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소재로 한 게임들

일단 개인적으로 정치를 소재로 한 게임들은 두 가지 타입으로 나누었다. 좀 진지하게 접근하는 방향(serious)과 정치를 소재로해서 패러디(parody)로 접근하는 방향이다.

Serious

12th September

이 게임은 미국이 한창 중동에 불을 지를 때(…), 한 명의 테러리스트를 죽이면 여러 명의 다른 테러리스트가 생긴다는 걸 주제로 해서 만든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테러리스트를 향해 미사일을 쏠 수 있고 (이건 미국의 건쉽을 모사한 걸로 보인다) 폭발하면서 민간인이 죽는다. 그러면 민간인들이 폭발 희생자 주변에서 울다가 테러리스트로 변하고 이게 계속 번져서 나중엔 걷잡을 수 없게 되는 그런 내용이다.

Paper Please

여권 주세요는 리뷰를 참고. 이 게임에 스킨을 씌워 동무, 여권 내라우라는 북한을 소재로 한 변주도 있었다.

Need to Know

알아야 한다(Need to Know)는 빅브라더가 시민을 감시한다는 내용을 소재로 해서 만든 게임으로 킥스타터에서 펀드를 모았다.

Riot pol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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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기사 발췌

Riot police는 시위진압경찰인 전경을 뜻하는 영단어인데 이 게임의 주요내용은 게임유저가 진압경찰이 되어서 시위대나 폭도를 진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Joyful Execu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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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전자신문기사 중 발췌

북한에서 일어난 민중 시위를 군대가 진압하는 내용의 모바일 게임이 나왔다.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는 게임을 즐길 수 있지만 애플은 앱 등록 심사에서 이 게임을 탈락시켰다.

An Untitled Game (2015)

2015년 11월 14일 집회에서 백남기씨가 물대포에 맞은 사건을 보고 Debugger라는 개발자가 만든 게임으로, 현재는 찾을 수 없다. 2048을 베이스로 만든 것으로 시위대가 점점 뭉치는데 대해서 플레이어는 경찰을 합쳐 뭉쳐 진압 경찰 → 진압 경찰 부대 → 버스(차벽) → 살수차로 진화시키고, 살수차는 시위대에 물을 뿌릴 수 있다. 살수차로 진압 경찰에 물을 뿌리면 뉴스 링크가 뜨며, 중간에 등장하는 앰뷸런스에 물을 뿌리면 부상 시민을 호송하는 구급차에 살수했던 사건 뉴스로 연결된다.

Fake it To Make it (2017년 3월)

가짜 뉴스를 만들어서 돈을 벌어 사고 싶은 걸 사는 게임으로, 게임을 시작할 때 뭘 사고 싶은지 물어보고 이것이 게임의 목표가 된다. 플레이어는 각종 뉴스 소스들을 가져다가 가짜 뉴스를 만들어서 가능한한 많이 퍼뜨려 광고 수입을 올려야 한다. 2016~2017 미국 대선 기간 동안 횡행했고 여전히 활발한 가짜 뉴스 비즈니스를 꼬집는 게임이다.

Fiscal Kombat (2017)

게임은 ‘재정 분투’라는 뜻으로, 2017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PG와 프랑스공산당(PCF), 다함께(Ensemble!), 신좌파사회주의자 혁명, 공산주의자 르네상스 극(極), 혁명좌파 등 6개 극좌성향 정파의 자발적 연대인 프랑스 앵수미즈(La France insoumise)의 후보 멜랑숑이 주인공이다.

‘함께 하는 미래’를 주제로한 그의 공약은 민주주의·사회적·생태주의적·지정학적 위기라는 4개의 절박한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에코 사회주의를 비롯한 7개 축과 357개의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성장주의로 선회한 사회당에 실망한 당내 좌파들은 이제 프랑스 앵수미즈 밑으로 모이고 있다.
http://fiscalkombat.fr

게임에는 반대 진영의 정치인들이 적으로 나오는데, 적 캐릭터들의 멱살을 잡고 흔들면 돈이 떨어지고 이게 스코어로 쌓인다. 새로운 적 캐릭터가 등장할 때 확대 화면이 나와 누굴 풍자하는지 자세히 볼 수 있다.

Parody

ごんべえのあいむそ〜り〜 (1985)

제목은 ‘私は総理だ!(와따시와소리다, 나는 소리다)’를 영어로 읽은 I’m sorry에서 유래했다. 일본 정치사에서 매우 유명한 사건인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가 연루된 일본 최대의 정치 스캔들 록히드 사건 재판 와중에 사건을 풍자한 게임이다.

곳곳에 숨겨둔 비자금을 모아 총리 관저로 가져가는 내용으로, 관련 내용은 위키피디아(영어, 한국어), 나무위키, 위키피디아 다나카 가쿠에이 등을 참고.

국회 기생충 박멸 게임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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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국회의원을 ‘기생충’으로 표현한 미니 게임이다. 얼굴이 나오는 정치인을 총으로 쏘아 193마리의 기생충을 잡으면 ‘민주주의 수호’에 성공한다. 10마리를 놓치면 “민주주의 OVER”라고 나오며 게임이 끝난다.

데모크라시:데모

STUDIO SHELTER라는 곳에서 만든 게임으로, 광우병 집회를 기점으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영상 끝 부분에 2012년 12월 19일 대통령 선거일을 표시하고 있다.

폴리티컬 월드 (2016)

블루마블의 규칙에 국회 테마를 씌운 게임으로 2016년 12월 크라우드펀딩으로 제작을 했다.

DeskBuster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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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이 주도적으로 통과시키려던 법안(테러방지법)이 야당의 필리버스터 진행(2016년 2월 24일)으로 지연되고 처리가 불투명해지자 책상을 20분 간 쾅쾅 두들기며 울분했다는데서 착안한 게임이다.

Borders (2017년 1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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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미국-멕시코 국경 정책 관련한 패러디 게임.

References

위 내용에 인용한 것 외 정치를 소재로 한 게임들이나 관련 뉴스 기사들을 아래 정리한다.

  • 게임이 오락이라구요? 풍자도 있습니다
    • (2009년 06월 15일 한겨레 기사, 게임메카 제휴, 이덕규 기자)
    • MMORPG 세피로스의 12.12 재현 이벤트
    • MMORPG 천상비의 탄핵 이벤트(2004)
    • MMORPG 군주의 플레이어들이 게임상 경복궁 앞에 모여 집회를 했다고 한다
    • MMORPG 브라이트쉐도우의 광우 침공 이벤트
  • 정치 풍자 인터넷게임 등장(2000년 4월 4일 디지털타임즈 기사, 이택수 기자)
    • 부메랑미디어라는 회사에서 정치를 소재로 한 미니게임들을 사이트에 모아 서비스
    • “이 사이트에 방문하면 ‘공명선거”파이 던지기’ 등 10여가지 정치풍자 게임을 무료로 즐길 수 있으며, 그 외에도 액션·아케이드·슈팅·퍼즐 등 남녀노소 누구나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장르의 미니 게임을 맛볼 수 있다. ‘공명선거’는 게이머가 탐관 오리로부터 날아오는 금품을 막아내는 게임이며 ‘파이던지기’는 근엄하게 앉아 있는 정치인들에게 파이를 던지는 게임이다.”
  • 나도 부시에게 구두 한번 던져볼까?…정치인 풍자 온라인 게임
    • (2008년 12월 24일 경향신문 기사, 구정은 기자)
    • 부시를 소재로 한 풍자 게임들을 소개>
    • 이명박과 광우병 소 맞추기 게임 (2008)
    • 노무형 수다맞고 (2004)
  • ‘최순실 보드게임’을 아시나요?
    • (2017년 1월 28일 한국경제신문 기사, 구은서 기자)
    • 여의도 정글이라는 보드 게임 소개
    • 고려대 출신 청년 3명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풍자해 만듬
  • 게임으로 본 이란 혁명 – 1979년 혁명: 검은 금요일
  • 당신은 어떤 정치체제를 고르시겠습니까 – 국내 정치를 다룬 게임들
    • (2017년 3월 30일 전쟁없는 세상 기사, 지우 기자)
    • 고양이와 쿠데타 The Cat and the Coup
    • 트로피코 Tropico
    • 데모크라시 Democracy
    • 히든 아젠다 Hidden Agenda (1988)
    • 크렘린의 위기 Crisis in the Kremlin (1992)
    • 디마허 Die Macher
    • 1960년 대통령 만들기 1960: The Making of the President
  • 북 김정은 체제 풍자 보드게임 ‘디어 리더’ 출시 예정(2016년 8월 25일 연합뉴스 기사)
    • 킥스타터 펀딩 $22,052
    • 북한 독재정권이 북한인과 세계에 끼친 폐해를 소재
    • “포브스는”친구들과 파티를 할 때 모든 사람이 ‘디어 리더’를 부르며 흥미롭고 새로운 방식으로 친구들을 ‘멍청한 놈’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카드게임이 나왔다”
    • “히틀러 정권을 풍자해 만든 ‘시크릿 히틀러’ 와 비슷한 착상에서 나온 이 게임은 북한의 독재자 김정은과 그의 참모들에 관한 것”이라고 소개”
정치를 소재로 한 게임들

대중의 관심에 대하여

사람들은 누구나 관심사가 다를 수 밖에 없다. 관심이라는 ‘자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볼 수 있는 정보와 관심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게 누구나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에 관심을 갖느냐는 중요할 수 밖에 없다. 24시간 내내 뉴스를 본다고 해도, 세상의 모든 사건을 파악할 수 없고, 24시간 내내 게임을 한다고 해도 세상의 모든 게임을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의 관심을 받는다는 것은 매우 중요할 수 밖에 없다. 그 ‘누군가’의 집합인 ‘대중’의 관심을 받는다는 것은, 소위 말하는 ‘흥행’이라는 것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그것은 많은 사람이 돈을 지불한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그게 그 관심을 받는 댓가로 돈을 버는게 소위 ‘자본주의’ 시스템의 핵심이 된다. 인기는 곧 돈이다.

그래서, 반대로 아무도 관심이 없는 주제와 의식과 내용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은 돈을 벌 수 없다는 뜻이 된다. 관심이 없다는 말은 투자도 없고 관심도 없고 사는 사람도 없기 때문에 돈을 벌지 못 한다는 뜻이다. 먹고 살 수가 없다. 결국 먹고 살기 위해서는 다른 곳에서 돈을 벌거나, 아니면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대중의 관심이 높은 그런 내용에 기대어서 뭔가를 만들어야만 하게 된다.

이게 어떻게 보면 게임 이야기를 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또 동시에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것이기도 하고, 모든 분야가 비슷하다. 그냥 남들이 관심있는 콘텐트를 만드는게 돈이 되고 잘 먹고 사는 길이라는 뜻이다.

그러다 보면 유행 게임을 만들 수 밖에 없다. 누구는 유행 게임 짝퉁을 만들어서 흥행을 하고, 그게 광고만 붙였을 뿐인데 수백만 다운로드에 수십만 동접이 나와서 매달 억 단위 돈을 벌고 있고, 또 누구는 그냥 유튜브에서 혐오 영상을 만들어 뿌리는데도 수억씩 벌어드리는 걸 보다 보면, 그걸 따라하지 않을 재간이 있는가. 오, 있다면 당신은 유행 좆까 하는 인디 제작에 어울리는 감성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렇게 인디 감성으로 한 6개월 쯤 만들다 보니 6개월 안에는 만들 수 있겠거니 하고 준비했던 생활비도 떨어지고, 부모님의 압박, 여자친구(아내)의 압박 같은 것들을 받기 시작한다. 만들던 것은 여전히 아무도 관심이 없고, 다 만든다고 해도 시장에서 좋은 반응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별로 없다. 어차피 이런 게임 만들어 봐야 아무도 안 살 거라는 건 만드는 본인도 안다.

그렇게 아무도 관심이 없고 돈이 될 것 같지도 않은 프로젝트를 꾸역꾸역 만들어서, 그걸 결국 자신의 의지대로 관철시켜서 출시를 하는게 인디 게임이다. 아무도 안 할 거라는 걸 알고, 망할 거라는 것을 뻔히 알지만, 일단 만드는 것 그 자체가 목적으로 내가 게임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의지와 이미지를 투영하는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 그게 인디 게임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한국의 인디 게임들은 대다수가 인디 게임이 아니라고 본다. 어떻게든 만들어서 출시를 하면 (결과를 알 수는 없지만) 대박이 날 수도 있다는 기대로 만드는 게임과 망할게 뻔하지만 내가 가진 게임에 대한 이상을 관철시키기 위해 이걸 만들 수 밖에 없다는 그 둘을 어떻게 동치할 수 있나.

아무도 못할 것 이라는 걸 뻔히 알지만 만들고 있는 그런 개발자들이 힘들게 만들어 낸 인디라는 개념에 대한 모욕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

 

대중의 관심에 대하여

조직과 상명하복

한국에서 보이는 많은 IT 관련 문제들이 그 밑바닥을 파고 들어가다가 보면 시대 적응의 문제라는 생각을 하고는 하는데, 임정욱 대표를 통해서 금태섭 변호사의 신간을 발췌했다는 이 사진이 페이스북에 돌면서 또 하나를 확인했다. 요약하면 ‘(금태섭 변호사가 어떤 일이 있어) 최시중 방통위원장에게 이메일을 보내려고 했더니 이메일을 안 쓴다’는 것인데, 방통위(방송통신위원회)가 우리나라 방송과 정보통신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곳이라는 걸 생각하면 정말 어처구니가 없을 밖에. (관련 내용이 기사로 추가됐다.)

사실 이렇게 ‘적응 못 한 노인네들이 시스템을 장악하고 있는 문제’는 IT 뿐만이 아니라 대부분 것들에서 ‘구시대와 신시대의 충돌’로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기업을 비롯한 조직 문화도 그 중 하나다.

한국은 일제 시대 ‘황군’의 잔재로 고착된 군대의 상명하복 시스템이 사회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소위 ‘군대식 문화’라는 것이 다른 나라에는 없는 것들이 굉장히 많은데, 그게 특히 한국과 일본에만 집중된 이유는 다 뿌리가 거기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한국에서는 직급이 높은 사람이 나이가 많든 적든 인격적으로 어른의 역할이 된다. 이를 무시당하면 조직의 기반(상명하복)을 흔드는 것이 되고, 조직적인 공격을 받는다. 시스템의 부패를 폭로하기도 어려운 것도 마찬가지다. 결국 이 구조를 지키기 위해서 나이가 많은 하급자는 대우하기 어려워하는 ‘불편함’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조직의 상급자는 인간적으로 상급자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 나이가 들면 당연히 직급이 올라가야 하는 것이고
    • 그래서 나이 많은 하급자는 무능한 것이고
  • 상급자의 부패나 조직의 문제를 외부에 이야기하는 것은 조직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고
  • 하급자는 상급자에 복종해야 하고
    • 상급자가 ‘까라면 까야하는’ 것이고
    • 상급자는 인격적으로 훌륭한 사람이고
    • 직급이 높은 사람의 결정은 아래에서 이의제기를 수 없는 것이고
  • 상급자를 위해서 하급자가 희생을 해야하고

전부 군대에서 만들어진 개념이 사회 조직으로 넘어온 것이다. (그리고 이 직급-권력 관계는 조직내 성희롱과도 엮여 있다.) 이런 환경에서 소위 말하는 ‘수평적 조직’이라는 걸 만드는게 가능한가.

간혹은 이런 문제들이, 시간이 가고 우리가 주도세력이 되면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하기도 하지만, 이 조직 구조에 적응한 사람들과 적응하지 않은(적응을 거부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최소 4:6이 되어야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는 생각을 하면, 30~50년까지는 봐야지 않나 싶기도 하다.

수평적인 조직을 구성하겠다는 사장이 있다고 치자. 조직의 ‘상층부’는 사장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로 구성할 수 있겠지만, 중간 관리자 이하 직원들의 구성원은 (편향성이 있긴 하겠지만) 랜덤에 가깝게 구성된다. 이 랜덤은 결국 사회의 보편적인 인식과 같은 수준일 것이다. 결국 그러면 ‘수평적 조직을 만들고 싶다는’ 상층부와 ‘그게 뭐야 몰라 무서워’하는 하층부의 갈등이 벌어진다. (여기엔 또한 직급-권력의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보수적 성향도 함께 엮여 있다.)

많은 회사들이 사내에서 영어 이름을 부른다든지, 직급을 없앤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시도를 하지만 이건 결국 사회 전체 구성원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어렵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모든 문제가 그렇지만, 어떻게 바꿀 것인가는 참 어려운 문제다. 열심히 떠들고 열심히 설득하는 수 밖에 없다. 그렇게 조금씩 주변 인식들을 바꾸면 언젠가는 사회 인식이 바뀌지 않겠나.

시끄럽자.

조직과 상명하복

정치는 왜 생기는가

아주 오래 전부터 게임 업계에는 X맨이라느니 요원 005라느니 하는 식으로 프로젝트 안에서 ‘정치’를 하는 사람들을 부르는 말이 있었다. 이런 ‘정치’는 비단 한국 만이 아니고 전세계적인, 모든 협업해야 하는 업종에서 관찰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임 업계에서는 이 ‘정치꾼’들의 특징으로 오랫동안 ‘게임 개발은 쥐뿔도 모르면서 낙하산으로 내려온 팀장’ 같은 경우에만 한정했고, 이런 경우에만 경계의 대상으로 생각해왔는데, 알고보면 팀장급은 최소한 되어야 ‘정치적 영향력’이라는게 생기기 때문이었던 걸로 보인다. 그러다 근래에 아무도 (아직까지는) 정치하지 않는 팀을 보면서 과거를 돌아보게 됐다.

기본적으로 정치는, 일을 못하거나 안 하기 때문에 시작되는 일이다. 자신에게 할당된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 하기 때문에 이를 변명하기 위해서 핑계를 대고, 이 과정에서 원인이라고 지목된 사람의 방어가 시작되면서 양자를 옹호하는 친밀한 사람들의 그룹이 형성되는 식이다.

좀 더 풀어보면 이렇다:

  1. A는 할당된 업무를 지연했다.
  2. 상급자나 스케줄 회의에서 이 업무의 지연을 지적받고,
  3. A는 B가 업무를 늦게 넘겼다느니, 데이터가 잘못된 것을 넘겼다느니 변명한다.
  4. B는 이에 대해서 방어하기 위해 데이터 내용에 대해서 설명하게 되고,
  5. 회의는 난장판이 되어 A, B 모두 상급자에게 점수를 깎인다.
  6. A는 A대로 평소 친하던 동료들과 술 한 잔을 하면서 B 욕을 하고,
  7. B는 B대로 친하던 동료들과 술 한 잔을 하면서 A를 욕한다.
  8. 이제 둘은 회의마다 서로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9. 짠~ 정치가 완성되었다!

결국 A가 일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모든 업무상 문제 상황은 발견 즉시 통보를 하고 그 즉시 대책을 만들지 않으면 위와 같은 일이 벌어진다. 왜 문제를 마감까지 끌고 가서 지연시키고, 거기에다 추가로 자신의 면피를 위해 타인에게 덮어 씌우는가.

팀원 모두가 역할을 제대로 하면 이런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 또는 완벽한 상급자가 모든 업무를 체크하고 관리 감독하면 생기지 않을 수도 있다. PM이 각 작업자의 일정과 업무 누수를 잘 챙겨도 생기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경영자가 사내 인사를 친밀감으로 하는 경우는 이런 경우가 더 잦다. 관련 커리어가 없는 사람을 사업부장이니 팀장이니 하며 앉혀놓으니, 그 팀의 방향성이 제대로 될리가 있나. 팀장이 방향성을 명확하게 하고 있어야 손실을 감수하고 일을 추진하거나 장기적인 목표를 달성하는게 가능한데, 전문성이 없는 사람을 주요 자리에 앉혀버렸으니 잘 될리가 없다. 당연한 거다.

그런데 여기서 돌아볼 것이 있다. 예의 실무자 A가 정말 무능했기 때문인가?

그럴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업무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팀 안에 사소한 불만이 계속 그를 붙잡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 가정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든지, 이런 상황이 발생했으면 A는 즉시 재평가를 받아야 한다. 업무에서 잠시 빠지게 하고 그의 진짜 문제 – 앞에 이야기한 것처럼 동기부여 문제든 환경의 문제든 뭐든 문제를 해결하고 나서 다시 업무에 투입하는게 옳은 방법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즉시’다.

개발팀 안에서 정치가 시작되면 그 팀은 꾸준한 도트 데미지(DoT, Damages over Time)를 받는다. 팀의 의견은 이등분 삼등분되고, 업무 성과보다는 매일 정치 회의를 위한 술자리에 더 많은 에너지가 들어간다. 숙취에 오전 업무 시간은 날리고, 각 파벌끼리 점심식사를 하며 화력을 다진 후, 오후엔 본격적인 정치력 대결의 회의가 이어진다. 그리고 다시 반복.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가 있어야 하는 것인데, 경영진 자체가 이러고 있으면 그 회사는 그냥 답이 없다. 그 회사가 돈을 얼마나 잘 벌고 있든 말든 그게 중요하겠나, 일이 제대로 진행 되지를 않는데.

  • “어휴 너 새끼는 정치 안 했냐”고 하면, 저도 뭐…
정치는 왜 생기는가

요즘 정치권을 보면 ‘연극’이라고 볼 수 밖에 없는 것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그 지지자들은 여전히 편가르기로만 계속 받아들이고 있다.

간단하게 말해서, 새누리당은 새정치민주연합(아니 그냥, 민주당)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당이 없어지면 새누리당은 ‘더 나쁜’ 혹은 ‘덜 나쁜’ 상태가 아니라 ‘나쁜’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주당이 망하지 않을 정도로만, 죽지 않을 정도로만 두들겨 패면서 힐난하는데,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새누리당보다는 덜 나쁜 민주당’이기 때문에 살리고 싶어하고, 이는 결국 새누리당이 원하는 바라는 걸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민주당이 살아있으면 새누리당은 언제나 (최소한 앞으로 10년은 계속) 이긴다. 왜냐하면 어떤 계층에는 ‘최소한 민주당보다는 더 나은 정당’이기 때문에.

참으로 답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