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기대작이 없다

지난 2007년만 해도 새해를 맞았을 때만 해도 나올 게임들에 기대작이 꽤 됐더랬다. 라그나로크2가 있었고 아바가 있었고, 올해 (여러가지 의미로) 대박을 친 콜오브듀티4, 크라이시스, 퀘이크워즈를 비롯한 각종 FPS들도 있었다. ‘아 2007년에는 이런 게임들이 나오는구나’하고 새해 아침을 맞았는데…

2008년이 되자 기대되는 게임들이 거의 없다. 그나마 워해머 온라인이 버티고는 있지만, 들리는 소문에도 그리 좋은 상태도 아니고 일각에서는 미씩에 대한 신뢰도도 좀 문제가 있는듯하기도 하다. 어차피 지난 해 기대작이라고 북치고 장구치던 헬게이트나 타뷸라라사가 뚜껑을 열어보니 개판 찌게라는 것도 되새겨 보면, 기대작이라는 것도 사실 반반 확률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왜 기대작이 없는 걸까.

개발 환경은 나날이 좋아져가고, 컴퓨팅 환경도 계속 좋아지고 있어서 이제 웬만한 기획 내용은 게임으로 구현 못할 것이 거의 없다. 시장 상황도 한국 게임들만 보더라도 동남아시아 수출 판로도 잘 만들어진데다가, 북미 유럽의 유통사들에도 인지도가 꽤 쌓인 회사들이 많다. 투입되는 자금도 10년 전에 비하면 배는 좋아졌고, 개발사 수도 수 배는 많아졌는데.

일단 투입되는 개발비가 증가하기는 했지만, 투입되는 인력도 많아졌고 인건비는 턱없이 비싸졌다. 최근 몇 년 동안 프로그래머 품귀 현상 덕분에 3~4년차 3D 프로그래머들 연봉이 4천 만원 수준에 육박하고 있고, 메인급은 부르는 게 값인 데다가 한 개발팀에 인원 수가 이제 최소 20명은 되어야 뭘 만들 상황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기획자(designer)들의 역량이 딱히 좋아진 건 아니라서 도큐먼테이션 기술은 발전했지만 시장 파악이나 경험에 의한 가지치기 같은 능력은 나아진 게 없는 것 같다. 경력 기획자들은 그저 짬만 늘어서 관리자나 디렉터급으로 올리기 애매하기도 하고.

동남아 수출이 많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중국에서는 한국 게임이 거의 축출되었고 동남아의 IT 진보 속도에 따라서 조만간 위기를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한국의 게임 수준은 몇 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진화한 것이 없어 보이기 때문에, 후발 주자들이 따라와서 한국이 개척해놓은 시장을 먹어치우기에 딱 알맞은 그림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애들은 여전히 온라인에 관심 없어보이니 아직은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마케팅이나 PR 기법이 많이 좋아져서 게임 띄우기로 마음 먹으면 ‘발 붙이는 데’까지는 굉장히 활발하게 진행되는 것 같다. 그 별볼일 없던 헬게이트나 타뷸라라사도 오픈베타 한다니까 북적북적했던 걸 보면 말이다. 하지만 유저들도 바보는 아니라서 살짝 발 담궜다가 바로 빼버리는 것이 재미있는 현상. WOW가 개척해놓은 시장을 누가 낼름 줏어 먹느냐가 2008년의 이슈가 아닐까 생각되는데, 적당한 갈아탈 버스가 없다. 고로, 2008년은 아마도 WOW가 여전히 득세할 것이고.

새 해는 밝았는데 할 게임은 없다. 하던 게임을 계속 하는게 아무래도 정답이겠지만, 하던 게임도 이제 슬슬 질려버려서…

고전 게임이나 꺼내서 해야될 판이다.

2007-2008 FPS들

2007~2008 시즌에 공개된 FPS들의 큰 흐름은, 이전에 오퍼레이션7 리뷰에서 언급했듯, 각 회사들이 다양한 FPS의 형태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에 서든어택까지만 해도 전형적인 카운터스트라이크의 아류로만 일색이던 시장에서 최근과 같은 다양성이 두드러지는 시기는 없었다. 물론 바이탈사인이나 아웃포스트 같은, 기존에 국내에 선보인적 없는 신선한 게임도 있기는 했지만, 별로 자체의 완성도 면에서나 시장의 반응에서나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고 게이머들의 뇌리에서도 사실상 잊혀져서 가끔 언급될 때 ‘아 나도 해본 적 있다’는 식의 반응만 나왔더랬다.

그런데 요즘은 분위기가 좀 다르다. 일단 FPS가 붐을 조성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나 같은 FPS 안에서도 서로를 차별화하려는 움직임들이 나오게 되는 것이, 이제는 좀 풍성한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게다가 쏟아붓는 마케팅의 홍수만 봐도 ‘이제 시장의 대세는 MMORPG에서 FPS로 넘어간 건가’하는 착각까지 들 정도. 그래서 최근(2007년 이후) 나온 FPS 게임들을 대충 하나씩 흘끗 보기로 했다.

  • 스팅(Sting, YNK)

각종 게임쇼나 웹진에서 소스 엔진으로 만들었다며 ‘이렇게 장애물들을 굴릴 수도 있습니다’ 뭐 이러면서 물리 엔진을 자랑했던 게임인데, 최근 게임에 기본적인 물리나 랙돌(Ragdoll: 물리 엔진으로 인체의 쓰러짐을 표현하는 기술)이 안들어간 게임 찾기도 힘들어서 ‘이게 과연 장점인가’ 싶기도 했지만, 국산 게임에는 아직 이게 제대로 들어간 걸 찾기가 손에 꼽으므로 “장점은 장점이다”로 인정. 하지만 카운터스트라이크에서 큰 차이를 가지고 있지 못하고, 결국 서든어택과 ‘같은 게임성’으로 들이받아야 한다는 것에서 사실상 시장에서 논외가 되어가는 분위기. 남북한 군대가 등장한다는 걸로 다들 후덜덜 했는데 국보법이나 심의에서 큰 문제가 없었나보다. ;P

  • 2War(시온소프트/프리챌)

국산 게임으로는 드물게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게임이 등장했다고 FPS 매니아 커뮤니티에서 이만저만 기대가 아니었는데, 실상 클로즈 베타 – 오픈 베타를 거치면서 드러난 게임은 ‘이게 뭥미!’하는 수준. 2차 대전이기는 한데 개발팀에서 DOD를 너무 심하게 했던 걸까 징집영장(Call of Duty) 시리즈를 너무 심하게 했던 걸까 갈팡질팡하는 듯한 컨셉 불명확한 게임성으로 FPS 매니아 커뮤니티에서 까이고, 2차 대전 밀리터리 매니아들에게도 까이는 묘한 상황이 연출됐다. 게다가 사실성과는 5만 광년 쯤 떨어진 그래픽에서 제대로 크리티컬. 그리고 여기에 개발팀의 대거 이탈 등 불안한 소문까지 돌고 있어 앞날이 깜깜하다.

  • 랜드매스(Landmass, 웨이포인트)

메카닉 FPS라고 처음에는 대대적인 홍보를 했지만, 알고보니 메카닉이라기에는 너무 조촐한 강화 장갑? 수준으로 사람이 뛰어다니나 별 차이가 없는 게임이었다. 게다가 화기나 전반적인 게임(레벨) 분위기도 기존 FPS에서 별로 큰 차이를 드러내지 못해 ‘이게 뭥미!’ 하게 된 게임. 애초에 메카닉이라고 마케팅 포인트를 잡질 말던가, 메카닉이라고 잡았으면 좀 더 메카니컬한 뭔가를 보여주던가 했어야 했지만 그렇지를 못했다. 결국 SF 분위기만 나는 갑옷을 입고 하는 카운터스트라이크가 되어버려 차별화에도 실패.

  • 울프팀(Wolf team, 소프트닉스)

기존 건즈(Gunz Online)의 시장을 타겟으로 잡고 만든건가 싶을 정도로 괴작인데, 하프라이프2 MOD로 유행했던 여러가지 변신이나 변형류 (주로 뱀파이어나 좀비 같은 것들이 대표적인) MOD에서 착안한 것 같다. 플레이어는 처음에 총질을 시작하다가 여차하면 늑대로 변신해서 달려들어 인간을 발톱으로 긁어 죽일 수 있고, 늑대로 변신을 하면 벽을 타거나 하는 등의 고난이도? 테크닉을 부릴 수 있다. 건즈에서 플레이어들이 칼로 벽을 찍으면서 벽타기 컨트롤 등을 선보이는데, 그런 걸 염두에 두고 만든게 아닐까 싶지만, 이게 애초에 AVP(Alien Vs Predator)에서 에일리언 같은 360도 벽타기가 되는 건 아니고 좀 애매하다는 것도 요상하다.

최근 들어서 나오는 울프팀 플레이 동영상들을 보면 서든어택의 클랜전(각종 금지금지금지 룰)과 같은 1:1 대결 같은 특이한 방식의 유저 룰을 만들어서 게임을 하기도 하는 걸 보면, 플레이어들이 나름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는 면에서 그들만의 커뮤니티로 이끌고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 컴뱃암즈(Combat Arms, 두빅 엔터테인먼트/넥슨)

최근에 등장한 가장 알 수 없는 개념으로 ‘멀티웨폰’이라는 걸 표방했는데, 소총을 두 자루 들고 다닌다는 것 자체가 좀 어이없기도 했지만 저격수가 소총까지 들고 다니면 저격수를 뭘로 잡으라는 건지 알 수 없는 상황. 클래스 개념을 완전히 무시하고 개개인의 플레이어를 ‘(축구의)멀티플레이어’가 되도록 강제하는 시스템이라, 플레이어들은 별로 협동이라는 개념 보다는 각자 생존의 형태로 움직일 수 밖에 없다. 이런 시스템에서는 고수 한 명이면 혼자 싹쓸이도 가능한 형태가 되어버리므로 플레이어들의 줄서기나 고수들의 팀원 개무시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도 별로 특이한 상황은 아니다.

뿐만 아니라, 컴뱃암즈가 미국에 직접 가서 녹음해왔다는 실총 사운드도, 오히려 실총의 사운드일지는 모르지만 게임적인 사운드는 아니라서 귀에 거슬리기까지 하는 지경이라 돈 발라서 헛짓한 대표적인 또 하나의 사례로 기록되기에 충분하다. 실총 사운드인지 모델건 사운드인지 AVA나 심지어는 서든어택 같은 게임들의 사운드가 오히려 게임에 어울린다는 건, “돈 왜 썼냐” 싶은 수준. 솔직히 카운터스트라이크는 그런 헛짓 안해도 사운드 훌륭하다는 게 정평 아닌가.

  • 오퍼레이션7(Operation 7, Park ESM/Mgame)

다른 모든 게임들이 ‘카운터스트라이크+something’으로 게임성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을 때 의외로 트루컴뱃엘리트(TCE, 트컴엘)과 같은 리얼리티 계열 FPS에서 컨셉을 가져왔다는 면에서 FPS 매니아들의 호평을 받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에서 보자면 그렇게 엄청난 반향이 일어날 것 같지는 않기도 하다. 소위 서든어택이나 스페셜포스의 온라인 캐주얼 FPS 플레이어들이 과연 가늠자와 빼꼼샷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이냐 하는 건 제껴 두고라도 복잡한 맵에서 헤메다가 ‘봇’으로 불리게나 될듯한 상황. 뭔가 컨셉을 좀 더 캐주얼한 방향으로 수정하면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게임이 되어버릴 것이고 그렇다고 이대로 가면 또 미묘한 상황이라 진퇴양란. 게다가 오퍼7 자체가 가지는 몇 가지 한계가 있어서 이런 것들을 어떻게 타개 해 나갈지를 보는 것도 흥미로울듯 하다. 제발 그래픽은 수정하고 오픈베타를 들어가길 바랐는데 좀 성급한듯. 22일부터 오픈베타라고 공지하기 시작했다.

  • 아바(AVA, 레드덕/네오위즈)

근미래의 유럽에서 유럽연합(EU)군과 신러시아연방(NRF)군의 충돌이라는 면에서나 특수부대가 아니라 정규군이라는 면에서 나름 특색있는 배경과 언리얼 엔진을 사용해서 꽤 훌륭한 그래픽을 보이고 있고, 여러가지 게임적인 장치들이 훌륭해서 2007년 올해의 FPS로 꼽아도 손색없는 게임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다만 ‘언리얼 엔진을 발로 썼냐’거나 ‘밸런스는 어디로 해먹었냐’는 등의 직설적인 논평들이 쏟아지지만, 일단 그래픽이 반은 먹고 들어가주니 시장에서 반응도 그리 나쁘지는 않은 편.

동접 수가 증가하는 속도를 보면 이게 애매해서 과연 서든의 유저들이 빠진 것이냐 서든, 스포 外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냐가 미묘하다. 다만 여러가지 아바의 게임성이 너무 ‘안정적으로 가자’는 분위기라서 “잘 만들기는 했는데 뭔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는 것. 조금 더 자기 색깔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게임이었다면 더 좋았지 않나 하는 정도.

  • 여기서 언급하지 않은 게임이 좀 있지만, ‘거들떠 볼 필요도 없다’는 정도로 생각해 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