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비와 부분유료화의 관계

많은 게이머들이 부분유료화를 싫어한다. 나도 싫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분유료화는 다양한 방법으로 확장되고 있고, 이미 콘솔 게임도 이런 분위기에 동승하기 시작했다. 최근 전쟁의 그림자(쉐도우오브워, Shadow of War)라든지 스타워즈:배틀프론트2(Star Wars: Battlefront 2)가 랜덤박스를 도입한 것을 가지고도 여기저기 말이 많고, 찬반이 격론이다. 그리고 ESRB에서 랜범박스는 도박이 아니라고 입장을 내서 더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게임인더스트리에서는 개발비의 증가와 판매량의 관계를 가지고 이런 (부분유료화가 확산되는) 분위기에 대해서 설명하는 조의 글이 올라왔다.

Making games is expensive. Let me rephrase that: making games is really, really expensive.

게임 개발에는 돈이 정말 정말 많이 든다.

Development costs on AAA titles have continued to rise; not quite at the exponential levels they did in the early 2000s but still pretty rapidly. Meanwhile, the growth in the audience for those games has been far less impressive, having rounded off significantly after the massive boom of the PlayStation and PlayStation 2 eras. The maths isn’t complex; the cost of developing a game is rising faster than its potential sales numbers.

2천년대 플레이스테이션1과 2의 시대에 비해서, 게임 개발 비용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판매량의 증가는 이를 따르지 못 하고 있다면서,

Hence: DLC, Season Passes, Games As A Service offerings, episodic titles, micro-transactions, free-to-play models, and all the rest of it. Each of these has attracted its own controversy and anger; sometimes that’s been justified, but for the most part the industry and its consumers have settled into an uneasy truce over these monetisation models.

그래서 이 갭을 메우기 위해서, 다운로드 콘텐츠(DLC)라든지 시즌패스, 서비스로써의 게임(GaaS), 에피소드로 잘라서 판매하기, 소액 결제(micro-transactions), 부분유료화(free-to-play) 같은 것들을 쓰게 됐다고 말한다.

더 간단하게 말하면, 10년 전에도 패키지 가격은 $50~60이었고 지금도 같은 가격이고, 개발비는 거의 두 배, 세 배 이상 증가한데 반해 판매량은 그렇게 늘지 않았다는 거다. 결국 고객 1인당 더 많은 매출을 만들어 내지 않으면 AAA 게임을 만들어낼 수가 없다는 뜻이다. 즉 이제 AAA 게임이 왜 자꾸 부가 요소들을 판매하는지 이걸로 설명이 된다.

게임은 정보재(information goods)이고, 초기 버전을 만들고 나면 이후의 추가 콘텐츠들(add-on이라든지 DLC라든지 아이템 판매라든지)은 원판의 개발보다 원가(개발비)를 상당히 낮출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초기 버전이 히트를 하면 추가 콘텐츠를 계속 붙여서 (팔아서) 매출을 더 만들어 내거나, 애초에 AAA 타이틀들은 ‘확정 추가 콘텐츠’를 보장하고 시즌권을 파는 형태로 추가의 매출을 만들어낼 수 밖에 없다.

결국 이 불균형은 게임 자체의 가격이 올라가면 해결이 될 문제이지만, 이건 앞으로도 불가능할 것이 자명하다. 어느 게임 소비자도 $60 이상을 지불하지 않을 것이고, 이 심리적 저항선을 극복하는 건 불가능하다. 게임 본편 기본판은 앞으로도 $60을 넘지 못할 것이다. 결국 여기에 ‘뭔가의 보너스’를 덧붙여서, $60 이상을 쓰게 하는 방법을 계속 쓸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랜덤박스는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다. 최소의 비용 투자로 추가 매출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바일에서 이런 랜덤박스의 활용이 아주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 특히 모바일은 개발비에 비해서 플레이어 개인당 지출(ARPU, 객단가)도 구매 의사도 매우 낮기 때문에 더더욱 이 방법 밖에 없기 때문에 계속 고도화되고 있고 – 이 방법들이 다른 플랫폼으로 적극적으로 확장될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VR은 이 불균형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VR은 특히 플레이어들은 현실적인 그래픽을 원하는 데에 비해서 게임들은 (그 개발 비용을 감당할 수 없으니) 수준 낮은 그래픽으로 경험에 치중하는 방식으로 유지되고 있는데, 이 갭을 극복하지 못하면 결국 플랫폼의 대중적 보급은 불가능할 거라고 본다.

정리하면, 이 개발비의 증가와 매출 증가의 상이한 기울기 그래프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 개발에 들어가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인건비가 싼 나라를 착취하는 방향으로 가든지(이미 이렇게 하고 있기는 하지만 중국을 보면 이것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계속 개발도상국들을 전전하고 있다, 동유럽에서 중국으로 다음은 베트남으로, 다음은 인도로, 아마도 다음은 아프리카로..), 게임을 비싸게 팔든지(이건 불가능하고), 객단가(ARPU)를 끌어 올리든지.

그래픽 기술이 발전할수록 비용은 증가하고, 소비자의 눈이 높아지는 걸 맞추면, 그 매출을 뽑아내기가 힘들어진다. 어느 선에서는 멈춰야 하는데, ‘현실적인 그래픽’의 기준은 점점 더 높아져만 가고 있어서 언제 멈출지 그걸 예상할 수 없다. 자동화와 인공지능이 이 갭을 줄일 수 있을까.

한중일 모바일 게임 시장 비교

루리웹에 올라온 글을 보고 원본 게시물을 찾아서 구경을 하다가 단순히 각 시장의 크기나 특성을 보는 것보다는 삼국을 비교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어서 살짝 정리를 해봤다.cjk market comparison.png.001

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서 보면,

스크린샷 2015-08-31 오후 9.07.45 스크린샷 2015-08-31 오후 9.07.52

구매이용자(spender)의 비율은 한국을 기준으로 했을 때, 인구는 중국이 27.4배 일본이 2.5배이지만, 구매 이용자의 비율은 중국은 12.9배, 일본은 2.6배다. (한국과 일본의 인구 대비 구매 이용자는 비슷하다.)

그런데 맨 위의 원본 데이터에 있는 구매이용자 분류(small, medium, large)를 보면, 일본은 라지 그룹($25 이상 쓰는 사용자)과 미듐 그룹($5~25를 쓰는 사용자)이 중국, 한국에 비해 높다.

비율은 그렇다고 치는데, 실제 숫자로 놓고 보면 규모가 달라진다. 중국은 미듐 그룹이 2500만 명이고, 라지 그룹이 500만 명이다. 그에 비해서 한국은 각각 200만 명과 40만 명. 라지 그룹만 놓고 봤을 때, 일본은 한국의 7배, 중국은 약 14배가 된다.

애초에 원본의 표에서, 한중일의 시장 규모를 비교하지 않은 것은 이런 이유였나 싶기도 하다. 한국은 어느 면으로 봐도 별로 먹음직한 시장은 아니어 보인다.

그래서 소위 ‘테스트베드論’이 나오는듯 하다. ‘한국은 플레이어들의 취향이 어쩌고, 충성심이 어쩌고… 해서 한국에서 검증하고 해외로 나가는 수순이 좋다’ 뭐 이런 논리. 이 부분은 나도 잘 모르겠다.

물론, 데이터는 데이터고, 여기에 불법복제율이나 마켓 난이도, 각 시장의 취향 등을 고려하면 확실히 각 시장에 고유한 진입 방법이나 의미, 접근성 같은 것들이 달라지겠다.

어쨌거나 저 ‘규모’는 일단 ‘역시 중국’이라 할만 하다.

Because you’re worthless: the Dark Side of Indie PR

아래의 스팀은 인디 게임을 죽이고 있는가라는 글은 발췌 번역된 내용을 보고 쓴 글인데, 원문을 확인한 결과 느낌이 좀 많이 다르다.

명백하게 원문의 제목과 본문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듯,

But let me talk to you about the dark side of indie public relations a bit.

이 이 글의 핵심인 부분이다.

글의 앞 부분에서는 ‘갑질하는 고객(게이머)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서, 필 피쉬가 한 말이 “우리가 늘상 하는 말을 했다(He said what we were all thinking)”이라면서 도발을 던지지만, 사실 본문은

You are worthless to us.

라는 부분부터다.

왜냐하면, 게임이 $20이던 시절에는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이 고객으로 가치가 있었지만, 지금처럼 스팀이 나온 이후로 스팀이 떼가고 세금 떼가고 하다 보면 객단가(ARPPU)가 $10 이하로 떨어져버린 상황이 되니까 고객 한 명이 한 명으로써의 가치가 없어졌다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게임이 안 깔린다고 해도 틀에 박힌 ‘드라이버 다시 까세요’라는 답변 밖에 할 수 없다는 거지.

So you’ll understand now why customers aren’t worth anything much any more.

이제 내 의견을 덧붙이자면, 게이머들은 원래 시끄럽다. 게임이 이러쿵 저러쿵, 개발자가 병신이라느니, 저 새끼 하는 소리 들어보니 게임 사지 말아야겠다느니 갑질을 한다. 원래 그렇다. 유명한 게이머 커뮤니티의 ‘게임 전문가’들의 의견들은 항상 그렇다. ‘이걸 넣었으면 더 재미있었을 거’라거나 ‘게임이 좆 같다’거나 하는 글이 수두룩빽빽이다. (원문이 게이머들을 까는 이야기라는 의견이 있는데, 이건 게임 업계에서 보자면 변수가 아니라 상수다. 요즘 들어서 심해졌다는게 아니다.)

그런데 게임 개발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모든게 시간(즉, 개발비)으로 환산된다. 이 기능 하나를 넣느냐 마느냐가 개발 기간이 며칠에서 몇 주가 미뤄지는지 치열하게 계산을 해야하는 것이고, 넣고 싶은 거 다 넣다가는 밥을 굶으면서 개발해야되는 상황이 온다.

특히나 인디 게임 개발은 생존의 문제다. 그런 와중에 고객들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게 없이 시끄럽다.

여기서 스팀 이후로 상황이 바뀌었다. 10년 전(2000년대 초반)만 해도 고객은 $20을 지불한 고객으로서의 가치가 있었지만, 이제는 대량 판매와 덤핑, 세일로 $20짜리 게임을 출시해도 실제 객단가는 $5이 안 된다. $20짜리 고객 서비스를 할 수가 없는 거다.

본문의 이야기처럼, 험블번들까지 이야기를 하면 더 골아파진다. 4만 카피는 $0.1에 팔렸다. 이 사람들에게 고객으로서의 대우를 해주는게 불가능해진 거다.

그러니까

Some developers right now are bristling with public-relation-inflating indignation, waiting to burst into my castle in shining white armour championing the cause of their customers, and how they treat their customers like royalty still. But I know, and they know, they’re only doing that because it’s actually yet more Dark Side of Public Relations. It’s a lie.

이게 ‘PR의 어두운 면(Dark Side of Public Relations)’라는 거다.

You can yell about how important you are into the black hole if you like. No-one cares.

고객들이 아무리 스스로가 소중하다고, 그렇게 대우를 해달라고 외쳐도, 그렇게 들을 수가 없는 거다.

Does anyone think we wanted it to happen this way? Seriously?

우리가 이런 상황을 만들고 싶었던 거라고 생각하면 안 되는 거지.

시대가 그렇게 되어버린 거다.

You are worthless to us.

고객은 이제 없다.

원문을 읽으니 왠지 슬퍼지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