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미디어의 변화와 게임

지디넷에 올라온 “WP의 베조스 효과…”격식 깨고 기술 입혔다라는 기사를 읽는 중에 제프 베조스의 이런 발언 이야기가 나왔다.

“그 동안 우린 상대적으로 소수 독자를 확보한 뒤 독자 한 명당 많은 돈을 버는 방식으로 해왔다. 하지만 앞으론 많은 독자들을 기반으로 독자 1인당 적은 돈을 벌어들이는 방식을 택할 필요가 있다.”
– 제프 베조스(Jeffrey Preston “Jeff” Bezos)

게임으로 돌아와서 생각해 보면 어떤가. ‘그 동안 우린 상대적으로 소수 게이머를 확보한 뒤 게이머 한 명당 많은 돈을 버는 방식으로 해왔다’라고 바꿔도 문제가 없지 않은가. 이 구조를 바꾸는데는 (현재의 내가 보기에)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한듯 하다.

  1. 고객 확보 비용
  2. 대중적 콘텐츠
  3. 맞춤 전략

게임도 뉴스와 마찬가지로 고객 확보 비용에서 유사한 문제를 가지고 있어 보인다. 일단 게임을 시작하게 하는데 뉴스는 페이스북 등의 바이럴 링크를 활용하고 있고, 게임은 주로 미디어 광고나 바이럴을 활용하고 있는게 약간 다른 부분이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비슷하다고 본다. 또한 콘텐츠의 대중적인 접근성(뉴스 기사의 수준 vs 게임의 난이도 등) 면에서도 유사한 부분이 있다.

기사의 ‘고객 참여 깔대기 원칙’ 중 깔대기 상층(우연한 방문자)의 매출 구조는 광고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이들은 방문했다가 지나가는 고객이므로 현재 지불 의사를 가지고 있는 고객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이 콘텐츠에 매력을 느끼고 ‘정기 방문자’ 이상으로 이동하게 될 때는 구매 가능성을 가진 진짜 고객이 된다. 그러면 여기서부터는 광고의 비중이 낮아질 것이다. 그리고 낮춰줘도 되지 않을까.

여기서 문제는 이 고객이 ‘우연한 방문자’인지 ‘정기 방문자가 첫 방문자’인지 어떻게 알아낼 것인가 하는 것이다. 즉 이 고객의 행동 패턴을 분류하고 이전 모델(분석 결과에 유사한 모델)에서 ‘정기 방문자가 된 고객’들에 합치된다는 걸 빠르게 판단하고, 거기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핵심 임무를 제대로 유지하고 있는 한 가볍게 처리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 댄 케니디(Dan Kennedy)

종합해서 생각해보면, 고객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접근했을 때 기본적으로 광고 모델을 적용해서 콘텐츠를 제공하지만, 이 고객이 어떤 고객인지를 빨리 분석해서 하층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거나 이동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를 판단하는 것이 ‘첫 구매’를 용이하게 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고, 고객이 살 의지를 가질만한 제품을 빠르게 분석해서 제공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업계의 모든 통계를 봤을 때, ‘한 번 산 고객은 다시 산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일단 ‘첫 구매’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뜻이다.

미디어 전체가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게임은 어떻게 바뀌어야할 것인가. 그런 생각으로 이어진다.

소비자 조종

지난주 당신은 캐나다 몬트리올행 비행기표를 구매했다. 항공사 사이트에서 요율표를 확인한 당신은 좀더 나은 조건의 티켓을 찾으려고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다시 처음 방문한 항공사 사이트로 돌아왔다. 놀랍게도 그사이 티켓값이 올랐다. 당신은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서둘러 티켓을 구입했다.

당신은 속았다.

당신이 처음 방문한 사이트는 당신 컴퓨터의 IP 주소를 저장해두거나 인터넷 내비게이터에 쿠키를 남겨둔다. 이를 통해 당신이 어떤 사이트를 방문했는지 추적해 잠재적 고객임을 파악한다. 모든 면에서 당신은 여행을 몹시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원하는 티켓을 확인하러 다시 첫 번째 사이트를 방문하니 그 사이트는 당신이 누구인지 알아보고 티켓값을 올려 당신이 구매를 완료하도록 이끈다.

욕조에서 낚시하기, 자크 낭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3.06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하는 사용자의 소비 성향 분석은 이제 막 개발되고 있는 분야가 아니라, 이미 적용되고 있는 분야이고, 이런 ‘조종(manifulation)’은 소비자 프로파일링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협력식 필터링(Collaborative Filtering)’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다양한 이름이 있지만 기본 목적은 같다.

쓰려는 소비자에게 더 많이 쓰게 하는 것이다.

전에 내가 가챠라든지 랜덤 박스의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 사람들이 눈에 보이는 가챠와 랜덤박스에 ‘극딜’을 하고 있는데 사실은 뒤쪽에 있는 개인화가 더 큰 문제라고 이야기했던 것이 이 이야기였다. 심리학과 통계 등에 기반한 이 기술은 정말 강력하다. 일단 돈을 쓴 소비자는 아주 약간의 조작만으로로 추가 구매의 의사를 갖게 되고, 무언가를 사려고 이리저리 살피고 다니는 경우도 약간의 가격 조정을 해주면 구매 결정을 하게 할 수 있다.

옛날에는 이런 기술들이 라이프해킹(life hacking)이라고 불리기도 했고 한국에는 ‘설득의 기술’ ‘설득의 심리학’ 같은 이름으로 대화 기법이나 영업 기법으로 사용했고 그 바닥에서만 전수되어 왔는데 – 이것도 역시 심리적인 오류나 경향성을 이용한다 – 온라인 시대가 되면서 대규모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이런 기술들이 점차 많은 사이트로 퍼져나가고 있다.

이런 방법을 쓰는게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는 조금 복잡하다. 1)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이 이윤 추구를 위해서 불법이 아닌 것만 하지 않으면 되지 않냐는 관점도 옳고, 2) 사람의 심리를 이렇게 조종하는게 어찌 옳을 수 있냐는 관점도 옳다.

기본적으로 1)은 시스템의 문제다. 이를 제동할 장치 자체가 현재 없기 때문이고, 이런 방법들을 추구하는 것은 이미 ‘마케팅’이라는 이름으로 오래 전부터 해왔던 것이 온라인으로 옮겨졌을 뿐이다. 늘 이야기하지만 과잉생산의 시대에 소비자의 필요(need)가 아니라 욕구(want)를 자극해서 물건을 사게 하는 것이 최근에서야 심해진 것인가. 2)는 도덕과 윤리의 개념이다. 점차 도덕과 윤리에 대한 선이 낮아지거나 사라지고 있는 현대 사회에 이런 의견이 합의될 수 있는가, 난 불가능하다고 본다.

이미 주도권은 자본의 손으로 넘어갔고, 이걸 막는 것은 어렵다. 자본 간의 경쟁에서 이런 ‘기술’을 쓰지 않으면 경쟁에서 밀려나게될 것이고, 쓴다면 그 도의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리고 심지어 한국에서는 이런 기술들을 공부하는 마케터도 거의 없어 보인다, 아직은 괜찮을듯.

그들의 수익은 어디서 나올까

얼마 전 페이스북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광고를 보았다. 연락을 하면 와서 차를 픽업해 가져가고 손세차를 해다가 다시 돌려다 놓는다는 모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야 비는 시간에 앱만 꾹꾹 누르면 세차를 해서 가져온다니 얼마나 편하겠나 싶은데, 기존 손세차 가격과 동일하게 받는다고 하는 것을 보고 좀 슬퍼졌다.

새로운 비즈니스라는게 대체로 비슷하다. 우버로 시작된 택시 중계 서비스도 택시 운전자의 임금에 대한 부분은 전혀 고려되어 있지 않고, 요즘 유행하는 배달 앱들도 배달 음식의 가격에는 차이가 없지만 그 안에 수수료가 포함되어 있는 방식이다.

어쨌거나 서비스 공급자의 입장에서는 기존 사업 모델과 비교해서 비교 우위를 가지려고 한다면 최소한 가격이 동일해야 하므로 이를 어쩔 수 없어 보이기도 하는데, 이 서비스가 기존 서비스에 일종의 기생하는 사업이라는 것이 문제겠다.

대표적으로 배달 앱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배달 앱이 있다고 해서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소비자가 크게 증가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배달 음식이라는 것이 소비자들의 생활 패턴에 의해서 주문해 먹고는 하는 것인데, 원래 안 먹던 사람들이 배달 앱이 있다고 갑자기 주문해서 먹거나 할리는 없는 거다. 배달을 해 먹어야겠다는 순간에 배달 앱으로 편하게 주문을 한다는 것이지.

그런데 여기에서 전에는 없던 수수료가 끼어든다. 배달앱을 통해 주문이 들어올 때 이들 업체가 내야 하는 수수료는 건당 6.6~17.6%에 달한다는데, 이 수수료는 원래 음식 가격 외에 붙었어야 하는 금액이지만, 음식 값을 올릴 수는 없으니 이익에서 까여 나가게 된다. 그러면 어떻게 되나, 당연히 음식점은 수익보존을 위해서 음식의 질을 낮추거나 양을 줄이게 될 수 밖에 없다. 그게 아니면 저 뉴스처럼 싸워야 하고.

예의 손세차를 생각해도 문제는 비슷할 거다. 차를 픽업하러 오고 다시 가져다 놓는 운전자의 인건비와 배달 서비스 자체의 수익은 어디서 발생하는가. 손세차 매출에 끼어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손세차를 하는 노동자의 수익이 줄어들거나, 이를 회사가 직접 고용으로 돌리는 방법 뿐이겠지만, 직접 고용을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다. 기존 손세차 업자와 계약을 하겠지.

대체로 요즘 유행하는 스마트폰으로 서비스를 중계해주는 스타트업들이 다 이렇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매우 편리하다는 걸 강조하지만, 그걸 원래 하던 업자들에게는 별로 메리트가 없거나 손해가 발생하는 방식이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그 순간에는 소비자지만, 그 외의 순간에는 어떤 산업의 노동자이다. 음식 값에 수수료를 끼워 넣으면 요식업종 종사자의 임금이 까여 나가고, 손세차 값에 수수료를 끼워 넣으면 손세차 종사자의 임금이 까여 나간다. 우버의 사례가 이 업종에서 가장 눈여겨 봐야할 부분을 보여주고 있고, 한국의 경우는 이를 대체하려는 카카오 택시도 같은 부분에서 고민을 해야 한다.

소비자를 모아 주고 그 만큼 수수료를 받겠다면, 그 수수료 만큼의 매출 증가를 보장할 수 있는가. 아니면 이 서비스는 없는게 나은 것이다.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 서비스를 만들지 말라.

던전 앤 드래곤 온라인: 장비를 바꿔라

<던전 앤 드래곤 온라인>의 제작자인 페르난도 페이즈는, 가입자 기반 모델을 사용하겠다고 초기에 결정을 한 데는 시대적 상황도 일부 작용했다고 말하고 있다. “2006년에는 MMO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정하는 데 타성이 상당부분 작용했습니다.”

“당시에도 우리는 소액결제 제도를 어떤 형태로든 도입할 것을 논의했었습니다만, 동시에 시장 상황이 소액결제를 용납할지도 의심스러 했지요.” 페이즈에 따르면, 당시 개발사에서는 소액결제 모델을 사용하면 고객들은 게임플레이를 돈으로 해결하려 할 것이고, 초기부터 이런 게임을 좋아해온 하드코어 팬들 역시 게임 내에서 물건을 사는 것을 치트 행위로 여길 거라는 걱정이 가장 컸다고 한다.

이 회사의 커뮤니케이션 부장인 아담 머스키는 2006년 당시 지금보다 훨씬 영향력 있었던 ‘무료화 신화’에 대해서 설명한다. 당시만 해도 무료 모델은 아시아 시장에서 개발한 게임에만 쓰이는 걸로 여겨지고 있었다. “무료 게임은 좋지 않다는 것이 대세였지요. 하지만 우리가 2006년에 내린 결정은 서서히 틀렸다는 것이 증명되었고, 결국 2009년에 뒤집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는 게이머들의 입장을 살폈고, 게이머 기반이 늘어나고 연령과 플레이 양상이 변하면서 무료 게임과 MMO 시장 변화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머스키는 과거 무료 모델과 가입자 기반 모델 양측의 장점에 대해 갖고 있던 고정 관념을 뒤집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재 가입자 기반 모델은 진입을 방해하는 장벽에 불과합니다.

고전적인 ‘헬스클럽 회원권’ 문제인 거죠. 월 사용료를 내게 되면 사람들은 매달 적절한 시간의 게임을 해야 본전을 뽑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머스키는 이 생각을 발전시켜, 월 사용료를 내는 플레이어들은 다른 게임, 특히 월 사용료를 내야 하는 게임을 해볼 기회가 줄어든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되면 주로 하던 게임에도 흥미가 줄어들게 된다. 또한 이들은 특정한 게임플레이 패러다임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되므로, 자신들이 내는 월 사용료가 아주 하드코어한 사용자만이 볼 수 있는 컨텐츠 개발에만 투자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개미들의 돈을 긁어모아 부자들의 배만 불린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자유시간이 매우 많은 대학생이라면 모를까. 1주일에 30시간씩 MMO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무료 모델을 사용하면 개발자들은 플레이어들이 컨텐츠를 소비하고 돈을 쓸 수 있는 다양한 길을 열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터바인이 가입자 기반 모델을 전면 포기한 것은 아니다. <던전 앤 드래곤스 온라인>은 현재 프리미엄 VIP 가입자 패키지를 운영하고 있다. 이 패키지를 이용하면 모든 컨텐츠를 이용할 수 있으며, 서버 접속 우선권이 주어지고, 고객지원 레벨이 올라가며, 매월 게임 내 통화가 지급되는 등의 혜택이 따른다.

머스키에 따르면 이는 공식 포럼 내에서의 봉투 이면 계산에 따른 혼란을 상쇄하고, 가장 충성도가 높은 팬이 가장 경제성 높은 컨텐츠를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식이다. 터바인의 개발자들도 이를 매우 반겼다. 페이즈의 말이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가치를 전달해 줍니다.”

– Dungeons & Dragons Online: Switching Gears, Allen Rausch, Gamasutra

새로운 BM이 등장할 때의 저항과 반동에 대해 생각해보면, 매우 합리적인 시스템이라고 하더라도 보수적인 관념에 의해 막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결국에는 그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

밸브가 사용자들의 저항에 밀려 MOD 판매 정책을 포기하는 것을 보면서.

스팀의 MOD 판매에 대한 생각

MOD는 수정(modification)의 줄임(abbreviation)으로, 기본적으로 개발사가 MOD를 허용하는 기능을 넣은 합법 영역과 게이머가 임의로 개조(수정)하는 불법 영역이 중첩되어 있는 기능이다. 대체로는 개발하면서 사용한 툴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이런 ‘수정 기능’을 공식적으로 넣어서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자유롭게 수정하며 커뮤니티를 형성하도록 하는 것도 일종의 마케팅 툴이 되기도 하는 상황이다.

스팀에서도 이런 커뮤니티를 활용하는 ‘워크샵(workshop)’이라는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었고, 이를 통해서 FPS 게임들의 경우는 새로운 맵을 쉽게 배포하거나 스카이림 같은 RPG류는 캐릭터 모델, 스킨, 아이템, 이벤트 등을 직접 만들어 교류하는 쪽으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제작자가 원한다면) 유료로 판매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을 공개했다. 기사에 따르면

모드 제작자가 스팀 규정에 동의하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콘텐츠를 올리기만 하면, 곧바로 해당 모드가 유료로 워크샵에 등재된다. 구입 방법도 스팀에서 판매하는 여느 상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원하는 유료 모드를 선택한 뒤 결제 정보를 입력하고 구매를 확정하면 끝이다. 모드 유료 판매를 통한 총 수익 중 25%가 제작자에게 돌아가며, 나머지는 벨브와 게임 개발사가 나눠 갖는다.

고 한다. 즉, 제작자가 25%, 스팀+게임 개발사가 75%를 (아마도 기존의 개별 게임마다 스팀과 계약한 개별 판매 수수료에 따라) 분배하는 방식이 되는 것 같다. 더 쉽게 말하면, MOD 커뮤니티를 통해서 추가의 매출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긍정적인 측면이라면, 순수하게 돈 안 되는 MOD 제작이 단순 열정으로만 진행되었던 것에 유료화 모델을 붙임으로써 MOD의 퀄리티를 높일 수 있고, MOD 제작을 전업으로 하는 직업을 만들 수도 있으며, 이를 통해서 개발사들이 MOD 기능을 더 적극적으로 지원하게 할 수 있게 할 수 있다. 또한 MOD를 통해서 제품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도 가능하고, 커뮤니티가 원하는 게임 개조가 더 활발해질 수도 있다.

부정적인 측면이라면, 보수적인 소비자 계층에서 게임의 기능마다 이렇게 계속 유료 모델들이 추가됨으로써 저항감이 쌓인다는 것인데.

하지만 고전적인 관념에서 게임을 한 번 구매하면 100%를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이 깨진지는 오래 됐다. ‘부분유료화’가 라는 새로운 판매 방식은 사실이미 모든 비즈니스에 적용되어 있고, 게임도 2000년대 초반에 도입된 이후로 다양한 형태로 계속 변형되고 있는 상황이다.

패키지+확장팩(expansion)의 개념이 온라인 다운로드를 통해서 패키지+다운로드확장팩(DLC, DownLoadable Contents)이 됐고, 요즘은 (거의 모든 컴퓨터가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으므로) 온라인을 통해 패키지 외에 DLC, 아이템, 캐릭터, 코인 등을 판매하는 것은 아주 일반적으로 되어 있기도 하다. 최근 나온 <드래곤에이지: 인퀴지션>은 (가장 고전적인 패키지 게임으로 유명하지만) 멀티플레이 기능을 통해서 코인과 카드 팩을 판매하고 있다.

이런 ‘자잘한 것까지 전부 판매하는 방식’은 아마도 장기적으로 계속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누구나 원하는 매력적인 것은 원래 판매하는 것이 맞는 것이고, 이걸 어떻게 합리적으로 (판매자와 구매자가 납득하며 저항 없이) 거래하느냐가 중요한 관건일 뿐이다.

노동은 무료가 아니니까.

게임 개발의 비용은 컴퓨터의 사양이 올라갈수록 함께 증가하고 있고, 이를 고전적인 판매 방식(패키지 판매)으로는 웬만해서는 감당할 수가 없다. 결국 콘텐츠의 가격을 합리적으로 책정하고 이를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방식이 될 수 밖에 없으며, 하나의 게임을 만들어서 (새 게임을 만드는 것보다는 제작 단가가 적게 들기 때문에) 일부만 추가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계속될 것이다. 또한 디자이너들은 어떻게 제품의 수명을 더 늘릴 것인가가 또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고.

시대가 감에 따라서 게임의 모양이 계속 변하는 것은 필연이다. 그리고 또한 ‘상업’의 발전과 ‘컴퓨팅’의 발전은 서로 또아리를 틀고 계속 변화하며 흘러가게 될 것이다.

이건 싫어한다고 막을 수 있는 그런 흐름이 아니다.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다.

확률형 아이템(가챠) 논란에 대한 생각들

  1. 확률형 아이템(가챠)에 대한 통제는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여기에는 이미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뽑기의 확률이 과도하고, 게임 회사들이 여기에 매출을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어서 갈수록 악독하게 운영되고 있다.

  2. 그렇다면 ‘어떻게 통제해야 하는가‘의 문제로 넘어가는데, 내가 보는 방향은 세 가지 정도가 가능할 것 같다. 국가가 법률로 규제하거나, 업계가 합의해서 자율 규제하거나 소비자 단체의 압력 또는 요구가 있거나.

  3. 사실 확률 공개는 ‘가챠 통제’에서 가장 약한 수단이다. 일본의 자율규제는 확률의 일정 이하로는 할 수 없게 되어 있고, 난 게임에서 가챠의 상태에 따라서는 금지까지도 해야할 수 있다고 본다.

  4. 디스이즈게임에 확률을 가지고 기사가 났는데, 뽑기 확률이 0%인 경우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크게 화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가챠의 뽑기라는 것은 사실 ‘부러움’과 ‘기대감(욕망)’을 노리고 돈을 투입하게 만드는 것인데, 0%로 놓고 뽑지 못 하게 해 놓으면 ‘부러움’이 발생하지 않고, 따라서 가챠라는 기능에 논리적으로 모순되게 된다. 아마도 저 0%는 기사의 내용처럼 ‘게임 밸런스를 위해 일부러 설정한 것’이거나 더이상 내보내지 않을 생각이었던게 아닌가 싶다. 즉 데이터에는 존재하지만 뽑지 않도록 폐기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5. 그리고 이 ‘극악의 확률’ + ‘확률 조정’이라는 포인트에서 보자면, 이게 MMORPG 개발에서 나왔던 것처럼, 플레이어 수에 따라서 숫자를 조절해야 한다는 멍청한 설계에서 출발한다. 10만 명이 한 번씩 돌릴 경우, 1% 확률이면 산술적으로 1,000개가 깔리게 되는 것이니까, 1%보다 훨씬 낮게 조절하고는 했다. 즉 모바일 게임의 가챠는 ‘시도 회수’를 추정하고 그에 따라서 개수를 조절하겠다고 의지를 가진 것인데… 출발점이 잘못된 거다. 어차피 거래가 안 되는 게임이 대부분인데 왜 이걸 1% 이하로 놓나. 정말 멍청한 거다.

  6. 게임 요소에서 가챠라는 것은 원래 한국에서 만든 부분유료화라는 탱자가 물 건너가 오렌지가 된 것이다. 그런데 그 종주국에서는 자율규제를 합의해냈고, 한국에선 그게 안 되고 있어서 문제다.

  7. 규제론 쪽에서는 이 가챠 규제를 8년 전부터 이야기했다고 하는데, 8년 전에 나온 이야기가 사실 가챠는 아니었고 랜덤박스 이야기가 가챠까지 연장이된 것으로 보이는데, 본질적으로 둘 다 확률에 의한 뽑기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모델이 좀 다른 것이다. 사실 저 8년이나 미적미적했다는 주장은 좀 무리지만, 잘 먹히는 수사.

  8. 가챠라는 것은 게으른 디자이너와 자본의 탐욕이 합체해서 만든 괴물이다. 처음 등장에서는 정교한 설계와 멋진 수익 모델(BM)이었지만, 갈수록 확산되면서 + 가챠를 가지고 흥행한 게임들이 많아지면서, 대부분의 게임들이 카드 방식의 캐릭터 + 뽑기 일변도로 되어 버렸다. 사실 이건 소위 말하는 ‘생태계’ 차원에서도 매우 나쁜 상황이다. 플레이어들도 질리고 개발자들도 발전이 없고.

  9. 이런 가챠 기능의 난립은 결국 자본의 탐욕에 의한 거다. 기업은 분기마다 전년도 분기의 매출보다 높은 매출이 나와야 한다고 직원들을 압박하고, 직원들은 ‘가장 손쉬운 매출 뽑아내기’로 확률형 이벤트를 기획해 넣는다. 한 회사가 이에 완전히 특화된 느낌으로 계속 언급되며 까이는데, 왜 이런가 하면 저래서다.

  10. 가챠의 확률을 공개하면 가챠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가.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확률 공개를 꾸준히 검증할 방법도 필요하고, 어디까지가 가챠이고 어디까지는 아닌지도 분명히 해야 한다. 만약 1회용 칼을 팔고 그 칼로만 잡을 수 있는 몬스터를 잡으면 (지금 가챠와 같은 확률로) 아이템이 드랍된다고 하자. 이건 가챠인가 아닌가. 이런 기능이 확산되면 이제 기획서를 까서 모든 확률 드랍을 공개해야할 수도 있다.

  11. 하나의 규제 법안을 만드는데는 수 개 ~ 수십 개의 단체들이 달려든다. 중독법만 생각해도 대표적으로 중독학회 + 여성가족부 + 보건복지부 + 셧다운제를 추진했던 그 규제론자들 등 추진에 관여한 단체들만 십여 개다. 이번 법안은 뒷 배경이 뭔가 살펴봐야 한다.

  12. 결국 (게이머들이 믿는 것처럼) 저 의원이 게이머들의 의견을 듣고 가챠로 막나가는 게임 업계를 규제해야 한다!고 십자군 원정을 떠난 게 아니다. 이 과정에서 게이머들의 의사는 반영되었을리가 없다, 그런 걸 할만한 단체가 없으니까. 아마도 이 법안을 통과시키면 조금씩 범위를 늘리고, 게임은 사행산업이며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논리로 추가 규제를 계속 덧붙일 가능성이 높다.

  13. 사실 이런 ‘막나가는 산업’에 대해서는 소비자 단체가 나서서 싸다구를 날리는게 가장 강력하다. 회비를 내는 회원이 한 천~만 쯤 있는 게이머 단체 하나가 있으면 게임 회사들이 폭주하는 걸 통제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는 ECA 라는 비디오 게이머들이 모인 단체가 있다.

  14. 게임업계에서는 고래(한국에서는 VIP 고객, 미국에서는 whale)라는 계층의 소비자가 있는데, 어떤 게임의 기준에서 고래는 매월 천만 원 이상을 사용하는 고객을 고래라고 따로 관리한다고 한다. 이런 고래가 게임을 그만둔다느니 뽑기 확률이 더럽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하면 게임 시스템을 바꾸고 전화도 해서 매출 관리를 한다. 웬만한 소비자는 이 상황에서 고객 대우를 받지도 못한다. 소비자 단체가 있다면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맥락에서 ‘지금 소비자들은 먼지만도 못한 대우를 받는다’는 이야기를 한 것인데, 와전되어 난리가 났던 것이다.

  15. 가챠는 다시 말하지만 게으르고 무능한 디자이너가 만든 요소다. 가챠는 게임 요소가 결코 아니다. 게임이 오죽 줄 수 있는 재미가 없으면 가챠 뽑기로 스릴을 만들겠나. 기본적인 전투 방법을 하나 설계하고 그것만 존나 반복시키다가 난이도를 극복하려면 새 캐릭터를 뽑게 하고, 또 더 어렵게 해놓고 새 캐릭터를 뽑게 해놓고, 캐릭터를 성장시키려면 같은 걸 또 뽑아서 합성하거나 갈아 넣게 하고… 이게 어디가 게임인가.

  16. 그런데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 즉 가챠를 어느 정도 통제하려면, 자율 규제로는 답이 없다. 게임 회사들은 이미 개발비(마케팅비 포함)가 천문학적으로 소모되고 있고, 한국 내수 시장만 보고 있기 때문에 게임을 산 사람한테 또 팔 수 밖에 없게 된다. 가챠는 거기에 가장 좋은 모델이다.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즉 외부의 영향력이 미쳐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 그래서 소비자 단체가 감시하는게 가장 좋다.

  17. 하지만 게임계에 소비자(게이머) 단체라는 것은 현재 없는 상황이고, 당장 유일한 방법은 국가 통제 뿐이다. 요는 11과 12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뒤에 게임을 계속 압력할 것이고 결국 이어지는 규제를 당하게 된다. 이렇게 규제 대상이 되면 요즘은 많이 사라진 게임 때문에 살인을 했다느니, 게임 중독으로 애들이 죽는다느니 하는 ‘몰이’가 명분을 얻게 되고, 게이머들은 집에서 게임하다가 “게임 중독되면 머리가 스폰지가 된대!”라면서 등짝을 맞게 되는데까지 연결될 것이다.

  18. 사실 더 좋은 방법은 개발자들이 각성을 하는 것이겠지만, 이건 시간이 걸린다. 이 요소를 사용하면 안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든 아니면 가챠를 악독하게 활용하는 게임들이 망하든 어쨌든 오래 걸린다. 지금처럼 가챠가 꾸준히 매출이 감소하지 않고 유지되면 사실상 이런 구도도 불가능하게 될 가능성이 더 높다. 안 팔려야 이 요소가 없어지는데, 계속 잘 팔리고 있는 요소를 없앨리가 있나.

  19. 결국 이 규제 법안은 받아내는 수 밖에 없다.

  20. 문제는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있느냐 하는 부분인데, 난 없다고 보는 쪽이다. 그리고 자율규제는 대충 미적미적 엉망인채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시간이 몇 달 가고 여론이 사그라들면 또 지지부진 유야무야 자율규제 합의도 없어질 거다. 그래 왔으니까. 자율규제를 몇 달 뒤에 하겠다는 건 이런 노림수일 가능성이 높다.

  21. 정리하자면, 어쨌거나 가챠는 계속될 거다. 그리고 똥 같은 게임들은 계속 나와서 가챠로 게이머들의 주머니를 탈탈 털 거다. 계속 게이머와 회사는 사이가 벌어진 채로 있을 것이고, 게임 개발자들은 그 사이에서 계속 욕을 먹을 거다. 답은 없다.

  22. 나나 이런 거 안 만들면 된다. 누군가는 가챠 없이 성공을 해서 가챠보다 높은 매출을 만들어내야 사라질 것이다. 혹은 가챠보다 더 악독한 모델이 나와서 훨씬 더 효율적으로 뽑아내든가.

  23. 게이머들은 가챠가 그냥 뽑기 확률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 뒤에 있는 ‘개인화’가 더 무서운 요소임에도 눈에 안 보이기 때문에 어떻게 동작하는지 모른다.

  24. 어쩌면 더 확실한 방법은 이 글이 퍼져서 가챠에 아무도 돈을 안 쓰는 것이지만… 온라인에서 게임 관련한 글을 읽고 쓰는 사람은 전체 게임 소비자의 10% 남짓일 뿐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