매자는 일주일 뒤에 경매에서 승리해서 아이템을 사용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판매자는 일주일 정도 넉넉히 경매를 진행해서 제 값을 받기를 원한다는 것에서 차이가 있다. 이런 면에서는 중계소 쪽이 좀 더 유리하다.

하지만 이 두 방식 외에 이브 온라인(Eve Online)이 사용하는 호가 방식이 있다. 판매자는 판매 가격을 올리고 구매자는 희망 구매가와 함께 예치금을 올린다. 누군가가 급히 팔아야할 때는 구매 호가에 맞춰서 팔 수 있고 구매자는 매물이 올라온 가격을 보고 구매하거나 급하지 않다면 구매 호가를 올려놓을 수 있다. 그렇다. 주식 거래와 같은 방식이다.

이 방식은 국산 MMORPG인 거상에서 도입해서 호평을 받은바 있지만, 거래의 난이도가 조금 높은 편이라 플레이어에게 많은 설명이 필요하다. 매물을 올리는 방법이나 구매 호가를 등록하는 방법이나.

아이온이 저 장단점을 모두 분석해서 가장 좋은 방법으로 거래소 방식을 채택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게다가 아이온이 (게임 공간을 그렇게 지저분하게 만드는) 개인 상점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도 생각해보면 일리가 있기는 하다.

플레이어들은 적정 가격을 잘 모르는 바보들 뒤퉁수를 후려치기를 노릴 때 개인 상점을 이용하며, 사냥터에서 주구장창 잡템은 줍지 않고 값나가는 것들만 집으면서 수십 시간 ‘닥사(냥)’만 하는 플레이어들을 위해 봉혼석(리니지2의 그 데미지를 증가시켜주는 정령탄과 같은 기능)을 ‘찾아가는 서비스’로 비싸게 팔기 위해서 이용한다. 간혹 상대 진영과 의사 소통을 위해 상점의 간판을 사용하기도 하고, 서버 접속 대기자가 있는 서버에서 접속이 튕겨 나가지 않기 위해 접속 유지용으로도 활용한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난 라그나로크의 상인 클래스가 매력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상점의 물건을 할인받아서 사다가 플레이어들에게 ‘상점보다 싸게’ 파는 것도 매력적이었고 플레이어들에게 잡템을 사서 NPC 상점에 비싸게 되파는 차익을 남기는 것도 훌륭했다. 다만 그 상인 클래스가 이 기술들을 배우기 위해서 필드에서 사냥을 해야 한다는 것이 좀 어울리지 않았지만.

개인 상점에도 장점 – 어디에나 상점을 열 수 있다 – 이 없지는 않지만, 개인 상점과 거래소는 서로 충돌하는 컨텐츠라고 보는 것이 옳다. 개인 상점이 활성화되면 매물은 사방 팔방으로 찢어져 존재하게 되고 구매자들은 거래소에서 찾는 물건을 구하기 쉽지 않으므로 거래소가 죽는다. 그래서 마비노기의 하우징과 연계된 거래 게시판이 죽은 컨텐츠가 되는 걸 설명할 수 있다. 반대로 거래소가 활성화되면 개인 상점에서 물건을 찾기 보다 거래소에서 가격을 비교하며 일목요연하게 구매하는 쪽이 유리하게 된다. 아이온의 경우가 그렇다.

  •  찾아보면, 경매장이나 거래소가 없이 개인 상점 방식에도 대안은 있다. 어떤 게임의 경우는 개인 상점들을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어떤 게임이었는지 확실히는 기억이 안난다.) 플레이어는 검색을 통해 적정 가격의 아이템을 종류별로 검색할 수 있었고, 이 상점의 위치까지 검색 결과로 나온다.

 하지만 이 거래를 중계하는 장소(경매장이던 거래소건)는 필수적으로 갖추어야할 것이 있는데, 구매자의 편의다. 기본적으로 물건을 검색하기 용이해야 하고 여기에는 자신의 레벨이나 클래스에 맞는 물건을 찾기 쉽게 해주는 것과 가격, 기능 비교를 쉽게 해주는 것이 포함된다. 구매자가 편할수록 거래는 활발해지고 가격은 안정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브 온라인처럼 거래 가격 동향까지 그래프로 제공한다면 금상첨화이고.

문제는 이런 컨텐츠를 설계하는데 가장 필요한 것이 ‘비교’라는 것이다. 다양한 게임의 같은 기능을 하는 컨텐츠들을 놓고 어떤 쪽이 유리한지를 비교하고 취사 선택하는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