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워치의 게임 커뮤니티 정화 작업

블리자드가 오늘 48만 개 계정을 징계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오버워치의 디렉터 제프 카플란의 비디오(블리자드의 공식 비디오)에 나온 발언이 인용되었다.

If you are a bad person doing bad things in Overwatch, we just don’t want you in Overwatch,” he continued. “We don’t want to create areas for you where just the bad people are. We just don’t want those people in Overwatch.”

“오버워치 안에서 나쁜 짓을 하면, 우리는 당신이 우리 게임을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오버워치라는 공간을 나쁜 사람들이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면서,

“I really do believe that, as much as we’re doing at Blizzard to improve the situation, the community needs to take a deep look inward,” he said. “There’s a way to spread positivity that I don’t think is really prevalent right now. Sure, we can try to build game systems to encourage that more – and we will – but we need the community to own up to their part in the accountability they have for really creating a great game space.”

게임이 세상에 긍정적인 생각을 확산시키는 도구가 되기를 바란다며, 커뮤니티 공간도 그런 관점에서 더 나은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아주 오래 전, 울티마 온라인(1997) 시절부터 많은 온라인 게임들이 약관에 ‘혐오 발언, 인종 차별이나 성 차별 발언, 괴롭힘 등’은 플레이어를 징계할 수 있는 사유임을 명시하고 있었다.

특히 며칠 전 크게 문제가 되었던 퓨디파이(PewDiePie)가 배틀그라운드를 하던 중 인종 혐오 발언을 한 사건처럼 심각한 문제가 생기면, 적극적인 방식으로 대응을 한다. 미국 사회의 특성상 인종 차별과 혐오에 대해서는 특히 민감하게 대응을 하지만, 그 외 성희롱, 성차별, 괴롭힘 발언에 대해서도 적극적 대응을 한다.

반면, 한국의 게임들은 여전히 이 문제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 한국 사회가 미국과 다르게 차별과 혐오가 특히 심한 수준임에도 그게 현실 사회 안에서 ‘일반적인 상황’이다 보니, 게임 콘텐츠나 게임 공간 내 발언에서도 문제라고 인식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게다가 게임 캐릭터들이 이유 없이 벗고 있는 모습이나 전투적 캐릭터가 이상하게도 성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는 것들이 여전히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그게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전사나 군인이라는 설정을 가진 여성 캐릭터가 노골적으로 가슴과 허벅지를 드러낸 ‘갑옷’이나 ‘군복’을 입고 있는 모습을 전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갑옷은 ‘벗을수록 방어력이 올라간다’는 말도 안 되는 헛소리들이 통용된다.

며칠 전 국내에서 문제가 됐던 인종 차별적 설정의 캐릭터가 공모전에서 수상한 사건도 마찬가지의 맥락이다. 그림을 그린 사람이나 수상작을 선정한 사람이나 아마 그들은 이런 설정이 왜 문제인지 이해를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세상에 이런 인권 감수성이 낮은 사람들이 여전히 많기는 하지만, 적어도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이나 그걸 관리하는 사람들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든 콘텐츠가 적게는 수천에서 많게는 수만, 수십만, 수백만의 사람들에게 전시되는 것이고, 온라인 게임 공간 안에서 그 사람들이 서로 만나서 대화하고 함께 게임을 즐기기 때문이다.

단지 문화와 인권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의 문제라고 보더라도, 한 사람의 ‘나쁜 사람’이 수십 수백 명에게 피해를 끼치고, 그런 내용을 접한 다른 사용자들이 게임을 그만두게 될 수도 있고 그건 결국 기업의 잠재 고객을 내팽겨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많은 돈을 벌고 싶은가, 그러면 둘 중 하나만 하면 된다. 혐오 게임을 만들어서 혐오 지지자들끼리 지지고 볶고 하게 만들어서 그들에게 돈을 벌든지, 저런 멍청이들을 게임 공간에서 구축해내고 청정 공간으로 만들든지. 참고로 블리자드는 후자를 선택했다. 왜인지는 잘 생각해보기를.

온라인 여성 혐오 남성은 루저인가

2015-07-25 15.38.232015-07-25 15.38.25
(YTN은 기사로 인해 논란이 커지자 위의 짤을 만들어서 배포했다.)

지난 주 게임계를 가장 뜨겁게 달군 글은 바로 온라인 여성혐오 남성, 실생활에선 ‘패배자’라는 기사였다. 기사는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의 국제학술지 PLOS에 올라온 논문(Kasumovic, M. M., & Kuznekoff, J. H. (2015))을 인용하면서 “온라인 게임에서 기술이 부족하거나 남들보다 능력이 떨어지는 남성일수록 여성을 비하하거나 괴롭히는 언행을 하는 경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게임을 잘하는 남성은 대체로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친절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아마도 사실 여기까지만 가지고는 별로 크게 논란이 될 것이 아니었는데, 기사 하단에 워싱턴포스트의 내용을 인용하면서 “다시 말해, 성차별주의자들은 말 그대로 루저(패배자)“라고 쓴 부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의 기사 제목도 “Men who harass women online are quite literally losers, new study finds(온라인에서 여성을 괴롭히는 남성들은 말 그대로 루저)”이다.

문제는 이 ‘루저’라는 첨언이 가능하냐는 부분인데, 그래서 직접 논문을 봤다. 그리고 결론 부분(discussion)에는 흥미로운 문장들이 참 많았다.

Males behaved in the opposite manner when playing with a female-voiced teammate.(남성들은 여성 목소리의 팀원과 플레이할 때 나쁜 매너를 보였다.)

Taken together, these results suggest that it is lower-skilled poorer-performing males that are significantly more hostile towards females, and higher-skilled focal players are more supportive.(성적이 나쁜 남성 플레이어는 명백히 더 여성 플레이어에게 적대적이었고, 성적이 좋은 플레이어들은 더 용기를 북돋는 말을 했다.)

Our results support an evolutionary argument for why low-status, low-performing males are hostile towards female competitors.(이 연구는 왜 낮은 계급이고 성과가 저조한 남성이 여성 경쟁자에게 더 적대적인지에 대한 진화론적 논쟁을 보강한다.)

Low-status and low- performing males have the most to lose as a consequence of the hierarchical reconfiguration due to the entry of a competitive woman. As men often rely on aggression to maintain their dominant social status, the increase in hostility towards a woman by lower-status males may be an attempt to disregard a female’s performance and suppress her disturbance on the hierarchy to retain their social rank. (낮은 계급이고 성과가 저조한 남성은 경쟁 여성의 등장으로 인해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위협받으면, 여성에게 적대적인 경향을 보인다는 이야기인데, 밑줄의 부분은 1999년에 나온 Hawley의 논문을 인용하고 있다.)

Our study demonstrates that video games offer a unique opportunity to examine variation in sexist behaviours and the situations that result in changes in sexist attitudes.(이 연구는 성차별주의자의 성차별적 행동이나 상황에 따른 태도 변화를 게임을 통해서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걸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논문에 ‘루저’라는 표현은 없지만 ‘low-status male’이나 ‘low-performing male’을 루저라고 볼 수 있는 표현이기는 하다. 워싱턴포스트의 케이틀린 듀이 기자가 좀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한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 논문의 주된 내용, ‘낮은 계급의 남성이 여성에 의해 사회적 계급을 잃을 위협을 느끼고, 그래서 여성에게 적대적인 행동을 보인다’는 이야기는 이 논문이 처음 주장하고 있는 ‘참신한’ 내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논문은 기존의 연구를 게임을 통해서 검증하고 보강하는 것이라는 거다. 온라인에서 여성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는 것은 현실에서 여성에게 못되게 구는 놈들이 그러는 이유와 다를게 없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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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남성들은 그런 찌질이들에 대해서 관대하게 ‘그런가보다’하고 넘어갔지만, 여성의 경우는 (본인이 피해자가 아니더라도 잠재적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더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위 연구에서도 나오듯이, 남성들은 이미 명백한 계층, 계급 인식이 있어서 ‘내가 너보다 잘났음/못났음’의 구분을 가지고 있지만, 여성의 경우는 평소 ‘(여성은 원래) 나보다 낮은 계급’이라고 인식하고 있다가 이를 위협받기 때문에 위협하는 것이라는 거다.

그러니까, 온라인에서 찌질대는 애들은 루저라는 표현이 틀리지 않다.

이 논문과 관련 논문들을 보면서, 일부 게임들에서 플레이어의 행태에 따라서 트롤은 트롤끼리 매칭을 시켜주는 기능이 있는데, 이를 다른 게임들에서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게임 안에서 플레이어들의 상호 평가 기능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밝은해님께서 NFL 선수이자 게이머인 크리스 클루에가 게이머게이트에 대해 쓴 글 중 일부를 발췌 번역하셨다.

진짜, 게이머게이터들아. 니들이 정말로 윤리를 걱정한다면 이 난장판에서 “젠장할, 이 좆같은 여성혐오자 새끼들을 우리 옆에서 떼어 놓아야겠다. 씨발 지금 당장 다른 해시태그를 찾아서 모여야겠어.” 이런 말이 가장 먼저 나와야 하는 거다. 니들이 걱정하는 정당한 이유가 여성과 소수자들을 겁주는 거 말고는 어떤 의제도 없는 녀석들의 방패로 사용되지 않도록 니들이 힘을 다해야 하는 거다. 단순히 성별 때문에 누군가 억압 받는 일을 옹호하면 안 되는 거다. (진짜 솔직히, 액티비전이나 유비소프트, 락스타를 추궁하는 게이머게이터는 내가 한 명도 본 적이 없다.) 니들의 잘못된 현실 감각을 뒷받침하려고 갈수록 거대해지는 음모론을 꾸며내서도 안 되는 거다.

근데 니들 게이머게이터들은 이 철없는 쓰레기들을 계속 옹호하고 있다. 그렇다면 논리적으로 나올 수 있는 유일한 결론은 하나다. 니들은 여성혐오 환자들을 지지하고 있다. 니들은 비디오게임계 그리고 사회 전반에서 여성을 괴롭히는 행위를 지지하고 있다. 니들은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없애려고 노력해온 ‘지하실에서 땀에 쩔어 사는 짐승’이라는 바보 같은 “게이머” 스테레오타입을 지지하고 있다.

그거 아냐? 그래서 씨발 진짜 내가 짜증이 난다. 니들이 게이머라는 이름을 더럽히는 꼴을 그냥 놔두기엔 내가 정말 오랫동안 게이머로 살아왔고 인식이 개선되는 모습을 많이 봐왔다.

느그 게이머게이터들 전부 모두 거시기에 혹이나 생기길 바란다.

나머지 사람들은 다른 해시태그 찾아서 써라.

게이머게이트는 왜 날 빡치게 하는가(영문), 크리스 클루에

(본문의 강조는 내가 했음)

내가 이전 글에서 언급을 했던 것처럼, 게이머게이트는 ‘게임 언론의 부패를 우려’하는 게이머들이 만든 것이 아니라 ‘이에 업혀가려는 정치적 그룹‘이 주장에 동조하는 다수의 ‘망상적인 피해자’를 활용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이건 마치 ‘인종혐오자들’을 현실 세계에서 분리수거해야 하는 것처럼, 저 소수의 ‘여성혐오자들’을 게이머 그룹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아니 모든 것을 다 떠나서, 어떤 대상을 혐오하는 ‘것들’과 같은 그룹에 속해 있다는 것이 부끄럽지도 않나?

#게이머게이트 타임라인

#게이머게이트의 발단부터 각종 사건들의 타임라인이 정리된 사이트가 있었다. 이 타임라인은 #게이머게이터들의 주장에 기반한 것으로, 여러 주변 반론 증거들을 통해서 보강을 해본다.

  • 8월 11일, 우울증 퀘스트(Depression Quest)가 스팀 그린라이트를 통해 출시
    • 게이머게이터들은 이 게임이 ‘텍스트 뿐이며 재미 없는 게임’이라고 주장하지만, 이 게임은 장르 자체가 시리어스 게임(serious game, 기능성 게임이라고 하기도 함)이고, 재미보다는 기능/효과적인 측면을 더 고려하는 장르.
    • 그린라이트 통과가 소위 ‘친목질’로 이루어졌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린라이트 통과는 대체로 지인들이 바이럴 시드(viral seed)로 활동해주는 것이 아주 일반적임.
  • 8월 16일
    • 조이퀸의 전 남자친구가 자신과 사귀는 동안 조이퀸이 코타쿠 필자를 포함한 5명의 남성과 관계를 했다고 주장하며 이들 중 세 사람의 이름을 공개.
      • 하지만 이 주장에 대해서는 한 번도 검증된 적이 없으며, 흔한 구남친의 비난(screed)이었음. 또한 기사는 ‘게이머들’이 ‘조이퀸 (앨범을 해킹해서) 누드 사진을 찾아냈고, 비난 메시지를 보내 괴롭’히는 등 온라인 폭력을 행했다고 함.
    • MundaneMatt라는 유튜버가 조이퀸이 (기자와 관계를 통해 좋은 리뷰를 받는 등) 게임 저널리즘을 망쳤다고 비난.
  • 8월 17일, TFYC(The Fine Young Capitalists)가 자신들의 게임잼을 조이퀸이 망쳤다고 주장.
    • 이 영상은 유튜브에서 삭제되었다가 복구됨.
  • 8월 19일
    • 조이퀸의 계정이 해킹당하고 신상이 털림(doxxed).
    • 토탈비스킷(Total Biscuit)이 조이퀸이 자신에 대한 비판 영상들을 내리도록 했다고 주장.
      • 이는 사실로 확인됨.
    • N4G의 코타쿠 필자가 조이퀸과 섹스를 댓가로 좋은 리뷰를 썼다는 주장.
    • 각종 커뮤니티에서 조이퀸 관련 포스트들이 삭제됨.
      • 나중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조이퀸이 이 비난 글들을 삭제해달라고 요청.
  • 8월 20일
    • 코타쿠는 기자와 게임 개발자들의 유착 의혹을 공식 부인.
    • 조이퀸이 인디케이드(Indiecade)에서 수상을 했는데, 심사위원 중에 조이퀸과 관계한 사람이라는 주장.
  • 8월 21일, GamesNosh가 토탈비스킷의 주장은 증오에 기반한다는 기사 게시.
  • 8월 22일, 4chan에서 조이퀸 신상을 텀.
  • 8월 24일
    • 조이퀸이 레딧의 게시물들을 삭제하기를 요청했다는 정황이 드러남.
    • ReviewTechUSA라는 유튜버가 ‘조이퀸과 필피쉬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영상 게시.
    • 코타쿠 기자들이 그들의 지인들에게 호의적인 리뷰를 써줬다는 주장들이 나옴.
      • 그런데 ‘친분으로 만점을 준’ 그 중 한 게임이 ‘Gone Home’?
  • 8월 25일
    • 조이퀸과 TFYC의 트위터 설전
      • 조이퀸은 TFYC의 활동을 두고 왜 자신에게는 돈을 안 주느냐는 주장.
  • 8월 26일
    • 폴리곤과 코타쿠는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인디 게임 펀딩 관련된 기사들은 쓰지 않겠다고 선언.
      • 하지만 이는 ‘유착’ 주장에 대한 인정이나 항복이 아니라 언론이 펀딩 지지 기사를 쓰는게 옳지 않다는 자체 윤리를 선언한 것임.
  • 8월 27일

일단 여기까지가 ‘급박했던 열흘’의 대충 정리다.

처음 조이퀸에 대한 의혹(16일)으로부터 이 상황(살해 협박)까지 오는 동안, 조이퀸은 신상털이와 각종 해킹, 음해에 시달렸고, 비슷한 시기에 여성이 게임 안에서 제 역할을 못한다는 내용의 영상을 공개했던 아니타 사키시안도 비슷한 과정을 거치고, 급기야 강간, 살해 협박까지 당했다. 마찬가지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언급했던 사람들도 함께 싸잡혀 비난을 당했다.

그리고 이 저간에는 한 남성의 (증거 없는) 폭로가 있었고, 뒤집어서 보자면 인터넷에서 흔히 회자되는 경희대 교수의 ‘성희롱 무고’ 사건에 비견될만 하다. 한 여학생이 교수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며 폭로했고 후에 무죄가 된 그 사건이, 정확하게 반대로 뒤집어져 일어난 사건이라고 하면 되겠다.

27일 이후, 온라인에서는 #GamerGate를 단 확증편향에 빠진 사람들의 글들로 뒤덮이게 되었던 것이고, 이에 대해서는 게임 언론 및 개발 커뮤니티 전체가 우려의 글들을 쏟아내게 된 것이다.

이제 처음 남친을 속이고 바람피운 썅년 퀸과 게임에 무슨 남성주의가 있느냐며 사키시안에 쏟아졌던 비난이 ‘개발자와 기자의 유착’으로 둔갑했다가, 슬그머니 ‘우리는 부패한 언론을 정화하는 것’이라는 주장으로 둔갑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퀸은 (여전히) 썅년인채로 부패한 페미니스트가 됐다.

조이퀸의 잘못이라면, 구남친의 (허위로 보이는) 폭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던 것이 있겠고, 또 유튜브 등 인터넷 비난 게시물들에 대해 저작권을 이유로 삭제를 요청할게 아니라 명예훼손(음, 하지만 미국은 명예훼손이 없을걸?)이나 성 차별, 혐오 게시물 등으로 신고를 했어야 했다는 것이겠다. 이 ‘광역 삭제’는 두고두고 ‘언론 탄압’과 같은 명분을 만들어주는 계기가 됐다.

이후로 9~10월이 넘어가면서 #GamerGate의 여성 혐오에 대한 글들이 계속 나왔지만, 여전히 게이머게이터들은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그들은 여전히 성전의 전사이고 인터넷 언론 정화를 위해 노력하는 ‘선량한’ 게이머들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게이머게이트 (게임계의 여성 혐오 분위기 시즌2)

윤지만님께서 페이스북에 조이 퀸 관련 사건의 최근 업데이트를 올리셨다. 사키시안이 유타 대학에서 강연을 하기로 했는데, 이 강연을 하면 총기 난사를 하겠다는 협박 메일을 보내 강연이 취소되었다는 내용의 트윗이다. (폴리곤 원문 뉴스)

이 뉴스에 언급한 게이머게이트가 뭔가 했는데 (Gamersgate.com이라는 게임 유통 사이트인줄 알았다) 저 ‘혐오 그룹’이 사용하던 해시태그가 #gamergate 라서 그렇게 불리는 모양이다. (이들에 대해서는 다른 뉴스를 인용하면서 윤지만님이 페이스북에 정리하신게 있다.)

사실 이 내용에 대해서는 나도 일전에 포스트를 한 바 있는데, 거기서 한 걸음이 더 나가서 ‘총기난사 협박’까지 연결된 거다.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인 조이 퀸이 까이는 부분에 대해서 살짝 부연을 하자면, (한국에도 동조 그룹이 형성되어 있는 걸로 보이는데) 게이머게이트 놈들은 퀸의 게임이 스팀에 등록될 때 모종의 담합이나 인맥 이용이 있었다고 믿는 모양이지만, 원래 스팀의 그린라이트는 지인의 도움으로 올리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스팀에 올린 사람들한테 직접 물어봐라. 지인이 바이럴 시드(seed)를 해주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한 것이고, 퀸을 깔 여지는 전혀 없다. 심지어 퀸이 저 게이머게이트 놈들이 믿는 것처럼 ‘성 로비’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건 외적인 문제다.

그래, 그런 여성 혐오까지는 여전히 19세기적 사고를 하는 사회의 구성원들으로 받아들여 준다고 할 수 있지만, 그게 이제 ‘총기난사 협박’으로 이어진 이 상황에서는 더 이상 변명도 변호도 소용이 없다.

게이머게이트는 이제 테러 그룹이 되었을 뿐이다.

게임계의 여성 혐오 분위기

밝은해님께서 게이머의 종말 – 비디오게임으로 무엇을 할까라는 글을 쓰셨다. 원문은 How to Do Things with Videogames라는 이언 보고스트의 책인데, 최근 북미 게임 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과 관련된 것이다.

이는 말하자면 게이머들과 일부 게임 개발자들 사이의 충돌인데, 최근 여성 게임 개발자에 대한 혐오, 즉 조이 퀸(Zoe Quinn) 스캔들로 난리가 났던 사건의 연장선에서 게임 개발자들에 대한 괴롭힘(harassment)으로 연결되더니 그리고 조이 퀸과 필 피시의 드랍박스 계정이 해킹당하는 사건, 게임비평가에게 살해 협박이 있는 등 온라인 상의 혐오가 현실의 생명 위협으로 나타난 흐름의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이미 IGDA(국제게임개발자협회)에서 짧은 성명을 낸 것이 있지만 게이머들에게 별로 큰 영향은 없어 보인다. 사실 너무 온건한 내용이었다고 본다.

이 흐름의 중심에는 조이 퀸과 아니타 사키시안(Anita Sarkeesian)이 던진 화두에 대한 게이머들의 여성 혐오가 깔려있다. 사키시안이 화두를 던졌던 곤경에 빠진 처녀(한국어 자막) 시리즈를 보면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가 될듯 하겠다.

사실 게임 업계가 남성 위주로 돌아가고 있고, 게임에서 여성의 묘사는 조력자이거나 성적 대상이거나 혹은 미미한 역할이거나 더 심각하게는 구출되는 대상인 등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드물다. 이건 명백한 사실이다. 심지어 여성이 주인공인 게임도 성적 대상화가 되지 않은 경우는 없다. 특히 한국의 게임들은 이 부분에서 여전히 근대적 관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인츠로우>의 디렉터 스티브 제이로스(Steve Jaros)는 이런 내용에 대해 지적해오던 아니타 사키시안의 말이 옳다는 내용을 인터뷰에서 했다.

Speaking to The Escapist, Jaros said, “I actually think [Tropes vs. Women creator Anita Sarkeesian’s] right in this case.” He went on to say that he believes the Saints Row series developer has improved in its treatment of women over years but said they still have room to grow.

2008년에 This is Game이라는 매체에 비슷한 관점에서 글을 (익명으로) 썼던 적이 있다. 난 이런 게임 업계의 남성 편향이 남성 위주의 개발 환경에서 발생한다고 봤고, 여성 개발자가 많아지는 것이 이 문제의 한 해결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했다. 사실 이런 편향은 사회 전체에 깔려있는게 더 근본적인 원인이지만, 거기까지 건드리기엔 좀 너무 컸고 해서 두루뭉슬하게 적당하게 타협했던 조잡하고 정리도 덜 된 투박한 글이었다.

어쨌거나, 당시 저 2008년에 박제된 댓글들이 난 (지금에 와서는) 참 재밌다고 생각한다.

결국 이 북미 게임 업계의 논란이 게임계 전체의 문제라는 것이다. 게임 시장은 이미 여성이 거의 50%를 차지하고 있는데 게이머들의 시각은 남성 90%이던 시절에 머물러 있다. 그런데 어쩌나, 모바일 시장에서 이제 남성보다는 여성 게이머가 더 중요하게 되어가고 있는데. (결국 흐름은 자본을 따라갈 것이다.)

게임이 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확산시킨다는 이야기는 결국 구라일지도 모른다. 아니, 적어도 북미의 게임 개발자들은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