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블로깅이란

사실 그다지 철학적이고 무거운 주제가 아니라, 나 같은 보통 사람이 이십 년이 넘게 웹에 로깅을 하게 하는 그 이유가 뭘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민노씨 인터뷰를 보면서.

Q. 민노씨에게 글쓰기란

글을 쓴다는 건 자기 치유적인 행위에요. 글이라는 게 없었다면 미치거나 미칠뻔했던 사람들이 대다수라고 저는 확신해요.

글이라는 건 어쨌든 자기 안에 있는 욕구들을 언어화시키는 작업이기 때문에 그 욕구가 대단히 숭고하든 추악하든 아니면 대단히 지적이든, 멜랑꼴리하든 간에 언어화시킴으로써 자기 스스로를 굉장히 객관화시키는 일이죠. 또 다른 자아를 언어화시킴으로써 내가 나를 바라보는 효과가 있잖아요. 스스로와 대화하는 효과가 있단 말이에요.

예를 들어 일기를 봅시다. 일기는 누구도 볼 수 없는 글이죠. 아무도 볼 수 없지만 일기의 독자는 나에요. 그리고 일기를 쓰는 그 어떤 사람도 이것이 정말 영원한 비밀로 봉인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일기를 쓰는 사람은 없어요. 내가 아주 솔직하게 일기를 쓴다고 하더라도 내가 나의 감시자면서 독자이고 비평가이고 저자인 거죠. 글을 쓴다는 행위는 대단히 자기 주관적이고요. 내가 누군가와 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나 스스로가 내게 실험하는 행위라는 거죠.

슬로우뉴스호 선장 민노씨, 다이버시티

나는 떠벌떠벌 말을 하기를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다. 나이가 들면서 말을 줄이고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생각을 하는 척 하고는 있지만 본성은 어쩔 수가 없는,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다.

글을 쓴다는 건 결국 그래서 ‘손으로 떠들고 있는 것’이라고 하는 것이 맞겠다. 말로 말을 하면 실수하고 틀리는 일이 많아 부끄럽지만, 차라리 글로 쓴다면 필요한 내용들을 인용하면서 링크하면서 글을 걸어가며 천천히 생각도 할 수 있어 좋다. 한 문장을 가다가 돌아보고 또 한 문장을 가다가 돌아보고 그런 글쓰기다.

그래서 내 글은 읽기 편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는 하는데, 반대로 말을 쓰는 것이라 중요한 문장에서는 여전히 (즉흥적 ‘말 쓰기’라) 오류가 많고 잦다. 검증이 필요한 내용들은 쓰기 전에 미리 찾아 놓고 정리하고 생각을 메모해 두었다가 쓰는 편이지만, 특히 즉흥적으로 쓰는 경우는 심각하다. 이 블로그에서 링크가 많은 글과 아닌 글을 비교하면 어떤 글이 즉흥적인 글인지는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 때는 힘주고 뭔가 있어 보이는 글을 쓰려고 많이 노력을 했는데, 이제는 가능하면 그런 글은 쓰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그렇게 힘을 주어 쓸 만큼 내가 많이 아는 사람도 아닐 뿐더러, 그렇게 잘난 척을 하는게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 개발자로써 점점 퇴물이 되어 가고 있기 때문에 더 그런 ‘자신감'(?)을 잃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나는 왜 글을 쓰고 있는가,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트위터가 참 좋다는 생각이 들더라. 아무 생각이 없이 머리에서 돌아다니는 문장을 툭툭 내뱉어도 아무도 뭐라지 않는 그런 매체라서. 블로그처럼 이렇게 장황하고 길게 쓸 필요가 없으니까.

좀 전에 한 원로와 대화하다가 깨달았다. F2P가 유료화의 미래라고 10년 전에 주장했던 것을 이제 철회한다. F2P는 앱의 가치를 떨궈 결국 앱이 삭제될 시간을 앞당긴다.

이는 MMORPG가 오픈베타를 하던 그 시절의 상태와 완전히 같다. 오픈베타가 서로 대체제가 되어 서로를 죽였던 것처럼 F2P는 앱 마켓 전체를 죽인다.

– 2014년 6월 3일

10년 온라인 게임 산업을 돌아보며

1994년 하이텔에 ‘단군의 땅’이라는 머드가 등장하고 나서 온라인 게임에 대한 전망은 굉장히 급속도로 진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20세기를 넘어 2003년이 되었고, 우리가 지난 10년 동안 게임 산업에서 무엇을 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1994년에 온라인 게임의 선두라고 ‘단군의 땅’을 서비스하던 마리텔레컴이 MUD에 이어지는 MUG라는 새로운 형태의 게임 사업에서 밀려나고, 1996년 넥슨과 NC소프트의 등장으로 지금의 MMORPG가 태동했습니다.

‘시대는 바야흐로 온라인 시대다’라며 패키지 시장의 하향세를 딛고 온라인 사업으로의 전환이 급속하게 이루어졌으며, 이런 과정에서 1998년 대한민국의 게임 시장은 벤처 붐과 함께 게임 관련 기업들의 호황으로 장미빛 그림을 그렸습니다. 스타크래프트의 폭발적인 판매량과 이어지는 디아블로의 성공으로 패키지 게임들도 모두 ‘온라인 서비스를 만들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낭설도 퍼졌으며, 웹게임이 잠시 빛을 발한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후 한게임이 네이버를 합병하고, 넷마블이라는 회사가 모회사이던 플래너스를 합병하기까지 온라인 사업은 지속적으로 발전해 온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장의 장미빛 그림에 비해 1998년의 IMF는 장기적인 불황으로 이어졌고, 소비성향은 침체 일변도를 달렸으며, 게임 회사들은 ‘MMORPG를 만들지 않으면 죽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모든’ 게임 회사들이 온라인 게임을 개발했고, 어쩌면 그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지금의 10대 소비자들은 온라인이 아닌 게임은 게임이라고 부르지 않을 지경이 되어버렸고, 개발자들은 MMORPG가 아니면 개발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한국의 폭발적으로 성장한 네트워크 인프라는 전 세계적으로 ‘매우 이례적인’ 것이었습니다. 2000년 외국의 언론들은 한국의 이런 변화를 잠시 지나가는 열풍 정도로 생각을 했지만, 2001년과 2002년을 거치면서 한국을 세계 온라인 게임의 메카로 보기 시작했고 리니지 단일 게임의 매출을 보며 놀라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런 예가 있다는 것을 들었습니다. 일본에서 기린 맥주가 독주하고 있던 시절, 아사히 맥주는 ‘10년 후에 환영받을 맥주 맛을 연구하자’고 결의하고 당시 초등학생들의 입맛 취향과 급식을 조사하여 결국 10년 뒤 그 초등학생들이 대학생이 되고 성년이 되었을 때 선호할 맛의 맥주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결국 아사히 맥주는 기린 맥주를 누르고 시장의 선두가 되었습니다.

지금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는 과정을 보면 저 아사히 맥주의 예가 참으로 가슴에 와 닿습니다. 우리는 지금 유행하고 있는 게임의 흐름에 ‘중독’되어서 매우 획일적인 형태의 게임들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을 겁니다.

컴퓨터 게임 시장은 컴퓨터 시장이 존재하는한 영속적일 것입니다. 개발자는 앞으로 10년, 20년이 아니라 평생 동안 게임을 개발해야 합니다. 지금 20대의 개발자들이 앞으로 30대, 40대가 되어서 계속 게임을 개발하고, 이렇게 되어야 산업과 기술에 안정적인 모습이 형성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자들은 ‘35대가 되면 정년이다’라고 생각하고, 심지어 ‘돈 잘 버는 게임을 얼른 하나 만들고 뜨자’라는 말까지 하고 있습니다. 마치 로또의 열풍처럼 게임 산업을 단지 복권의 한 종류로 보고 있는 것을 보노라면 앞으로 산업의 비전은 갈수록 나빠질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기술은 계속 진보하지만,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은 언제나 과거에 있습니다. 작은 강물이 흘러서 큰 강물이 되는 것처럼, 역사는 작은 것을 잊어버리면 뒤에 큰 흐름을 만들 수가 없습니다. 신입 개발자를 양성하는 곳은 단편적인 기술만 가르쳐서 산업으로 내보내고 있고, 게임 회사는 신입보다 경력자를 선호합니다. 프로젝트 기간은 짧을수록 좋고, 게임은 자극적일수록 좋으며, 소비자의 허점을 파악해서 그것을 공략하는 게임이 좋은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근 저는 영등위와 관련된 일련의 사태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합니다. 시장을 장기적으로 보지 않으면, 당장 회사의 이익을 만들 수 있겠지만 10년 뒤 회사의 존재를 확신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만든 그 자극적이고 즉흥적인 게임들이 10년 뒤까지 계속 유행을 할 것이라고 보장할 수도 없고, 그 입맛의 10대들이 10년 후 어떤 더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컨텐츠를 요구할지도 모릅니다.

지금의 핵앤슬래쉬 게임과 아이템 현금화의 분위기가 10년 뒤 어떻게 변할지 우리는 생각을 해야할 때가 되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10년 뒤에 게임의 캐릭터를 미리 만들어서 판매해야할 지도 모릅니다.

10레벨 캐릭터 만원, 20레벨 캐릭터 이만원, 30레벨 캐릭터와 풀셋에 5만원…

회사의 자산이라고 생각하던 게임 서버와 서비스는 날이 갈수록 사용자가 증가하면 매출이 아니라 ‘차입금’이 될 것이고, 사용자가 떠나면 그 ‘차입금’을 ‘상환’해야 할지도 모르며, 결국 온라인 게임은 만들어도 운영비만 들어가는 (-)산업이 될 지도 모릅니다.

포탈에서 서비스하는 고스톱은 패를 조작해서 올인이 되기 쉽도록 만들고, 게임은 좋은 아이템을 가질 수 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돈이 없는 아이들은 채팅방에서 돈이 많은 아저씨에게 빌어서 게임 머니를 받고, 여학생들은 몸을 팔아서라도 저런 아이템을 구입하고 있습니다.

게임의 중독은 사회적인 문제이지만, 우리는 그 사회의 일원이며 그 중독의 원인을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게임 산업은 이미 발 끝부터 머리 끝까지 다 이렇게 되어있습니다.

심지어 모바일 산업에서는 억지로 매출 올리기(자뻑)가 유행하더니 최근에는 대 놓고 공짜 게임을 뿌리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그 회사는 매출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지만, 다른 회사들이 그 것을 시도하기 시작하는 순간 유행이 될 것이며, 소비자들은 앞으로 그 무료 게임들이 아니면 다운로드 하지 않을 겁니다. 이미 게임 잡지들의 무료 정품 부록이 그렇게 흘러왔고, 온라인 게임의 무료 베타 ‘서비스’가 그렇게 흘러 왔습니다.

게임 패키지의 판매가 죽도록 만든 것은 우리들이고, 온라인 게임의 베타족을 만든 것도 우리들입니다. 그리고 모바일 시장도 곧 같은 그림으로 흘러갈 것은 이미 저 ‘짜요짜요 타이쿤’을 시작으로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그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원인은 시장을 단기적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옛날에 한 농부가 벼를 빨리 자라게 하려고 벼를 조금씩 잡아 뽑았더니, 다음날 그 벼들이 다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100년을 먹어야할 우물을 펌프로 뽑아내고 있습니다.

이 우물이 말라버리면 어디로 가야합니까?

게임 산업을 뜨겠습니까? 아니면 말라버린 시장 환경을 한탄하면서 계속 만들겠습니까?

저는 이런 것의 대안으로 도덕적인 개발자가 되자고 주장합니다. 상식적인 선에서, 도덕적인 선에서 우리가 이 아이템을 꼬마 아이들에게 파는 것이 과연 맞는 일인지, 이 게임을 폭력 일변도로 만드는 것이 과연 잘하는 것인지를 스스로 개발 과정에서 도덕적인 판단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이것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면 우리는 자제해야 하는 것입니다.

마약이 존재하는 것을 모두 알고 있고, 그 효과도 모두 알고 있지만 금하는 것은 일단 시작하면 인간의 모든 행동이 제어할 수 없는 수준으로 갈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이 마약에 절어 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국내에 600개가 넘는다는 게임 회사 중에서 성공한 10여 개의 업체가 되는 것은 매우 부러운 일이고 멋진 일일 겁니다. 하지만 그 대열에 끼겠다고 시장 전체를 훼손하면서 사업을 하고 개발을 하는 당신이 있다면, 우리 모두를 죽이는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함께 밥을 먹던 친구가 찌게를 혼자 다 먹겠다면서 거기에 침을 뱉으면 여러분은 어쩌시겠습니까. 같이 침을 뱉어서 아무도 못먹게 하는 것이 맞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