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의 MOD 판매에 대한 생각

MOD는 수정(modification)의 줄임(abbreviation)으로, 기본적으로 개발사가 MOD를 허용하는 기능을 넣은 합법 영역과 게이머가 임의로 개조(수정)하는 불법 영역이 중첩되어 있는 기능이다. 대체로는 개발하면서 사용한 툴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이런 ‘수정 기능’을 공식적으로 넣어서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자유롭게 수정하며 커뮤니티를 형성하도록 하는 것도 일종의 마케팅 툴이 되기도 하는 상황이다.

스팀에서도 이런 커뮤니티를 활용하는 ‘워크샵(workshop)’이라는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었고, 이를 통해서 FPS 게임들의 경우는 새로운 맵을 쉽게 배포하거나 스카이림 같은 RPG류는 캐릭터 모델, 스킨, 아이템, 이벤트 등을 직접 만들어 교류하는 쪽으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제작자가 원한다면) 유료로 판매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을 공개했다. 기사에 따르면

모드 제작자가 스팀 규정에 동의하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콘텐츠를 올리기만 하면, 곧바로 해당 모드가 유료로 워크샵에 등재된다. 구입 방법도 스팀에서 판매하는 여느 상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원하는 유료 모드를 선택한 뒤 결제 정보를 입력하고 구매를 확정하면 끝이다. 모드 유료 판매를 통한 총 수익 중 25%가 제작자에게 돌아가며, 나머지는 벨브와 게임 개발사가 나눠 갖는다.

고 한다. 즉, 제작자가 25%, 스팀+게임 개발사가 75%를 (아마도 기존의 개별 게임마다 스팀과 계약한 개별 판매 수수료에 따라) 분배하는 방식이 되는 것 같다. 더 쉽게 말하면, MOD 커뮤니티를 통해서 추가의 매출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긍정적인 측면이라면, 순수하게 돈 안 되는 MOD 제작이 단순 열정으로만 진행되었던 것에 유료화 모델을 붙임으로써 MOD의 퀄리티를 높일 수 있고, MOD 제작을 전업으로 하는 직업을 만들 수도 있으며, 이를 통해서 개발사들이 MOD 기능을 더 적극적으로 지원하게 할 수 있게 할 수 있다. 또한 MOD를 통해서 제품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도 가능하고, 커뮤니티가 원하는 게임 개조가 더 활발해질 수도 있다.

부정적인 측면이라면, 보수적인 소비자 계층에서 게임의 기능마다 이렇게 계속 유료 모델들이 추가됨으로써 저항감이 쌓인다는 것인데.

하지만 고전적인 관념에서 게임을 한 번 구매하면 100%를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이 깨진지는 오래 됐다. ‘부분유료화’가 라는 새로운 판매 방식은 사실이미 모든 비즈니스에 적용되어 있고, 게임도 2000년대 초반에 도입된 이후로 다양한 형태로 계속 변형되고 있는 상황이다.

패키지+확장팩(expansion)의 개념이 온라인 다운로드를 통해서 패키지+다운로드확장팩(DLC, DownLoadable Contents)이 됐고, 요즘은 (거의 모든 컴퓨터가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으므로) 온라인을 통해 패키지 외에 DLC, 아이템, 캐릭터, 코인 등을 판매하는 것은 아주 일반적으로 되어 있기도 하다. 최근 나온 <드래곤에이지: 인퀴지션>은 (가장 고전적인 패키지 게임으로 유명하지만) 멀티플레이 기능을 통해서 코인과 카드 팩을 판매하고 있다.

이런 ‘자잘한 것까지 전부 판매하는 방식’은 아마도 장기적으로 계속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누구나 원하는 매력적인 것은 원래 판매하는 것이 맞는 것이고, 이걸 어떻게 합리적으로 (판매자와 구매자가 납득하며 저항 없이) 거래하느냐가 중요한 관건일 뿐이다.

노동은 무료가 아니니까.

게임 개발의 비용은 컴퓨터의 사양이 올라갈수록 함께 증가하고 있고, 이를 고전적인 판매 방식(패키지 판매)으로는 웬만해서는 감당할 수가 없다. 결국 콘텐츠의 가격을 합리적으로 책정하고 이를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방식이 될 수 밖에 없으며, 하나의 게임을 만들어서 (새 게임을 만드는 것보다는 제작 단가가 적게 들기 때문에) 일부만 추가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계속될 것이다. 또한 디자이너들은 어떻게 제품의 수명을 더 늘릴 것인가가 또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고.

시대가 감에 따라서 게임의 모양이 계속 변하는 것은 필연이다. 그리고 또한 ‘상업’의 발전과 ‘컴퓨팅’의 발전은 서로 또아리를 틀고 계속 변화하며 흘러가게 될 것이다.

이건 싫어한다고 막을 수 있는 그런 흐름이 아니다.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다.

스팀의 MOD 판매에 대한 생각

스팀 한국어 지원 중단?: 게임법의 문제

일단 스팀에서 ‘한국어: 지원하지 않음’으로 표기되는 문제는 일시적인 오류인지 이후 차단을 위한 변경 중 발생한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 일단 현재 상황을 중심으로 요약을 해보자.

이 논란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게임법(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의 21조(등급분류)에서 규정한 내용이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21조(등급분류) 1 게임물을 유통시키거나 이용에 제공하게 할 목적으로 게임물을 제작 또는 배급하고자 하는 자는 당해 게임물을 제작 또는 배급하기 전에 등급위원회로부터 당해 게임물의 내용에 관하여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

  1. 위 조항의 대상 지역 범위는 ‘대한민국 영토 내’인가, ‘한국인 이용자’인가.
  2. 온라인 쇼핑몰이 한국어를 지원하면 ‘한국 내 유통’인가.
    한국어 서비스를 하고 있는 해외 사이트인 아이허브365머슬, 비타마당동일한 기준으로 적용되고 있는가. 한국인 사용자가 많다 적다는 이 논란에서 전혀 다른 문제다. 한국어(Korean, 정확히는 조선어)로 서비스를 하고 있는 ‘중국의 최대 한글 신문’ 인 흑룡강 신문은 한국에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인가.
  3. ‘한국 내 유통’의 판단 조건은 언어 뿐인가?
    내용을 뒤집어서, ‘한국어’가 국내 서비스의 기준이라면 한국 내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으면 한국 법을 적용받지 않는가?
  4. (스팀이 하려는 것으로 추정되는) 스팀에서 판매하고 있더라도 한국어 지원만 하지 않으면 ‘모든 문제 해결!’이 되나?
  5. 오픈 마켓의 등급 분류 예외가 왜 온라인 쇼핑몰에는 적용되지 않는가.
    애플과 구글의 오픈마켓이 자체 심의(에 준하는)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고, 협의가 되면, 이 결과를 국내에도 동일하게 적용하여 등급 분류를 면제하고 있다. (21조 9항, 2011년 4월 5일 신설) 그러면 미국의 ESRB, 유럽의 PEGI, 일본의 CERO와 제휴를 해서 심의를 면제받게 하는 것은 왜 불가능한가?
  6. 이미 한국에서 오프라인 유통을 위해 등급 분류를 받았던 게임은 스팀 유통에서 등급 분류를 다시 받아야 하나?
  7. 만약 해외 게임사가 한국어를 지원하고 등급 분류를 받겠다고 하면, 해줄 준비가 되어 있나?
    하지만 오늘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이에 대해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8. 스팀의 한국인 사용자는 얼마나 되나?
    스팀 통계에 따르면 한국어 사용자는 1.75%이고, 지난 9월 23일 공식 발표로 AU 1억 명을 돌파했다. 러프하게 추정하면 175만 명 정도. 하지만 앞에서도 이야기했듯 조선어 사용자가 포함된 숫자겠지? 하지만 중국은 스팀 상점을 차단하고 있다고 함. Defender’s Quest의 개발사가 공개한 수치에도 한국은 1.6%라고 하니 대충 스팀에서는 이 정도 추정치가 적당한듯.
  9. 한국어를 지원하는 게임은 얼마나 되나?
    한 커뮤니티에서 정리한 한국어 지원 게임 목록인데, 게임사에서 지원하는 ‘공식 지원’과 게이머들이 파일을 변조해서 만든 ‘유저 한국어화’가 혼재. 꽤 많다.
  10. 게임개발자들은 이 문제에 관심이 없나?
    게임개발자들도 게이머인데? 어지간해서는 평균치보다 게임을 많이 구매하고 많이 플레이할 걸?
  11. 이 문제의 해결은 누구를 까야하나?
    박주선 의원을 압박해서 게임법 개정을 직접 하시라고 하는게 좋겠다. 처음에는 그냥 슬쩍 언급하는 것으로 ‘나도 게임에 관심 있는 의원임’을 어필하려고 하셨던 걸로 보이지만, 꽉 물리셨다. 직접 개정하셔야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한다.
  12. (추가) 한 인디 개발팀와의 통화 내용이 공개됐다.

여기서 추가되는 내용이 있을지는 잘 모르겠네.

스팀 한국어 지원 중단?: 게임법의 문제

Remember, No Korean

박주선 의원이 스팀 게임들이 한국어로 서비스를 하고 있으면서 국내 등급분류를 받지 않고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국감에서 지적을 했다. 이 파문은 초기엔 우려였다가 공포였다가 이제 현실로 다가왔다.

터틀크림의 박선용님이 미국 쪽 개발사들이 스팀에서 등급 분류 관련 메일을 받았다는 트윗을 하셨고, 그 내용을 블로터게임묵에서 일차 보도했고, 인벤도 관련 보도를 냈다.

그런데 곧바로 이어서 올라온 루리웹의 게시물을 보면, 스팀 게임들이 ‘한국어: 지원하지 않음’이라는 태그를 달기 시작했고, 정식 유통망을 통해 한국에서 등급 분류를 받았던 문명5나 XCOM 같은 게임들도 같은 태그를 달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스팀 쪽에서는 한국에서 등급 분류 관련해서 귀찮은 일이 생기니까 ‘한국어를 지원 안 하면 되겠네’라고 생각한 것으로 보이고, 일괄적으로 모든 게임에 같은 태그를 붙여버린 것이 아닌가 싶다. 실제로 그 게임이 한국어를 지원하든 하지 않든, ‘지원 안 함’으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거겠지.

일단 이건 합당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 글 제목은 루리웹 댓글을 보고 따 왔다.
Remember, No Korean

등급 분류 제도 논란의 새로운 국면

그제 글을 썼던 것에 이어, 박주선 의원의 주장으로 재점화된 스팀 서비스 내 게임의 등급 분류 문제가, 오늘 밝은해님의 글문제 삼으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 반박 내용에서 사실 문제는 박주선 의원의 이 부분이 되겠다. (강조는 내가 했음)

이에 대해 박주선 의원은 “규제는 기업이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의 입법을 통해 한국 정부가 정하는 것으로, 중요한 것은 ‘스팀’의 운영정책이 아닌 한국의 법체계”라면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21조 제1항에서는 게임물을 유통시키거나 이용에 제공하게 할 목적으로 게임물을 제작 또는 배급하고자 하는 자는 등급분류를 받아야 할 의무가 있으며, 이같은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게임을 유통시킨 자는 동법 제32조에 의해 처벌받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단, ‘규제는 한국 정부가 정하는 것’이고 ‘한국의 법체계’이므로 ‘스팀은 따라야 한다’는 말이 되겠다. 맞는 말씀이다, 하지만 있는 법은 따라야 하고 이건 원래 사법부의 입장이 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밝은해님의 의견은 ‘기업이 법을 따를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아니었다.

현재 게임산업진흥법은

제32조(불법게임물 등의 유통금지 등)  1 누구든지 게임물의 유통질서를 저해하는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제4호의 경우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특례법」에 따라 사행행위영업을 하는 자를 제외한다.

1. 제21조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등급을 받지 아니한 게임물을 유통 또는 이용에 제공하거나 이를 위하여 진열ᆞ보 관하는 행위
2. 제21조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등급을 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게임물을 유통 또는 이용에 제공하거나 이를 위 하여 진열ᆞ보관하는 행위

이라고 규정하고 있고, 여기서 이야기하는 21조는

제21조(등급분류) 1 게임물을 유통시키거나 이용에 제공하게 할 목적으로 게임물을 제작 또는 배급하고자 하는 자는 당해 게임물을 제작 또는 배급하기 전에 등급위원회로부터 당해 게임물의 내용에 관하여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게임물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라는 부분이다. 이 조항에는 등급분류의 내용과 등급분류에서 면제를 받는 게임의 종류를 정하고 있다.

아주 간단하게 말하자면, 아주 극히 적은 예외를 제외하고 ‘등급 분류를 안 받은 모든 게임은 불법’이라는 말이다. 인디 게임이고 동인 게임이고  취미고 연습으로 만든 게임이고 상관 없이 막론하고, 다른 사람에게 플레이하게 할려면 등급 분류를 받아야 한다는 말이다.

문제는 이 법은 2006년에 제정되던 시절, 인터넷을 통한 게임 배급에 대해서 전혀 염두를 두고있지 않았기 때문에, 국내 게임에 대한 부분에만 적용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법 어디에도 ‘한국어로 서비스하는 게임’과 ‘한국에 판매하는 게임’, 박주선 의원이 주장하는 것처럼 ‘한국 신용카드를 받는 서비스’면 한국을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걸로 본다는 언급이 없는, 자의적인 해석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게관위도 같은 논지를 가지고 있다)

현재 이 법이 낙후되어 있다는 것에는 어느 누구도 이견을 가질 수 없는 부분이고,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스팀 서비스(외 온라인 유통)에 대한 태클은 사실상 법외 상태인 것을 억지로 끼워 넣으려는 작태이다.

낙후된 법을 개선하는 법안을 입안하셔야할 당사자께서 심지어는 “규제는 기업이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의 입법을 통해 한국 정부가 정하는 것으로, 중요한 것은 ‘스팀’의 운영정책이 아닌 한국의 법체계”라는 헛소리를 하고 계시니 이게 말인가 소인가. 심지어는 3선이나 하신 의원께서 입법, 사법, 행정을 헷갈리시고, ‘한국 정부가 정한다’느니 하는 부분에선 웃었다.

요약한다.

  • 게임산업진흥법이 낙후되어 온라인 유통에 대한 부분이 없음
  • 게임산업진흥법에 법의 대상 범위가 없으므로, 외국 서비스에 억지쓰지 마라
  • 법이 잘못된 부분은 박주선 의원이 직접 입법해라
  • 가능하면 여전히 심의 기관의 역할을 하는 게관위와 등급분류 시스템 전체를 손봐야 한다

이 문제에 적극 관여하시기로 하신 모양인데, 끝까지 가자.

등급 분류 제도 논란의 새로운 국면

온라인화에 이은 RPG화 흐름

2003년 한 잡지에 ‘콘솔의 온라인화에 대한 짧(지 않)은 생각’이라는 글을 썼던 적이 있다. 콘솔 게임기들이 온라인과 연결되거나 온라인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어떻게 좀 더 유기적으로 다른 플레이어들과 소통하게 만들까 하는 것이 당시의 화두였고, 그 흐름이 지금까지 이어져 5년 가량 흘렀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싱글플레이 게임이 어떻게 온라인으로 발판을 옮길까 하는 그런 고민을 한 결과 지금과 같은 모든 게임이 온라인으로 옮겨오기 시작하는 상황이 된 게 아닌가 싶다.

보고 있자면, 이제는 이 온라인화가 거의 마무리 단계이고, 그 온라인화된 게임들이 어떻게 플레이어들의 시간을 휘어잡느냐에 대한 고민들을 하고 있는 단계인듯 하다.

대표적으로 달성도(achievement)라고 부르는 시스템이 여기저기로 퍼져나간 것을 들 수 있다. 처음 시작이 뭐였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배틀필드2가 아닌가 한다) 플레이어는 게임 플레이 성과에 따라 일정한 조건이 되면 달성도에 따라 훈장 같은 것을 획득할 수 있고 이건 배틀필드2의 간판 시스템인 장비 제한 해제(unlock)로 연결된다.

이를 성공적으로 도입한 또 다른 대표 게임들이 아바와 팀포트리스2다. 아바는 달성도가 게임 전반에 유기적으로 녹아있는 경우는 아니지만 달성도의 상황에 의해 플레이어는 스킬을 획득하거나 게임 머니를 받는 것으로 RPG에서 퀘스트가 그렇듯 플레이어에게 동기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팀포트리스2는 이 달성도가 게임하던 중 즉시즉시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표시되고, 스팀 메신저나 또는 이와 연동되는 웹 페이지를 통해 다른 플레이어들의 달성 상황을 언제나 열람할 수 있다. 스팀 메신저는 게다가 게임중에도 웹 브라우징을 할 수 있게 되어 있어 이런 것이 훨씬 쉽다.

이 달성도와 장비 제한 해제 같은 요소들은 처음 FPS들이 RPG의 동기부여 요소들을 흉내내 도입한 것이었지만 오히려 MMORPG에도 새로운 변화를 가져온 요소이기도 하다.

SOE(Sony Online Entertainment)는 이 흐름에서 꽤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처음 에버퀘스트에 전투정보실을 도입한 것에서부터 뱅가드에 달성도를 만들어 게임 진행에서 처음 발견한 지역, 처음 발견한 아이템을 계속 표시했다. 그리고 이 지역, 이 아이템을 가장 처음 발견한 사람이 누구인지, 나는 몇 번째인지를 보여주므로 플레이어의 경쟁심을 자극한다.

뱅가드만이 아니라 SOE에서 최근 공개한 자유로운 왕국들(Free Realms)도 이런 달성도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경우이다. MMORPG 공간에 수십 개의 미니 게임들을 유기적으로 넣어놓은 미니 게임 포털식과 MMORPG의 기존 형식을 잘 결합했다. 플레이는 계속 달성도 상황과 레벨이 연동되어서 표시되고 플레이어는 뭔가를 얻고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다른 게임들보다 강하게 받게 된다. 상대적으로 플레이어들의 체류 시간이 짧긴 하겠지만, 어차피 부분유료를 채택하고 있는 캐주얼 MMORPG 지향이니 별 상관은 없어 보인다.

워해머 온라인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지식의 책(Tome of Knowledge)이라는 것을 만들어 플레이어에게 현재 퀘스트(public quest)나 달성도 같은 것들을 게임의 분위기에 훨씬 잘 어울릴뿐 아니라 좀 더 효과적으로 표시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플레이어는 자신의 달성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웹으로 나갈 필요도 없고 게임 안에서 버튼을 하나 누르는 것으로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 있다.

FPS에서 장비 해제나 달성도의 기록을 훈장으로 표시하는 등의 것이 상당히 효과적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나자 다시 MMORPG로 요소가 역 도입되고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활용은 앞으로 각종 장르로 퍼져나갈 것이 틀림없다. 콘솔 게임들이 게임 플레이 시간을 억지로 늘이기 위해 사용하던 방법들이 온라인에 적응했다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가까운 몇 년 이내에 많은 게임들이 온라인화되면서 이를 도입하게 될 것이고, 점차 퍼즐, 스포츠, 레이싱, 전략 게임 등으로도 확산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말하자면 모든 게임의 온라인화 흐름에 이은 RPG화인 것이다.

온라인화에 이은 RPG화 흐름

MO 게임들의 온라인화

일반적인 분류에 따르면 MO(Multiplayer Online)는 패키지 게임을 기반으로 한 멀티플레이 게임을 말한다. 이를테면 한국에서 유행한, 유행하고 있는 스타크래프트나 디아블로 시리즈 같은 게임들은 MO 게임이다. 처음에는 멀티플레이가 단지 패키지 게임의 판매 후 서비스 차원에서 제공되던 것이었는데, 최근 헬게이트의 단계에 이르러서는 점차 온라인 게임과 같은 형태로 적극적으로 나가고 있다는 걸 느끼는 건 나만이 아닌듯 하다.

이런 현상은 사실 최근에 들어서 PC의 MO 게임들이 급격하게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지만, 유래는 조금 더 오래된 것으로 생각된다. XBOX의 고담 레이싱은 플레이어들의 리플레이 기록을 다운로드해서 나의 실제 플레이와 함께 연동할 수 있었고, 버추어파이터는 온라인으로 의상과 악세사리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전국적인 대전으로 이를 활성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눈치가 빠른 사람들은 저들의 움직임을 보면서 지금과 같은 온라인의 통합 환경에 대해서 예측한 사람들도 꽤 있기도 했다.

지난 10월 초 스팀(http://steampowered.com)을 통해 판매되기 시작한 팀포트리스2는 1996년에 나왔던 퀘이크 MOD이자 하프라이프의 MOD인 팀포트리스의 속편이다. 무려 9년이나 개발한 게임으로 한때는 베이퍼웨어(vaporware, 출시일이 계속 미뤄져서 정확한 출시를 알 수 없는 제품)라고 불렸지만, 제품의 출시와 함께 이런 소문들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팀플레이라는 멀티플레이 요소와 FPS의 단지 적절한 조합은 이미 10년 전에 만들어진 그대로이지만, 게임의 테마와 게임 속 캐릭터들의 익살, 그리고 적절한 밸런스와 튜닝이 멀티플레이를 즐기는 FPS 플레이어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팀포트리스2는 단지 멀티플레이에만 장점을 가지고 있는게 아니었다. 그들의 모(母) 서비스인 스팀은 커뮤니티(community)라는 서비스를 새로 오픈하면서 팀포트리스를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한 것이다. 팀포트리스2를 구매하고 플레이한 게이머는 자신의 최고 기록을 웹에서 검색할 수 있으며 다른 플레이어들과 비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스팀 안에서 클럽을 만들어 접속 상태나 어떤 게임을 플레이하는지를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는 팀포트리스2라는 멀티플레이 게임에 성과 수행을 만들어 특정 조건이 달성되면 메달을 주기도 한다. 마치 AVA 같은 온라인 FPS들이 하는 기능이 웹으로 서비스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AVA도 이와 같은 플레이어들의 기록 관리와 플레이어 통합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런 ‘온라인 통합’ 서비스가 스팀이 시초는 아니지만, 이것이 임계점을 넘어가는데 스팀이 매우 강력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지금까지 단지 플레이어의 플레이 상태 – 어떤 게임을 하고 있는지 – 나 플레이 시간 정도를 기록하던 커뮤니티 메신저 서비스가 이제는 플레이어들을 규합하고 조직화하는 역할을 하기 시작했으며, 이 작업을 스팀이라는 강력한 서비스가 직접 움직이기 시작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스팀의 사용자 수와 온라인 게임 유통은 이제부터 생각보다 훨씬 강력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이와 같은 온라인 통합과 플레이어 관리 서비스는 앞으로 개별 게임의 단계에서도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이미 콜오브듀티4는 플레이어들의 플레이 결과를 가지고 퍼크(perk) 슬롯을 오픈하는 기능이 있고 – 이것 역시 이미 배틀필드2에서 먼저 시도한 바 있다 – 멀티플레이를 게임의 중심부에 두고 있는 게임들이라면 이와 같은 ‘온라인 기록 관리’, ‘플레이어 조직화’ 기능을 첨가하는 것이 기본이 될 것이다.

점차 온라인 게임과 패키지 게임의 장벽이 허물어지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는 이 때, 국내 온라인 게임들은 어떻게 변화에 적응해 나갈 것인가.

MO 게임들의 온라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