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구공화국을 다시 시작했다

확장팩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하긴 해야겠고 새 캐릭터를 키우기가 귀찮았는데, 60레벨 캐릭터를 판매하기 시작했더라. 정액을 끊으면 공짜로 만들 수 있으니, 부차적인 유료 콘텐츠도 함께 이용할 요량으로 정액을 가입하고 60레벨 캐릭터를 만들었다. (물론, 55레벨 아이템은 다 똥 됐다.)

작년부터 ‘전술 인던(tactical flashpint)’이라는 개념으로 클래스의 구분이 매우 약해진 인던 방식으로 바뀐듯한데, 인던 랜덤 매치를 걸면 딜러 네 명이 잡히는 그런 식이다. 근데 알고보면 예전에 탱커였던 제다이 가디언이나 힐러였던 제다이 세이지 같은 클래스들도 그냥 딜러로 표기가 되어서, 알아서 싸우고 알아서 도생하는 그런 방식이다.

사실 전에도 인던과 전술 인던이 둘 다 있기는 했는데, 모든 인던을 전술 인던으로 바꿔버린 것은 아마도 인구 편향 때문이 아닌가 싶다. 사실 역할을 나눠 놓으면 랜덤 매치에서 탱커나 힐러 때문에 누군 한참 걸리고 누군 고속도로고 그런 일이 생기는게 일반적이니까. 덕분에 던전의 난이도도 이제 누가 앞에서 탱킹하고 그런 방식 보다는 때리고 도망치고 각자 쿨 돌리면서 광역 쓰면서 싸우다가 보스 옆에 있는 기계 장치를 클릭해서 파티 힐을 받는 그런 식으로 되어 버렸다.

이렇다보니 60레벨 캐릭터를 제다이 가디언(탱커)으로 만들었더니 ‘딜러 권장’이라고 되어 있어서 처음에 꽤 당황했다.

파티플레이의 클래스는 각자의 역할이 뚜렷하고 ‘해야할 일’과 ‘하지 말아야할 일’이 분명해서 플레이어들이 협동을 해야하는 필요성과 당위성을 깔끔하게 규정해주는데 반해서, 클래스의 구분이 약해진 상황에서는 전투가 난잡해지고 – 탱커가 보스 몹을 어그로로 붙들고 있는게 아니니까 – 다들 깨방정을 부리며 사방팔방 돌아다니는 방식이 되는데, 잡몹이나 보스몹의 HP나 관련 난이도를 전반적으로 조절해주면 크게 문제가 있지는 않다.

하긴 뭐 이 방식이 기존의 전장(warzone)에서 각자도생하던 그 것이나 크게 차이가 없다. 애초에 전장에서 역할분담이고 뭐고 없었고 자기 능력껏 싸우고 각자도생하는 것이었으니, 힐만 적절하게 어디선가 조금씩이라도 받을 수 있다면 되는 거다.

어느 쪽이 더 쉬운, 진입장벽이 낮은 방식이냐 하는 부분에서 예전엔 파티플레이 방식이 답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방식은 그냥 각자 알아서 살 능력만 된다면 그럭저럭 대충 진행이 되는 방식이라 또 이게 더 쉽나? 그런 생각도 든다.

추가된 60레벨 스토리모드도 그렇고 난이도가 매우 쉽다. 혹자는 구공화국의 기사단(Star Wars: Knights Of The Old Republic) 시리즈의 스토리 진행 방식으로 회귀했다는 의견도 있고, 그런 리뷰도 나왔는데, 그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스토리 진행이 벌써 얼마 되지 않았는데 레벨이 63인 걸 보면 별로 길어 보이지는 않는데…

또 달라진 면은 이제 동료(companions) 하나가 탱딜힐을 모두 할 수 있게 되어 있어서, 선택해서 소환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도 있다. 아무튼 이것저것 꽤 바뀌었는데, 레이드는 어떻게 되었는지가 또 궁금하다. 레이드는 여전히 기존 방식이려나.

스타워즈 구공화국을 다시 시작했다

블로터의 크롬캐스트와 OTT, ‘TV 독점’ 무너뜨릴까라는 글을 보다가 생각이 들었다. 사실 사람들이 소비하는 시간 순서를 매긴다면 TV와 라디오 사이에 분명히 게임이 들어있기는 할텐데 하다가.

사람들이 게임에 소비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게임에 광고를 넣고 싶다는 외부의 욕구는 2000년대 초반부터 계속 있어왔다. 실제로 EA 같은 대형 회사들은 스포츠 게임의 광고 자리에 일반 광고를 넣은 사례들이 꽤 있어 보이고, 이런 시도는 계속될 것이라고 본다.

문제는 MMORPG겠다. 사람들이 게임에 가장 많은 시간을 쏟아 붓는 것은 아무래도 MMORPG일테니까.

하지만 나름 여러가지 생각을 해본 바, 판타지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대부분의 MMORPG에 현실의 광고를 넣는 것은 게이머의 몰입을 깬다는 소결을 냈다. 말하자면 아제로스를 뛰어다니면서 영웅이 된 기분을 느끼고 있는데 현실 배경의 자동차 광고가 나오면 어떻겠나. 결국 게임 배경이 현실과 유사해야 하고 (이는 곧 지역화에 대한 부분도 문제가 될 것이다) 사용자가 광고 매체로 매력을 가질 만큼 사용자가 많아야할 것이다.

결국 게임이 가지고 있는 근본 목적(이라고 생각한다)인 ‘현실 탈출’과 충돌하는 부분이 되어버리는 문제는 피할 수가 없다. 아마도 게임에 광고를 넣고 싶다는 희망은 계속되겠지만 실제로 적극적으로 도입되는 경우는 저 스포츠 게임들 외에는 아마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소설이나 아니메에 나오는 것처럼 현실 기반의 가상 현실 게임이라면 또 달라지기는 하겠지만, 그건 꿈이고.

요즘 국내에서 모바일 게임들이 죽을 쑤고 있는 걸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모바일도 이제 끝’이라고 이야기한다. 카카오톡이나 최근 시작한 밴드라든지 하는 플랫폼 위의 플랫폼들이 수수료를 떼가고 거기에 퍼블리셔까지 붙으면서 개발사가 받는 매출 분담이 20%도 안되는 경우도 있으면서, 스타트업들이 게임 하나를 런칭했다가 바로 도산하는 경우가 상당히 자주 보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제 모바일은 갈 데까지 갔다면서 새로운 뭔가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시도를 하는 거다.

그런데 이런 ‘수익이 악화된 상황’은 플랫폼이 안정되면 의례 있던 일이다. 이젠 개발 기술이나 엔진 기술의 차별화로 시장에서 부각받을 수 있던 00년대도 아니고, 뽀샤시한 그래픽이나 휘황찬란한 이펙트만 앞세워서 눈길을 끄는 그런 시대도 아니다. 기술과 그래픽의 차별화는 말 그대로 규모의 경쟁이라 난다하는 해외 거대 자본 게임들과 경쟁하는게 애초에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승부를 볼 수 있는 것은 설계(design)인데, 문제는 이 설계를 한국 게임 업계는 제대로 훈련하고 경쟁한 적이 없다는 거다.

새로운 시장 텃밭을 개간했다는 허세랄까 거기에 길들여져서, 콘솔이나 PC에서 잘 나간다는 게임들의 게임성을 온라인으로 옮기는데에만 열중해왔지 온라인에 적합한 자체의 게임성을 연구했다거나 개발했다거나 한 예가 거의 없다. 모바일은 또 안 그럴까. 모바일은 특히나 해외의 게임들이 치고 나간 것들을 빠르게 한국화해서 도입하는데에만 경쟁했지 모바일에 적합한 게임을 만들겠다고 직접 고민한 예가 별로 없다. (있긴 있다.)

그런 주제에들 모바일이 끝이라고? 글쎄다.

엘더스크롤 온라인

엘더스크롤온라인(Elder Scrolls Online)은 몇 차례의 베타테스트 후 설문 조사에서도 볼 수 있었듯이, 싱글플레이 게임 경험을 온라인으로 옮기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만든 게임이다. 이는 디자인의 여러 곳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데, 같은 퀘스트를 진행하는 사용자들을 같은 공간(instance)으로 분리하는 부분이나 레벨간 전투력 차이를 적게 설정해서 좀 더 넓은 필드를 돌아다닐 수 있도록 하는 부분, 개인 룻(loot)을 보장해줌으로써 플레이어가 ‘싱글플레이 게임을 함께 한다’는 느낌을 지켜주려는 부분 등이다.

문제는 이런 싱글플레이 경험을 유지하려는 의도가 온라인 멀티플레이 경험과 점점 충돌하는 부분이 나타난다. 플레이어들은 필드에서 파티를 맺는 경우가 거의 없고 (있다고 하더라도 해당 퀘스트가 끝나면 바로 해산한다) 제작한 아이템들의 거래 빈도도 매우 낮으며, 게임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느슨한 협력 플레이는 결국 플레이어에게 ‘레벨링’ 이외의 플레이어간 상호작용을 거세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유일하게 온라인 멀티플레이라는 경험을 확실하게 얻을 수 있는 부분은 전장인데, 공성과 야전의 힘싸움 경험은 확실히 초반에 끌어들이는 맛이 있지만 반복되는 전장은 ‘전장 자체가 노가다(grinding)’로 지속력이 약하고 진급에 따른 보상도 미약한 편이라 엔드컨텐츠로 계속 끌고가기에는 힘이 약해 보인다.

싱글플레이 경험을 보장하려 했던 이전의 유사한 게임인 스타워즈: 구공화국(Star Wars: the Old Republic)의 사례를 볼 때, 엘더스크롤은 당분간 엔드컨텐츠에 대한 추가 개발이 필요해 보이고 부분유료로 전환할 것이라는 예측은 틀리지 않아 보인다.

여기서 생각할 부분이라면, 과연 싱글플레이 게임 경험을 온라인 멀티플레이로 단절 없이 옮기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것이겠다. 플레이어들은 싱글플레이를 함께하기를 원하고 엘더스크롤온라인은 이를 충실하게 구현했지만, 어쨌거나 결국에는 온라인 멀티플레이 게임이라는 것을 간과한 것이 이 게임의 최대 문제라고 진단하면, 이제 어떻게 둘을 더 유기적으로 연결을 해야하는가 아니면 둘 중 하나를 버려야 하는가.

이 게임을 이제 어떻게 수술해 제품으로 만들지를 좀 더 봐야되나.

엘더스크롤 온라인

인스턴트 파티의 시대

최근 온라인 게임의 추세를 보면 MO로 진행되는 경향과 함께 플레이어들이 함께할 플레이어를 찾는데 매우 쉽게 만드는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 말하자면 기존 FPS나 RTS 게임 등에서 사용하던 퀵매치(quick match)의 개념을 RPG에도 그대로 도입해서 사용하는 것들인데.

난 RPG에서 이런 형태로 진행된다는 것은 긍정적인 효과보다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를 더 얻게 될 것이 아닌가 싶다. 일반적으로 플레이어간의 협동을 중시하는 RPG에서 플레이어들은 자기 클래스의 능력을 개발해서 다른 클래스의 플레이어들과 상호보완적인 협동을 하는 형태가 되었던 것에 반해, 요즘 MO에서 만들어지는 방향은 개개인의 능력이 상호보완적인게 아니라 각자 생존으로 단순 협력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플레이어가 상호보완의 클래스로 협동하는 것이 플레이어에게 많은 스트레스를 준다는 것도 사실이지만, 플레이어들이 단순 협력을 하는 형태의 게임 플레이라는 것은 결국 게임의 진행에 있어서 협동 협력을 통한 문제해결이 아니라 ‘다른 플레이어에게 걸림돌이 되지 않는 정도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기적인 플레이’가 된다는 것에 차이가 있다.

이는 실제로 스킬 베이스의 MMORPG들에서 플레이어들이 공동 사냥을 하는 모습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었다. 플레이어들은 언제 누구와 파티를 맺게될지 예상할 수 없으므로 이기적인 캐릭터 육성 – 클래스 시스템에서 플레이어들이 클래스의 보유 능력과 필요 능력이 명확한 것에 반해 스킬 시스템에서는 모두가 자기 취향대로 범용적인 캐릭터를 육성하게 되는 형태 – 의 방향으로 진행되고 결국 스킬 시스템에서 파티 플레이란 플레이어들의 협동이 아닌 각자 생존으로 나타나게 된다.

역할분담이 미약한 게임들에서 플레이어들은 같은 팀 안에서조차 경쟁적으로 점수 싸움을 하거나 자신의 생존만을 위해 팀에 공헌하는 정도까지의 플레이를 하는 것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른바 ‘밥값’만 하는 정도라면 빡세게 노력해서 뭔가를 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이런 형태에서 플레이어와 파티의 풀(pool)이 충분하다면, 플레이어들은 급조된 인스턴트 파티라고 하더라도 성과에 따라 계속 진행을 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새로운 대안 파티를 찾게 된다. 물론 그렇게 새 파티를 찾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플레이어들의 파티 플레이에 대한 충성도나 기여 의지는 약해지고 플레이어들은 (커뮤니티의 부재로 인해) 서로를 붙잡는 힘이 미약하기 때문에 게임 플레이 지속력이 약해진다.

또한 플레이어들 파티 중에 게임 진행을 저해하는 플레이어들에게 의사 조율이나 대화 등을 유도하는 방향이 아니라 강퇴와 욕지거리의 방향으로 된다. 언제나 새로운 플레이어나 새로운 파티를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플레이어들은 전체적인 게임의 분위기에서 협력적이거나 최선을 다하는 형태의 게임플레이를 기대할 수 없게 된다. 그저 한 사람 몫 만큼의 역할을 원할 뿐이게 되고 서로는 ‘목적을 위해 함께 시간을 보내’기는 하지만 동료라는 의식이 갖지 않는다, 그래서 함께 노력해서 힘든 난이도의 뭔가에 도전하는 플레이를 서로에게 요구하지도 않는다. 뚜렷한 보상을 노리고 있다면 협력할 수야 있겠지만 이 경우에도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게 되면 서로 제 몫을 했다 아니다로 쉽게 분쟁이 발생하고 앙금이 남게 된다. 이는 심지어 협력이 중요한 파티플레이 MMORPG들에서도 자주 발견된다.

한때 인스턴트 음식들이 다양하게 되자 그에 대한 각종 논평들이 나오면서 인스턴트한 식문화가 무미건조한 사회를 만들 거라는 이야기들이 있었는데, 게임은 이보다 좀 더 직접적인 결과로 나타난다. 이런 인스턴트 파티가 옳다 그르다를 말하기에는 성급한지도 모르지만, RPG에서 인스턴트 파티의 도입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생각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인스턴트 파티의 시대

온라인화에 이은 RPG화 흐름

2003년 한 잡지에 ‘콘솔의 온라인화에 대한 짧(지 않)은 생각’이라는 글을 썼던 적이 있다. 콘솔 게임기들이 온라인과 연결되거나 온라인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어떻게 좀 더 유기적으로 다른 플레이어들과 소통하게 만들까 하는 것이 당시의 화두였고, 그 흐름이 지금까지 이어져 5년 가량 흘렀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싱글플레이 게임이 어떻게 온라인으로 발판을 옮길까 하는 그런 고민을 한 결과 지금과 같은 모든 게임이 온라인으로 옮겨오기 시작하는 상황이 된 게 아닌가 싶다.

보고 있자면, 이제는 이 온라인화가 거의 마무리 단계이고, 그 온라인화된 게임들이 어떻게 플레이어들의 시간을 휘어잡느냐에 대한 고민들을 하고 있는 단계인듯 하다.

대표적으로 달성도(achievement)라고 부르는 시스템이 여기저기로 퍼져나간 것을 들 수 있다. 처음 시작이 뭐였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배틀필드2가 아닌가 한다) 플레이어는 게임 플레이 성과에 따라 일정한 조건이 되면 달성도에 따라 훈장 같은 것을 획득할 수 있고 이건 배틀필드2의 간판 시스템인 장비 제한 해제(unlock)로 연결된다.

이를 성공적으로 도입한 또 다른 대표 게임들이 아바와 팀포트리스2다. 아바는 달성도가 게임 전반에 유기적으로 녹아있는 경우는 아니지만 달성도의 상황에 의해 플레이어는 스킬을 획득하거나 게임 머니를 받는 것으로 RPG에서 퀘스트가 그렇듯 플레이어에게 동기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팀포트리스2는 이 달성도가 게임하던 중 즉시즉시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표시되고, 스팀 메신저나 또는 이와 연동되는 웹 페이지를 통해 다른 플레이어들의 달성 상황을 언제나 열람할 수 있다. 스팀 메신저는 게다가 게임중에도 웹 브라우징을 할 수 있게 되어 있어 이런 것이 훨씬 쉽다.

이 달성도와 장비 제한 해제 같은 요소들은 처음 FPS들이 RPG의 동기부여 요소들을 흉내내 도입한 것이었지만 오히려 MMORPG에도 새로운 변화를 가져온 요소이기도 하다.

SOE(Sony Online Entertainment)는 이 흐름에서 꽤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처음 에버퀘스트에 전투정보실을 도입한 것에서부터 뱅가드에 달성도를 만들어 게임 진행에서 처음 발견한 지역, 처음 발견한 아이템을 계속 표시했다. 그리고 이 지역, 이 아이템을 가장 처음 발견한 사람이 누구인지, 나는 몇 번째인지를 보여주므로 플레이어의 경쟁심을 자극한다.

뱅가드만이 아니라 SOE에서 최근 공개한 자유로운 왕국들(Free Realms)도 이런 달성도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경우이다. MMORPG 공간에 수십 개의 미니 게임들을 유기적으로 넣어놓은 미니 게임 포털식과 MMORPG의 기존 형식을 잘 결합했다. 플레이는 계속 달성도 상황과 레벨이 연동되어서 표시되고 플레이어는 뭔가를 얻고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다른 게임들보다 강하게 받게 된다. 상대적으로 플레이어들의 체류 시간이 짧긴 하겠지만, 어차피 부분유료를 채택하고 있는 캐주얼 MMORPG 지향이니 별 상관은 없어 보인다.

워해머 온라인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지식의 책(Tome of Knowledge)이라는 것을 만들어 플레이어에게 현재 퀘스트(public quest)나 달성도 같은 것들을 게임의 분위기에 훨씬 잘 어울릴뿐 아니라 좀 더 효과적으로 표시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플레이어는 자신의 달성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웹으로 나갈 필요도 없고 게임 안에서 버튼을 하나 누르는 것으로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 있다.

FPS에서 장비 해제나 달성도의 기록을 훈장으로 표시하는 등의 것이 상당히 효과적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나자 다시 MMORPG로 요소가 역 도입되고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활용은 앞으로 각종 장르로 퍼져나갈 것이 틀림없다. 콘솔 게임들이 게임 플레이 시간을 억지로 늘이기 위해 사용하던 방법들이 온라인에 적응했다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가까운 몇 년 이내에 많은 게임들이 온라인화되면서 이를 도입하게 될 것이고, 점차 퍼즐, 스포츠, 레이싱, 전략 게임 등으로도 확산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말하자면 모든 게임의 온라인화 흐름에 이은 RPG화인 것이다.

온라인화에 이은 RPG화 흐름

하우징(Housing)

MMORPG에서 하우징은 꽤 오래된 관심꺼리이다. 울티마 온라인에서 최초로 브리타니아 어디에나 집을 지을 수 있도록 만들어 많은 플레이어들이 가상 공간에서 집을 짓고 재산을 축적하게 한 이후로 플레이어들은 게임 공간에서 집을 짓고 살 수 있다는 것에 굉장히 큰 매력을 느꼈다. 소위 MMORPG 플레이어의 성향에 ‘수집가형’ 플레이어들이 주로 간심을 가질 궁극의 컨텐츠이기도 해서, 많은 뒤이은 게임들이 하우징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더랬다.

월드맵에 직접 집을 짓고 게임 플레이 공간과 하우징 공간이 중첩되는 형태, 울티마 온라인이 처음 시도했던 이 방법은, 불행하게도 플레이어의 재산이 증가하는 것에 비례해서 게임 플레이 공간을 잠식하게 되고, 결국 필드에서 플레이어가 활동할 공간을 개인적인 공간으로 만들어버리게 되는 문제가 있었다.

같은 방법을 시도했던 스타워즈 은하계(Star Wars Galaxies)는 울티마 온라인에 비해 훨씬 더 넓은 게임 공간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잠식되어 가는 필드를 수습하지 못했다. 플레이어들은 사냥과 퀘스트, 채집으로 활용될 공간을 다른 플레이어들의 개인적인 편의를 위해 잃게되는 것이다.

이런 필드 하우징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 나온 방법이 정해진 하우징 지역을 설정하는 경우와 다른 차원을 연결하는 방법이다.

쉐도우베인이나 다크폴 같은 게임들은 필드 하우징을 할 수 없는 대신 플레이어들 길드들이 마을을 건설할 수 있었다. 마을 안에 상점을 만들고 도시의 거래량과 시간, 투자 등으로 마을을 개발하고 발전시킨다. 이 방법은 플레이어는 ‘개인이 어디에나 집 지을 자유’를 조금 잃는 대신 게임 공간(필드)를 보존할 수 있다는 면에서 꽤 좋은 대안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플레이어들은 이 ‘필드 보호’를 위해 ‘내 집을 가질 자유’를 잃었다는데 불만스럽다.

누구나 집을 가질 수 있고 필드도 보호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는, ‘다른 차원’은 결정적으로 MMORPG의 항구성(persistence)를 훼손한다. 플레이어들은 다른 플레이어의 집에 방문하기가 쉽지 않고 애써 꾸며 놓은 장식들을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자랑하며 뽐내기도 쉽지 않다. 결정적으로 이 ‘다른 차원’의 집으로 방문하기 위해 데이터 로딩 과정이 있다는 것이 치명적이다. 데이터 로딩을 해야한다는 건 곧 게임에서 연속성을 파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까지 등장한) 하우징의 가장 합리적인 구현은 필드 하우징을 하되 플레이어에게 정해진 지역에만 건설을 하게 하는 절충까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게임 공간을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 플레이어에게 자유로운 하우징을 제공할 수 있다는 면에서 합리적이긴 하지만, 역시 제한된 플레이어만 이 공간을 차지할 수 있다는 면에서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하다. (간혹은 이런 선착순 줄세우기가 게임 플레이어들에게 더 경쟁을 강조하는 요소라고 보기도 한다.)

사실은 이런 문제들로 많은 게임들이 하우징을 지원하겠다고 공언하고는 실제로 구현하지 못하거나 만족스럽지 않게 제공하게 된다. 하우징을 원하는 플레이어들의 소유욕과 (소유욕에서 연결된) 과시욕을 채워주는 것보다 레벨링의 성취감과 경쟁의 승리감을 채워주는 컨텐츠 쪽이 좀 더 효율적인 방향이기 때문이다.

하우징은 결국 MMO 게임의 요소 중 가장 뜨거운 감자라고 할 수 있다. 언젠가는 더 새로운 합리적인 방법이 나타날지 모르지만, 또 언젠간는 하우징이 가장 비효율적인 MMO 게임 요소라고 정리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티마 온라인을 플레이했던 많은 올드 게이머들에게 가장 화려한 추억으로 남는 매력적인 게임 요소이기도 하다.

하우징(Housing)

MMOG의 MMO

1.
MMOG란 Massively Multiplayer Online Game의 줄임이고 최근 우리말로는 ‘다중 접속 온라인 게임’ 정도로 사용하고 있다. ‘다중 접속’이라는 말은 그런데 multi connection이라는 뜻으로 들리기도 하고, 원래의 Multiplayer를 옮겼다고 보기 어렵기도 해서, 난 이 우리말 해석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2.
MMO-라는 단어가 쓰이기 시작한게 2000년 쯤이었는데, 그 전에는 MMPOG(Massively Multi Player Online Game)를 썼더랬고 또 그 전에는 MUD(Multi User Dimension)의 그래픽 버전이라는 뜻으로 MUG(Multi User Graphic)라는 괴상한 단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3.
초창기만 해도, Multiplayer의 multi-는 수백 명 이상의 플레이어를 뜻했다. 2000년 당시 (MMORPG가 아닌) 온라인 게임이라고 하면 주로 퀘이크나 스타크래프트 같은 네트워크 게임이었고 2의 n승 플레이어가 참가하는 2인, 4인, 8인, 16인 정도가 한계였으니까 여기에 비해 수백 명은 엄청난 접속이었다. 사실 MUD의 MU-도 일부 MUD들을 제외하면 수백 명 단위가 기껏이었기도 했다.

4.
그런데 시대가 지나면서 ‘네트워크 게임’들이 16인의 제한을 넘기 시작하는데, 그 대표적인 게임이 다이나믹스(Dynamix)의 부족들(Starsiege: Tribes, 1998)이 32까지 접속할 수 있었고, 속편인 부족들2(Tribes2, 2001)는 64인 플레이어가 접속할 수 있었더랬다. 그리고 사실상 이 접속자 숫자 제한은 이제 붉은 관현악단(Red Orchestra: Ost Front) 같은 게임에서 128명까지 접속할 수 있는 서버도 나오면서 깨지게 된다.

이렇게 되고 보면, Massively Multi-라는 단어는 이제 그 의미가 퇴색하게 됐다고 볼 수 있지 않은가. 더 이상 ‘매우 많은 플레이어가 접속한 공간’이라는 건 MMOG만의 독점적인 구조가 아니라는 뜻이니까. 게다가 ‘매우 많은(massively)’은 명확한 기준이 없는 이상 네트워크 게임들과 중첩되는 부분들이 생기기도 한다.

5.
불과 10년 전, 대마법사(Archmage, 1997)라는 국산 게임이 웹게임(webgame)의 첫 시작을 만든 이후로 웹게임은 꾸준히 발전해서 – 단지 페이지뷰(Page View, PV)를 이용한 광고 모델만으로 서비스하던 것이, 플레이어가 턴을 소모해서 실시간 흉내를 내던 것이 발전해서 – 실제로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게임들이 나오게 되고, 이제 ‘(기술적으로는 아니지만) 동시에 접속해서 게임을 진행하는 것’도 가능해지고 있고 MMO 게임으로 보기도 한다.

6.
MMOG가 가진 가장 큰 특징이라는 세계의 ‘항구성(persistence, 영속성, 지속성)’이라는 것도 처음 MMOG를 정의했던 그 의미에서 많이 변화되고 있기도 하다. 플레이어가 접속을 끊더라도 세상은 존속한다는 의미의 ‘PW(Persistant World)’도 오히려 ‘플레이어가 변화시킨 월드가 다른 플레이어에게 영향을 준다’는 형태로 바뀌어야 하지않나 싶을 때도 있다. (우리말 ‘항구성’은 permanency를 뜻하는 것 같기도 해서 조금 다른듯하기도 하고.)

게다가 부분적으로는 PW를 사용하고 있지만 부분적으로 아닌 게임들은 또 어떻게 정의를 할 것인가도 분명치 않다. 게임은 계속 변화되고 발전하는데 개념들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느낌이다. 처음 정의에서 너무 불분명하게 설정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 생각은 많은데 정리가 안되네…
MMOG의 MMO

대상이 없는 전투 방식

MMORPG에서 정해진 대상만을 선택해서 공격하는 방식이 뭔가 불합리하다는 생각을 했던 건지, 아니면 대상 없이 영역을 공격하는 방식(non-target combat system)이 훨씬 리얼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지 2009년의 화두는 마치 (MO와 함께) 논타겟이라는 식의 이야기가 여기저기 많이 나온다.

사실 논타겟이라면 코난의 시대(Age of Connan)가 이미 있었다. 타겟 창이 있고 타겟을 선택할 수 있지만 공격은 영역 공격이라 활의 궤적 중에 있는 장애물, 다른 NPC 등이 공격을 방해하기도 하고 칼질의 영역 안에 다른 몹들이 있으면 같이 공격을 받던 걸로 기억한다. 문제는 이게 ‘그렇게 대단한 거였나?’ 싶을 정도로 별로 인상적이지 않았다는 것.

논타겟 전투 시스템이라는게 좀 멋져보이기는 해도, 기본적으로 이런 시스템을 사용한다는 건 ‘리얼리티’와 연관돼 있다. “왜 내 칼질에 쟤들은 닿았는데 피해를 입지 않을까”라는 기본적인 생각에서 출발하는 건데, 이 리얼리티를 어디까지 확장할 것이냐가 이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

막말로, 이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은 원초적으로, ‘그럼 플레이어 캐릭터는 왜 영역 안에서 피해를 입지 않는가’라는 딜레마에 봉착하게 된다. 절충선으로 ‘NPC(mob)에는 적용, PC에는 미적용’이라고 한다면 역시나 시스템의 목적에 별로 부합하지 않게 되고, 진삼국무쌍의 학살 게임에나 어울리는 방식이 되는데, 이건 결국 리니지에서 몹몰이를 한다는 소리 밖에 안된다. 그 ‘몰아 맞아야 하는 몹들’은 결국 필드에 바글바글 널려 있어야 한다는 뜻이 되고.

PC까지 범위를 확대하면 코난의 PVP 서버 꼴이 발생한다. FFA(Free For All). 소위 무한 PK라고도 할 수 있는, 같이 파티 사냥을 하는 동료들도 피해를 입게 되고, 수 없는 분쟁과 수 없는 아우성 난장판의 도래.

합리적인 선에서, 몹에만 적용한다고 해도, 이 방식은 MO에서나 가능한 방식이고, MO라는 건 기본적으로 ‘다른 플레이어에게 내 사냥이 방해받지 않음’이나 ‘여러 마리 몹을 전략적으로 사냥하게 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다른 플레이어들과의 상호작용이 크게 감소’한다는 게 단점으로 작용한다.

내가 보는 온라인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옆 플레이어를 구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옆 플레이어가 엄청난 컨트롤 고수라면 감탄하면서 그의 예술적 플레이를 감상할 수 있을테고, 허접스러운 칠랄레 팔랄레 삽질하며 돌아다니는 플레이라면 ‘병신, 저게 뭐하는 짓이야’라며 우월감을 느끼는 그 상황. 이 상황은 사실 PVP가 가능한 시스템에서 ‘저기 다가오는 플레이어가 적인가 아군인가’에서 극대로 발현된다. 서로 긴장하면서 행동을 주시하는 상황. WOW의 필드에서 비선공 성향의 플레이어가 상대 진영의 플레이어를 만났을 때 느끼는 심리적 상황과 같다.

이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플레이어 내적으로 발생하는) 상호작용은 플레이어에게 끊임없이 감정을 발생하게 하고, 온라인 게임 안에서 도전 욕구와 우월감을 제공하면서 (일종의) 중독적인 플레이를 만드는 핵심인데, MO가 되면 이걸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게 된다. 함께 플레이하는 플레이어들은 일반적인 MMORPG의 파티와 같이 ‘아군’이기 때문에 “고수와 함께라면 뭍어가기, 병신과 함께라면 잽싸게 킥(kick out) 또는 짐 덩어리”가 되는 양상이 되어 병신 플레이어는 결국 게임에서 도태된다. (아마 그 ‘병신 플레이어’는 부던한 노력으로 실력을 쌓거나, 계속 민폐를 끼치다가 게임을 관두겠지.)

말하자면 MMORPG에서 논타겟 전투라는 건 일종의 MMO의 기본적인 게임성과 상충하는 디자인이라는 뜻이다. 시스템에 일관적으로 디자인을 하자면 플레이어는 압도적인 공격력으로 몹들을 한 군데 몰아서 사냥하는 방식으로 플레이를 하게 될 것이고, 이렇게 ‘광역 몰이 사냥’을 하는 플레이어들은 서로의 ‘사냥 영역’을 침범받기를 꺼리게 된다. “내 몹 왜 건드리냐”는 분쟁이 발생하게 되고,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려 서로간에 암묵적인 룰이 형성되기 전까지는 계속 분쟁으로 남게 된다. (물론 이것도 플레이어의 내적 갈등을 발생시키기는 하지만, 이 경우는 ‘분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오히려 부정적이다.)

이게 개발의 난이도가 높다 낮다와는 전혀 상관 없이, MMORPG에서 ‘우리 게임의 목표는 리얼리티이고 또한 PVP를 전역으로 가능하게 한다’는 목표가 있다면 꽤 쓸만한 시스템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플레이어들은 ‘(다른 플레이어가) 전투 영역 안에 들어와서 맞는 건 어쩔 수 없다’면서 PK를 변명하게 될테고, 아수라장이 되는 결과가 나타나겠지만. (이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플레이어들이 자체적으로 PK에 대한 제재를 합의할 수 있는 시스템, 즉 게임 공간의 입법 및 사법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건 아직 MMORPG에서 초기 단계로 발도 못 떼고 있다.)

논타겟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는 게임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 플레이어들은 어디까지를 수용해낼 수 있을까 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기는 하다.

대상이 없는 전투 방식

노동이 되어가는 게임 플레이

게임 플레이를 바라보는 여러 가지 시각 중에서 ‘게임은 돈벌이’라는 시각이 있다. 흘러다니는 소문에 ‘내 친구 누구는 어떤 아이템을 팔아서 수백만 원을 벌었다더라’는 이야기들이 있고, 또 흘러다니는 소문에 이런 게임 아이템 장사가 돈이 된다하여 전업으로 나선 사람도 있다면서, 게임 하는게 돈이 된다고 생각하는 거다.

그런데 사실 같은 시간 직장을 다니면서 돈을 버는 것보다는 현격하게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첫 번째로 간과하고 있고, 게임이 노는 것이라는 원래의 의도를 벗어나게 되고 즐거워야할 게임 플레이가 노동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 또 문제다.

플레이어가 게임을 재미있게 즐기는 도중에 생기는 잉여 자원(경제학적 자원이 아니라 게임 요소의 자원)을 다른 플레이어에게 증여하는 건 큰 문제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게임 안에서 게임 플레이어간에도 남는 자원(아이템 등)을 거래할 수 있으니까, 이 교환의 조건에 ‘나 대신 숙제 해주기’라거나 ‘점심 사주기’ 같은 것이 들어갈 수 있는 것처럼 현실의 돈이 자리를 잡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게임 플레이어가 게임 플레이를 노동이라고 보는 시각이다. 카스트로노바고 누구고 게임 외적인 시각에서 게임이 어떻게 해석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는 것이야 그들이 뭐라던, 내가 보기에 게임을 노동으로 만들고 있는데에 가장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건 게임 디자이너라고 생각한다. 플레이어들이 게임 안에서 재화를 쌓는 것이 현실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돈을 버는 것과 비교할 수 있을 만큼 고통스럽고 힘든 작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게임 플레이는 왜 고통이 되는가. 게임에서 게임 요소(contents)를 만드는 작업 시간(기획,프로그램,그래픽 작업 등을 모두 합한 작업 시간)에 비해 플레이어들이 게임 공간 안에서 소모하는 시간이 훨씬 빠르기 때문에 새로운 추가 게임 요소가 도입되기 전까지의 시간을 벌기 위해 플레이어들이 최대한 게임 요소들을 소모하는 시간을 늦추려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어들이 둥지에 입 벌린 새끼 새들처럼 징징대는 걸 원천적으로 막은 게임은 지금까지 없었다.)

그래서 게임 요소들은 굉장히 고난이도의 계단을 반복 시도를 통해 극복하는 형태나 혹은 같은 내용을 계속 반복하는 형태로 만들어지게 되는데, 플레이어들은 이 요소들을 직접 플레이하면서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듯한 좌절을 느끼기도 하고 행동의 당위성을 잃기도 할 뿐 아니라 게임 플레이 목적 자체를 상실하기도 한다.

그런데 어떤 플레이어들이 이런 반복 시도와 시행 착오를 좀 더 쉽게 달성하려고 생각하게 됐고 여기에 현실 가치를 가진 화려한 댓가들을 제시하면서, 공급과 수요가 만들어지고 소위 말하는 아이템 현금 거래 시장이 형성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반복 플레이와 편법을 찾는 플레이어들 사이의 악순환 안에서, 근본적으로 플레이어들이 좀 더 빠르게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반복 플레이 자체를 반복이 아닌 것 처럼 만들 수는 있지 않을까.

반복이 반복이 아닌 것처럼 만드는 방법들은 이미 수십 년 전에 만들어진 무작위화(randomize)와 플레이어들이 만들어내는 게임 요소들이 가장 적절한 해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로그 류(rogue-like) 게임들이 흔히 사용하는 무작위 지도들은 플레이어가 같은 지역을 계속 반복한다는 지루함을 줄여준다는 것이 이미 검증되어 있고 – 3D 공간상의 구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 또 ‘명분을 제시하는 이야기(narrative)’를 무작위화하는 것이 가장 큰 난점이라는 퀘스트의 경우도 플레이어가 다른 플레이어에게 퀘스트를 부여하거나 무작위로 만들어지는 보상들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실제로 플레이어들이 정부를 구성하도록 한 게임도 있고 가상 공간 안에서 직접 게임 요소를 만드는 행위들이 이미 시도된바 있고, 이 작업의 변화와 난이도만 낮출 수 있다면 반복 플레이라는 부작용은 충분히 감쇠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런 작업을 하지 못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한국 게임 산업의 고질적인 ‘벤치마크’에서 만들어진다. 새로운 게임 요소를 만들어서 시장에 도전하는 것을 ‘병신 짓’으로 취급하고 기존에 검증된 게임성이 있으면 ‘일단 우리도 같은 걸 만들어 다리 걸치고 보자’는 식의 산업 환경, 작업자를 만들어내기를 우선할 뿐 ‘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지 못하는 개발자 양성 환경 등으로는 결코 불가능하다.

얼마전 한 게임 개발자 교육 기관에서 공모전에 출품한 게임이 PSP의 한 게임을 표절했던 사건이 있었다. 그 전엔 어떤 교육 기관 출신의 포트폴리오를 보니 ‘학원에서 제공한 라이브러리를 그대로 써서 껍데기만 씌웠다’는 면접관의 폭로도 있던 걸 생각하면, 과연 언제나 가능할까 싶은 생각도 든다.

총 균 쇠‘에서는 잉여 자원을 먹으며 노는 계층이 문화를 발전시킨다는 이야기를 하던데, 아구닥닥 돈벌이에만 급급한 우리 모습에 비추면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다.

노동이 되어가는 게임 플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