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이 없는 전투 방식

MMORPG에서 정해진 대상만을 선택해서 공격하는 방식이 뭔가 불합리하다는 생각을 했던 건지, 아니면 대상 없이 영역을 공격하는 방식(non-target combat system)이 훨씬 리얼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지 2009년의 화두는 마치 (MO와 함께) 논타겟이라는 식의 이야기가 여기저기 많이 나온다.

사실 논타겟이라면 코난의 시대(Age of Connan)가 이미 있었다. 타겟 창이 있고 타겟을 선택할 수 있지만 공격은 영역 공격이라 활의 궤적 중에 있는 장애물, 다른 NPC 등이 공격을 방해하기도 하고 칼질의 영역 안에 다른 몹들이 있으면 같이 공격을 받던 걸로 기억한다. 문제는 이게 ‘그렇게 대단한 거였나?’ 싶을 정도로 별로 인상적이지 않았다는 것.

논타겟 전투 시스템이라는게 좀 멋져보이기는 해도, 기본적으로 이런 시스템을 사용한다는 건 ‘리얼리티’와 연관돼 있다. “왜 내 칼질에 쟤들은 닿았는데 피해를 입지 않을까”라는 기본적인 생각에서 출발하는 건데, 이 리얼리티를 어디까지 확장할 것이냐가 이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

막말로, 이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은 원초적으로, ‘그럼 플레이어 캐릭터는 왜 영역 안에서 피해를 입지 않는가’라는 딜레마에 봉착하게 된다. 절충선으로 ‘NPC(mob)에는 적용, PC에는 미적용’이라고 한다면 역시나 시스템의 목적에 별로 부합하지 않게 되고, 진삼국무쌍의 학살 게임에나 어울리는 방식이 되는데, 이건 결국 리니지에서 몹몰이를 한다는 소리 밖에 안된다. 그 ‘몰아 맞아야 하는 몹들’은 결국 필드에 바글바글 널려 있어야 한다는 뜻이 되고.

PC까지 범위를 확대하면 코난의 PVP 서버 꼴이 발생한다. FFA(Free For All). 소위 무한 PK라고도 할 수 있는, 같이 파티 사냥을 하는 동료들도 피해를 입게 되고, 수 없는 분쟁과 수 없는 아우성 난장판의 도래.

합리적인 선에서, 몹에만 적용한다고 해도, 이 방식은 MO에서나 가능한 방식이고, MO라는 건 기본적으로 ‘다른 플레이어에게 내 사냥이 방해받지 않음’이나 ‘여러 마리 몹을 전략적으로 사냥하게 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다른 플레이어들과의 상호작용이 크게 감소’한다는 게 단점으로 작용한다.

내가 보는 온라인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옆 플레이어를 구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옆 플레이어가 엄청난 컨트롤 고수라면 감탄하면서 그의 예술적 플레이를 감상할 수 있을테고, 허접스러운 칠랄레 팔랄레 삽질하며 돌아다니는 플레이라면 ‘병신, 저게 뭐하는 짓이야’라며 우월감을 느끼는 그 상황. 이 상황은 사실 PVP가 가능한 시스템에서 ‘저기 다가오는 플레이어가 적인가 아군인가’에서 극대로 발현된다. 서로 긴장하면서 행동을 주시하는 상황. WOW의 필드에서 비선공 성향의 플레이어가 상대 진영의 플레이어를 만났을 때 느끼는 심리적 상황과 같다.

이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플레이어 내적으로 발생하는) 상호작용은 플레이어에게 끊임없이 감정을 발생하게 하고, 온라인 게임 안에서 도전 욕구와 우월감을 제공하면서 (일종의) 중독적인 플레이를 만드는 핵심인데, MO가 되면 이걸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게 된다. 함께 플레이하는 플레이어들은 일반적인 MMORPG의 파티와 같이 ‘아군’이기 때문에 “고수와 함께라면 뭍어가기, 병신과 함께라면 잽싸게 킥(kick out) 또는 짐 덩어리”가 되는 양상이 되어 병신 플레이어는 결국 게임에서 도태된다. (아마 그 ‘병신 플레이어’는 부던한 노력으로 실력을 쌓거나, 계속 민폐를 끼치다가 게임을 관두겠지.)

말하자면 MMORPG에서 논타겟 전투라는 건 일종의 MMO의 기본적인 게임성과 상충하는 디자인이라는 뜻이다. 시스템에 일관적으로 디자인을 하자면 플레이어는 압도적인 공격력으로 몹들을 한 군데 몰아서 사냥하는 방식으로 플레이를 하게 될 것이고, 이렇게 ‘광역 몰이 사냥’을 하는 플레이어들은 서로의 ‘사냥 영역’을 침범받기를 꺼리게 된다. “내 몹 왜 건드리냐”는 분쟁이 발생하게 되고,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려 서로간에 암묵적인 룰이 형성되기 전까지는 계속 분쟁으로 남게 된다. (물론 이것도 플레이어의 내적 갈등을 발생시키기는 하지만, 이 경우는 ‘분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오히려 부정적이다.)

이게 개발의 난이도가 높다 낮다와는 전혀 상관 없이, MMORPG에서 ‘우리 게임의 목표는 리얼리티이고 또한 PVP를 전역으로 가능하게 한다’는 목표가 있다면 꽤 쓸만한 시스템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플레이어들은 ‘(다른 플레이어가) 전투 영역 안에 들어와서 맞는 건 어쩔 수 없다’면서 PK를 변명하게 될테고, 아수라장이 되는 결과가 나타나겠지만. (이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플레이어들이 자체적으로 PK에 대한 제재를 합의할 수 있는 시스템, 즉 게임 공간의 입법 및 사법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건 아직 MMORPG에서 초기 단계로 발도 못 떼고 있다.)

논타겟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는 게임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 플레이어들은 어디까지를 수용해낼 수 있을까 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기는 하다.

대상이 없는 전투 방식

Funcom Confirms U.S. Layoffs

코난의 시대가 출시된 이후 코난과 Funcom에 일어난 일들을 일목 요연하게 정리를 하자면,

이렇게 놓고 보면, 북미에서 코난의 시대가 얼마나 참담하게 박살났는지를 볼 수 있는데, 심지어 이 뉴스에서는 아예 대놓고 디렉터의 사임을 ‘코난의 시대 실패의 결과(consequence of failures in Age of Conan: Hyborian Adventures)’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도대체 어쩌자고 코난의 시대를 국내에 들여오기로 했는지, 네오위즈의 담당자는 심히 반성을 해야할 것이다.

한국 시장에서 취향이 안맞는다고 내팽겨쳐진 게임이 더 넓은 시장에서는 (똑같이 취향에 안맞는다고 하더라도 시장이 크므로) 적당히 벌어먹을 수 있지만, 북미 시장에서 게임이 거지 같아서 안팔린 게임을 국내에 들여오면 그게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리고 또 하나, 어떤 게임이던지, 1) 무료 서버 이전, 2) 서버 통합, 3) 옛 유저 복귀 이벤트가 순서대로 진행된다는 것은 “유저들이 빠져나가고 있어요”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대충 비슷한데, 이미 워해머 온라인은 지난 11월 초 1단계 수순을 밟았다.

들어오지도 않은, 준비 중인 게임에 이런 정리 글은 참 미안하지만… 니들 안목이 없는 걸 어쩌니.

Funcom Confirms U.S. Layoff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