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 관심에 대하여

사람들은 누구나 관심사가 다를 수 밖에 없다. 관심이라는 ‘자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볼 수 있는 정보와 관심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게 누구나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에 관심을 갖느냐는 중요할 수 밖에 없다. 24시간 내내 뉴스를 본다고 해도, 세상의 모든 사건을 파악할 수 없고, 24시간 내내 게임을 한다고 해도 세상의 모든 게임을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의 관심을 받는다는 것은 매우 중요할 수 밖에 없다. 그 ‘누군가’의 집합인 ‘대중’의 관심을 받는다는 것은, 소위 말하는 ‘흥행’이라는 것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그것은 많은 사람이 돈을 지불한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그게 그 관심을 받는 댓가로 돈을 버는게 소위 ‘자본주의’ 시스템의 핵심이 된다. 인기는 곧 돈이다.

그래서, 반대로 아무도 관심이 없는 주제와 의식과 내용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은 돈을 벌 수 없다는 뜻이 된다. 관심이 없다는 말은 투자도 없고 관심도 없고 사는 사람도 없기 때문에 돈을 벌지 못 한다는 뜻이다. 먹고 살 수가 없다. 결국 먹고 살기 위해서는 다른 곳에서 돈을 벌거나, 아니면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대중의 관심이 높은 그런 내용에 기대어서 뭔가를 만들어야만 하게 된다.

이게 어떻게 보면 게임 이야기를 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또 동시에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것이기도 하고, 모든 분야가 비슷하다. 그냥 남들이 관심있는 콘텐트를 만드는게 돈이 되고 잘 먹고 사는 길이라는 뜻이다.

그러다 보면 유행 게임을 만들 수 밖에 없다. 누구는 유행 게임 짝퉁을 만들어서 흥행을 하고, 그게 광고만 붙였을 뿐인데 수백만 다운로드에 수십만 동접이 나와서 매달 억 단위 돈을 벌고 있고, 또 누구는 그냥 유튜브에서 혐오 영상을 만들어 뿌리는데도 수억씩 벌어드리는 걸 보다 보면, 그걸 따라하지 않을 재간이 있는가. 오, 있다면 당신은 유행 좆까 하는 인디 제작에 어울리는 감성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렇게 인디 감성으로 한 6개월 쯤 만들다 보니 6개월 안에는 만들 수 있겠거니 하고 준비했던 생활비도 떨어지고, 부모님의 압박, 여자친구(아내)의 압박 같은 것들을 받기 시작한다. 만들던 것은 여전히 아무도 관심이 없고, 다 만든다고 해도 시장에서 좋은 반응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별로 없다. 어차피 이런 게임 만들어 봐야 아무도 안 살 거라는 건 만드는 본인도 안다.

그렇게 아무도 관심이 없고 돈이 될 것 같지도 않은 프로젝트를 꾸역꾸역 만들어서, 그걸 결국 자신의 의지대로 관철시켜서 출시를 하는게 인디 게임이다. 아무도 안 할 거라는 걸 알고, 망할 거라는 것을 뻔히 알지만, 일단 만드는 것 그 자체가 목적으로 내가 게임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의지와 이미지를 투영하는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 그게 인디 게임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한국의 인디 게임들은 대다수가 인디 게임이 아니라고 본다. 어떻게든 만들어서 출시를 하면 (결과를 알 수는 없지만) 대박이 날 수도 있다는 기대로 만드는 게임과 망할게 뻔하지만 내가 가진 게임에 대한 이상을 관철시키기 위해 이걸 만들 수 밖에 없다는 그 둘을 어떻게 동치할 수 있나.

아무도 못할 것 이라는 걸 뻔히 알지만 만들고 있는 그런 개발자들이 힘들게 만들어 낸 인디라는 개념에 대한 모욕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

 

시장은 잔인하구나

그러나 그건 모두 ‘복면가왕’ 프로그램 안에서의 일일 뿐이다. 현실에서 지나는 계속 섹시 가수고, 루나는 계속 깜찍한 표정으로 외계어 같은 가사의 신곡을 부른다. 미안하지만 현실에선 진주는 여전히 ‘왕년의 가수’다. 이들이 개인적으로 무엇을 꿈꾸든, 대중은 잔인하게도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찾는다. 잠시 이들의 이야기에 눈물 흘리고 고개를 끄덕일지 모르지만,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 R&B 발라드를 부르길 원할까? 글쎄요. ‘복면가왕’은 어쩌면 ‘시장의 잔혹성’을 그린 우화 같은 프로그램일지도 모른다.

– 복면가왕: 시장은 잔인하구나, 한국일보

음악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 특히 아이돌 가수들을 보며 ‘저 노래 잘 하는 가수들이 하고 싶은 음악을 못 하고 아이돌이나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이상복잡한 기분이 된다.

음, 이건 게임업계에서 ‘팔리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 정말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과 완전히 같은 기분이다. 나는 한국에서 음악 시장이 아이돌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모양새는 게임 업계가 유행 트렌드 위주로 돌아가는 모양새나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자신의 음악(게임)을 만드는 사람은 있고, 길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은 있는 걸 보기 때문이다.

당연히, 양쪽 어느 방향을 선택한다고 해도 흥행이 되고 더 쉽게 부자가 된다는 보장은 없다. ‘팔리는’ 스타일의 게임을 만들어도 경쟁해야할 비슷한 생각으로 만든 비슷한 게임들은 존나게 많고, 유니크한 게임을 만들면 대중이 관심을 가져주는 일이 적다. 그리고 또 그 와중에 (마치 음악 시장처럼) 대중 취향의 게임은 대형 대자본 퍼블리셔의 초대형 마케팅 틈바구니에서 빛을 못 보고, 유니크한 게임은 어디서도 리뷰를 안 해주는 그런 상황이 된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대형 대자본 회사가 팍팍 밀어주는 상황이 아니라면) 후자 쪽이 좀 더 승산이 있다고 보는 쪽이다.

어쨌거나 저쪽 길을 선택한 사람들은 이런 시장 환경에서 그런 전략을 취했을 뿐인 거고, 그 결과를 감당하는 것 또한 본인들인 거다. 마찬가지로 나도 그렇게 감당하는 거고. 뭐 그런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