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구리 논란과 게임계의 성 차별

여성 게이머는 원래 게임 안에서 잘 해도 욕을 먹고 못 해도 욕을 먹는다. 아니 플레이를 잘 한다 잘 못한다를 논하기 이전에 여성 게이머는 ‘보호의 대상’이거나 ‘뒤에서 힐이나 해’야하는 존재이고, 또 게임 플레이와 관계 없이 ‘누가 봤다는데 존나 예쁘더라’로 소비되는 대상일 뿐이다. 원래 그렇다.

대체로 여성 게이머들은 그래서 게임 안에서 성별을 밝히는게 좋은 일로 연결되는 경우가 별로 없기 때문에, 성별을 밝히지 않는다. 통계적으로 전체 MMORPG 플레이어의 3~40% 가량은 여성이다. 하지만 게임 안에서 ‘명백히 여성인 플레이어’를 30%나 보고 있나? 아닐걸. 여성이라는 걸 밝혀봐야 인기가 있으면 여왕벌이 되고, 인기가 없으면 남자 꼬시려고 게임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이게 성 역할론, 성적 대상화로 연결된다.

게임 안에서 주도적인 역할(전사라든지 미드라이너라든지)은 당연히 남성이 하는 것이고, 여성은 뒤에서 힐이나 마법을 쓰면서 1234 누르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처음 롤을 시작하는 여성이 있다고 하면 의례껏 서폿을 시키는 것이고, 처음 MMORPG를 시작하는 여성은 의례껏 사제를 하게 한다. 이런 게이머들의 편견이 게구리 논란을 낳았다고 볼 수 있다.

‘여자가 이렇게 잘 할리가 없다’, ‘여자인데도 잘 한다’.

대체로 ‘~에도 (불구하고)’는 척박한 조건이라든지 환경에 대해서 붙이지만, ‘여자임에도 불구하고’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여자인 것이 척박한 조건이나 환경이라는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여자는 원래 게임을 못 하는 존재이지만, 넌 잘한다’는 말이다. 칭찬이 아니라 ‘특별한 사람이구나’라는 말이고, 그렇기 때문에 내가 상대보다 못 하는 것을 납득하는 말이다. 롤의 ‘Faker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선수라서 내가 절대 이길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에게 지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특별한 재능을 가진 선수이므로 내가 너보다 못 하는 것을 납득하는 것이다. 이 사람은 여자가 아니라는 말이다.

이건 현실의 성차별에서도 같다. ‘여자는 약하다’ 하지만 훈련 받은 군인이나 선수들은 나보다 강하지만, 그들은 특별한 존재라서 인정한다. 그리고 ‘어차피 걔들도 남자 군인한테는 진다’ 같은 표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군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개인이 아니라 ‘여성 군인’이고 ‘남성 군인 보다는 약한’ 존재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성차별적인 사고는 어떻게 보면 개인의 잘못이 아니다. ‘아무 생각 없이’ 문화적 환경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성장했기 때문이다. ‘여자 애한테 무슨 공부를 가르쳐’라는 부모들이 6~70년대 결혼한 내 부모들이었고, ‘여자는 결혼이나 잘 하면 되지’라는게 지금의 부모들이다. 달라진게 없다. 지금의 청년들은 이걸 그대로 물려받아 ‘여자들은 취집이 있잖냐’는 말을 흔하게 내뱉는 상황이다. 어쩌면 더 나빠졌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체화되어 있는 성차별적 사고를 어떻게 인지하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사회는 다르게 흘러갈 것이다. 하지만 ‘이게 무슨 성 차별이냐’고 반발하는 이들이 많을수록 이런 충돌은 계속 일어날 것이다. 사실 이 세계는 ‘남성이 만든 것이 아니다’, 남성과 여성이 함께 만들어 왔다. 하지만 우리는 모든 분야에서 남성의 성취만 기억할 뿐, 여성의 성취에 대해서 기억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기억이 역사를 만들고, 역사에서 여성의 이름은 사라진다.

여성은 흑인보다도 투표권을 늦게 가질 정도로 노예에 가까웠다. 그리고 보이지 않게 지금도 편견들에 의해 사회의 진출을 제약당하고, 성취를 약탈당하고, 무시당하며 멸시당하고 있다. 그러지 말자. 여자가 게임을 잘 하는 것도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여성이 게임 안에서 편하게 게임할 수 있게 만드는 것도 또한 페미니즘이다. 그리고 그건, ‘게임 세상’을 점령하고 있는 남성들이 해야할 일이다.

마치 거실에 혼자 앉아 게임을 하다가, 여자친구에게 앉으라며 옆으로 살짝 비켜 앉는 것처럼.

게구리 논란과 게임계의 성 차별

온라인 여성 혐오 남성은 루저인가

2015-07-25 15.38.232015-07-25 15.38.25
(YTN은 기사로 인해 논란이 커지자 위의 짤을 만들어서 배포했다.)

지난 주 게임계를 가장 뜨겁게 달군 글은 바로 온라인 여성혐오 남성, 실생활에선 ‘패배자’라는 기사였다. 기사는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의 국제학술지 PLOS에 올라온 논문(Kasumovic, M. M., & Kuznekoff, J. H. (2015))을 인용하면서 “온라인 게임에서 기술이 부족하거나 남들보다 능력이 떨어지는 남성일수록 여성을 비하하거나 괴롭히는 언행을 하는 경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게임을 잘하는 남성은 대체로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친절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아마도 사실 여기까지만 가지고는 별로 크게 논란이 될 것이 아니었는데, 기사 하단에 워싱턴포스트의 내용을 인용하면서 “다시 말해, 성차별주의자들은 말 그대로 루저(패배자)“라고 쓴 부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의 기사 제목도 “Men who harass women online are quite literally losers, new study finds(온라인에서 여성을 괴롭히는 남성들은 말 그대로 루저)”이다.

문제는 이 ‘루저’라는 첨언이 가능하냐는 부분인데, 그래서 직접 논문을 봤다. 그리고 결론 부분(discussion)에는 흥미로운 문장들이 참 많았다.

Males behaved in the opposite manner when playing with a female-voiced teammate.(남성들은 여성 목소리의 팀원과 플레이할 때 나쁜 매너를 보였다.)

Taken together, these results suggest that it is lower-skilled poorer-performing males that are significantly more hostile towards females, and higher-skilled focal players are more supportive.(성적이 나쁜 남성 플레이어는 명백히 더 여성 플레이어에게 적대적이었고, 성적이 좋은 플레이어들은 더 용기를 북돋는 말을 했다.)

Our results support an evolutionary argument for why low-status, low-performing males are hostile towards female competitors.(이 연구는 왜 낮은 계급이고 성과가 저조한 남성이 여성 경쟁자에게 더 적대적인지에 대한 진화론적 논쟁을 보강한다.)

Low-status and low- performing males have the most to lose as a consequence of the hierarchical reconfiguration due to the entry of a competitive woman. As men often rely on aggression to maintain their dominant social status, the increase in hostility towards a woman by lower-status males may be an attempt to disregard a female’s performance and suppress her disturbance on the hierarchy to retain their social rank. (낮은 계급이고 성과가 저조한 남성은 경쟁 여성의 등장으로 인해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위협받으면, 여성에게 적대적인 경향을 보인다는 이야기인데, 밑줄의 부분은 1999년에 나온 Hawley의 논문을 인용하고 있다.)

Our study demonstrates that video games offer a unique opportunity to examine variation in sexist behaviours and the situations that result in changes in sexist attitudes.(이 연구는 성차별주의자의 성차별적 행동이나 상황에 따른 태도 변화를 게임을 통해서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걸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논문에 ‘루저’라는 표현은 없지만 ‘low-status male’이나 ‘low-performing male’을 루저라고 볼 수 있는 표현이기는 하다. 워싱턴포스트의 케이틀린 듀이 기자가 좀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한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 논문의 주된 내용, ‘낮은 계급의 남성이 여성에 의해 사회적 계급을 잃을 위협을 느끼고, 그래서 여성에게 적대적인 행동을 보인다’는 이야기는 이 논문이 처음 주장하고 있는 ‘참신한’ 내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논문은 기존의 연구를 게임을 통해서 검증하고 보강하는 것이라는 거다. 온라인에서 여성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는 것은 현실에서 여성에게 못되게 구는 놈들이 그러는 이유와 다를게 없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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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남성들은 그런 찌질이들에 대해서 관대하게 ‘그런가보다’하고 넘어갔지만, 여성의 경우는 (본인이 피해자가 아니더라도 잠재적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더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위 연구에서도 나오듯이, 남성들은 이미 명백한 계층, 계급 인식이 있어서 ‘내가 너보다 잘났음/못났음’의 구분을 가지고 있지만, 여성의 경우는 평소 ‘(여성은 원래) 나보다 낮은 계급’이라고 인식하고 있다가 이를 위협받기 때문에 위협하는 것이라는 거다.

그러니까, 온라인에서 찌질대는 애들은 루저라는 표현이 틀리지 않다.

이 논문과 관련 논문들을 보면서, 일부 게임들에서 플레이어의 행태에 따라서 트롤은 트롤끼리 매칭을 시켜주는 기능이 있는데, 이를 다른 게임들에서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게임 안에서 플레이어들의 상호 평가 기능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온라인 여성 혐오 남성은 루저인가

lintzry_2014-9월-16

사실 오늘 낮에 트위터에서 영남권의 성 차별이 다른 지역보다 심하다는 트윗을 보고 표가 나온 논문을 찾아봤다. <한국형 양가적 성차별주의 척도(K-ASI) 개발 및 타당화 연구(2005)>라는 논문인데,

영남 지역의 남성과 여성들이 수도권, 충청권, 호남권에 비해서 HS와 BS 모두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수도권의 남성과 여성들이 다른 지역에 비교해서 가장 낮은 HS와 BS를 보였다.

HS와 BS는 각각 적대적 성차별주의와 온정적 성차별주의로,

적대적 성차별주의(HS)는 지금까지의 인종차별주의 연구들에서와 마찬가지로 여성이 남성의 권위나 영역을 침범하는데 대한 적대적 감정(antipathy)

온정적 성차별주의(BS)는 전통적인 역할에 부합되는 여성들을 온정주의에 입각하여 애정과 보호의 대상으로 보는 호의적 감정(favorable)

이라고 인용하고 있다(같은 논문). 그리고 이 논문의 결론 부분에서

이는한 사회의남성의 성차별주의 점수가 높아질수록 여성의 HS와 BS 점수도 높아진다는 문화비교 연구(HS의 경우 증가경향을 보이 지만 제한적이었던 반면에, BS의 경우에는 증가의 폭이 비교적 크게 나타났음) 결과와 유사한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불이익을 당하는 소수 집단들이 다수 집단의 지배 체제를 정당화하려는 신념들에 적응하게 된다는 Jost와 Banaji(1994)의 체제정당화이론을 어느 정도 지지하는 증거로 보인다.

라는 부분은 좀 씁쓸했다.

쓸데없이 또 오늘도 트윗 하나 때문에 이런 거나 찾아보고 있었다는 자괴감.

게임의 성적 대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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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충격적인 그림이었나.

얼마 전에 “If male video game characters were dressed like female characters”이라는 트윗이 올라와서 리트윗이 7천 건이 넘게 되고 있길래 “게임에서 남자 캐릭터가 여자 캐릭터가 입듯 입는다면.”이라고 해석을 해서 올렸더니 이것도 지금 미친듯이 리트윗이 되고 있다.

사실 사회 전반에 성적 대상화에 대한 이야기가 활발한 편인데, 게임은 이런 움직임이 뒤늦은 편이다. 그리고 대체로 반응들을 보면 여성들은 ‘불편하던 것’이었다고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만 남성들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편이다. 게임계에서는 특히나 이런 대상화의 악습이 아주 보편적인 것이다보니 논의가 되는 경우도 적었다.

위 사진에 대한 반응을 보면 남성에게 같은 의도를 가지고 입힌 옷이 그리 충격적이었나보다. 왕가슴이나 두드러진 엉덩이, 젖꼭지나 음부만 살짝 가린 여캐는 문제가 없지만 두드러진 남성 성기를 보는게 새롭기는 하려나.

사실 이런 내용에 대해서 XCOM의 여자는 여자처럼 보인다는 글처럼 구미 쪽에서는 자주 나오는 이야기였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무언가 생각했다. “저희에겐 그건 뭐랄까, 정말이지…저는 딸이 둘 있어요. 제이크는 딸이 하나 있고요. 우리 둘 다 그런 식으로 여자를 표현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그건 저희 방식이 아니에요.”

“단지 저열한 소재를 가지고 놀고 싶지 않았던 겁니다.” 푀르치는 마무리지었다. “저는 저희 게임에 정말 여자처럼 보이는 여자가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자랑스럽습니다.”

가슴 갑옷(boob plate)이라거나 비키니 갑옷(bikini armor)이라는 단어도 상당히 일반적인 단어고, 실제로 이런 갑옷 디자인에 반발해서 여캐에게도 진짜 갑옷을 입히자는 움직임도 있다.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 드라마에서 브리엔느(Brienne of Tarth)가 입은 갑옷만 봐도 상당히 현실적인 갑옷이면서도 멋진데, 게임에서는 언제쯤 여성성을 강조한 – 비키니를 입은 – 캐릭터가 아니라 진짜 여성 전사를 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실 1998년에 나온 발더스게이트(Baldur’s Gate)만 해도 그런 갑옷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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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성적 대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