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구공화국을 다시 시작했다

확장팩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하긴 해야겠고 새 캐릭터를 키우기가 귀찮았는데, 60레벨 캐릭터를 판매하기 시작했더라. 정액을 끊으면 공짜로 만들 수 있으니, 부차적인 유료 콘텐츠도 함께 이용할 요량으로 정액을 가입하고 60레벨 캐릭터를 만들었다. (물론, 55레벨 아이템은 다 똥 됐다.)

작년부터 ‘전술 인던(tactical flashpint)’이라는 개념으로 클래스의 구분이 매우 약해진 인던 방식으로 바뀐듯한데, 인던 랜덤 매치를 걸면 딜러 네 명이 잡히는 그런 식이다. 근데 알고보면 예전에 탱커였던 제다이 가디언이나 힐러였던 제다이 세이지 같은 클래스들도 그냥 딜러로 표기가 되어서, 알아서 싸우고 알아서 도생하는 그런 방식이다.

사실 전에도 인던과 전술 인던이 둘 다 있기는 했는데, 모든 인던을 전술 인던으로 바꿔버린 것은 아마도 인구 편향 때문이 아닌가 싶다. 사실 역할을 나눠 놓으면 랜덤 매치에서 탱커나 힐러 때문에 누군 한참 걸리고 누군 고속도로고 그런 일이 생기는게 일반적이니까. 덕분에 던전의 난이도도 이제 누가 앞에서 탱킹하고 그런 방식 보다는 때리고 도망치고 각자 쿨 돌리면서 광역 쓰면서 싸우다가 보스 옆에 있는 기계 장치를 클릭해서 파티 힐을 받는 그런 식으로 되어 버렸다.

이렇다보니 60레벨 캐릭터를 제다이 가디언(탱커)으로 만들었더니 ‘딜러 권장’이라고 되어 있어서 처음에 꽤 당황했다.

파티플레이의 클래스는 각자의 역할이 뚜렷하고 ‘해야할 일’과 ‘하지 말아야할 일’이 분명해서 플레이어들이 협동을 해야하는 필요성과 당위성을 깔끔하게 규정해주는데 반해서, 클래스의 구분이 약해진 상황에서는 전투가 난잡해지고 – 탱커가 보스 몹을 어그로로 붙들고 있는게 아니니까 – 다들 깨방정을 부리며 사방팔방 돌아다니는 방식이 되는데, 잡몹이나 보스몹의 HP나 관련 난이도를 전반적으로 조절해주면 크게 문제가 있지는 않다.

하긴 뭐 이 방식이 기존의 전장(warzone)에서 각자도생하던 그 것이나 크게 차이가 없다. 애초에 전장에서 역할분담이고 뭐고 없었고 자기 능력껏 싸우고 각자도생하는 것이었으니, 힐만 적절하게 어디선가 조금씩이라도 받을 수 있다면 되는 거다.

어느 쪽이 더 쉬운, 진입장벽이 낮은 방식이냐 하는 부분에서 예전엔 파티플레이 방식이 답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방식은 그냥 각자 알아서 살 능력만 된다면 그럭저럭 대충 진행이 되는 방식이라 또 이게 더 쉽나? 그런 생각도 든다.

추가된 60레벨 스토리모드도 그렇고 난이도가 매우 쉽다. 혹자는 구공화국의 기사단(Star Wars: Knights Of The Old Republic) 시리즈의 스토리 진행 방식으로 회귀했다는 의견도 있고, 그런 리뷰도 나왔는데, 그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스토리 진행이 벌써 얼마 되지 않았는데 레벨이 63인 걸 보면 별로 길어 보이지는 않는데…

또 달라진 면은 이제 동료(companions) 하나가 탱딜힐을 모두 할 수 있게 되어 있어서, 선택해서 소환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도 있다. 아무튼 이것저것 꽤 바뀌었는데, 레이드는 어떻게 되었는지가 또 궁금하다. 레이드는 여전히 기존 방식이려나.

스타워즈 구공화국을 다시 시작했다

인스턴트 파티의 시대

최근 온라인 게임의 추세를 보면 MO로 진행되는 경향과 함께 플레이어들이 함께할 플레이어를 찾는데 매우 쉽게 만드는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 말하자면 기존 FPS나 RTS 게임 등에서 사용하던 퀵매치(quick match)의 개념을 RPG에도 그대로 도입해서 사용하는 것들인데.

난 RPG에서 이런 형태로 진행된다는 것은 긍정적인 효과보다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를 더 얻게 될 것이 아닌가 싶다. 일반적으로 플레이어간의 협동을 중시하는 RPG에서 플레이어들은 자기 클래스의 능력을 개발해서 다른 클래스의 플레이어들과 상호보완적인 협동을 하는 형태가 되었던 것에 반해, 요즘 MO에서 만들어지는 방향은 개개인의 능력이 상호보완적인게 아니라 각자 생존으로 단순 협력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플레이어가 상호보완의 클래스로 협동하는 것이 플레이어에게 많은 스트레스를 준다는 것도 사실이지만, 플레이어들이 단순 협력을 하는 형태의 게임 플레이라는 것은 결국 게임의 진행에 있어서 협동 협력을 통한 문제해결이 아니라 ‘다른 플레이어에게 걸림돌이 되지 않는 정도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기적인 플레이’가 된다는 것에 차이가 있다.

이는 실제로 스킬 베이스의 MMORPG들에서 플레이어들이 공동 사냥을 하는 모습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었다. 플레이어들은 언제 누구와 파티를 맺게될지 예상할 수 없으므로 이기적인 캐릭터 육성 – 클래스 시스템에서 플레이어들이 클래스의 보유 능력과 필요 능력이 명확한 것에 반해 스킬 시스템에서는 모두가 자기 취향대로 범용적인 캐릭터를 육성하게 되는 형태 – 의 방향으로 진행되고 결국 스킬 시스템에서 파티 플레이란 플레이어들의 협동이 아닌 각자 생존으로 나타나게 된다.

역할분담이 미약한 게임들에서 플레이어들은 같은 팀 안에서조차 경쟁적으로 점수 싸움을 하거나 자신의 생존만을 위해 팀에 공헌하는 정도까지의 플레이를 하는 것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른바 ‘밥값’만 하는 정도라면 빡세게 노력해서 뭔가를 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이런 형태에서 플레이어와 파티의 풀(pool)이 충분하다면, 플레이어들은 급조된 인스턴트 파티라고 하더라도 성과에 따라 계속 진행을 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새로운 대안 파티를 찾게 된다. 물론 그렇게 새 파티를 찾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플레이어들의 파티 플레이에 대한 충성도나 기여 의지는 약해지고 플레이어들은 (커뮤니티의 부재로 인해) 서로를 붙잡는 힘이 미약하기 때문에 게임 플레이 지속력이 약해진다.

또한 플레이어들 파티 중에 게임 진행을 저해하는 플레이어들에게 의사 조율이나 대화 등을 유도하는 방향이 아니라 강퇴와 욕지거리의 방향으로 된다. 언제나 새로운 플레이어나 새로운 파티를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플레이어들은 전체적인 게임의 분위기에서 협력적이거나 최선을 다하는 형태의 게임플레이를 기대할 수 없게 된다. 그저 한 사람 몫 만큼의 역할을 원할 뿐이게 되고 서로는 ‘목적을 위해 함께 시간을 보내’기는 하지만 동료라는 의식이 갖지 않는다, 그래서 함께 노력해서 힘든 난이도의 뭔가에 도전하는 플레이를 서로에게 요구하지도 않는다. 뚜렷한 보상을 노리고 있다면 협력할 수야 있겠지만 이 경우에도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게 되면 서로 제 몫을 했다 아니다로 쉽게 분쟁이 발생하고 앙금이 남게 된다. 이는 심지어 협력이 중요한 파티플레이 MMORPG들에서도 자주 발견된다.

한때 인스턴트 음식들이 다양하게 되자 그에 대한 각종 논평들이 나오면서 인스턴트한 식문화가 무미건조한 사회를 만들 거라는 이야기들이 있었는데, 게임은 이보다 좀 더 직접적인 결과로 나타난다. 이런 인스턴트 파티가 옳다 그르다를 말하기에는 성급한지도 모르지만, RPG에서 인스턴트 파티의 도입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생각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인스턴트 파티의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