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배틀프론트

난 레드 오케스트라(Red Orchestra) 같은 리얼리즘 계열의 FPS를 좋아한다. 가능하면 게임이 (현실이 될 수는 없지만) 현실 같은 느낌을 좋아해서, 총을 쏘는 게임들에서도 캐주얼하게 묘사되는 카운터스트라이크(Counter Strike) 류로 이어지는 스타일 보다는 전장을 현실적으로 묘사하는 게임들을 좋아한다. 그런 면에서 기존 배틀필드(Battlefield) 시리즈의 러쉬(rush) 모드처럼 진격하고 진격을 저지하고 그런 스타일, 수십 명이 함께 전선을 구축하는 그런 스타일을 특히 좋아했다.

스타워즈 배틀프론트는 거기에 상당히 부합하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스타워즈의 세계관이 ‘현실적’이라는 말과 어울리지는 않겠지만, 스타워즈의 세계에서 전투가 벌어진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상상하는 그런 이미지, 영화 속에서 스톰트루퍼(Stormtrooper)와 저항군(Rebel)들이 싸운다면 이럴 것이다 하는 상상이 그대로 게임 안에서 묘사되고 있다.

사실 광선총이 있는 시대라면 자동 조준도 그와 같이 발달하지 않겠나 싶기도 하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중요하지 않다, 눈 앞에 제다이가 광선검을 들고 (말 그대로) 날아오고 있고 달랑 총 한 자루 든 보병으로서 내가 할 일은 그냥 최대한 쏘다가 죽는 거다. 남은 내 동료들이 제다이를 처치하고 이 전투를 이길 거라고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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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프론트의 백미라면 워커 어설트(Walker Assault) 모드다. 앞에 언급한 배틀필드 시리즈의 러쉬 모드를 이제 완성형에 가깝게 발전시킨 느낌인데, 한 발 한 발 멀리서 거대한 AT-AT가 걸어오고 있고 저걸 막지 못하면 아군은 끝장이라는 느낌. 그런 압도감. 이를 막기 위해서 아군의 폭격기(A-Wing)가 오도록 타겟을 잡아줘야 하고, 폭격기가 AT-AT의 방어막를 이온 어뢰로 잠시 다운시켜 놓으면 화력을 집중해서 지상에서 저격해야 한다. 밀린다고 해도 두 번의 기회는 더 있지만, 이 두 번 안에 쓰러뜨리지 못하면 진짜 끝난다. 그런 긴장감과 절박함.

이런 전장에서 개인의 전투력은 그 의미가 매우 작아진다. 혼자서 수십 킬을 하면서 스코어를 올린다고 해도 그건 게임의 승리와 관계 없을 경우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고, 전장 단위가 되면 개인의 화력보다는 전술 무기들의 효과가 더 크기 때문이다. 보병 학살자라고 부르는 AT-ST 같은 것이나 맵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터렛, 벙커들을 활용해서 전선을 밀고 전체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는 게 중요해진다.

배틀프론트는 이런 전장의 느낌이 정말 잘 표현되어 있다. 붉은 광선(총알)이 쏟아지는 속에서 고고히 혼자 녹색의 광선검을 든 루크 스카이워커를 보는 공포감, 멀리서 걸어오는 전차(AT-ST), 포탑에서 날아오는 커다란 광선, 폭발, 킬러 드로이드… 그리고 하얀 설원.

배틀프론트는 기존에 스타워즈가 만들어낸 프랜차이즈 게임들 중에서 단연 최고의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스타워즈 속의 전쟁이 어떤지 거의 완벽한 묘사에 성공했다.

병사로 전쟁터에서 죽이고 죽다가 우연히 찾아오는 영웅이 되는 기회를 얻으면 잠시 제다이가 될 수도 있다. 수십 미터를 점프해 돌진하고 적의 총알을 광선검으로 튕겨내면서 아군 보병들의 진격을 지휘한다. 제다이가 나타나면 보병들은 당연하게 그를 따라 전진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든 게임의 구조 설계는 정말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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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스타워즈 시리즈의 6편, <제다이의 귀환(Return of the Jedi)>에서 나왔던 숲 속의 전투(엔도 전투)를 배경으로 하는 맵에서는 이게 진짜 영화구나 싶은 수준. 영화 속에서 대충 스피더 씬으로 넘어갔던 숲 속 진격 장면을 게임에서 거의 완벽하게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기존의 배틀필드식 하드코어한 컨트롤이 아니라 매우 쉽고 간략하게 익숙해지도록 만든 것은 최고다. 게이머가 아닌 스타워즈 팬이 ‘아 스타워즈 게임이라 관심은 가는데…’라고 할 때 바로 시작해도 딱 적응할 수 있는 컨트롤. EA의 판매 목표가 1천만 장~1천 3백만 장이라더니 그게 헛소리가 아니다.

게임의 악평 중 대부분은 게임이 나쁘다가 아니라 맵의 수가 너무 적다 것이다.

지금 그게 문제가 되나!?

스타워즈 배틀프론트

전투에 대한 단상

최근 블러드본(Bloodborne)이 나와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데 반해서, 나는 왠지 전투 방식이나 게임의 진행이 마음에 들지 않아 험담을 좀 늘어 놓았다. 특히 ‘전투가 리얼하지 않아서 불만’이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한 이가 ‘블러드본 전투 리얼하다’고 이야기를 해서 이것저것 생각을 좀 해봤다.

난 일본식 콘솔 게임, 특히 캡콤으로 대표되는 스타일의 게임 방식이 이 방식의 근간이라고 생각하는데, 데블 메이 크라이(Devil May Cry) 시리즈라든지 귀무자(Onimusha) 시리즈라든지, 그 게임성이 그대로 이어진 베요네타(Bayonetta) 시리즈, 그리고 최근의 다크소울(Dark Soul) 시리즈와 블러드본까지 관통하는 전투 방식이 있다. 2~4 단계로 이어지는 연속된 공격 동작과 회피(구르기 & 점프).

이런 전투 방식은 전투의 기본적인 동작인 방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피격했을 때 피해가 일부 감소하는 방어력의 개념은 있지만, 적의 공격을 막거나 튕겨내거나 받아치는 동작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난 이 방식이 리얼하지 않다는 이야기인데.

그래서, 이 전투 방식의 ‘흐름’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생각을 해봤는데, 이게 아마도 2D 플랫포머를 눕혀놓은 것이 아닌가 생각에 이르렀다. 말하자면, 현대 1인칭 슈터(FPS: First Person Shooter)의 첫 시작인 울펜슈타인(Wolfenstein 3D)이 미국식 2D 슈터를 옆으로 눕힌 것이라고 생각하면, 일본식 플랫포머의 궁극형인 캐슬바니아(Castlevania)를 옆으로 눕힌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캐슬바니아라고 대표한, 2D 플랫포머에서는 막기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맞으면 그냥 죽거나 HP가 감소하는 것이다. 플레이어는 공격하고 적의 공격을 점프하거나 다른 레인(lane)으로 이동함으로써 적의 공격을 피한다. 따라서 플레이어에게는 ‘사정거리(공격)’와 ‘피하기(점프)’가 전투의 유일한 옵션이다.

다시 블러드본으로 돌아와서, 전투는 그대로 사정거리와 피하기(구르기) 뿐이다. 막고 되치거나 상대 공격의 빈 틈을 노리는 상황은 없다. 공격은 일정한 연속 동작으로만 이루어지고 이 공격의 궤적에 걸리면 무조건 맞은 것으로 간주된다.

리얼리티가 높은 전투라고 하면 예를 들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게임으로는 장미전쟁(War of the Roses)이 있겠다. 공격은 휘두르는 방향을 정할 수 있고, 이 공격 동작은 애니메이션의 상태에 따라서 피해가 들어가는 정도가 다르다. 말하자면 휘두르는 동작에 시작-타점-마무리가 있고 시작과 마무리 동작에는 피해가 없거나 약하다. 상대의 공격은 칼로 막거나 방패로 막을 수 있고, 공격의 거리가 나오지 않으면 시작 동작에서 동작이 끊기기도 한다. 창을 든 적에게는 거리를 좁힘으로써 유리점을 가질 수 있고, 마찬가지로 큰 도끼의 경우도 날 부분으로만 맞지 않으면 된다. 거리, 방향 외에도 다양한 선택이 발생한다. 콘솔에서 이런 유사한 전투를 구현했던 경우는 (많이 단순화됐지만) 검호 시리즈가 비슷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복잡한 개념을 젹용하면 대중적이지 못하다는 업계의 전통적인 관념이 있어서, 잘 시도가 되지는 않는 느낌이다. 내 취향이 문제인 것이겠지만.

어쨌거나 그래서 난 블러드본의 저 전투가 너무 밋밋하다.

전투에 대한 단상

요즘 다이노스가 승승장구하는 걸 보면서 오랫만에 야구에 푸욱 빠졌더니, 야구 게임이 갑자기 또 당겨서 MLB 2K12를 꺼냈다. 작년 초에 사서 마이플레이어를 좀 키우다가 말았던 게임이었다.

알다시피 마이플레이어는 기본적으로 자기 캐릭터를 하나 만들고 AA리그에서 AAA리그를 거쳐 메이저리그로 들어가 커리어를 쌓는 방식이다. 야수를 선택하면 수비 포지션에 따라 그 수비 위치로 날아오는 공을 잡아 대처하는 방식이고, 타순에는 타격하고 그렇다. 난 삼진 잡는 맛이 꽤 좋아서 마무리 투수를 선택해서 하고 있다.

상황의 종류에 따라서 스킬들이 투수 능력, 타자 능력, 수비 능력, 주루 능력으로 나뉘어 있고, 해당 분야에서 성과를 내면 보상 점수(Skill Point)를 50~100점 정도 받아 계열 능력에 투자해 점점 성장하는 그런 시스템으로 되어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투수라는게 공을 던지고 나면 1루 커버를 해야하는 등 수비도 해야하고 또 특히 MLB의 내셔널리그는 투수가 타석에서 공도 쳐야 한다. 하지만 공을 던지는 기회는 투수니까 늘상 있지만 수비라든지 타격이라든지는 기회가 그렇게 자주 오지 않을 뿐 아니라, 기본적으로 능력치도 낮은 상태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능력 포인트(SP)를 얻기가 쉽지 않다.

결국 잘 하는 능력에는 계속 보상을 받아 성장을 시킬 수 있고, 원래 못 하는 능력에는 애초에 보상을 받을 기회도 적고 성공할 확률도 낮기 때문에 보상을 받을 수가 없다. 여기서 문득 생각이 들었다.

일반적인 다른 게임에서, 특히 FPS를 생각해보자, ‘잘 하는 플레이어’는 전체 플레이어의 10~20% 정도라고 볼 수 있을 것인데. 그러면 잘 하는 플레이어는 상대를 쏴 죽이면서 잘 했다고 계속 보상을 받고 성취감 만족감을 느끼며 플레이를 할 수 있겠지만, 못 하는 플레이어 혹은 일반적인 플레이어라면 이 성취감을 얻고 보상을 얻는 부분을 얼마나  체감할 수 있을 것인가. RPG의 경우라고 하면 플레이어들은 정해진 루트를 따라감으로써 완료 보상만으로 되어 있지만, FPS나 대전형 게임에서는 전혀 그렇지가 않다.

말하자면 게임 시스템 전체의 보상 체계가 상위 그룹을 위주로 돌아가고 있지 않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러면 이 시스템을 어떻게 해야 전체 플레이어가 모두 만족스럽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나. 성취의 빈도가 잦은 플레이어와 드문 플레이어의 밸런스.

생각해볼 문제다.

FPS를 중심으로 한 경쟁 게임의 점수 기록 문제

대전형 게임 방식이 최근 온라인 게임의 흐름이라는 걸 생각하면 이제 플레이어들의 게임 점수를 어떻게 기록할 지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다. 가장 대표적인 대전형 게임인 FPS를 놓고 볼 때, 이제 평가 방법이 단순히 승률(=승리/게임수)만으로 될 수 없다는 것이고, 다양해진 게임 방식에 일률적으로 15년 전에 만든 킬데스 비율(K/D)을 여전히 아무 수정 없이 쓰고 있다는 것도 큰 문제라, 뭔가 다른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하면서 이 글을 시작했다.

점수 기록의 문제

FPS에서 점수를 기록하기 시작한 것은 그 기원이 참 애매하다. 그 시작을 종말(Doom)의 데스매치(Death Match, DM)에서 봐야하는지 그 이후에 본격 대중화된 팀데스매치(Team Death Match, TDM) MOD들에서 봐야하는지, 어쨌든 대충 95~6년에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는듯하다. (이런 자료 조사는 안했으니 대충 시기만 이해하고 넘어가자.)

이 ‘킬 = 득점’ 개념이 생기기 시작한 이후로, 게임 방식에서 플레이어의 직접적인 승리 연관 행동(킬)에만 점수를 평가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는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그 중 대표적으로 TDM에서 개인 플레이가 횡행하게 됐다. 팀의 승리를 기록하지 않으므로 플레이어들은 자신이 피를 다 깎아 놓은 적을 다른 플레이어가 마무리해서 득점을 가로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게임 안에서 분쟁이 일어나게 된다. 왜 내가 잡을 수 있는 적을 같이 쏘느냐부터 시작해서.

그러다보니 최대 피해를 주거나 죽기 직전 일정 시간 이내에 킬에 기여한 플레이어들은 모두 도움(assist) 점수를 주거나 하는 방법으로 이를 개선하려고 했는데, 이건 마치 축구의 어시스트 같은 형태였다. 문제는 이를 ‘N킬 M데스 L어시스트’ 형태로 표시하다 보니 어시스트는 있으나 마나가 됐고 오히려 ‘양념칠만 하고 다니는 바보’ 같은 느낌이 되었달까.

실제로 최근 진화된 형태의 TDM 게임들은 플레이어들에게 클래스 형태로 역할을 나누고 있으면서도 이 전통 방식을 그대로 사용하여, RPG로 친다면 힐러 같은 명백한 도우미 클래스야 도움 많은게 자랑이 되겠지만, 화력지원이나 버프 같은 능력 들에 대해서는 평가가 안된다는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최근 유행하는 전설 리그(League of Legends, LOL)가 그렇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

사실 카운터스트라이크 같은 클래스가 없는 대전형 TDM 게임이라면야 도움 정도까지만 기록해주는 것으로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FPS도 ‘모든 게임의 RPG화라는 흐름’에 따라 본격적으로 클래스 형태를 도입하게 되는데 저격 개념과 돌격 개념이 분리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클래스가 다양하게 만들어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즉 플레이어들에게 팀플레이라는 걸 요구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예고된 문제였지만, 플레이어들은 현재 상태에서 가장 합리적인 해결 방법을 찾는다는 걸 감안하면, 이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게임의 규칙을 바꾸는 방법 뿐이고, 이 규칙들 중에서 플레이어에게 동기 부여하는 가장 큰 부분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의 시도에서 팀포트리스2(Team Fortress 2)의 점수 계산법도 나름 참고할만한 부분인기는 하지만, 이 전에 미군(America’s Army)은 더 효과적인 형태를 만들었다. 현실 군대에서 보병의 제 1 목적은 목표 달성이고 제 2 목적이 생존이라는 걸 은유하는 방식으로 만들면서 기존 FPS들의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른 플레이어를 공격하는 행위는 ‘교전수칙(Rules of Engagement)’ 위반으로 게임중 쌓을 수 있는 점수보다 훨씬 높은 패널티를 부과하고 이게 일정 점수를 넘으면 방에서 강퇴시킨다. 게다가 이것들이 반복되면 게임에서 플레이어를 영창에 가둬버려 영구 추방 효과를 준다. 그래서 플레이어는 게임 안에서 사선(line of fire)에 들어온 상대가 아군인지 적군인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고, 이에 적응하는 것이 상당한 난이도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런 예를 볼 때, 앞서 제시한 ‘동기 부여 부분을 바꿔야 한다, 즉 점수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은 더 큰 설득력을 갖는다. 점수를 개선하면 플레이어들의 행태가 달라지는 여러 게임들의 사례를 더 확인해보자.

참고할만한 채점 방법들

– 미군(America’s Army)
AA의 경우는 훌륭한 채점 방식이기는 했지만, 이 게임이 사실 게임보다는 시뮬레이션에 가까워 ‘납득’할 뿐이지 일반적인 플레이어들의 게임내 성과를 채점하는 기본 룰이 되기에는 부족하다. 이 방법의 가장 큰, 결정적인 문제점은, 생존 점수가 매우 높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이 맵 구석 은밀한 곳에 짱박히려고 하는 본능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미션을 누가 끝내던 생존 점수를 높게 받기 때문이다.

– AVA
AVA는 반격(Counter Strike, CS)와 같은 전통적인 TDM 게임 방식에 ‘분대장’ 개념을 추가했고, 분대장이 망원경으로 적 병사를 체크한 상태에서 팀원이 그 적을 킬하면 분대장과 해당 팀원이 공동으로 점수를 획득하게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분대장의 역할을 매우 중요하게 만들어주는 대신 이 분대장을 게임 계급 최고자에 부여함으로써 많은 문제를 야기시키게 된다. 채점 방식의 문제를 보완하는 다른 장치들이 추가로 필요하게 되었던 것.

이 것 외에도 목표 달성시 팀 전체에 공동 승리 보상을 준다는 것은 협동에 더 집중하게 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고, 특히 전차 호위와 같은 모드(mode)에서는 플레이어들의 전차 수리 점수를 좀 더 높게 주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효과적인 룰이기도 했다. 또한 수비 팀의 경우라면 수리중인 적을 킬하는 쪽에 추가 점수를 줄 수도 있을텐데 싶다.

하지만 이런 다양한 시도들에 불구하고 여전히 K/D를 S/D라는 개념으로 바꾸기만 했을 뿐 큰 차이를 가지는 것은 아니라 K/D가 가지는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 붉은 합주단(Red Orchestra)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들의 1차 목적은 생존이 아니라 목표 달성이고 자기 진영 군의 공동 승리를 추구하게 되어 있으므로, 각 플레이어들의 죽음(D)을 기록하지 않고 킬 점수만 기록한다. 죽음을 신경쓰지 말고 달려 나가라는 뜻. 여기에 또한 게임 시스템의 기본 승리 조건이 ‘시간 내에 목표 달성’을 하거나 ‘적 부대를 괴멸 시키’거나 이므로, 최대한 효과적으로 킬 점수를 올리는 방향으로 게임 플레이가 진행된다. 그리고 이 방법은 오히려 전체적인 팀플레이의 몰입과 생존의 중요성을 밸런스하고 있다. 다만 한 라운드에 보통 20~30분이 소요되는 이 방식이 요즘 주류를 이루는 ‘빠르게 시작하고 빠르게 결론 내기’에 어울리지 않을 뿐.

– 망나니 중대(Battle Field: Bad Company 2)

이 게임은 전통적인 K/D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어들이 ‘미친듯이’ 돌격하는 플레이 행태를 보이는데, 이를 가능하게 했던 것은 점수(score)라는 별도의 개념이 있기 때문이다. 각 게임에 약 20~30분이 걸리는 하드코어한 형태임에도 불구학고, 플레이어들은 라운드와 상관 없이 매 라운드에 팀에 도움이 되도록 열심히 활동한다. 이는 각자의 캐릭터에 기록되는 뱃지와 점수가 따로 존재하기 때문으로 현재 진행중인 라운드의 최종 승패 뿐만 아니라 킬 점수, 어시스트 점수, 깃발 획득, 점령 등 모든 게임 요소에 ‘열심히’ 참가하도록 독려한다.

누군가가 킬 점수에만 열중하여 짱박혀 저격질을 할 때의 기여도가 일반 TDM 게임에 비해 매우 높기도 할 뿐 아니라, 16 vs 16 정도의 게임에서 한두 플레이어의 이런 이기적인 행위가 전체에 영향을 크게 미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게다가 명확하게 전선이 그어지는 구조와 각 클래스의 역할도 적절히 배합되어 있다.

이 게임에서 가장 눈여겨볼 시스템은 ‘구원 점수(savior score)’와 어시스트이다. A 플레이어가 B 플레이어를 공격하는 도중에 C 플레이어가 A 플레이어를 킬할 경우 C는 B를 살린 구원 점수를 얻게 된다. 만약 공격중인 A를 도운 D 플레이어가 있다면 (A는 죽었으므로) D가 킬 점수를 얻고 A는 어시스트를 얻는다. 전체 HP 중에서 A가 기여한 정도가 얼마나 되느냐에 상관 없이 B가 죽기 X초 이내에 데미지를 가한 모든 플레이어가 얻는 것으로 보인다.

합리적 대안

최근 FPS의 TDM은 갈수록 RPG와 같은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현대전을 배경으로 각 플레이어들이 역할을 나누고 자기 역할에 충실하면서 공동의 승리를 위해 기여하는 형태 뿐만 아니라, 심지어 환타지를 배경으로 하는 게임들로 발전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전사, 마법사, 성직자, 도적 같은 클래스들이 존재하게 될 것이고 이들의 행동을 어떻게 판정할 것인가 생각해 봐야 한다.

게임이 이들의 행동 하나 하나에 ‘좋은 행동’과 ‘나쁜 행동’을 명확하게 판단해 평가할수록 플레이어들의 게임내 행동은 ‘공동 승리’를 위해 기여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MMORPG에서 여러 플레이어가 하나의 몹을 공격해서 어떻게 경험치를 분배받느냐의 고민과 같은 부분으로 연결된다.

그런 면에서 최근 TF2나 BF:BC2 같은 게임 이후에 대두된 ‘달성도(achievement)’는 좀 더 적극적으로 게임중 평가 수단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힐러들의 힐 점수, 어시스트, 백스탭, 목표 달성에 대한 기여도 같은 것들은 이미 계산되고 있지만 점수로 표시되지 않는다. 얼마나 자신의 역할을 잘 했는지 평가 받고 이 역할들을 하는 것이 팀에 얼마나 도움됐는지 자랑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힐러 클래스가 힐만 열심히 했을 때, 킬만 열심히 한 전사와 동등하게 평가 받아야 한다. 정찰병이 적을 많이 발견해 보고할수록 높은 점수를 얻어야 하고, 암살자가 적의 주요 인물(기여도가 높은 인물)을 암살하면 더 높은 점수를 획득해야 한다. 암살자가 잠수중인 플레이어를 파밍하나 전장을 휩쓸며 아군을 학살하는 전사를 암살하나 같은 점수라면 어느 누가 손쉬운 점수를 얻을 방법을 마다할까.

경쟁 게임에서 점수는 세분화되고 올바르게 평가될수록 플레이어들에게 ‘행위의 명분’을 제공한다. 지금과 같이 킬 점수 하나만으로 평가되는 게임 시스템에서는 플레이어가 킬 점수를 얻기위해 이기적으로 플레이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결국 플레이어들이 게임 안에서 협동하게 만들려면 협동해야하는 이유와 명분을 제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FPS를 중심으로 한 경쟁 게임의 점수 기록 문제

2007-2008 FPS들

2007~2008 시즌에 공개된 FPS들의 큰 흐름은, 이전에 오퍼레이션7 리뷰에서 언급했듯, 각 회사들이 다양한 FPS의 형태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에 서든어택까지만 해도 전형적인 카운터스트라이크의 아류로만 일색이던 시장에서 최근과 같은 다양성이 두드러지는 시기는 없었다. 물론 바이탈사인이나 아웃포스트 같은, 기존에 국내에 선보인적 없는 신선한 게임도 있기는 했지만, 별로 자체의 완성도 면에서나 시장의 반응에서나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고 게이머들의 뇌리에서도 사실상 잊혀져서 가끔 언급될 때 ‘아 나도 해본 적 있다’는 식의 반응만 나왔더랬다.

그런데 요즘은 분위기가 좀 다르다. 일단 FPS가 붐을 조성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나 같은 FPS 안에서도 서로를 차별화하려는 움직임들이 나오게 되는 것이, 이제는 좀 풍성한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게다가 쏟아붓는 마케팅의 홍수만 봐도 ‘이제 시장의 대세는 MMORPG에서 FPS로 넘어간 건가’하는 착각까지 들 정도. 그래서 최근(2007년 이후) 나온 FPS 게임들을 대충 하나씩 흘끗 보기로 했다.

  • 스팅(Sting, YNK)

각종 게임쇼나 웹진에서 소스 엔진으로 만들었다며 ‘이렇게 장애물들을 굴릴 수도 있습니다’ 뭐 이러면서 물리 엔진을 자랑했던 게임인데, 최근 게임에 기본적인 물리나 랙돌(Ragdoll: 물리 엔진으로 인체의 쓰러짐을 표현하는 기술)이 안들어간 게임 찾기도 힘들어서 ‘이게 과연 장점인가’ 싶기도 했지만, 국산 게임에는 아직 이게 제대로 들어간 걸 찾기가 손에 꼽으므로 “장점은 장점이다”로 인정. 하지만 카운터스트라이크에서 큰 차이를 가지고 있지 못하고, 결국 서든어택과 ‘같은 게임성’으로 들이받아야 한다는 것에서 사실상 시장에서 논외가 되어가는 분위기. 남북한 군대가 등장한다는 걸로 다들 후덜덜 했는데 국보법이나 심의에서 큰 문제가 없었나보다. ;P

  • 2War(시온소프트/프리챌)

국산 게임으로는 드물게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게임이 등장했다고 FPS 매니아 커뮤니티에서 이만저만 기대가 아니었는데, 실상 클로즈 베타 – 오픈 베타를 거치면서 드러난 게임은 ‘이게 뭥미!’하는 수준. 2차 대전이기는 한데 개발팀에서 DOD를 너무 심하게 했던 걸까 징집영장(Call of Duty) 시리즈를 너무 심하게 했던 걸까 갈팡질팡하는 듯한 컨셉 불명확한 게임성으로 FPS 매니아 커뮤니티에서 까이고, 2차 대전 밀리터리 매니아들에게도 까이는 묘한 상황이 연출됐다. 게다가 사실성과는 5만 광년 쯤 떨어진 그래픽에서 제대로 크리티컬. 그리고 여기에 개발팀의 대거 이탈 등 불안한 소문까지 돌고 있어 앞날이 깜깜하다.

  • 랜드매스(Landmass, 웨이포인트)

메카닉 FPS라고 처음에는 대대적인 홍보를 했지만, 알고보니 메카닉이라기에는 너무 조촐한 강화 장갑? 수준으로 사람이 뛰어다니나 별 차이가 없는 게임이었다. 게다가 화기나 전반적인 게임(레벨) 분위기도 기존 FPS에서 별로 큰 차이를 드러내지 못해 ‘이게 뭥미!’ 하게 된 게임. 애초에 메카닉이라고 마케팅 포인트를 잡질 말던가, 메카닉이라고 잡았으면 좀 더 메카니컬한 뭔가를 보여주던가 했어야 했지만 그렇지를 못했다. 결국 SF 분위기만 나는 갑옷을 입고 하는 카운터스트라이크가 되어버려 차별화에도 실패.

  • 울프팀(Wolf team, 소프트닉스)

기존 건즈(Gunz Online)의 시장을 타겟으로 잡고 만든건가 싶을 정도로 괴작인데, 하프라이프2 MOD로 유행했던 여러가지 변신이나 변형류 (주로 뱀파이어나 좀비 같은 것들이 대표적인) MOD에서 착안한 것 같다. 플레이어는 처음에 총질을 시작하다가 여차하면 늑대로 변신해서 달려들어 인간을 발톱으로 긁어 죽일 수 있고, 늑대로 변신을 하면 벽을 타거나 하는 등의 고난이도? 테크닉을 부릴 수 있다. 건즈에서 플레이어들이 칼로 벽을 찍으면서 벽타기 컨트롤 등을 선보이는데, 그런 걸 염두에 두고 만든게 아닐까 싶지만, 이게 애초에 AVP(Alien Vs Predator)에서 에일리언 같은 360도 벽타기가 되는 건 아니고 좀 애매하다는 것도 요상하다.

최근 들어서 나오는 울프팀 플레이 동영상들을 보면 서든어택의 클랜전(각종 금지금지금지 룰)과 같은 1:1 대결 같은 특이한 방식의 유저 룰을 만들어서 게임을 하기도 하는 걸 보면, 플레이어들이 나름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는 면에서 그들만의 커뮤니티로 이끌고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 컴뱃암즈(Combat Arms, 두빅 엔터테인먼트/넥슨)

최근에 등장한 가장 알 수 없는 개념으로 ‘멀티웨폰’이라는 걸 표방했는데, 소총을 두 자루 들고 다닌다는 것 자체가 좀 어이없기도 했지만 저격수가 소총까지 들고 다니면 저격수를 뭘로 잡으라는 건지 알 수 없는 상황. 클래스 개념을 완전히 무시하고 개개인의 플레이어를 ‘(축구의)멀티플레이어’가 되도록 강제하는 시스템이라, 플레이어들은 별로 협동이라는 개념 보다는 각자 생존의 형태로 움직일 수 밖에 없다. 이런 시스템에서는 고수 한 명이면 혼자 싹쓸이도 가능한 형태가 되어버리므로 플레이어들의 줄서기나 고수들의 팀원 개무시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도 별로 특이한 상황은 아니다.

뿐만 아니라, 컴뱃암즈가 미국에 직접 가서 녹음해왔다는 실총 사운드도, 오히려 실총의 사운드일지는 모르지만 게임적인 사운드는 아니라서 귀에 거슬리기까지 하는 지경이라 돈 발라서 헛짓한 대표적인 또 하나의 사례로 기록되기에 충분하다. 실총 사운드인지 모델건 사운드인지 AVA나 심지어는 서든어택 같은 게임들의 사운드가 오히려 게임에 어울린다는 건, “돈 왜 썼냐” 싶은 수준. 솔직히 카운터스트라이크는 그런 헛짓 안해도 사운드 훌륭하다는 게 정평 아닌가.

  • 오퍼레이션7(Operation 7, Park ESM/Mgame)

다른 모든 게임들이 ‘카운터스트라이크+something’으로 게임성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을 때 의외로 트루컴뱃엘리트(TCE, 트컴엘)과 같은 리얼리티 계열 FPS에서 컨셉을 가져왔다는 면에서 FPS 매니아들의 호평을 받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에서 보자면 그렇게 엄청난 반향이 일어날 것 같지는 않기도 하다. 소위 서든어택이나 스페셜포스의 온라인 캐주얼 FPS 플레이어들이 과연 가늠자와 빼꼼샷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이냐 하는 건 제껴 두고라도 복잡한 맵에서 헤메다가 ‘봇’으로 불리게나 될듯한 상황. 뭔가 컨셉을 좀 더 캐주얼한 방향으로 수정하면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게임이 되어버릴 것이고 그렇다고 이대로 가면 또 미묘한 상황이라 진퇴양란. 게다가 오퍼7 자체가 가지는 몇 가지 한계가 있어서 이런 것들을 어떻게 타개 해 나갈지를 보는 것도 흥미로울듯 하다. 제발 그래픽은 수정하고 오픈베타를 들어가길 바랐는데 좀 성급한듯. 22일부터 오픈베타라고 공지하기 시작했다.

  • 아바(AVA, 레드덕/네오위즈)

근미래의 유럽에서 유럽연합(EU)군과 신러시아연방(NRF)군의 충돌이라는 면에서나 특수부대가 아니라 정규군이라는 면에서 나름 특색있는 배경과 언리얼 엔진을 사용해서 꽤 훌륭한 그래픽을 보이고 있고, 여러가지 게임적인 장치들이 훌륭해서 2007년 올해의 FPS로 꼽아도 손색없는 게임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다만 ‘언리얼 엔진을 발로 썼냐’거나 ‘밸런스는 어디로 해먹었냐’는 등의 직설적인 논평들이 쏟아지지만, 일단 그래픽이 반은 먹고 들어가주니 시장에서 반응도 그리 나쁘지는 않은 편.

동접 수가 증가하는 속도를 보면 이게 애매해서 과연 서든의 유저들이 빠진 것이냐 서든, 스포 外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냐가 미묘하다. 다만 여러가지 아바의 게임성이 너무 ‘안정적으로 가자’는 분위기라서 “잘 만들기는 했는데 뭔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는 것. 조금 더 자기 색깔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게임이었다면 더 좋았지 않나 하는 정도.

  • 여기서 언급하지 않은 게임이 좀 있지만, ‘거들떠 볼 필요도 없다’는 정도로 생각해 주시기를.
2007-2008 FPS들

온라인 FPS ‘커뮤니티’

온라인 FPS에서 계급이라는 요소를 집어넣은 것은 플레이어들이 계급을 마치 레벨로 인식하기 때문이었다. 말하자면 오래 플레이를 하면 계급(레벨)이 올라가고 높은 계급은 고레벨이라는 인식으로 전달되므로, 플레이어들이 소위 ‘미친 듯’ 플레이를 할 거라는 예상. 그리고 이 예상은 적중해서, 현재 서든어택 같은 게임들에서 ‘나 계급이 대위다’ ‘소령이다’ 하는 식으로 자랑되는 것도 그렇고, 아바 같은 최신의 게임도 같은 맥락에서 플레이어들이 계급을 보고 실력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걸 보면 꽤 성공한 요소다.

그런데 계급으로 발생하는 부차적인 문제들을 보면, 조금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계급은 마치 한국 군 조직의 부조리를 모사하기 위해 만든 시스템인듯하게 보이기도 하는데, 플레이어는 실력이 좋든 나쁘든 게임 수로 누적되는 경험치를 통해서 계급을 올릴 수 있다. 좋은 장교든 나쁜 장교든, 장교는 장교인 거다. 그래서 높은 계급을 가진 플레이어는 맵의 구석 구석에 잘 짱박혀 점수를 챙기는 행동을 하는게 실력이라고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같은 행동을 낮은 계급이 했을 때는 ‘캠핑’이고 “움직여라 쇼키야!”라는 욕지거리가 쏟아진다. 뭔가 이상하다.

덕분에 플레이어의 계급이 높은 플레이어들은 좀 더 많은 경험치와 좀 더 좋은 전우(?)를 확보하기 위해서 다른 계급 높은 플레이어가 있는 쪽으로 ‘줄서기’가 발생하게 된다. 아무 생각 없이, 혹은 ‘계급은 실력이 아니야’라고 굳게 믿고 있는 우직한 플레이어들은 온갖 고레벨 플레이어들의 꽁수에 관광당하고 게임에서 짜증을 내게 된다. “아 저기서도 보이나보네” “아 얍실한 플레이다”.

사실은 고레벨 플레이어들이 이렇게 줄서기를 하는데 또 하나의 요소가 있다면, 그건 킬/데스 비율이다. 동료 플레이어에 앞서 코너를 틀거나 위험 지역에 뛰어드는 희생적인 행동은 그냥 ‘죽음을 자초하는 바보짓’이지 뭣도 아니다. 맨 앞에서 코너를 돌다 마주친 적 플레이어와 난사를 겨루다가 소위 ‘개피’를 만들고 죽은 플레이어는 그냥 ‘삽질’한 것이지 팀을 위한 희생 같은 것이 아닌 거다.

이 두 요소 덕분에 플레이어들은 매우 ‘전략적인(?)’ 판단을 하게 된다. 1) 적이 총구를 겨누고 ‘쪼고’ 있는 접전 지역은 웬만하면 뛰어들지 않는다. 가능하면 ‘쪼는’ 쪽이지 ‘쪼는 곳으로 뛰어드는’ 쪽은 되지 않는다. 2) 가능하면 좋은 위치를 알고 있는 고레벨 플레이어와 함께 다닌다. 3) 만약 내가 ‘개피’가 되면, 구석에 숨어서 다른 플레이어가 ‘개피로 만든 적’을 줏어 먹으러 다닌다.

이런 문제는 공격과 수비로 구성되는 카운터스트라이크식 폭탄 설치 맵에서 여실하게 드러난다. 수비쪽은 절대 적에게 나가지 않고 시간이 가든지 말든지 자리를 지키고 (나처럼 성질 급한 플레이어들은 개돌해서 죽고 팀원들에게 욕 먹는다) 공격쪽은 최대한 몰려다니면서 약한 곳을 뚫는다. 이러다 보니 나름대로 밸런스가 잡혀서 수비팀은 잘 쪼는게 실력, 공격팀은 잘 몰려다니는 게 실력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사실 이런 문제가 현실적인 맵 형태를 가지는 아메리카스아미(AA)나 인서전시 같은 게임에서는 조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된다. 수비팀에서 ‘쪼고’ 있을 곳이 너무 많아서, 팀원 수로 모든 지역을 커버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어느 한 곳이 뚫리면, 뒤로 돌아온 적에게 ‘똥침(뒤치기)’을 맞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비팀도 쪼고있는 긴장감이 대단하다.

게다가 목표를 달성하는 쪽의 점수가 훨씬 높고, 상대 플레이어를 죽이는 것은 점수가 별로 높지 않도록 되어 있어 플레이어는 상대를 죽이러 다니기보다 목표를 성취하려고 하는 경향이 높아진다. AA는 상대를 전멸시켜도 승리 점수를 받지만, 목적을 달성하면 받는 점수가 킬로 받는 점수보다 높고, 인서전시의 경우에는 상대 플레이어를 죽인 것이 화면에 표시되지도 않는다. (하긴 심지어는 ‘너무 리얼해서’ 내가 상대를 죽였는지도 잘 모를 때가 많다.)

게다가 최근 나온 팀포트리스2나 콜오브듀티4의 경우에는 다른 플레이어가 ‘개피로 만든’ 플레이어를 사살했을 경우, ‘개피로 만든 플레이어도 1점, 마무리한 플레이어도 1점’씩을 받는다. 팀포트리스2는 ‘어시스트’도 1점으로, 콜오브듀티4도 킬과 별도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킬과 동등하게 점수를 계산한다. 플레이어들은 그래서 직접 죽이지 못해도 최대한 자신이 팀에 기여한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계급과 K/D, 과연 긍정적인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어쨌든, 여러가지 대안은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에는 1) 역할 분담에 의한 협동과 2) 클래스별 점수 체계 분리가 그 답안을 제시할 열쇠가 아닌가 싶다. 그런 면에서 팀포트리스2는 좋은 사례 연구가 될 것이다.

온라인 FPS ‘커뮤니티’

한국 FPS 시장에 카운터스트라이크가 미친 악영향

넥슨의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이하 카스, 카스온)이 내일(12월 20일) 클베를 시작한다고, 온 사방군데 광고가 뜨기 시작했다. 그런데 나는 문득 이 광고들을 보고, 아니 사실은 카운터스트라이크 소스도 아니고 1.6을 온라인으로 만든다는 뉴스를 접하고 ‘카스의 망령’이 떠올랐다. “아니 카운터스트라이크 1.6이라면 내가 7년 전 ㅇㅇ소프트에 있을 때 마케팅하던 그 카스 1.0이 아닌가!”

1998년 하프라이프가 시장에 나오고 나서 ‘올해의 게임’으로 뽑히는 등의 파란이 있었고, 몇 개월 뒤 공개된 하프라이프 MOD 카운터스트라이크 1.0은 이후 7.0까지 버전업이 된 후 밸브에 흡수되었다. 이어 2000년 시에라온라인에서 정식 패키지 버전 카운터스트라이크 1.0을 발매하게 되는데, 그 1.0이 1.1, 1.2를 거쳐서 1.6까지 개선된 것이 오늘날의 1.6, 소위 ‘쩜육’이다.

당대를 풍미한, 이 게임은 2002년 쯤 국내에도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지만, 밸브가 스팀이라는 온라인 퍼블리싱 시스템을 만들면서 국내 PC방과 과금 체계 등으로 문제를 일으키자 이 기회를 틈타 스페셜포스라는 게임이 나타나 뒤를 잇게 된다. 스페셜포스는 쩜육과 거의 같은 내용으로 만들어졌지만 그래픽이 매우 조악했고 당시 FPS 수준에서 볼 때 별로 주목받기 힘든 게임이었다. 하지만 PC방 관련 협회들은 우리 힘을 무시하냐며 ‘국내 실정을 무시하는 카스는 이제 PC방에서 못한다, 우리는 스페셜포스를 공식 게임으로 후원하겠다’며 PC방 손님들에게 노골적으로 권하기 시작했고, 2003년쯤 ‘대세’를 타기 시작했다.

하지만 화무십일홍이라던가 이런 대세 분위기도 잠시, 스페셜포스도 국내에서 인기를 좀 끌기 시작하자 두 퍼블리셔 사이에서 분쟁이 발생했고, 마치 프리스타일의 경우처럼 양쪽으로 갈리게 되는 일이 발생한다. 이 틈을 타서 지금까지 대세를 타는 ‘서든어택’이 명함을 디밀기 시작했고 주춤거린 스페셜포스를 떠난 플레이어들이 ‘그래픽이 조금 나아진 스페셜포스’인 서든어택으로 몰리게 된다.

하지만 두 게임은 모두 카운터스트라이크를 베이스로 하고 있는 게임이라, 카스식의 플레이를 그대로 지원하고 있을 뿐 전혀 시스템적인 개선이라던가 ‘폭파’이외의 새로운 게임 방식을 고려하지는 않았다. 형만한 아우가 없다더니, 그나마 카스는 패키지 1.0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인질 구출이나 VIP 호위, 탈출 같은 다양한 게임 방식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게다가 카스 이후에 만들어진 점령(배틀필드1942)이라던가 전차 호위(울펜슈타인ET) 같은 신선하고 획기적인 방식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웃기게도, ‘Fire in the hole’이라는 구멍에 수류탄 던지며 외치는 이 문장이 카스로 인해서, 마치 ‘무조건 수류탄을 던지면 Fire in the hole’이라는 양 잘못 전달되기까지 했다. 사실 ‘Fire in the hole’은 광산 갱도에서 폭약이 폭발하거나 참호 같은 좁은 곳에서 폭발물이 터지는 걸 주변에 경고하는 말이지, 수류탄을 전질 때는 ‘throwing granade’라던가 ‘frag out’ 같은 좀 더 일반적인 문장이 사용되는데도. (그래서 최근 ‘전방 수류탄’이라던가 ‘수류탄 투척’ 같은 표현이 사용되는게 그나마 다행이기는 하다. 이 내용은 위키피디아에서 ‘fire in the hole’로 검색해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어쨌든 이런 덕분에, 한국 FPS는 ‘닥치고 폭파(폭설)’ 스타일이 정착되게 됐고, 최근에 아바에서 전차 호위를 따라하면서 국내에는 처음 소개됐다는 듯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게 됐다. 물론 그랬거나 말았거나 플레이어들은 여전히 폭탄 설치(폭설) 게임을 더 많이 즐기고 있지만.

이런 역사를 만든 쩜육이, 1998년에 나왔던 카스쩜육이, 카스온으로 2007년 부활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해당 담당자는 ‘자신있다’며 쪽지를 날려왔지만, 난 이렇게 카스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것이 두렵다. 지난 10년간 FPS의 발전을 한 큐에 원점으로 되돌리는 카스온의 등장이 과연 한국 FPS 시장에 바람직한 것일까. 자랑스레 ‘새로운 기획이 많다’며 이야기를 해준 분께 ‘쩜육 온라인이라니!’라고 흥분했지만, 시장성의 면에서 카스온이 실패할 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다. 동남아시아에 여전히 대세를 이루는 쩜육, 그리고 중국의 수십만 동접자를 생각해보면 카스온은 성공할 것이다. 그래서 난 굉장히 걱정하고 있다.

  • 소스: 하프라이프2 엔진을 기반으로 하는 게임들. 이후 소스가 엔진으로 독립한다.
  • 폭파: 정해진 위치에 폭탄 설치(폭설)를 해서 폭파시키거나 설치한 상대의 폭탄을 시간 내에 해체해야 한다.
  • 인질 구출: 테러리스트들은 몇 명의 인질을 데리고 있고, CT는 인질을 구출해서 데려와야 한다.
  • VIP호위: 플레이어 중 한 사람이 VIP가 되고 VIP가 죽으면 게임이 끝난다. 목적지까지 탈출하기.
  • 탈출: 정해진 목표 지점까지 한 사람이라도 도달하면 된다.
  • 점령: 정해진 지역을 일정 시간 점거하면 아군 지역으로 바뀌고, 맵 전체를 아군 지역으로 바꾸거나 일정 점수를 획득하면 승리한다.
  • 전차 호위: 전차를 파괴하는 쪽과 파괴당한 전차를 수리하며 전진시키는 쪽으로 나뉘고, 전차가 목적지에 도달하면 승리한다.
한국 FPS 시장에 카운터스트라이크가 미친 악영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