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게임의 작업 완료 알림

다른 게임 형태에 비해서 요즘 유행하는 ‘소셜 게임’들의 가장 강점은 아마도 플레이어가 게임을 다시 켜게 만드는 요소들에 있지 않나 생각한다(소위 말하는 재실행 가능성(replayability)가 높다는 소리). 페이스북에 있는 농장류 게임들에서 가장 흔히 사용하는 시간 예약 형태도 그 중 하나. 플레이어는 ‘4시간 정도 뒤면 지금 하는 일이 끝날테니 4시간 짜리 작업을 걸어둬야지’하고 전략을 수립할 수 있고, 4~5시간 정도 뒤에 들어와서 상황을 확인한 뒤 게임에 이어나갈 수 있다.

이게 스마트폰으로 넘어오면서는 플레이어에게 직접 ‘푸시 알림(push notification, 이하 노티)’을 보낼 수 있게 되어 있다는게 더 무서운 점이다. 몇 시간이던 몇 분이던 작업이 끝나면 끝난 작업을 바로 노티로 보내고 플레이어는 무슨 다른 일을 하고 있더라도 이 노티를 안볼 수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중인 현실의 일과 게임 노티 중에서 우선 순위를 당장 고민하고 이는 즉시 노티 무시/ 게임 실행 둘 중 하나로 연결된다.

이 방법의 문제는 작은 타워(Tiny Tower)에서 명백하게 드러나는데, 짧게는 몇 분에서 길게는 몇 시간으로 걸려있는 작업들이 끝나는 순간 노티를 받게 된다. 불과 몇 초 전에 게임을 종료하고 다른 어플로 전환한 플레이어에게 노티를 하게 되면, 이건 짜증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플레이어에게 ‘언제 노티를 날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가장 빠른 시간이 30초 남은 작업이라면 30초 뒤에 정확히 날려야 하는가, 아니면 사용자를 ‘배려’해서 적당히 다른 뒤의 작업들과 계산을 통해 적정한 시간에 알려야할 것인가.

이렇게 가정해보자, 플레이어는 현재 30초, 1분, 5분, 10분, 1시간의 다섯 개 작업을 예약하고 게임을 종료(또는 다른 작업으로 전환)했다. 이제 게임은 언제 노티를 날릴 것인가. 너무 짧은 시간이라면 플레이어 입장에서 어떤 기분이 들겠는가 하는 것을 고민하자면, 난 10분 뒤가 가장 적절한 노티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몰려있는 작업들이 끝나고 다음 작업까지의 텀이 긴 시점이다.

하지만 이는 게임마다 좀 다른 적용이 필요할 수 있다. 페이스북의 농장류 게임들은 작업 기간(예약 시간)에 따라 50~10%의 점감하는 시간 동안 작물이 유지되고 이후 시간에는 ‘부패(decay)’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아이폰용 대작 소셜 게임이었던 위룰(We Rule)에서도 부패가 있었다. 이런 게임들에서 만약 처음 몇 작업들을 노티하지 않고 무시한다면 플레이어는 첫 작물이 부패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어쨌든, 노티을 할것인가 말것인가는 이제 고민의 대상이 아닌 필수가 되었고, 언제 노티를 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소셜 게임의 작업 완료 알림

게임을 하면서 게임하지 않는 시간

플레이어가 게임을 하는 동안 게임하지 않는 시간이라는 게 존재한다. 목적성이 없는 이동, 무언가를 하기 위한 기다리는 시간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명확하게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플레이어가 게임과 상호작용을 하지 않고 ‘멍하니 앉은 시간’이라면 대충 이해가 될 것 같다.

대표적으로는 사냥중 전투와 전투 사이에 몹 스폰(spawn 또는 generation을 줄여 ‘젠’이라고 하기도 한다)을 기다리는 시간, 행동을 하기 위해 쿨타임을 기다리는 시간, 아이템 제작이나 채집 진행 바(progress bar)가 올라가는 걸 바라보고 있는 시간 같은 것들이 있다. 이 시간들이 대체로는 10여 초 이내에서 해결이 되지만, 어떤 게임들은 1분 가까이 되거나 그 이상이 되기도 한다.

FPS 게임에서 부활해서 전투 지역까지 달려가는 시간이 그렇다. 배틀필드 시리즈에서는 전투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선택할 수 있지만, 원하는 곳까지 달려가는 시간은 아무 의미 없는 시간이다. 이 시간을 플레이어가 알차게 사용한다면 언덕 능선들이나 하늘이라도 경계하며 적의 예상치 못한 공격에 대비하기도 하겠지만, 배틀필드보다 전장이 좀 더 한가한 게임들은 그럴 필요도 없는 ‘붕 뜬 시간’이다. 맵이 황당하게 넓은 플래닛사이드 같은 MMOFPS는 이게 특히 더 심하다.

이걸 극단적으로 줄여보겠다고 생각한 게임이 바로 최전방(Frontlines – Fuel of War)이라는 게임이다. 배틀필드와 기본적으로 같은 게임성 – 차량을 타고 조종하거나 보병으로 병과를 선택해 전투하는 방식 – 에 전장을 축소했다. 그것도 부족해서 점령 포인트와 점령 포인트의 거리를 줄이고, 점령 포인트에서 부활해서 전장까지 이동하는 거리(시간)를 짧게 만들었다. 괜찮은 시도기는 했지만, 오히려 난장판이 되기도 했다. 그게 또 난장판의 재미라는게 있기도 했다마는.

MMORPG에서 게임 플레이가 반복적이고 성장을 위한 경로로 경험될 때, 예를 들자면 변화가 부족한 전투 방식 – 몹으로 가까이 이동해서 123 123으로 클릭만 하면 몹이 죽는 게임 방식 – 에서 특정 레벨에 대한 내적 목표(플레이어 자신만의 동기부여)가 생겼을 때, 플레이어는 123 123이 별로 의미 있는 시간이 아니게 체감될 수 있다.

이건 특히 생산직 게임들의 채집 과정이 심하다. 뱅가드(Vanguard)나 와우(WOW) 같은 경우는 채집 대상이 3~4회 채집으로 사라져버리기 때문에 다른 채집물로 직접 이동을 해야한다. 이 과정은 플레이어의 직접 행동을 유도하고 (적대 진영의 플레이어가 있거나 하는) 주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대처해야만 하는 적당한 집중도를 유지시켜 준다.

하지만 채집물이 아주 오랫 동안 두들겨 채집해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게임들은 채집 과정이 단순한 클릭의 반복일 뿐이고, 집중도가 매우 낮게 된다. 게다가 이게 주변의 적대적 변화에 안전한 위치에 있어서 맘 놓고 할 수 있다면 플레이어는 차라리 TV라도 보면서 클릭하는게 더 재미있는 상황이 된다.

결국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긴장(혹은 템포, 호흡이라고도 한다)의 완급을 조절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이 시간이라는 것도 매우 중요한 관점을 갖게 된다.

맵이 넓다는 건 어떤 게임에는 장점이 되기도 하겠지만, 또 어떤 게임에서는 단점이 되기도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맵의 공간들이 어떻게 채워져 있느냐 뿐만 아니라 플레이어가 그 공간 안에서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떤 가능성들을 맞이하게 될 것이냐도 중요한 관점으로 봐야 한다.

게임을 하면서 게임하지 않는 시간

노동이 되어가는 게임 플레이

게임 플레이를 바라보는 여러 가지 시각 중에서 ‘게임은 돈벌이’라는 시각이 있다. 흘러다니는 소문에 ‘내 친구 누구는 어떤 아이템을 팔아서 수백만 원을 벌었다더라’는 이야기들이 있고, 또 흘러다니는 소문에 이런 게임 아이템 장사가 돈이 된다하여 전업으로 나선 사람도 있다면서, 게임 하는게 돈이 된다고 생각하는 거다.

그런데 사실 같은 시간 직장을 다니면서 돈을 버는 것보다는 현격하게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첫 번째로 간과하고 있고, 게임이 노는 것이라는 원래의 의도를 벗어나게 되고 즐거워야할 게임 플레이가 노동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 또 문제다.

플레이어가 게임을 재미있게 즐기는 도중에 생기는 잉여 자원(경제학적 자원이 아니라 게임 요소의 자원)을 다른 플레이어에게 증여하는 건 큰 문제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게임 안에서 게임 플레이어간에도 남는 자원(아이템 등)을 거래할 수 있으니까, 이 교환의 조건에 ‘나 대신 숙제 해주기’라거나 ‘점심 사주기’ 같은 것이 들어갈 수 있는 것처럼 현실의 돈이 자리를 잡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게임 플레이어가 게임 플레이를 노동이라고 보는 시각이다. 카스트로노바고 누구고 게임 외적인 시각에서 게임이 어떻게 해석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는 것이야 그들이 뭐라던, 내가 보기에 게임을 노동으로 만들고 있는데에 가장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건 게임 디자이너라고 생각한다. 플레이어들이 게임 안에서 재화를 쌓는 것이 현실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돈을 버는 것과 비교할 수 있을 만큼 고통스럽고 힘든 작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게임 플레이는 왜 고통이 되는가. 게임에서 게임 요소(contents)를 만드는 작업 시간(기획,프로그램,그래픽 작업 등을 모두 합한 작업 시간)에 비해 플레이어들이 게임 공간 안에서 소모하는 시간이 훨씬 빠르기 때문에 새로운 추가 게임 요소가 도입되기 전까지의 시간을 벌기 위해 플레이어들이 최대한 게임 요소들을 소모하는 시간을 늦추려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어들이 둥지에 입 벌린 새끼 새들처럼 징징대는 걸 원천적으로 막은 게임은 지금까지 없었다.)

그래서 게임 요소들은 굉장히 고난이도의 계단을 반복 시도를 통해 극복하는 형태나 혹은 같은 내용을 계속 반복하는 형태로 만들어지게 되는데, 플레이어들은 이 요소들을 직접 플레이하면서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듯한 좌절을 느끼기도 하고 행동의 당위성을 잃기도 할 뿐 아니라 게임 플레이 목적 자체를 상실하기도 한다.

그런데 어떤 플레이어들이 이런 반복 시도와 시행 착오를 좀 더 쉽게 달성하려고 생각하게 됐고 여기에 현실 가치를 가진 화려한 댓가들을 제시하면서, 공급과 수요가 만들어지고 소위 말하는 아이템 현금 거래 시장이 형성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반복 플레이와 편법을 찾는 플레이어들 사이의 악순환 안에서, 근본적으로 플레이어들이 좀 더 빠르게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반복 플레이 자체를 반복이 아닌 것 처럼 만들 수는 있지 않을까.

반복이 반복이 아닌 것처럼 만드는 방법들은 이미 수십 년 전에 만들어진 무작위화(randomize)와 플레이어들이 만들어내는 게임 요소들이 가장 적절한 해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로그 류(rogue-like) 게임들이 흔히 사용하는 무작위 지도들은 플레이어가 같은 지역을 계속 반복한다는 지루함을 줄여준다는 것이 이미 검증되어 있고 – 3D 공간상의 구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 또 ‘명분을 제시하는 이야기(narrative)’를 무작위화하는 것이 가장 큰 난점이라는 퀘스트의 경우도 플레이어가 다른 플레이어에게 퀘스트를 부여하거나 무작위로 만들어지는 보상들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실제로 플레이어들이 정부를 구성하도록 한 게임도 있고 가상 공간 안에서 직접 게임 요소를 만드는 행위들이 이미 시도된바 있고, 이 작업의 변화와 난이도만 낮출 수 있다면 반복 플레이라는 부작용은 충분히 감쇠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런 작업을 하지 못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한국 게임 산업의 고질적인 ‘벤치마크’에서 만들어진다. 새로운 게임 요소를 만들어서 시장에 도전하는 것을 ‘병신 짓’으로 취급하고 기존에 검증된 게임성이 있으면 ‘일단 우리도 같은 걸 만들어 다리 걸치고 보자’는 식의 산업 환경, 작업자를 만들어내기를 우선할 뿐 ‘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지 못하는 개발자 양성 환경 등으로는 결코 불가능하다.

얼마전 한 게임 개발자 교육 기관에서 공모전에 출품한 게임이 PSP의 한 게임을 표절했던 사건이 있었다. 그 전엔 어떤 교육 기관 출신의 포트폴리오를 보니 ‘학원에서 제공한 라이브러리를 그대로 써서 껍데기만 씌웠다’는 면접관의 폭로도 있던 걸 생각하면, 과연 언제나 가능할까 싶은 생각도 든다.

총 균 쇠‘에서는 잉여 자원을 먹으며 노는 계층이 문화를 발전시킨다는 이야기를 하던데, 아구닥닥 돈벌이에만 급급한 우리 모습에 비추면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다.

노동이 되어가는 게임 플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