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무, 려권 내라우

트위터에 언급됐던 ‘여권주세요(Paper, Please)’라는 인디 게임의 북조선 문화어판 패러디 버전의 예고 동영상.

이건 예고인데 문장 하나하나가 깨알 같다. 한국 게임계 전체에서 봐서도 큰 의미가 있는 시도. 예고편 마지막의 “북조선 출신만 받습네다”를 보고 졸라 웃었다.

동무, 려권 내라우

Because you’re worthless: the Dark Side of Indie PR

아래의 스팀은 인디 게임을 죽이고 있는가라는 글은 발췌 번역된 내용을 보고 쓴 글인데, 원문을 확인한 결과 느낌이 좀 많이 다르다.

명백하게 원문의 제목과 본문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듯,

But let me talk to you about the dark side of indie public relations a bit.

이 이 글의 핵심인 부분이다.

글의 앞 부분에서는 ‘갑질하는 고객(게이머)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서, 필 피쉬가 한 말이 “우리가 늘상 하는 말을 했다(He said what we were all thinking)”이라면서 도발을 던지지만, 사실 본문은

You are worthless to us.

라는 부분부터다.

왜냐하면, 게임이 $20이던 시절에는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이 고객으로 가치가 있었지만, 지금처럼 스팀이 나온 이후로 스팀이 떼가고 세금 떼가고 하다 보면 객단가(ARPPU)가 $10 이하로 떨어져버린 상황이 되니까 고객 한 명이 한 명으로써의 가치가 없어졌다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게임이 안 깔린다고 해도 틀에 박힌 ‘드라이버 다시 까세요’라는 답변 밖에 할 수 없다는 거지.

So you’ll understand now why customers aren’t worth anything much any more.

이제 내 의견을 덧붙이자면, 게이머들은 원래 시끄럽다. 게임이 이러쿵 저러쿵, 개발자가 병신이라느니, 저 새끼 하는 소리 들어보니 게임 사지 말아야겠다느니 갑질을 한다. 원래 그렇다. 유명한 게이머 커뮤니티의 ‘게임 전문가’들의 의견들은 항상 그렇다. ‘이걸 넣었으면 더 재미있었을 거’라거나 ‘게임이 좆 같다’거나 하는 글이 수두룩빽빽이다. (원문이 게이머들을 까는 이야기라는 의견이 있는데, 이건 게임 업계에서 보자면 변수가 아니라 상수다. 요즘 들어서 심해졌다는게 아니다.)

그런데 게임 개발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모든게 시간(즉, 개발비)으로 환산된다. 이 기능 하나를 넣느냐 마느냐가 개발 기간이 며칠에서 몇 주가 미뤄지는지 치열하게 계산을 해야하는 것이고, 넣고 싶은 거 다 넣다가는 밥을 굶으면서 개발해야되는 상황이 온다.

특히나 인디 게임 개발은 생존의 문제다. 그런 와중에 고객들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게 없이 시끄럽다.

여기서 스팀 이후로 상황이 바뀌었다. 10년 전(2000년대 초반)만 해도 고객은 $20을 지불한 고객으로서의 가치가 있었지만, 이제는 대량 판매와 덤핑, 세일로 $20짜리 게임을 출시해도 실제 객단가는 $5이 안 된다. $20짜리 고객 서비스를 할 수가 없는 거다.

본문의 이야기처럼, 험블번들까지 이야기를 하면 더 골아파진다. 4만 카피는 $0.1에 팔렸다. 이 사람들에게 고객으로서의 대우를 해주는게 불가능해진 거다.

그러니까

Some developers right now are bristling with public-relation-inflating indignation, waiting to burst into my castle in shining white armour championing the cause of their customers, and how they treat their customers like royalty still. But I know, and they know, they’re only doing that because it’s actually yet more Dark Side of Public Relations. It’s a lie.

이게 ‘PR의 어두운 면(Dark Side of Public Relations)’라는 거다.

You can yell about how important you are into the black hole if you like. No-one cares.

고객들이 아무리 스스로가 소중하다고, 그렇게 대우를 해달라고 외쳐도, 그렇게 들을 수가 없는 거다.

Does anyone think we wanted it to happen this way? Seriously?

우리가 이런 상황을 만들고 싶었던 거라고 생각하면 안 되는 거지.

시대가 그렇게 되어버린 거다.

You are worthless to us.

고객은 이제 없다.

원문을 읽으니 왠지 슬퍼지는 느낌이다.

Because you’re worthless: the Dark Side of Indie PR

스팀은 인디 게임을 죽이고 있는가

한 인디 게임 개발자가 트윗했다는 내용으로 스팀과 인디게임 번들은 인디게임씬을 어떻게 붕괴시켰는가라는 트윗타래가 올라와서 트위터에 화제가 되고 있다.

먼저 확실히 정리를 할 것이라면, ‘인디’는 게임 업계에서 여전히 명확히 정의되지 않은 단어이다. 일반적으로 영화나 음악 쪽에서는 ‘외부의 자본이 투입되지 않(간섭 받지 않)’고 제작된 영화나 음악을 말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게임의 경우는 인디를 표방하고 있으면서 퍼블리시를 하는 경우도 자주 있고, 투자를 받지 못해 인디(와 같은) 상태로 있는 경우, 애초에 받을 생각이 없는 경우가 혼재해 있다.

트윗타래에서 언급하는 ‘박리다매’ 형태의 스팀 세일이나 험블 번들 이야기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진행되던 이야기이다. RPS에서 Interview: Klei’s Anderson Talks Upside Of EA’s “Indies”(한국어 기사 번역)라는 인터뷰가 나왔던 시점에도 이미 번들링에 대해서 문제를 지적했고 (인터뷰에서 앤더슨은 별로 나쁘게 말하고 있지 않다) 이 문제는 저 때 불이 붙어 계속 지속되는 이야기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볼 문제는, ‘인디 게임’이라는 개념이 과연 언제부터 이렇게 대중적이 되었느냐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트윗타래의 저 개발자는 “2000년대 초반때만 해도 일반적인 피씨 패키지 게임은 $20에 팔렸다”고 말하고, 사실이지만, 판매량에서 지금 판매량의 1/10은 되었을까. 본문의 이야기처럼 $20이던 시절과 $10이던 시절을 이야기해도, 스팀이 없었다면 ‘인디 게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몰랐을 소비자가 대부분이 아닌가.

스팀이 초창기에 IGF 수상작들을 스팀에 올리던 시절만 해도, 대부분의 게이머는 인디 게임이 뭔지도 몰랐고 흥미로운 게임을 발견해도 어떻게 구매할지를 몰랐던 시절이었다. 스팀은 말하자면 인디 게임의 거의 유일한 제도권 판매 창구였다. GOG나 Gamersgate 같은 사이트에서 인디 게임이 올라왔을지도 모르지만, 아니면 또 어떤 창구들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시장 지배력이 다른데 판매량이 어땠겠나. (올라왔는지도 몰랐을 정도로 ‘아오안’이었다는 뜻이다.)

말하자면 지금은 아이폰 앱 시장이 열렸던 시절처럼 인디 게임 시장에서 ‘골드러시가 터진 한참 뒤 상황’이다. 많은 개발자들이 인디 게임에 환상을 가지고 달려들었고, 덕분에 새롭고 훌륭한 게임들도 나타났지만 또 반대로 그저 그런 게임들도 쏟아지고 있다. 스팀 그린라이트를 통해서 스팀에 등록이 되기만 하면 대박이 날 것 같은 기분으로 달려들고는 있지만, 대형 퍼블리셔들의 AAA 게임들과 동일 선상에서 매대에 올려 있는 상황이면 소규모 개발사의 게임은 무엇으로 경쟁을 해야하는가.

참신한 컨셉 & 아이디어, 퀄리티, 아니면 가격. 처음엔 앞의 것들이 메리트가 되겠지만 결국엔 시간이 갈수록 가격이다. 그리고 논란이 되는 90% 세일 이야기는 특히, 스팀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75% 세일의 경우 매출이 1470%가 증가한다, 5500%가 증가한다는 이야기는 뭐였을까.

트윗타래의 QC 비용에 대한 부분, 확인할 수가 없다. 얼마나 많은 전화와 이메일 문의를 받아야하고 해결해줘야 하는지, 그 비용이 (시간 환산에 따르겠지만) 얼마나 되는지는 추정이 불가능하다. 애초에 인디 게임을 알아도 살 수가 없던 시절의 $20짜리 게임과 매일 400만~700만 명이 플레이하고 구매하는 시장에서 $1짜리 게임의 판매량이 단지 20배만 차이가 날까?

물론 $20에 만 장 팔아서 받는 전화보다는 $1에 20만 장 팔아서 받는 전화가 많겠지. 그런데 스팀에서 사 놓고 한 시간도 안하는 비율이 50%라는 통계는 어떻게 봐야할까. QC 업무량이 산술적으로 20배 증가했을까?

험블번들… 글쎄다. 험블 번들이 애초에 게임을 파는 창구였는지 난 잘 모르겠다. 게임도 팔고 기부도 하자는 취지 아니었나? 클레이처럼 EA에 엮여서 올라갔던게 아니면 험블번들에 올리는 건 특히나 선택인데, 왜 험블번들에서 팔면 “4만 장에 장당 10센트”라는 이야기를 징징댔을까 의문이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

“$5도 안되는 스팀 게임 사는 소위 말하는 customer라고 불리는 놈들아. You’re worthless to us. Fuck you.”

라고 말해야 했을까?

스팀은 인디 게임을 죽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