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주얼해지는 AAA 게임들

최근 나오는 AAA 게임들이 과거의 골수 게이머 계층이 봤을 때 ‘점점 캐주얼해진다’는 불만이 꽤 있다. 특히 며칠 전 나온 용의 시대(Dragon Age: Inquisition)는 이전 편들에 비해서 전투에 액션 비중이 높아졌고 전략성은 크게 떨어졌다. 기술이나 캐릭터의 성장, 아이템 같은 것들도 전 편들의 디테일한 설정에 비해서 간결해졌기 때문이다.

소위 ‘전략성’이라는 것은 (단지 전투의 전략성 만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게임 안에서 고를 수 있는 ‘선택의 폭’과도 비슷한 말인데, 어떤 상황에서 플레이어가 무엇을 선택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전략성’이 높다는 것은 그래서 게임에 선택할 수 있는 변수가 다양하고 그 선택의 결과에 따라서 여러 결과 중 하나가 나온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렇게 ‘전략성’이 높아지면 플레이어가 게임 안에서 학습할 것이 많아지고, 때론 게임을 하기 위해서 공부를 해야하는 경우도 생긴다. MMORPG의 엔드 콘텐츠들은 특히 이런 부분에서 만렙이 되는 동안 학습한 것들보다 더 많은 것을 학습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WOW의 레이드에서 플레이어들이 ‘더 높은 효율’을 뽑아내기 위해서 ‘딜 사이클’을 연구하는 것도 같은 경우다.

그래서 ‘전략성’ = ‘학습 량’이 되고, ‘학습 량’은 다시 게임의 난이도가 된다. 즉, ‘전략성’이 높은 게임이라는 것은 (충분히 학습된) 소수의 플레이어들만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고, 이는 게임을 오랫동안 즐긴 플레이어들에게 적합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게임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은 갈수록 크게 증가하고 있어서, 이젠 AAA 게임이라고 하면 100억 이상을 투자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렇게 ‘충분히 학습된 플레이어들’을 대상으로만 게임을 만들어서는 판매량을 감당할 수가 없게되는 것이다. 100억이래봐야 연봉 5천만 원 짜리 개발자 200명이라는 뜻이고 2년 개발이면 100명, 3년 개발이면 66명 팀을 운영할 돈이다. 그런데 요즘 게임의 크레딧을 보면 1~200명으로 만드는 건 흔한 일이고, 2~3년 개발도 드물지 않다.

결국, 더 이상 ‘전략성이 높고 변화가 다양한 게임’을 만들어서 소수의 게이머들만 대상으로 판매해서는 이 개발비를 감당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60 짜리 게임을 팔아서 $30을 남긴다고 해도 100억(미화로는 천만 $)을 벌기 쉽지 않으니까 말이다.

이는 앞으로 AAA 게임들의 흔한 현상이 될 것이다. 오랫 동안 특유의 스타일로 명성을 유지해왔던, 하드코어 게이머들이 좋아했던 타이틀들은 갈수록 캐주얼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이런 하드코어 게임은 인디 게임이나 소규모 개발사들이나 할 수 있는 모험이 되어버렸다고 할까.

PS4나 Xbox One 같은 차세대 콘솔의 등장은 게임 그래픽스에 엄청난 발전을 만들었고 하드코어 게이머들에게 많은 호응을 받았지만, 반대로 하드코어 게이머들이 좋아할만한 게임들은 역설적으로 갈수록 줄어들게 되는 결과를 만들었다, ‘그래픽 퀄리티 = 작업자의 수’이기 때문에.

캐주얼해지는 AAA 게임들

요즘 플레이스테이션4를 가지고 놀면서 제일 불만족스러운 부분은 게임이 아니라 PS4의 OS다. 스크린샷을 찍으라고 share 버튼을 만들어 두었으면서 정작 이 스크린샷을 공유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진짜 눈꼽 만큼도 관심이 없이 만들었다. PS4의 공유 기능 중 사진 공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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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뿐이다. 무선 네트워크를 기본으로 넣을 정도였으면 로컬 네트워크나 멀티스크린은 당연히 신경을 썼어야 하는거 아닌가?

USB로 옮기라는데 뻔히 네트워크를 두고 USB로 파일을 옮기라니 이 무슨 10년 전 기계도 아니고… 아오.

미들어스: 모르도르의 그림자

screenshot

플레이스테이션4를 샀던 목적 중의 하나가 이 게임, <미들어스: 모르도르의 그림자(Middle-earth: Shadow of Mordor)>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는데, 예약 구매하고 기다리다 드디어 이번 주말에 엔딩을 봤다.

이 게임을 기대했던 이유는 배트맨 시리즈에서 만들어진 전투 방식으로 일대다 칼싸움을 구현했다는 것이 흥미로웠고, 네메시스 시스템(nemesis system)이라는게 아주 인상적이었기 때문인데, 기대 만큼 양쪽 모두 흡족했다. 배트맨 시리즈처럼 전투하고 어새신크리드처럼 잠입 암살하는 느낌이 대단히 아름다운 게임이다.

베고 막으면서 모은 콤보로 마무리(combat finish: execution)를 하는 장면의 호쾌함은 정말 아름다운 수준. 그리고 전투 중 우루크(Uruks)에게 당해 마지막 순간(last chance)에 기사회생하는 느낌도 훌륭하다. 이건 특히나 긴박감이 넘치는 상황인데다가 실패하면 우루크가 더 강해진다는 부담이 있어서 플레이어게 ‘실패의 두려움’을 만드는데도 뛰어나다.

‘마지막 순간’에 실패하면, 나를 죽인 그 우루크가 제들의 계급 사회에서 승진을 하면서 비웃는데 이 장면이 플레이어에게 분노와 짜증과 동기부여로 아주 좋은 장치였다. 게다가 같은 보스에게 계속 죽으면 ‘아까 죽였는데 또 왔냐! 또 죽여주지!’하는 식의 대사들을 하는 부분도 설정에 몰입시킨다.

우루크들이 가진 약점이나 강점 같은 특성들, 현재 위치 같은 것을 돌아다니면서 정보(intel)를 수집해 알아내고 보스를 공략할 전략을 짜게 만들고 이 과정들이 반복적이고 지루하지 않게 만든다. 전투에 아무리 익숙해지고 능숙해져도 특성을 모르는 상태를 만났는데 전투 달인(combat master) 같은 속성이 붙어 있으면 답이 없기 때문이다.

메인 미션 후반부가 되면 낙인(brand) 기술을 익히면서부터 게임의 난이도가 급격하게 하락한다. 게다가 마무리 기술로 전투 낙인을 하기 시작하면 우루크 숫자가 별로 부담이 안 되기 시작하는게 좀 흠이고, 오픈월드라고 하기엔 맵이 좀 좁다는 것도 안타까운 부분. 게다가 맵을 두 개로 쪼개놔서 특히나 더 좁게 느껴진다.

우루크들이 제들끼리 계급 안에서 서로 분쟁을 하면서 계급 싸움을 하는데, 이게 실시간으로 벌어지는게 아니라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서 변하거나 플레이어가 죽었을 때 결과가 반영된다는 부분은 좀 아쉽다. 이게 시간이 정해져 있고 플레이어가 개입하지 않으면 안되는 선택 강제 요소로 작용하는 쪽이 나았을듯 한데.

어쨌거나 하던 데스티니를 제치고 하기에 좋았다. 더 하고 싶은데 뭔가 더 하기에는 아쉬운게 있고 묘한 그런 느낌이 있다.

  • 우루크가 군장(warchief)이 되면 등장 씬에서 군장의 이름을 연호하는 BGM이 나오는데, 각 이름마다 있는게 굉장히 신기하다. 이름 DB를 상당히 많이 만들어 둔 것으로 보이는데 각 이름들을 다 만들어 둔 것인지, 아니면 어떤 꼼수(TTS 같은?)가 있는 것인지 정말 궁금하다.
  • 처음에는 플레이어를 ‘Ranger!’라고 부르다가 후반부에는 ‘Gravewalker’라고 부르는게 묘하게 모욕적이다.
  • PS4의 패드에 스피커가 있는 걸 처음 알았는데, 이걸 정말 잘 쓰고 있다. 깜짝 놀랐네.
미들어스: 모르도르의 그림자

숙명(Destiny)

데스티니는 요즘 5억 달러를 투자해서 첫날 5억 달러 매출을 올렸다고 화제다.

커뮤니티에서는 게임 자체에 대해서는 대체로 호평인데, 만렙 이후의 컨텐츠(end-game content)가 너무 빈약하다는 이유로 점수 테러가 있기도 하다. 액티비전과 번지 쪽에서는 이 게임을 ‘차세대 MMO’라고 포지션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게임 자체도 빠른 만렙(20레벨 달성은 주말 이틀이면 가능하다) 이후 평판(reputation) 작업과 아이템 파밍(farming)으로 채우고 있는 상태이며, 시즌패스를 팔고 있는 부분이나 이미 런치 당일부터 확장팩(혹은 DLC)에 대한 정보가 나오는 중이니 그럴만도 하다. 길게 보겠단다.

나는 자주 ‘MMO 게임은 만렙부터’라는 것이 옳지 않고, ‘게임은 시작부터 재미있어야 플레이어를 만렙까지 끌고갈 수 있다’고 말해왔는데,데스티니는 거기에 상당히 부합하는 모델이라고 본다. 싱글플레이는 적절한 난이도와 좋은 비주얼,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조화롭게 되어 있어, 20레벨이 되기까지의 플레이가 지루하지 않고 줄곧 흥미로웠다. (물론 WOW처럼 완전히 짜맞춰져 있지는 않아서 약간의 반복 미션은 필요하다.)

기대했던 만큼 좋은, 훌륭한 게임인데 첫 확장팩이 나오기까지 기간이 너무 길다는 것(12월이라고 한다)이 리스크로 보이고, 아이템 보상이 너무 짜다는 부분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플레이어들이 기대한 것은 <국경지대(Borderland)>나 <디아블로> 식의 플레이인데 실제로는 너무 MMO스럽게 아이템 보상 구조를 잡아놓았다.

10월 중~말 정도에 긴급하게 투입하는 콘텐츠가 있지 않을까 예상. 12월은 아직 한참 남았거든.

숙명(Destiny)

소니의 게임기「PlayStation 4」(PS4)는 9달도 안 되어 1,000만대가 팔렸다. 이와 비교하여 「PlayStation 3」(PS3)의 판매 대수가 1,000만대에 도달한 시기는 2006년 11월에 발매된 이후 13개월이 걸렸었다(1,053만대).

– PlayStation4의 상상을 초월하는 판매 기조에 불안해 하는 소니 경영진

PS4 판매량이 엄청나게 호조인가보다.

요즘 PS4를 살까 XBox One을 살까 고민을 좀 하면서 알아보니, 양쪽 다 독점 타이틀도 비리비리하고, 웬만한 빅타이틀들은 양쪽 플랫폼 모두에 출시되는 느낌이다. 내가 관심있어하던 Destiny, Middle-earth: Shadow of Mordor, Dragon Age: Iquisition, Tom Clancy’s The Division 모두 독점 타이틀이 아니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플랫폼을 구매하는 다음 고려 대상은 뭘까, 가격? 내가 보기엔 소셜 피쳐가 아닐까 싶다. 친구들과 같이 떠들면서 하기 위해서는 같은 플랫폼에 올라타야 할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