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 유료 게임의 구매 행태

얼마 전 본 Hanner, N., & Zarnekow, R.의 “Purchasing behavior in free to play games: Concepts and empirical validation”이라는 논문을 요약한다.

이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자원관리게임(Resource Management Game, RMG), 스포츠관리게임(Sports Managements Game, SMG), 카드트레이딩게임(Card Trading Game, CTG)의 세 종류의 게임을 가지고 분석했다.

we see evidence that user who do not start playing the game within days after the installation they eventually never convert to a paying customer.

CTG 게임에서, 플레이어들은 1) 일단 게임을 받은 즉시 실행하지 않으면, 구매 고객이 될 가능성이 적고, 2) 처음 3일 이내가 가장 구매전환률(conversion rate)이 높았다.

SMG와 RMG에서, 리텐션이 높으면 즉 게임을 계속 플레이할수록 구매 확률이 증가했고, 처음에 적은 금액(small packet)을 쓰고는 점점 큰 금액으로 옮겨갔다. 이건 일종의 리스크를 기피하기 때문인 걸로 보인다… 뭐 이런 내용들인데,

The results show a shift from smaller packets during the first purchase towards big- ger ones in the following purchases. This adds up with the mentioned results and can be explained with the risk players take if they buy a big packet of virtual currency. They accept an inferior exchange rate in the beginning for their first purchase. This can be seen as a risk aversion of the users that decreases by the growing experience with the premium currency where the user can gain trust in the game.

간단하게 결론을 요약하면,

1)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단 한 번만 구매하고 멈출 가능성이 높음.
2) 일단 구매하면 다음에 다시 더 큰 금액으로 구매할 확률이 높음.
3) 게임을 계속 플레이할수록 구매할 확률이 높음.
4) 사용자마다 개인화된 상품 목록(dynamic presentation of virtual items)을 보이는게 명백하게 효과적이었음.
5) 게임마다 구매 전환률이나 관측 내용이 다른 것은, 기존 ‘마케팅으로써의 게임 디자인’이라는 논문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음을 확인.(Hamari, J., & Lehdonvirta, V. (2010). Game design as marketing: How game mechanics create demand for virtual goods.)

이라는 소리다.

나는 전부터 게임이 개인의 플레이 기록이나 패턴을 분석해서 개인화해 아이템을 판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반대로 소비자들에게는 이게 (가챠보다 훨씬) 위험할 수 있다고 여러 글에 걸쳐서 이야기를 해 왔는데, 이에 대해서 실증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게임은 이제 언제 구매할 확률이 가장 높은지, 언제 어떤 아이템을 필요로 하는지, 이 플레이어는 어떤 성향이니 어떤 아이템을 선호할지 같은 것들을 분석해서 상품으로 제시하고 있고, 이런 것들을 어떻게 더 효과적으로 하느냐가 확률형 아이템(가챠)보다 훨씬 더 큰 매출 요인이 될 것이다. 이걸 연구하는게 장기적으로 상업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들에게 중요한 커리어가 될 것도 확실하고.

난 가급적이면 이런 방법을 쓰지 않는게 좋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건 피할 수 없는 미래이기 때문이다.

오버워치 랜덤 박스의 확률

오버워치 중국판 랜덤박스의 확률이 대충 공개(한국어 뉴스)가 됐는데,

Here’s how Blizzard broke down the probabilities:

  • Each loot box will include 4 items.
  • Every box will contain at least one item of Rare quality or higher
  • It takes an average of 5.5 loot boxes to get an Epic item.
  • It takes an average of 13.5 loot boxes to get an item of legendary quality.

That translates to an 18.2 percent chance for an Epic and 7.4 percent chance for Legendary.

영웅(epic) 아이템이 18.2%, 전설(legendary) 아이템이 7.4%라고는 하지만, 사실 이걸 캐릭터 수로 나눠야 실제 기대 확률이 되는거 아닌가 싶다. 나는 메르시 전설 스킨을 바라고 있는데, 다른게 나와봐야 무소용인 거니까.

보통 이런 식으로 영웅+전설 정도의 아이템이 나올 확률을 전체의 20~30%로 설정한다고 해도, 그 안에서 영웅 아이템 개수와 전설 아이템 개수로 나누면 각 희망 아이템이 나올 확률은 1% 이하가 되고는 한다. 플레이어들은 대체로 같은 영웅 등급 안에서도 쓸모 있는 영웅템, 쓸모 없는 영웅템, 나오면 좋은 영웅템, 대박 영웅템 하는 식으로 나누고 있어서, 같은 영웅 아이템이 나오더라도 체감이 다르게 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그래서 처음 랜덤을 굴려서 아이템의 등급을 먼저 결정한 뒤 그 안에서 다시 확률을 굴려 아이템을 결정하는 경우도 있고 – 이건 전통적인 D&D의 방식이기도 했다 -, 그냥 통으로 만분의 일(1/10,000) 정도 확률로 한 테이블에 몰아 넣어 한 번에 굴리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뭐가 좋다 나쁘다 말하기는 좀 어렵겠다.

어쨌거나 전설이 7.4%라고 하면 좀 후한 편이기는 한 것 같다. 물론 희망하는 주캐의 스킨을 뽑으려면 대략 13.5번 마다 한 번 나오는 확률 * 캐릭터 수(현재 24)로 해보면 0.3% 정도이니까, 대략 희망하는 캐릭터의 전설 스킨을 뽑으려면 이론상 한 1/200 ~ 1/300 정도는 굴려야 된다는 것이라, 이렇게 보면 또 생각보다 엄청 후한 것은 아닌 것 같고.

  • VentureBeat 기사에 따르면, 이게 중국판만 이렇고 다른 서버는 다르게 적용된다는  모양이다.

확률형 아이템(가챠) 논란에 대한 생각들

  1. 확률형 아이템(가챠)에 대한 통제는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여기에는 이미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뽑기의 확률이 과도하고, 게임 회사들이 여기에 매출을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어서 갈수록 악독하게 운영되고 있다.

  2. 그렇다면 ‘어떻게 통제해야 하는가‘의 문제로 넘어가는데, 내가 보는 방향은 세 가지 정도가 가능할 것 같다. 국가가 법률로 규제하거나, 업계가 합의해서 자율 규제하거나 소비자 단체의 압력 또는 요구가 있거나.

  3. 사실 확률 공개는 ‘가챠 통제’에서 가장 약한 수단이다. 일본의 자율규제는 확률의 일정 이하로는 할 수 없게 되어 있고, 난 게임에서 가챠의 상태에 따라서는 금지까지도 해야할 수 있다고 본다.

  4. 디스이즈게임에 확률을 가지고 기사가 났는데, 뽑기 확률이 0%인 경우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크게 화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가챠의 뽑기라는 것은 사실 ‘부러움’과 ‘기대감(욕망)’을 노리고 돈을 투입하게 만드는 것인데, 0%로 놓고 뽑지 못 하게 해 놓으면 ‘부러움’이 발생하지 않고, 따라서 가챠라는 기능에 논리적으로 모순되게 된다. 아마도 저 0%는 기사의 내용처럼 ‘게임 밸런스를 위해 일부러 설정한 것’이거나 더이상 내보내지 않을 생각이었던게 아닌가 싶다. 즉 데이터에는 존재하지만 뽑지 않도록 폐기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5. 그리고 이 ‘극악의 확률’ + ‘확률 조정’이라는 포인트에서 보자면, 이게 MMORPG 개발에서 나왔던 것처럼, 플레이어 수에 따라서 숫자를 조절해야 한다는 멍청한 설계에서 출발한다. 10만 명이 한 번씩 돌릴 경우, 1% 확률이면 산술적으로 1,000개가 깔리게 되는 것이니까, 1%보다 훨씬 낮게 조절하고는 했다. 즉 모바일 게임의 가챠는 ‘시도 회수’를 추정하고 그에 따라서 개수를 조절하겠다고 의지를 가진 것인데… 출발점이 잘못된 거다. 어차피 거래가 안 되는 게임이 대부분인데 왜 이걸 1% 이하로 놓나. 정말 멍청한 거다.

  6. 게임 요소에서 가챠라는 것은 원래 한국에서 만든 부분유료화라는 탱자가 물 건너가 오렌지가 된 것이다. 그런데 그 종주국에서는 자율규제를 합의해냈고, 한국에선 그게 안 되고 있어서 문제다.

  7. 규제론 쪽에서는 이 가챠 규제를 8년 전부터 이야기했다고 하는데, 8년 전에 나온 이야기가 사실 가챠는 아니었고 랜덤박스 이야기가 가챠까지 연장이된 것으로 보이는데, 본질적으로 둘 다 확률에 의한 뽑기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모델이 좀 다른 것이다. 사실 저 8년이나 미적미적했다는 주장은 좀 무리지만, 잘 먹히는 수사.

  8. 가챠라는 것은 게으른 디자이너와 자본의 탐욕이 합체해서 만든 괴물이다. 처음 등장에서는 정교한 설계와 멋진 수익 모델(BM)이었지만, 갈수록 확산되면서 + 가챠를 가지고 흥행한 게임들이 많아지면서, 대부분의 게임들이 카드 방식의 캐릭터 + 뽑기 일변도로 되어 버렸다. 사실 이건 소위 말하는 ‘생태계’ 차원에서도 매우 나쁜 상황이다. 플레이어들도 질리고 개발자들도 발전이 없고.

  9. 이런 가챠 기능의 난립은 결국 자본의 탐욕에 의한 거다. 기업은 분기마다 전년도 분기의 매출보다 높은 매출이 나와야 한다고 직원들을 압박하고, 직원들은 ‘가장 손쉬운 매출 뽑아내기’로 확률형 이벤트를 기획해 넣는다. 한 회사가 이에 완전히 특화된 느낌으로 계속 언급되며 까이는데, 왜 이런가 하면 저래서다.

  10. 가챠의 확률을 공개하면 가챠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가.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확률 공개를 꾸준히 검증할 방법도 필요하고, 어디까지가 가챠이고 어디까지는 아닌지도 분명히 해야 한다. 만약 1회용 칼을 팔고 그 칼로만 잡을 수 있는 몬스터를 잡으면 (지금 가챠와 같은 확률로) 아이템이 드랍된다고 하자. 이건 가챠인가 아닌가. 이런 기능이 확산되면 이제 기획서를 까서 모든 확률 드랍을 공개해야할 수도 있다.

  11. 하나의 규제 법안을 만드는데는 수 개 ~ 수십 개의 단체들이 달려든다. 중독법만 생각해도 대표적으로 중독학회 + 여성가족부 + 보건복지부 + 셧다운제를 추진했던 그 규제론자들 등 추진에 관여한 단체들만 십여 개다. 이번 법안은 뒷 배경이 뭔가 살펴봐야 한다.

  12. 결국 (게이머들이 믿는 것처럼) 저 의원이 게이머들의 의견을 듣고 가챠로 막나가는 게임 업계를 규제해야 한다!고 십자군 원정을 떠난 게 아니다. 이 과정에서 게이머들의 의사는 반영되었을리가 없다, 그런 걸 할만한 단체가 없으니까. 아마도 이 법안을 통과시키면 조금씩 범위를 늘리고, 게임은 사행산업이며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논리로 추가 규제를 계속 덧붙일 가능성이 높다.

  13. 사실 이런 ‘막나가는 산업’에 대해서는 소비자 단체가 나서서 싸다구를 날리는게 가장 강력하다. 회비를 내는 회원이 한 천~만 쯤 있는 게이머 단체 하나가 있으면 게임 회사들이 폭주하는 걸 통제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는 ECA 라는 비디오 게이머들이 모인 단체가 있다.

  14. 게임업계에서는 고래(한국에서는 VIP 고객, 미국에서는 whale)라는 계층의 소비자가 있는데, 어떤 게임의 기준에서 고래는 매월 천만 원 이상을 사용하는 고객을 고래라고 따로 관리한다고 한다. 이런 고래가 게임을 그만둔다느니 뽑기 확률이 더럽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하면 게임 시스템을 바꾸고 전화도 해서 매출 관리를 한다. 웬만한 소비자는 이 상황에서 고객 대우를 받지도 못한다. 소비자 단체가 있다면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맥락에서 ‘지금 소비자들은 먼지만도 못한 대우를 받는다’는 이야기를 한 것인데, 와전되어 난리가 났던 것이다.

  15. 가챠는 다시 말하지만 게으르고 무능한 디자이너가 만든 요소다. 가챠는 게임 요소가 결코 아니다. 게임이 오죽 줄 수 있는 재미가 없으면 가챠 뽑기로 스릴을 만들겠나. 기본적인 전투 방법을 하나 설계하고 그것만 존나 반복시키다가 난이도를 극복하려면 새 캐릭터를 뽑게 하고, 또 더 어렵게 해놓고 새 캐릭터를 뽑게 해놓고, 캐릭터를 성장시키려면 같은 걸 또 뽑아서 합성하거나 갈아 넣게 하고… 이게 어디가 게임인가.

  16. 그런데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 즉 가챠를 어느 정도 통제하려면, 자율 규제로는 답이 없다. 게임 회사들은 이미 개발비(마케팅비 포함)가 천문학적으로 소모되고 있고, 한국 내수 시장만 보고 있기 때문에 게임을 산 사람한테 또 팔 수 밖에 없게 된다. 가챠는 거기에 가장 좋은 모델이다.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즉 외부의 영향력이 미쳐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 그래서 소비자 단체가 감시하는게 가장 좋다.

  17. 하지만 게임계에 소비자(게이머) 단체라는 것은 현재 없는 상황이고, 당장 유일한 방법은 국가 통제 뿐이다. 요는 11과 12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뒤에 게임을 계속 압력할 것이고 결국 이어지는 규제를 당하게 된다. 이렇게 규제 대상이 되면 요즘은 많이 사라진 게임 때문에 살인을 했다느니, 게임 중독으로 애들이 죽는다느니 하는 ‘몰이’가 명분을 얻게 되고, 게이머들은 집에서 게임하다가 “게임 중독되면 머리가 스폰지가 된대!”라면서 등짝을 맞게 되는데까지 연결될 것이다.

  18. 사실 더 좋은 방법은 개발자들이 각성을 하는 것이겠지만, 이건 시간이 걸린다. 이 요소를 사용하면 안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든 아니면 가챠를 악독하게 활용하는 게임들이 망하든 어쨌든 오래 걸린다. 지금처럼 가챠가 꾸준히 매출이 감소하지 않고 유지되면 사실상 이런 구도도 불가능하게 될 가능성이 더 높다. 안 팔려야 이 요소가 없어지는데, 계속 잘 팔리고 있는 요소를 없앨리가 있나.

  19. 결국 이 규제 법안은 받아내는 수 밖에 없다.

  20. 문제는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있느냐 하는 부분인데, 난 없다고 보는 쪽이다. 그리고 자율규제는 대충 미적미적 엉망인채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시간이 몇 달 가고 여론이 사그라들면 또 지지부진 유야무야 자율규제 합의도 없어질 거다. 그래 왔으니까. 자율규제를 몇 달 뒤에 하겠다는 건 이런 노림수일 가능성이 높다.

  21. 정리하자면, 어쨌거나 가챠는 계속될 거다. 그리고 똥 같은 게임들은 계속 나와서 가챠로 게이머들의 주머니를 탈탈 털 거다. 계속 게이머와 회사는 사이가 벌어진 채로 있을 것이고, 게임 개발자들은 그 사이에서 계속 욕을 먹을 거다. 답은 없다.

  22. 나나 이런 거 안 만들면 된다. 누군가는 가챠 없이 성공을 해서 가챠보다 높은 매출을 만들어내야 사라질 것이다. 혹은 가챠보다 더 악독한 모델이 나와서 훨씬 더 효율적으로 뽑아내든가.

  23. 게이머들은 가챠가 그냥 뽑기 확률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 뒤에 있는 ‘개인화’가 더 무서운 요소임에도 눈에 안 보이기 때문에 어떻게 동작하는지 모른다.

  24. 어쩌면 더 확실한 방법은 이 글이 퍼져서 가챠에 아무도 돈을 안 쓰는 것이지만… 온라인에서 게임 관련한 글을 읽고 쓰는 사람은 전체 게임 소비자의 10% 남짓일 뿐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