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 검증 기능

한 5~6년 전 쯤에 한 데이팅 사이트에 가입을 한 적이 있었다. 이 사이트는 본인 인증을 해야 했는데, 신분증을 찍어서 올리면 그 신분증을 확인하고 실명 본인 인증을 해주는 것이다. 와 수십만 명이 사용하는 서비스에 이걸 일일이 다 체크하려면 존나 빡세겠다 생각을 했더랬는데, 며칠 뒤 의문이 풀렸다.

서비스 이용자에게 랜덤으로 서비스에 기여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약간의 이익(benefits)을 주는 기능이 열린 것이다. ‘기여 의사’를 밝히면, 다른 사람들이 올린 신분증 사진과 실명, 사진을 비교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면 이런 질문이다. 이 사진들이 같은 사람의 것입니까? 사진과 신분증의 사진이 일치합니까? 이용자 이름과 신분증 이름이 일치합니까? 같은 것들이다.

랜덤한 사용자에게 보여주고 확인을 하게 하는 것이므로 주변인을 동원하는 어뷰징은 불가능하고, 여러 사용자들에게 보여주고 그 결과를 취합하는 것이므로 검증 인력을 내부에 둘 필요가 없다. n명의 사용자에게 보여줬는데 n명의 답변이 일치하면 그대로 인증을 해주면 된다. 만약 10% 정도의 불일치가 있으면, 그건 내부 인력으로 마지막으로 확인을 하면 될 것이다. 그 이상의 불일치라면 오류를 던져서 본인 인증을 신청한 이용자에게 ‘다시 시도하라’고 회신하면 된다.

이런 식의 사용자들의 상호 검증과 인증은 여러가지 장점이 있다. 일단 사용자들의 서비스에 대한 충성도가 생긴다. 자신이 뭔가를 기여한 서비스는 애착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리고 내부에 검증을 위한 인력이 필요하지 않게 되므로 인건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게 된다. 또 이런 식의 검증 시스템은 서비스 자체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상호 인증 방식의 신뢰도도 낮지 않다.

어떻게 보면, 이것들을 (요즘 유행하는) 학습형 인공지능을 통해서 할 수 있지 않나 싶기도 한데, 온갖 다양한 형태의 신분증과 다양한 각도의 사진들을 학습하는 것보다 훨씬 비용이 싸게 들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위의 장점들을 볼 때 훨씬 나을 수 있다. (심지어 인공지능이 더 싸진다고 하더라도, ‘사용자의 기여 → 충성도’라는 과정을 볼 때, 인공지능보다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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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oundry of Neverwinter Online from official site

이런 상호 검증 기능은 사실 게임 서비스에도 많은 부분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플레이어의 게임 태도에 대한 평가 같은 것은 이미 LOL의 트리뷰날(tribunal)로 활용된 적이 있기도 하고,네버윈터 온라인(Neverwinter Online)의 사용자가 만든 퀘스트인 ‘the Foundry’의 평가도 이런 식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비슷한 예로 아키에이지(ArcheAge)의 법정도 있겠다.

어쨌거나 이 기능의 기본 요지는 ‘불특정의 다른 사용자들이 평가한다’이므로, 특정 아이템의 밸런스 같은 것에도 활용할 수 있겠다. ‘사용해본 결과 이 아이템의 성능은 어떻습니까(별점)’ 같은 식으로 아이템마다 사용자들의 평가 별점이 보여지는 것은 실제 효용에 대해서 보여줄 수도 있다. (다만 이런 식으로 평가들이 기준 없이 별점으로객관화되면 플레이어들의 획일적 취향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명백한 단점이 존재한다.)

뭐, 다른 활용처는 좀 더 생각을 해보는 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