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OG의 MMO

1.
MMOG란 Massively Multiplayer Online Game의 줄임이고 최근 우리말로는 ‘다중 접속 온라인 게임’ 정도로 사용하고 있다. ‘다중 접속’이라는 말은 그런데 multi connection이라는 뜻으로 들리기도 하고, 원래의 Multiplayer를 옮겼다고 보기 어렵기도 해서, 난 이 우리말 해석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2.
MMO-라는 단어가 쓰이기 시작한게 2000년 쯤이었는데, 그 전에는 MMPOG(Massively Multi Player Online Game)를 썼더랬고 또 그 전에는 MUD(Multi User Dimension)의 그래픽 버전이라는 뜻으로 MUG(Multi User Graphic)라는 괴상한 단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3.
초창기만 해도, Multiplayer의 multi-는 수백 명 이상의 플레이어를 뜻했다. 2000년 당시 (MMORPG가 아닌) 온라인 게임이라고 하면 주로 퀘이크나 스타크래프트 같은 네트워크 게임이었고 2의 n승 플레이어가 참가하는 2인, 4인, 8인, 16인 정도가 한계였으니까 여기에 비해 수백 명은 엄청난 접속이었다. 사실 MUD의 MU-도 일부 MUD들을 제외하면 수백 명 단위가 기껏이었기도 했다.

4.
그런데 시대가 지나면서 ‘네트워크 게임’들이 16인의 제한을 넘기 시작하는데, 그 대표적인 게임이 다이나믹스(Dynamix)의 부족들(Starsiege: Tribes, 1998)이 32까지 접속할 수 있었고, 속편인 부족들2(Tribes2, 2001)는 64인 플레이어가 접속할 수 있었더랬다. 그리고 사실상 이 접속자 숫자 제한은 이제 붉은 관현악단(Red Orchestra: Ost Front) 같은 게임에서 128명까지 접속할 수 있는 서버도 나오면서 깨지게 된다.

이렇게 되고 보면, Massively Multi-라는 단어는 이제 그 의미가 퇴색하게 됐다고 볼 수 있지 않은가. 더 이상 ‘매우 많은 플레이어가 접속한 공간’이라는 건 MMOG만의 독점적인 구조가 아니라는 뜻이니까. 게다가 ‘매우 많은(massively)’은 명확한 기준이 없는 이상 네트워크 게임들과 중첩되는 부분들이 생기기도 한다.

5.
불과 10년 전, 대마법사(Archmage, 1997)라는 국산 게임이 웹게임(webgame)의 첫 시작을 만든 이후로 웹게임은 꾸준히 발전해서 – 단지 페이지뷰(Page View, PV)를 이용한 광고 모델만으로 서비스하던 것이, 플레이어가 턴을 소모해서 실시간 흉내를 내던 것이 발전해서 – 실제로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게임들이 나오게 되고, 이제 ‘(기술적으로는 아니지만) 동시에 접속해서 게임을 진행하는 것’도 가능해지고 있고 MMO 게임으로 보기도 한다.

6.
MMOG가 가진 가장 큰 특징이라는 세계의 ‘항구성(persistence, 영속성, 지속성)’이라는 것도 처음 MMOG를 정의했던 그 의미에서 많이 변화되고 있기도 하다. 플레이어가 접속을 끊더라도 세상은 존속한다는 의미의 ‘PW(Persistant World)’도 오히려 ‘플레이어가 변화시킨 월드가 다른 플레이어에게 영향을 준다’는 형태로 바뀌어야 하지않나 싶을 때도 있다. (우리말 ‘항구성’은 permanency를 뜻하는 것 같기도 해서 조금 다른듯하기도 하고.)

게다가 부분적으로는 PW를 사용하고 있지만 부분적으로 아닌 게임들은 또 어떻게 정의를 할 것인가도 분명치 않다. 게임은 계속 변화되고 발전하는데 개념들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느낌이다. 처음 정의에서 너무 불분명하게 설정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 생각은 많은데 정리가 안되네…
MMOG의 MMO

세컨드라이프(Second Life)

세컨드라이프가 대행사를 통해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한다. 물론 전부터 한글 지원이 (미약하게나마) 되고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한국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선언격으로 보면 될 것 같다. 그런데 전에 세컨드라이프에 대한 리뷰를 했던 것처럼, 세컨드라이프는 게임이 아니다. 플레이어가 공간 안에서 찾을 수 있는 게임 요소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동기부여도, 목표도, 보상도 없는 단지 공간.

혹자들은 이런 공간을 그래서 SNS(Social Network Service)라고 부르기도 한다. SNS는 쉽게 말하자면 사람들과 공간 안에서 만나서 떠들고 관계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를 말하는데, 세컨드라이프가 그러면 과연 SNS에는 부합할까? 이것도 그렇지 않다. 세컨드라이프의 이용자들은 다른 이용자와 관계하는 것이 다른 어느 서비스에나 있는 기본 기능 만큼만 얻을 수 있고, SNS에 주력하는 싸이월드나 Myspace 같은 ‘관계’를 만들어낼 수 있는 링크가 없다.

이제와서야 세컨드라이프를 이용한다는 건 쉽게 말하면 ‘봉’이 된다고 말하는 게 옳다. 세컨드라이프를 구성하고 있는 컨텐츠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에서 대부분의 이용자들이 소비자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세컨드라이프 공간 안에서 컨텐츠를 만드는 과정은, 그리고 그 컨텐츠가 세컨드라이프 공간 안에서 팔릴 대상이 될 수준이 되려면, WOW에서 레이드 몹 공략을 직접 설계하는 노력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레이드를 뛰는 플레이어의 시간 투자와 ‘노가다’가 아니라 처음 보는 레이드 몹 공략을 설계할 시간 투자와 시행착오, 고민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세컨드라이프의 이용자들은 세컨드라이프 공간을 ‘즐기기 위해서’ 투자를 하고 시작해야 한다. 린든랩에 돈을 주고 머니를 사서 땅 소유자(대부분 부동산 업자)에게 땅을 빌리고(영구적으로 소유할 수 없다) 집 설계도를 사고, 적당한 집의 인테리어, 익스테리어 소품들을 사고나면, 플레이어는 이제 ‘뭘할까’를 고민하게 된다. 처음 시작한 이용자에게 친구가 있을리는 만무하고 친구들을을 만나러 기껏 만든 집을 두고 사람들이 몰리는 장소를 찾아 가야 한다. 어쩌면 이런 투자를 하지 않고 홈리스(homeless)로 사는 게 현명할지도 모른다.

친구들에게 그나마 구색을 갖춘 옷을 입으려면 옷을 사야한다. 사고 나서 그 옷을 입는 것도 쉽지 않지만, 그건 차치하자. 아니 처음에 투자한 돈이 없다면 이용자는 남의 가게 점원으로 아르바이트를 해야할 것이고, 아르바이트는 대개 상점의 부스에 올라서서 시간을 보내면 시간당 몇 달러(실제 돈으로 몇십 원)씩 모을 수 있는 일이다. 매크로로 출근 시간에 컴퓨터를 켜고 나가거나 자는 동안 돌리는 것이 합리적이겠지만 이 전기세를 생각해보면 차라리 머니를 사는게 현명할지도 모른다.

자, 옷과 적당한 밑천을 모았다면 친구를 만나러 가야하는데, 친구를 만나러 가서 할 수 있는 것은 1) 채팅, 2) 채팅, 3) 배회하기라는 선택지가 기본으로 존재한다. 영문판에서는 대화 자체가 영어로 진행되므로 진입 장벽이 있었지만, 한글판이니 한국 사람과 채팅을 할 수 있을 게다. 그런데 사실 세컨드라이프에는 좀 더 성인을 위한 화끈한 컨텐츠가 존재한다. 누드비치(nude beach). 오, 그렇다, 사람들이 홀딱 벗고 해변을 거니는 그 누드비치다.

옷을 벗으려면 누드 스킨이 필요하다. 물론 사야 된다. 역시나 스킨을 사서 교체하는 건 좀 난이도가 높지만 그냥 넘어가자. 누드 스킨까지 구해서 누드비치에서, 한국에서는 못해본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고 하면 그건 개뻥이고 조악한 그래픽으로 누드랍시고 돌아다니는 어설픈 캐릭터들을 볼 뿐이다. 그뿐일까? 오 물론 아니다. 누드만 되는게 아니라 세컨드라이프는 섹스도 된다! 물론 이용자는 섹스에 필요한 캐릭터 애니메이션과 사운드를 사야한다. 파트너를 위해서 셋트로 제공되므로 작업남은 한 셋트만 구입하면 이성 캐릭터와 함께 쓸 수 있다.

세컨드라이프에서 저 ‘사야할 것들’은 전부 이용자들이 만들었다. 물론 처음에 말했던 것처럼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만드는 작업을 직접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저 돈을 주고 사는 쪽이 훨씬 편할 뿐더러, 실제로 저것들을 만들어서 판매한다고 부자가 될 만큼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언론에 나왔던 것처럼 세컨드라이프 안에서 사업을 하느니 어쩌느니 하는 이야기는 세컨드라이프 수십만 이용자 중에서 몇 명일 뿐인 거고, 이건 현실에서 ‘열심히만 일하면 재벌이 될 수 있어’라는 판타지와도 비슷하다.

자, 그래서, 세컨드라이프 한국 서비스가 시작한다고? 이용자들이 저 공간 안에서 뭘 하기를 바라는 거 같은가. 아니, 저 공간 안에 들어가면 친구도 만들 수 있고 가상 섹스도 할 수 있고 어쩌고 하는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설마.

세컨드라이프의 이용자 수와 유통되는 화폐량이 꾸준히 증가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이건 꾸준한 신규 가입자의 증가(낚이는 사람)과 신규 가입자들의 투자에 의한 화폐 유통량 증가를 이야기하는 것 뿐이다. 왜 내가 들어가는 시간마다 사람들이 그렇게 없었을까. 세컨드라이프의 알맹이를 보지는 않고 그저 그들의 PR만 읽고 ‘우왕ㅋ굳ㅋ’하고 있는 기자들의 놀음에 놀아나지 않기를 바란다.

세컨드라이프(Second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