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A급 게임의 개발비

Gamesindustry.biz에 ‘게임 개발에 60억 원을 들이면 콜오브듀티와 경쟁할 수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Everybody is producing mobile games, but there are very few actual AAA blockbusters every year and they sell pretty well, so there’s a big business opportunity in my opinion. I don’t know why no one is taking that opportunity. It’s bizarre.

The chance of succeeding is better. In mobile games, you have to compete with hundreds of thousands of games. In the AAA market, you have to compete with 20 games per year. So there’s a chance of failure, but it’s not 1 to 100,000, it’s more like 1 to 5 or 1 to 10 or something.”

요즘은 모두가 모바일 게임을 개발한다. 소규모의 인디 개발사부터 대형 개발사들까지 전부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고, 연간 십만 개 쯤의 게임이 나오고 있다. 즉 뒤집어서 말하면 이건 소규모의 인디 개발사들이 대형 개발사들과 같은 곳에서 경쟁을 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그래서 이런 맥락에서, 워호스 스튜디오의 공동 설립자인 대니얼 바브라(Daniel Vavra)는 60억 원 정도를 투자하면 AAA급 게임을 만들 수 있고, 그러면 그 경쟁 대상이 20개 정도 회사로 줄어들게 되고, 실패 확률은 1/10~1/5로 줄어든다고 말한다. 즉 적은 예산을 들인 게임은 상위 그룹 전체와 경쟁을 해야 하지만, 일정 이상의 예산을 들여 AAA 그룹에 들어가면 그 이하는 경쟁 상대로 볼 필요가 없이 AAA 끼리만 경쟁한다는 말이다.

Later on, Vavra recognised that some studios might think it’s too expensive to make AAA games but stressed that with the right tools and the right focus, those costs can be reduced significantly.

He cited CD Projekt Red, which has said the combined development and marketing budget for The Witcher III was $81m, before hinting that his own company’s title – crowdfunded medieval adventure Kingdom Come: Deliverance – had cost less than $10m but aims to satisfy the same audience.

“You can do AAA games [for much less] nowadays. If I were making a first-person shooter… $5m to $6m and I can compete with Call of Duty,” he said. “If you add $50m for marketing, of course.”

예를 들면 CD 프로젝트 레드(위쳐 시리즈의 개발사)를 예로 들었는데, 개발과 마케팅을 합쳐서 800억 원 정도를 썼다고 이야기를 한다. 사실 그 전까지 위쳐는 B급 게임에 불과했지만, 위쳐3를 만든 이후로 전세계적인 AAA급 개발사로 등극했다는 걸 보면 그 값을 충분히 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면서 글의 마무리 부분에 이렇게 말하는 거다. ‘요즘은 AAA 게임을 만드는데 훨씬 적게 들어간다. 만약 내가 FPS를 만든다고 하면 6~70억 원 정도를 들이면 콜오브듀티와 경쟁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다. 물론 500억 정도 마케팅을 더 써야하고.’

이 글에서 두 가지를 볼 수 있는데, 하나는 AAA급 게임의 개발비는 전보다 훨씬 적게 들고 있다는 것이고 (물론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수십억 원 단위지만) 10년 전에 나왔던 개발비 규모에 비하면 훨씬 줄어든 것이다. 또 하나는 이제 개발비보다는 마케팅에 돈이 훨씬 더 들어간다는 것이다. (아마도 본문의 맥락은 진짜로 콜오브듀티와 경쟁을 하려면 그 정도 마케팅을 써야지 않나 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게임들이 그럴 거라고 보는 건 좀 무리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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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GDC에서 나온 개발 규모와 개발비 슬라이드

일반적으로 이전이나 지금이나 게임이라는 것은 단지 시장에 내놓기만 하면 팔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게임이 있다’는 것을 소비자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야 하는 것이고, 그러면 개발비가 더 들어갈수록 마케팅 비용은 더더 많이 들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스팀에 판매하는 게임이라고 해도, 스팀의 게임 구매자들이 스팀에 피쳐드 되는 것 만으로 게임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고 외부에서 정보를 얻고 이를 통해서 구매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 ‘외부의 정보’는 결국 마케팅을 통한 언론 기사, 광고, 영상 등이다.

뭐, 이런 이야기가 나와도, 어차피 한국에서는 월드 클래스로 게임을 개발하는 경우가 거의 없으니 별로 중요한 이야기가 아닌지도 모르겠다.

Absolver

보통 격투 게임은 플레이어의 숙련을 기반으로 한다. 모든 플레이어는 똑같은 캐릭터를 가지고 플레이를 하고,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지만, 캐릭터의 기술(move)을 변경하거나 자신 만의 류파(style)를 만들어낼 수는 없다. 그래서 일반적인 격투 게임은 커맨드의 입력 타이밍, 반응 속도, 기술 이해 등을 기반으로 하는 숙련을 싸우는 게임이 된다. 일반적인 경우, 플레이 시간이 누적되면 플레이어는 게임 메카닉에 익숙해지고 더 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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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olver의 무술 편집(출처: http://thekoalition.com)

Absolver는 이 전의 글에서 잠깐 언급을 했던 것처럼, 검호(劍豪)의 영향을 상당히 받은 게임으로 이런 격투 게임의 ‘성장’을 기술 수집으로 표현한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맵을 돌아다니면서 기술들을 직접 맞으며 새로운 동작(move)을 익히고, 이걸 다른 동작들과 엮어서 자신만의 류파(style)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편집해 만든 자신의 동작들로 다른 플레이어와 대전 결투를 하거나, 맵을 공유하는 다른 플레이어를 공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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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호의 무술 편집(출처: 유튜브)

말하자면, 검호가 그랬던 것처럼, 플레이어는 상당한 반복을 통해서 동작을 수집하며 자신의 캐릭터를 키워야 한다. 물론 검호처럼 폭포수를 맞으며 수련을 한다거나 촛불, 볏단을 벤다거나 하는 개인 훈련이 없이, 쌩으로 맵을 돌아다니면서 두서넛 떼로 나오는 ‘NPC들’과 싸우며 기술을 익혀야 한다. 이게 이 방식에서의 숙련과 성장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여기서 두 개의 컨셉 충돌이 발생한다. 기본적으로 이런 형태의 전투 설계는 일대일의 전투에 특화되어 있다. 상대의 동작을 막거나 받아치거나, 타이밍을 뺏거나 하는 식의 전투이기 때문에, 일대다의 전투가 되면 이 일대일의 전투에서 빛을 발하는 설계가 퇴색한다. 이건 포아너의 전투도 사실 비슷하고, 마비노기의 전투도 비슷한 구조로 되어 있었다고 본다.

아마도 이건 일대일로만 연속될 경우의 지루함이나 난이도 조절의 어려움 때문에 이렇게 만든 것으로 보이는데, 이렇게 되고 보니 반복을 통해서 상대의 기술을 배워야 하는 플레이어 입장에서 불필요한 난전이나 (나를 해당 기술로 때리면서 가르쳐야 하는) 타겟이 죽어버려 짜증이 발생하는 구조로 흘러가게 된다.

또 하나는, 싱글플레이가 이렇게 기술 수집과 편집, 반복을 기반으로 설계되어 있는데, 이 싱글플레이 공간을 2~6인 멀티플레이어가 공유하는 방식으로 했다는 것이다. (서버 연결이 없으면 플레이를 할 수 없다.) 맵이 꽤 넓고, 플레이어들이 각자 돌아다니면서 자기가 필요한 몹을 붙들고 반복하는 작업만 하면 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되니 한 쪽에서 몹 하나 붙들고 기술을 배우는 걸 다른 플레이어가 방해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그래서 이렇게 ‘기술 수집(시도+좌절) → 성장(도전) → 다양한 기술(보상)’로 이어지는 성장 구조와 보상 구조가 여기저기서 자꾸 충돌하기는 하는데, 어쨌거나 이 두 가지를 제외하면 게임은 전체적으로 꽤 잘 만들어져 있다. 동작을 편집해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 수 있고, 이걸 가지고 다른 플레이어와 대전을 하는 것도 꽤 인상적이다.

Absolver는 검호에서 차용한 기술 수집과 편집이라는 핵심 컨셉을 가지고 전체 게임을 끌고가는 게임인 만큼, 이게 매우 충실하게 되어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해서 $30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과거 검호를 플레이하면서 재밌어 했던 요소를 즐기는데는 무리가 없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미 동접이 1만 8천을 넘었다고 하니, 인디 게임으로써는 충분히 상업적 성공을 확보한 상황으로 보인다. 동접이 대략 2만 정도라고 보면 콘솔의 판매량은 20만~30만 정도까지 추정할 수 있을 것이고, $30 중 한 30~50%를 소니와 나눈다면, 대략 200만~300만불 매출은 나왔을 것이다. 따라서 이제 이후 드러난 문제를 어떻게 개선하느냐 그걸 좀 봐야할 것 같다. 혹은 이 성공으로 속편의 개발도 가능해지지 않을까 싶고.

개인적으로, 포아너가 이런 식이었으면 훨씬 낫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게다가 주먹질로만 되어 있는 것이 칼질에 비해서는 매력이 좀 떨어지기도 하고.

대중의 관심에 대하여

사람들은 누구나 관심사가 다를 수 밖에 없다. 관심이라는 ‘자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볼 수 있는 정보와 관심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게 누구나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에 관심을 갖느냐는 중요할 수 밖에 없다. 24시간 내내 뉴스를 본다고 해도, 세상의 모든 사건을 파악할 수 없고, 24시간 내내 게임을 한다고 해도 세상의 모든 게임을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의 관심을 받는다는 것은 매우 중요할 수 밖에 없다. 그 ‘누군가’의 집합인 ‘대중’의 관심을 받는다는 것은, 소위 말하는 ‘흥행’이라는 것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그것은 많은 사람이 돈을 지불한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그게 그 관심을 받는 댓가로 돈을 버는게 소위 ‘자본주의’ 시스템의 핵심이 된다. 인기는 곧 돈이다.

그래서, 반대로 아무도 관심이 없는 주제와 의식과 내용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은 돈을 벌 수 없다는 뜻이 된다. 관심이 없다는 말은 투자도 없고 관심도 없고 사는 사람도 없기 때문에 돈을 벌지 못 한다는 뜻이다. 먹고 살 수가 없다. 결국 먹고 살기 위해서는 다른 곳에서 돈을 벌거나, 아니면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대중의 관심이 높은 그런 내용에 기대어서 뭔가를 만들어야만 하게 된다.

이게 어떻게 보면 게임 이야기를 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또 동시에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것이기도 하고, 모든 분야가 비슷하다. 그냥 남들이 관심있는 콘텐트를 만드는게 돈이 되고 잘 먹고 사는 길이라는 뜻이다.

그러다 보면 유행 게임을 만들 수 밖에 없다. 누구는 유행 게임 짝퉁을 만들어서 흥행을 하고, 그게 광고만 붙였을 뿐인데 수백만 다운로드에 수십만 동접이 나와서 매달 억 단위 돈을 벌고 있고, 또 누구는 그냥 유튜브에서 혐오 영상을 만들어 뿌리는데도 수억씩 벌어드리는 걸 보다 보면, 그걸 따라하지 않을 재간이 있는가. 오, 있다면 당신은 유행 좆까 하는 인디 제작에 어울리는 감성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렇게 인디 감성으로 한 6개월 쯤 만들다 보니 6개월 안에는 만들 수 있겠거니 하고 준비했던 생활비도 떨어지고, 부모님의 압박, 여자친구(아내)의 압박 같은 것들을 받기 시작한다. 만들던 것은 여전히 아무도 관심이 없고, 다 만든다고 해도 시장에서 좋은 반응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별로 없다. 어차피 이런 게임 만들어 봐야 아무도 안 살 거라는 건 만드는 본인도 안다.

그렇게 아무도 관심이 없고 돈이 될 것 같지도 않은 프로젝트를 꾸역꾸역 만들어서, 그걸 결국 자신의 의지대로 관철시켜서 출시를 하는게 인디 게임이다. 아무도 안 할 거라는 걸 알고, 망할 거라는 것을 뻔히 알지만, 일단 만드는 것 그 자체가 목적으로 내가 게임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의지와 이미지를 투영하는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 그게 인디 게임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한국의 인디 게임들은 대다수가 인디 게임이 아니라고 본다. 어떻게든 만들어서 출시를 하면 (결과를 알 수는 없지만) 대박이 날 수도 있다는 기대로 만드는 게임과 망할게 뻔하지만 내가 가진 게임에 대한 이상을 관철시키기 위해 이걸 만들 수 밖에 없다는 그 둘을 어떻게 동치할 수 있나.

아무도 못할 것 이라는 걸 뻔히 알지만 만들고 있는 그런 개발자들이 힘들게 만들어 낸 인디라는 개념에 대한 모욕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

 

인디를 보는 잘못된 시선

인디는 간단하게 말해서 거대 자본이나 시스템으로부터 독립하여 자신들이 원하는 음악을 하고자 하는 뮤지션, 혹은 레이블을 뜻한다. 그리고 그들을 통해 나온 음악이 바로 인디음악이다. 우린 여기서 ‘독립한다’라는 말에 담긴 의미를 곱씹어봐야 한다. 그리고 ‘거대 자본’은 단순히 돈이 많다라는 뜻보다도 흔히 ‘메이저’ 혹은 ‘주류’라고 부르는 메인스트림 음악계를 대변하는 말이라고 보면 된다. (중략) 이처럼 투자는 음악이 완성되는데 작게든 크게든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를 ‘거대 자본’이라는 말로 메인스트림 음악 씬을 표현한 것이고, 바로 이러한 자그마한 간섭조차도 받지 않고 음악을 만들고자 하는 게 진정한 인디의 정체성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레 독립 노선을 걷는 뮤지션과 레이블은 자본과 시스템으로부터 자유로운 덕에 메인스트림의 흐름과 전혀 무관한 음악을 주조하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프로모션한다. 대중의 기호를 우선 순위에 두고 음악이 탄생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인디냐 아니냐가 정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중요한 건 주류 시스템 안에서 만들어지는 대부분 음악은 철저하게 대중을 찾아가지만, 인디 음악은 트렌드와 무관한 스타일을 통해 사람들이 찾아오게 한다는 점이다. 한 마디로 원래 형편이 풍요로운 뮤지션이라도 메이저 시장의 지배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하고 싶은 음악을 만들고 프로모션한다면, 그는 인디다. ‘인디 (뮤지션/레이블)는 돈 버는 걸 염두에 두지 않아야 한다.’라거나 ‘돈을 멀리해야 한다.’라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인용 주: 강조는 내가 함)

– 인디(Indie)를 보는 잘못된 시선, 리드머 편집장 강일권

노 코멘트.

 

지난 주에 인디 디벨로퍼 서밋을 다녀왔다.

이 자리에 왔던 브랜든 쉐필드(Brandon Sheffield)와 꽤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인디가 뭐냐’는 질문에 대해 ‘부모 집에서 살고 밥을 굶더라도 만들고 싶은 게임이 있어서 만들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이 계속 뇌리에 남아 있다.

꼭 만들어야 하는 것.

게임 산업 차원에서 인디 게임의 중요성

한국의 게임 산업은 이제 20년의 역사를 가진 꽤 안정된 상태로 들어서고 있다. 수백 개 – 2004년엔가 본 게임백서의 집계에는 약 400개의 게임 회사가 있는 걸로 기억한다 – 의 회사가 있고 수만 명의 게임 개발자가 이 업계에 종사하고 있으며, 시장 규모는 수천 억 단위가 되었으니까, 이것을 ‘안정적인’ 상태라고 부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물론, 사업주들은 지금도 ‘더 많은 돈’을 바라고 있겠지만.

그런데 산업의 입장이 아니라 게임의 입장에서 보자면, 한국 게임 산업이 과연 성장했는가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한 번 해볼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의 주력 업종인 MMO 게임들을 보자. 지난 2000년 MMORPG 붐 시대에 나왔던 MMORPG들과 지금의 것들을 비교해서 나아진 것, 발전한 것은 뭐가 있는가.

그래픽? 보기에 그럴듯한 모습이야 훨씬 나아졌다고 하지만 이것은 그래픽의 밑바닥을 받쳐주는 하드웨어의 성장이 급속으로 되었으므로, 거기에 따라 함께 좋아졌다고 봐야지 않을까. 게다가 새로운 프로그램 기술로 3D 표현은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일반적인 MMO 게임에서 활용하고 있는 것들은 매우 제한적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우리의 사업주들이 바라는 ‘매스 마켓’ 공략을 위해서는 저사양화가 필수적이고, 그에 따라 새로운 기술 적용은 극히 부분적으로만 되고 있다.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아바(AVA, 네오위즈)는 이런 새로운 기술 적용을 위해서 과감히 시장 일부를 포기했지만.

좀 더 내면적인 부분을 보자면, 게임 디자인, 설계의 면을 이야기 해야겠다. 과연 무엇이 나아졌나. 확실히 상업화가 가능한 부분들은 좋아졌다.  다양한 아이템, 착용 파트, 상용화 하기 위한 기능성 장비들… 그리고 다양한 온라인 게임들의 등장. 음, RPG만 존재하던 시장에서 FPS, 슈팅, 스포츠 뿐만 아니라 이제 음악 게임까지 나왔으니까 PC 싱글 플레이 게임들이 가지고 있는 게임 형식을 온라인으로 적용했다는 면에서 발전한 걸까.

사실 한국의 온라인 게임 산업은 “더 온라인으로 만들 것이 남은 게 있나?”라는 관점으로 지난 7년을 보내왔다. RPG가 포화되자 액션 게임들이 등장했고, 이것도 포화되어버리니 FPS, 그리고는 스포츠, 그리고 이제 더 이상 만들 게 없다는 지경이 되니 2D 슈팅을 온라인으로 만들고, 콘솔 게임에서 흥행중인 음악 게임도 이제 온라인으로 해보자는 것이었을 뿐이다. 지금까지 등장했던 한국산 온라인 게임에 “와 이건 처음 보는 게임인데?”라고 감탄사를 날려줬던 게임이 어디 있던가 말이다. 그리고 여전히 이렇게 “더 온라인으로 만들 것 없나”라는 시작이 업계의 유명 개발자들 사이에도 만연해 있기도 하고.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한국 게임 업계는 모두 미국과 일본의 게임들을 모방하는 걸로 성장해왔다, 이 말이다. 미국과 일본의 게임들이 새로운 게임성을 발굴해내고 그것을 상업화하는 과정들을 자체 시장에서 가지고 있고, 이것들이 상용 게임으로 정착하는 시행 착오의 과정들을 한국 온라인 게임들은 해본 적이 없다. 이미 만들어져있고 검증된 게임성을 카피해서 만들면 그만이니까. 연구개발? 그건 먹는 건가요?

그런데 미국이나 일본의 게임 시장을 보면 이들은 새로운 게임을 만드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 “아니 뭐 이런 걸 돈 받고 팔아!”라고 짜증을 낼만한 정제되지 않은 게임 형식을 출시하고, 시장에서 된서리를 맞은 이후에 비슷한 게임성을 발전시킨 새로운 게임이 등장한다. 이렇게 게임들이 이전에 상업화에 실패한 것들을 검토하고 개선해서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내는 것을 한국 구석에 앉아서도 볼 수가 있다는 말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FPS의 점령 룰이나 깃발 뺏기 같은 요소들은 MOD에서 먼저 만들어졌고 이후 상용 게임들로 흡수된 것들이다. 가장 최근에도 밸브(Valve)는 포탈(Portal)이라는 하프라이프의 새로운 프렌차이즈를 아마추어 게임 팀이 만든 것을 흡수해서 발매했다.

한국은 어떤가. 아마추어 게임 개발팀들이 새로운 형식을 시도하는가? 매년 졸업 작품으로 십여 개의 아마추어 게임들을 보고 있지만, 적어도 우리 학교에서 소재가 아닌 형식에서 “신선하다!”라고 할만한 것을 찾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이 졸업생들은 게임 업계의 취업을 위한 포트폴리오로 졸업 작품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고, 왜냐하면 이들은 최대한 현업에서 만들음직한 게임을 비슷하게 만들어야 좀 더 그럴듯한 포트폴리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지 아이디어만 신선한 게임을 만들어서는 프로그래머와 그래픽 작업자(2D, 3D 아티스트)들이 취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 여성으로만 만들어진 한 팀에서 ‘어이쿠 왕자님’이라는 프린세스메이커의 남성 버전을 만들었다. “아니 이게 무슨 동인녀 게임이야”라고 폄하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보아왔던 ‘만들어진 아마추어 게임’ 중에서는 가장 신선했다. 하지만 이 역시 소재면에 한정될 뿐, 이것이 프린세스메이커의 아류라는 그 한계를 벗어나기는 어렵다. 물론 이 게임이 나쁘다는 말도 아니요, 후지다는 말도 아니다. 인디 게임은 어디까지나 ‘새로운 시도’를 해야한다는 면에서, 그것이 기존 형식에 새로운 소재를 입히는 것은 아직 출발 단계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 거다.

인디 게임을 개발한다는 것은 자본의 영향에서 벗어남을 의미한다. 퍼블리셔나 시장에 먹힐만한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 “이거 괜찮은데?”라고 생각했던 요소들을 “아무래도 좀 위험해”라며 잘라내는 과정 따위를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처음 컨셉에 “이런 게임을 만들어보자”라고 결정한 것을 끝까지 그대로 만들어내는, 다소 괴작 같기도 하고 이상하게 어긋나 있는 것 같기도한 그런 요소들이 뒤엉켜 “시도는 신선하다”라고 평을 받아도 상관 없다는 뜻이다.

자본화된 게임은 대규모화 되고, 대규모화 된 게임은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는다. 새로운 시도는 시장의 저항을 받게 되는게 당연하고, 팔려야 하는 숙명에 이런 저항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언제 EA가 새로운 형식의 혁신적인 게임을 만든 적이 있던가. 언제 블리자드가 기존의 형식을 뒤엎는 게임을 만든 적이 있는가. (이런 면에서 개인적으로 렐릭을 좋아한다.)

말하자면, 인디 게임은 상업 게임들의 하부를 지지하는 기반이라고 봐야 한다. 이런 자본화된 게임들이 시도하지 못하는 것들을 시도하고, 그 새로운 아이디어와 새로운 형식들을 테스트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환경이 인디 게임 개발이다. 그런데 문제는 앞에서 말했든, 한국의 인디 게임이 상업화된 게임들을 흉내내는데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하는게 아니라 현업, 실무에서 만들음직한 것들을 흉내내는 선에서 머물기 때문에, 이 인디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이 현업의 게임과 같은 선상에 놓고 인디 게임을 평가하게 되고, 결국 “이게 뭐야 듣보잡 쿠소 게임이잖아”라고 치워버리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모든 문화는 피라미드 형태로 만들어 지고, 그렇게 되어야 한다. 하부의 아마추어 개발에서 새로운 참신한 요소들을 발굴해내고 그것들을 자본화된 게임들이 흡수하고 발전시키는 형태로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한국 축구의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한국 영화 산업의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한국 만화 산업, 한국에 존재하는 전반적인 문화 산업들의 문제를 이야기할 때 항상 하는 그 ‘아마추어가 없다’는 틀에 박힌 이야기가 모두 이 맥락으로 이어진다.

“국산 게임은 참신한 게 없어”

왜 없는가. 왜 하지 못하는가. 지나치게 자본화되고 만들어진 것은 모두 팔려야한다는 마인드로 전체를 휘감고 있기 때문이다. “실패하면 망해버리는 작은 회사에서 그런 새로운 걸 만들 수가 있나요?” 없다. 하지만 이런 시도 조차 하는 벤처 기업이 없기 때문에, 벤처 기업이라고 차려놓고 1~2억 투자해서 대박이 될 꿈을 꾸기 때문에, 이 회사들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다. 소자본, 2~30명이 개발한 게임으로 대자본, 100명 이상의 개발자들이 만든 게임과 맞짱뜨려는 그 용기 덕분에, 한국 시장에서 참신한 게임은 더 이상 나올 수가 없다.

그리고 이 상태라면 한국 게임 산업의 미래는 매우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