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와 실패

유창석 교수가 오늘 토론회에서 한 발언이 인상적이었다. 정확한 멘션은 아니고, 기억나는대로 요약하면,

“중국의 샨다는 만렙 캐릭터를 300만 원에 파는 실험도 했는데, 불티나게 팔렸다. 어떤 비즈니스모델은 소비자들이 싫어할 것이고 어떤 것들은 좋아하는데 그 것들을 계속 연구하고 찾은 거다. 이런 실험들이 계속 쌓여서 다양한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낸 것이, 우리나라보다 5년은 앞서 있다고 본다.”

뭐 이런 뉘앙스였는데, 저 이야기를 듣고, 한국은 왜 이런 ‘실험’을 하지 못하고 가챠에만 매달리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사실 뭐 가챠만인가, 그 전의 하트 판매도 외국에서 만든 것을 배운 것이고, 또 그 이전에 유행했던 팜(farm)류 같은 ‘소셜 경영 게임들’의 비즈니스모델은 어디 한국에서 처음 시작한게 있었나, 다 줏어다 썼지.

그러고보면 우리가 ‘부분유료화’라는 걸 개발했던 2000년대 초반은 말하자면 다양한 시도가 가능했던 황금기였던 거다. 온라인 게임으로 꽤 넉넉하게 자금이 흘러 들어왔고, 여러 대기업들이 시도와 실패(trial and error)를 할 수 있었던 때였던 거다.

지금은 그게 안 된다. 실패하면 그 즉시 주저앉아 버리니까.

심지어 어떤 퍼블리셔는 첫 주 다운로드만 검토하고 게임을 바로 버려버리는 짓도 서슴지 않으니까. 그리고 그 개발사는 한두 달 뒤에 폐업을 하게 되고, 사장은 빚더미에 개발자들은 길거리로.

다양성도 없고 시도도 불가능한 시장이 됐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현 교수의 연구 결과에 관한 뉴스를 페이스북에 올리고 나자, 유창석 교수가 관련 논문 몇 개를 던져줬다. “Usefulness of Young’s Internet Addiction Test for clinical populations(Kim, S. J. et al., 2013)”와 “Video-gaming disorder and the DSM-5: Some further thoughts(King, D. L., et al., 2013)”, 그리고 유 교수가 준비중인 논문의 레퍼런스 정리한 문서. 논문들을 읽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

자가 진단에 의한 IAT가 이렇게 신뢰도가 낮은 원인을

 “중증 인터넷 중독환자는 ‘이 정도 게임은 누구나 한다’ 등의 생각으로 자신의 중독 성향을 부정하기 때문에 자가진단 점수가 낮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 “반면 잠시 인터넷·게임에 몰입한 사람은 스스로 중독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을 느껴 상대적으로 점수가 높은 것”

이라고 한다면, 자가진단에 의해서 진단하는 다른 심리 테스트들은 어떨까. 피험자는 자신이 보는 스스로의 성격에 따라서 응답을 할테고 이 응답은 피험자의 심리 상태나 당시 환경 등에 의해서 변할 수 있지 않나. 실제로 MBTI 같은 자가진단에 따르는 테스트들은 시기마다 다른 결과가 나온다는 사례를 자주 접하지 않나.

관련 논문이 있을 법한데… 직접 찾아보기는 좀 귀찮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