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발견한 부분유료화

지금은 비공개가 된 한 블로그의 대형 피트니스 체인에 대한 이야기를 보다가 아래의 부분을 발견했다.

이런 ‘무료에 가까운 이용료(평생회원권) + 추가결제유도(PT)’ 영업방식은 오늘날 게임업계의 과금모델 ‘가챠(뽑기)’를 연상시킨다. 리니지시절 유료서비스 게임들의 과금방식은 매월 일정한 금액의 이용료 (29,700)를 납부하는 유저만 접속(입장)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대의 모바일 게임들은 게임 이용자체는 무료로 풀어놓아 접근성을 높여놓는다. 그러나 접속해보면 무료유저가 할 수 있는 것은 몹시 제한적이다. 게임의 원활한 진행과 비교우위를 접하기 위해선 때마다 추가금을 결제하고 유료 아이템을 뽑는 ‘가챠’ 방식의 과금으로 다들 돈을 벌고 있다. 회원수에 따라 수익이 비례하는게 아니라 몇몇 헤비유저(과금러)들에게서 무한정 돈을 뽑아내는 방식, 이로인한 수익의 극대화. 대형 체인들의 비정상적인 수익구조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8년씩이나 영업을 해올 수 있었던 비결이다.”

대형피트니스 체인들의 몰락과 변화(2)

게임에서 흔히 말하는 부분유료화(Freemium)는 ‘일단 모객부터 한 후 나중에 수익화’하는 방식이라고 말하면 쉬운데, 피트니스 사업을 설명하면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정말 상당히 비슷하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 방식은 사실 어디에나 적용된다.

이를테면, 대형 마트의 전단지도 같은 방식으로 성립한다고 볼 수 있다. 저가 한정 이벤트 같은 미끼 상품으로 모객을 하고, 준비한 아주 소량의 미끼가 떨어지고 난 고객은 매장을 배회하면서 높은 확률로 (정가에 판매하는) 다른 물건들을 산다. 일단 마트에 들어온 순간 (온 김에) 뭐든 사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무료에 가까운 이용료 + 추가 결제유도를 통한, ‘일단 모객 후 유료화’라는 방식은 고객의 구매 의지를 ‘만들어 내야만 한다’는 것이 있다. 현대 자본주의의 기본 모델인 ‘고객에게 필요(need)를 만들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이건 그냥 당연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광고를 통해서 게임에 접속하게 하고, 또 게임 플레이 과정을 통해서 구매 필요를 느끼게 해서, 욕구를 발동시키고, 그걸 다시 행동으로 연결시키는 일련의 복잡한 과정이 수익화라는 한 단어로 정리 된다.

그리고 이런 수익화의 방식을 연구해서 정형화하고 그걸 노하우로 만드는 것이 요즘 게임 비즈니스의 핵심이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 모델은 ‘많이 모아야 한다’는 것이 단점이다. 전체 사용자가 백만 명이라고 해도, 그 중에 구매 사용자는 약 2~3%이고, 그 중에서 소위 ‘고래(whale)’라고 부르는 큰 손(big spender)들은 거기서 다시 10% 이하의 사람들이다. 그리하여 전체 매출의 반 쯤을 이 큰 손들이 유지하는데, 이건 백만 명을 모았을 때, 천 명 정도의 큰 손들이 월 수천만 원을 쓰면서 매출을 유지해주는 것이라는 말이다.

즉, 이 모델을 축소하면, 사용자가 십만 정도 모였을 때는 백 명 쯤 되거나 할 거라는 소리고, 그 사람들이 구매 의지를 가질지는 미지수가 된다. 일단 십만도 안 모였다면, 그렇게 쓸 능력을 가진 사람을 못 찾는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게다가 이것도 정교한 수익 모델을 구축해서 이런 경쟁적 소비 구조를 만들어 냈을 때의 이야기이다.

보통의 작은 회사들이나 소기업들은 이 분야에 대한 경험이나 전문적인 노하우 같은 것이 없기 때문에, 그저 남들이 구축해 놓은 시스템을 보고 흉내내는 정도에 그치기 때문에, 만 중에 하나 확률로 대박을 쳐 수백만 사용자가 모였다고 해도 이런 매출을 만들어 내는게 쉽지 않다. 그제서야 뒤늦게 전문가를 영입해 설계를 적용해도 이미 LTV(Life Time Value)는 뚝 떨어져 있게 마련이고, 이제부터라도 매출을 만들어 내는 것은 더 쉽지 않다.

그러니, 작은 회사들은 작은 회사에 맞는 사업 모델을 만드는 쪽이 낫다고 본다. 물론 대충 본 흉내로 가챠를 도입하고 수익 모델을 설계하고 할 수 있겠지만, 이 쪽에 공을 들이는 공력으로 차라리 게임을 더 재미있게 만드는 쪽이 더 가치 있지 않나, 난 그런 생각을 한다.

게임성을 확보해서 확실하게 구매 매력이 있는 모델 하나를 판매하는 쪽이, 객단가(ARPU)가 더 높은 것이 아닌가 하는 말이다.

가성비가 좋은 게임

  • 경고: 이 글은 꼰대이즘으로 보일 수 있음.

게임의 과거를 생각해보면, 거기엔 ‘재미있는 게임과 재미없는 게임’만 있었다고 회상한다. 그러던 것이 ‘게임이 노동이 되는 시대’를 거치며 이제 돈을 벌 수 있는 게임이라는 인식이 생기게 됐고, 이제는 ‘가성비가 좋은 게임’이라는 개념이 형성되기 시작한듯 하다. (사실 게임 만이 아니라 모든 영역에 해당하고 있다.)

‘가성비가 좋은 게임’의 정의는 대체로 이렇게 파악된다. 투입하는 돈/시간이 상대적으로 적고, 그에 비해서 재미가 있거나 돈이 회수가 되는 게임이다. ‘상대적으로’라는 말은 알다시피 비교우위적인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선택할 수 있는 게임의 수가 ‘최신 게임’이라는 카테고리를 한다고해도 수백 개는 될테니, 그 중에 돈이 적게 들고 (무료가 가장 우선순위가 높겠지) 오랫동안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게임이 된다.

덕분에 최근 3~4년 동안 게임(뿐만이 아니라 인터넷) 업계의 중요한 화두 중의 하나가 ‘Freemium’이 됐다. 앱을 다운로드하는데는 무료고, 게임을 하면 할수록 돈을 쓸 필요를 느끼게 하는 ‘기법’이 중요하게 다루어지기 시작했고, 관련해서 국내외 게임개발 커뮤니티에 많은 정보들이 올라오고 있다.

사실 물건이라는 것은 구매욕구(사고 싶다/사기 싫다)에 의해서 구매하는 것이고, 여기에 지불 능력과 ‘구매희망자가 가지는 가치 > 가격’이면 구매 행위가 발생하게 된다. 물론 가격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지불 능력이 충분하다고 가정할 때는 가격보다 가치가 더 비중이 높게 되는 법이다. 하지만 이건 이상적인 과정이겠고, 현실의 문제라면, 구매력을 가진 소비자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부분이다.

그래서 이제 선택이 두 가지로 좁혀지고 있다. 1) 구매력이 약한 소비자에게 구매 자극을 촉진시켜서 구매하게 한다는 것과 2) 구매력이 약한 소비자는 버리고 큰손(일반 용어로는 VIP, 업계 용어로 ‘고래’)들만 상대하는 것이다. 사게 만들지 못할 바에는 아예 3) 플레이어 자체를 상품으로 만드는 방법을 써버린다.

결국 이제 게임은 공짜인 것이 되었는데, 이게 게임회사가 이렇게 만들었느냐 하면 그건 전적으로 게임회사의 잘못 만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 내가 인터뷰에도 이야기를 했지만, 장기적인 불황의 여파로 이제 불황이 아니라 저소득+고실업률인 상태가 일상인 상태가 됐기 때문이다.

구매력이 10년 전, 20년 전에 비해서 현저하게 줄어 들었고 게임에 돈 쓸 여유자체가 없어져버린 거다. 잘 나가다가 불황이 닥쳤을 때는 게임이 잘 됐지만, 어제도 불황이고 오늘도 불황이고 원래 불황인데 게임할 돈이 나도 너도 부모님도 없는 상태니까, 아무리 불황산업이라도 안 되는 거 아닐까 그렇다.

결국 게임을 소비하는 소비층은 더 이상 재밌어서 돈을 쓰지 않게 됐다. 주변을 돌아보면 ‘게임에 절대로 돈을 쓰지 않는다’는 계층이나 무과금을 일종의 자존심 혹은 게임회사와의 싸움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마치 게임에 돈을 쓰면 지는 것이 됐다. 그래서 결국 한국의 게임들은 ‘고래 위주의 게임’들이 주류를 이루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는 어쩌면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현대 자본주의의 구조 자체가 필요에 의한 구매에 기대서는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게 만들어야 산다. 어느 지점에 어떻게 사게 만들 것인지를 정교하게 연구하고, 플레이어의 심리를 조종하고 압박을 가해서 구매 저항에 승리하는 수 밖에 없다. (고전 산업들에서는 이를 ‘마케팅’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여기서 생각할 지점이 발생한다.

많은 게임들이 ‘소비자와의 싸움’에서 승리하고 있고, 많은 돈을 벌고 있는데, 이게 과연 옳은가? 이런 분위기가 게임 회사(자본)와 종사자(노동자)의 이해가 합치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인가, 의사에는 반하지만 그렇게 만들 수 밖에 없는 상태인가?

흔히 이야기되는 것처럼 ‘윤리적 소비’나 ‘윤리적 경영’에 빗대어서, ‘윤리적 게임 개발’이라는 것은 단언코 불가능한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