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게이트 타임라인

#게이머게이트의 발단부터 각종 사건들의 타임라인이 정리된 사이트가 있었다. 이 타임라인은 #게이머게이터들의 주장에 기반한 것으로, 여러 주변 반론 증거들을 통해서 보강을 해본다.

  • 8월 11일, 우울증 퀘스트(Depression Quest)가 스팀 그린라이트를 통해 출시
    • 게이머게이터들은 이 게임이 ‘텍스트 뿐이며 재미 없는 게임’이라고 주장하지만, 이 게임은 장르 자체가 시리어스 게임(serious game, 기능성 게임이라고 하기도 함)이고, 재미보다는 기능/효과적인 측면을 더 고려하는 장르.
    • 그린라이트 통과가 소위 ‘친목질’로 이루어졌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린라이트 통과는 대체로 지인들이 바이럴 시드(viral seed)로 활동해주는 것이 아주 일반적임.
  • 8월 16일
    • 조이퀸의 전 남자친구가 자신과 사귀는 동안 조이퀸이 코타쿠 필자를 포함한 5명의 남성과 관계를 했다고 주장하며 이들 중 세 사람의 이름을 공개.
      • 하지만 이 주장에 대해서는 한 번도 검증된 적이 없으며, 흔한 구남친의 비난(screed)이었음. 또한 기사는 ‘게이머들’이 ‘조이퀸 (앨범을 해킹해서) 누드 사진을 찾아냈고, 비난 메시지를 보내 괴롭’히는 등 온라인 폭력을 행했다고 함.
    • MundaneMatt라는 유튜버가 조이퀸이 (기자와 관계를 통해 좋은 리뷰를 받는 등) 게임 저널리즘을 망쳤다고 비난.
  • 8월 17일, TFYC(The Fine Young Capitalists)가 자신들의 게임잼을 조이퀸이 망쳤다고 주장.
    • 이 영상은 유튜브에서 삭제되었다가 복구됨.
  • 8월 19일
    • 조이퀸의 계정이 해킹당하고 신상이 털림(doxxed).
    • 토탈비스킷(Total Biscuit)이 조이퀸이 자신에 대한 비판 영상들을 내리도록 했다고 주장.
      • 이는 사실로 확인됨.
    • N4G의 코타쿠 필자가 조이퀸과 섹스를 댓가로 좋은 리뷰를 썼다는 주장.
    • 각종 커뮤니티에서 조이퀸 관련 포스트들이 삭제됨.
      • 나중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조이퀸이 이 비난 글들을 삭제해달라고 요청.
  • 8월 20일
    • 코타쿠는 기자와 게임 개발자들의 유착 의혹을 공식 부인.
    • 조이퀸이 인디케이드(Indiecade)에서 수상을 했는데, 심사위원 중에 조이퀸과 관계한 사람이라는 주장.
  • 8월 21일, GamesNosh가 토탈비스킷의 주장은 증오에 기반한다는 기사 게시.
  • 8월 22일, 4chan에서 조이퀸 신상을 텀.
  • 8월 24일
    • 조이퀸이 레딧의 게시물들을 삭제하기를 요청했다는 정황이 드러남.
    • ReviewTechUSA라는 유튜버가 ‘조이퀸과 필피쉬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영상 게시.
    • 코타쿠 기자들이 그들의 지인들에게 호의적인 리뷰를 써줬다는 주장들이 나옴.
      • 그런데 ‘친분으로 만점을 준’ 그 중 한 게임이 ‘Gone Home’?
  • 8월 25일
    • 조이퀸과 TFYC의 트위터 설전
      • 조이퀸은 TFYC의 활동을 두고 왜 자신에게는 돈을 안 주느냐는 주장.
  • 8월 26일
    • 폴리곤과 코타쿠는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인디 게임 펀딩 관련된 기사들은 쓰지 않겠다고 선언.
      • 하지만 이는 ‘유착’ 주장에 대한 인정이나 항복이 아니라 언론이 펀딩 지지 기사를 쓰는게 옳지 않다는 자체 윤리를 선언한 것임.
  • 8월 27일

일단 여기까지가 ‘급박했던 열흘’의 대충 정리다.

처음 조이퀸에 대한 의혹(16일)으로부터 이 상황(살해 협박)까지 오는 동안, 조이퀸은 신상털이와 각종 해킹, 음해에 시달렸고, 비슷한 시기에 여성이 게임 안에서 제 역할을 못한다는 내용의 영상을 공개했던 아니타 사키시안도 비슷한 과정을 거치고, 급기야 강간, 살해 협박까지 당했다. 마찬가지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언급했던 사람들도 함께 싸잡혀 비난을 당했다.

그리고 이 저간에는 한 남성의 (증거 없는) 폭로가 있었고, 뒤집어서 보자면 인터넷에서 흔히 회자되는 경희대 교수의 ‘성희롱 무고’ 사건에 비견될만 하다. 한 여학생이 교수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며 폭로했고 후에 무죄가 된 그 사건이, 정확하게 반대로 뒤집어져 일어난 사건이라고 하면 되겠다.

27일 이후, 온라인에서는 #GamerGate를 단 확증편향에 빠진 사람들의 글들로 뒤덮이게 되었던 것이고, 이에 대해서는 게임 언론 및 개발 커뮤니티 전체가 우려의 글들을 쏟아내게 된 것이다.

이제 처음 남친을 속이고 바람피운 썅년 퀸과 게임에 무슨 남성주의가 있느냐며 사키시안에 쏟아졌던 비난이 ‘개발자와 기자의 유착’으로 둔갑했다가, 슬그머니 ‘우리는 부패한 언론을 정화하는 것’이라는 주장으로 둔갑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퀸은 (여전히) 썅년인채로 부패한 페미니스트가 됐다.

조이퀸의 잘못이라면, 구남친의 (허위로 보이는) 폭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던 것이 있겠고, 또 유튜브 등 인터넷 비난 게시물들에 대해 저작권을 이유로 삭제를 요청할게 아니라 명예훼손(음, 하지만 미국은 명예훼손이 없을걸?)이나 성 차별, 혐오 게시물 등으로 신고를 했어야 했다는 것이겠다. 이 ‘광역 삭제’는 두고두고 ‘언론 탄압’과 같은 명분을 만들어주는 계기가 됐다.

이후로 9~10월이 넘어가면서 #GamerGate의 여성 혐오에 대한 글들이 계속 나왔지만, 여전히 게이머게이터들은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그들은 여전히 성전의 전사이고 인터넷 언론 정화를 위해 노력하는 ‘선량한’ 게이머들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게이머게이트 (게임계의 여성 혐오 분위기 시즌2)

윤지만님께서 페이스북에 조이 퀸 관련 사건의 최근 업데이트를 올리셨다. 사키시안이 유타 대학에서 강연을 하기로 했는데, 이 강연을 하면 총기 난사를 하겠다는 협박 메일을 보내 강연이 취소되었다는 내용의 트윗이다. (폴리곤 원문 뉴스)

이 뉴스에 언급한 게이머게이트가 뭔가 했는데 (Gamersgate.com이라는 게임 유통 사이트인줄 알았다) 저 ‘혐오 그룹’이 사용하던 해시태그가 #gamergate 라서 그렇게 불리는 모양이다. (이들에 대해서는 다른 뉴스를 인용하면서 윤지만님이 페이스북에 정리하신게 있다.)

사실 이 내용에 대해서는 나도 일전에 포스트를 한 바 있는데, 거기서 한 걸음이 더 나가서 ‘총기난사 협박’까지 연결된 거다.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인 조이 퀸이 까이는 부분에 대해서 살짝 부연을 하자면, (한국에도 동조 그룹이 형성되어 있는 걸로 보이는데) 게이머게이트 놈들은 퀸의 게임이 스팀에 등록될 때 모종의 담합이나 인맥 이용이 있었다고 믿는 모양이지만, 원래 스팀의 그린라이트는 지인의 도움으로 올리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스팀에 올린 사람들한테 직접 물어봐라. 지인이 바이럴 시드(seed)를 해주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한 것이고, 퀸을 깔 여지는 전혀 없다. 심지어 퀸이 저 게이머게이트 놈들이 믿는 것처럼 ‘성 로비’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건 외적인 문제다.

그래, 그런 여성 혐오까지는 여전히 19세기적 사고를 하는 사회의 구성원들으로 받아들여 준다고 할 수 있지만, 그게 이제 ‘총기난사 협박’으로 이어진 이 상황에서는 더 이상 변명도 변호도 소용이 없다.

게이머게이트는 이제 테러 그룹이 되었을 뿐이다.

게임계의 여성 혐오 분위기

밝은해님께서 게이머의 종말 – 비디오게임으로 무엇을 할까라는 글을 쓰셨다. 원문은 How to Do Things with Videogames라는 이언 보고스트의 책인데, 최근 북미 게임 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과 관련된 것이다.

이는 말하자면 게이머들과 일부 게임 개발자들 사이의 충돌인데, 최근 여성 게임 개발자에 대한 혐오, 즉 조이 퀸(Zoe Quinn) 스캔들로 난리가 났던 사건의 연장선에서 게임 개발자들에 대한 괴롭힘(harassment)으로 연결되더니 그리고 조이 퀸과 필 피시의 드랍박스 계정이 해킹당하는 사건, 게임비평가에게 살해 협박이 있는 등 온라인 상의 혐오가 현실의 생명 위협으로 나타난 흐름의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이미 IGDA(국제게임개발자협회)에서 짧은 성명을 낸 것이 있지만 게이머들에게 별로 큰 영향은 없어 보인다. 사실 너무 온건한 내용이었다고 본다.

이 흐름의 중심에는 조이 퀸과 아니타 사키시안(Anita Sarkeesian)이 던진 화두에 대한 게이머들의 여성 혐오가 깔려있다. 사키시안이 화두를 던졌던 곤경에 빠진 처녀(한국어 자막) 시리즈를 보면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가 될듯 하겠다.

사실 게임 업계가 남성 위주로 돌아가고 있고, 게임에서 여성의 묘사는 조력자이거나 성적 대상이거나 혹은 미미한 역할이거나 더 심각하게는 구출되는 대상인 등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드물다. 이건 명백한 사실이다. 심지어 여성이 주인공인 게임도 성적 대상화가 되지 않은 경우는 없다. 특히 한국의 게임들은 이 부분에서 여전히 근대적 관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인츠로우>의 디렉터 스티브 제이로스(Steve Jaros)는 이런 내용에 대해 지적해오던 아니타 사키시안의 말이 옳다는 내용을 인터뷰에서 했다.

Speaking to The Escapist, Jaros said, “I actually think [Tropes vs. Women creator Anita Sarkeesian’s] right in this case.” He went on to say that he believes the Saints Row series developer has improved in its treatment of women over years but said they still have room to grow.

2008년에 This is Game이라는 매체에 비슷한 관점에서 글을 (익명으로) 썼던 적이 있다. 난 이런 게임 업계의 남성 편향이 남성 위주의 개발 환경에서 발생한다고 봤고, 여성 개발자가 많아지는 것이 이 문제의 한 해결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했다. 사실 이런 편향은 사회 전체에 깔려있는게 더 근본적인 원인이지만, 거기까지 건드리기엔 좀 너무 컸고 해서 두루뭉슬하게 적당하게 타협했던 조잡하고 정리도 덜 된 투박한 글이었다.

어쨌거나, 당시 저 2008년에 박제된 댓글들이 난 (지금에 와서는) 참 재밌다고 생각한다.

결국 이 북미 게임 업계의 논란이 게임계 전체의 문제라는 것이다. 게임 시장은 이미 여성이 거의 50%를 차지하고 있는데 게이머들의 시각은 남성 90%이던 시절에 머물러 있다. 그런데 어쩌나, 모바일 시장에서 이제 남성보다는 여성 게이머가 더 중요하게 되어가고 있는데. (결국 흐름은 자본을 따라갈 것이다.)

게임이 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확산시킨다는 이야기는 결국 구라일지도 모른다. 아니, 적어도 북미의 게임 개발자들은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