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소재로 할 때의 책임감

이 문제는 한국 역사 드라마의 경우에서 특히 크게 부각되어 왔는데, 사실은 코에이(Koei)의 삼국지가 나온 이래로 게임에서도 같은 문제를 생각했어야 하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지금 많은 삼국지를 배경으로 한 게임들이 실제 삼국시대의 역사를 배울 수 있는가, 얼마나 고증이 되었는가 같은 질문에서 ‘글쎄, 거의 없지’라고 밖에 대답할 수 없지 않나하는 것이다.

최근 유행하는 삼국지 만이 아니라,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한 게임을 출시했을 때도 같은 논란이 있었다. Company of Heroes(이하 COH, 속편은 COH2)라는 렐릭(Relic Entertainment)에서 만든 게임의 속편에서 특히 그런 이야기가 많았다.

COH2는 겨울 맵을 등장시키면서 (독일과 소련이 싸우던) 동부 전선을 배경으로 하면서, 소련군 분대가 분대 당 소총 몇 자루만 들고 기관총으로 달려 들어가는 식의 묘사를 했던 부분에 구소련 지역(동유럽과 러시아)의 나라들에서 크게 반발이 일어났던 것이다.

이는 실제로 게임의 테마를 헐리웃 영화에서 차용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전작의 경우는 명백히 Band of Brothers라는 TV 드라마를 충실하게 묘사하려고 노력했고, 속편의 경우는 소련의 묘사에서 Enemy at the Gate라는 영화의 이미지를 차용했기 때문에 발생했던 일이다. 비단 COH 시리즈 만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Call of Duty 시리즈나 Medal of Honor 같은 게임에서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Saving private Ryan)의 노르망디 상륙 작전(오마하 해변) 같은 영화를 그대로 묘사하려고 부단한 노력을 하기도 했다.

David Stone is a professor of military history at Kansas State University, specializing in the Soviet Union. “Designers and developers have to look to ways to make what they’re doing stand out from the crowd.” he said. “That means that an Eastern Front game is going to have to play up elements that are stereotypically part of the Eastern Front to make it look different from all the other combat games out there, even if that does some violence to the historical record. So in that sense, it makes sense that Relic would emphasize snow, political commissars and lack of equipment even if it’s exaggerated.”

He said that much of Relic’s portrayal is rooted in fact, but soldiers being sent into battle without rifles is “something that really belongs to Russia in World War I, not the Soviet Union in World War II.”

요약: 본문에서 캔자스주립대학 군사학 교수인 데이빗 스톤은 (COH2의) 이런 묘사에 대해 전반적으로 고증이 충실하게 되어 있지만(portrayal is rooted in fact), 소총도 없이 전투에 내보내진 것은 1차 대전 러시아가 했던 일이지, 2차 대전 소련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 Why gaming’s latest take on war is so offensive to Russians, Polygon

게임적 표현으로 그럴듯하게 드라마틱한 연출과 설정으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그건 명백히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역사를 소재로 하는 게임들이 점점 시각적으로 리얼해지고 현실적이 되면 될수록 사람들은 책보다 이런 게임이나 여타 미디어에서 역사를 배우게 된다. 물론 이런 미디어들이 없으면 그들은 애초에 이런 역사적 사실을 알지도 못했겠고 관심도 없었겠지만, 드라마나 게임을 통해 이제 역사를 배우고 있다.

그렇다면 어디를 픽션으로 하고 어디까지를 실제 역사에서 차용하고 묘사해야 하는가, 그런 고민이 반드시 필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이야기를 삼국지의 경우에 가져다 대면 그 고증과 논리적 오류가 얼마나 많은지는 셀수도 없겠지만, 그래도 생각은 한 번쯤 해볼만 하지 않나 싶다.

역사 소재 창작물에 대한 생각

<명량>이 나와서 화두가 된 것인지 아니면 요 좀 전에 나온 <조선 총잡이>나 <야경꾼 일지> 같은 드라마에 의해서 촉발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역사  창작물의 고증 이야기가 돌아다니더니, 오늘은 <함선콜렉션(칸코레)>이라는 게임의 역사 왜곡이 화두가 되어 트위터에 돌았다.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창작물을 거슬러 올라가면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부터 시작해서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삼국지통속연의)>, 알렉상드르 뒤마의 <삼총사>를 거쳐 이유립의 <환단고기>까지 줄줄이 이어 내려오고, 이 것들에 대해서도 역사 소재 창작물의 고증 논란을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역사는 (당대의 인물에게) 사실들의 엮음이고 (이게 진실은 아니다) 이 기록을 우리는 볼 뿐이다. 창작자는 이런 사실들의 흐름을 하나의 이야기로 묶어서 만드는 것인데, 이 창작 과정에서 창작자의 기호나 상황 해석, 감정 묘사 등을 첨가하면서 실제 사실과는 다른 내용이 될 수 밖에 없다. 또 간혹은 이런 내용의 흐름에 창작자의 개인 취향으로 인물이나 사건을 끼워 넣는 등의 ‘가미(加味)’를 하기 때문에, 역사를 소재로 한 창작물을 보는 수용자는 이 창작물의 묘사가 사실인지 아닌지를 파악할 수가 없는 일이 많다.

하지만 결국에는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했을 뿐 창작물은 창작물이다.

수용자는 이 창작물들을 보기 전에 원전(역사책)을 공부하거나 배경 지식을 가지고 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그런 것이 없을 경우 창작물을 역사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한국의 경우라면 <삼국지연의>나 <환단고기>가 대표적이겠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창작물들의 역사적 사실이나 고증과 다른 부분을 지적하고 이야기하지만 전파력이라는 것에서 ‘믿고싶어서 믿는 것’들과 ‘사실’이 어찌 같을 수가 있겠나.

안타까운 부분이지만 영리한 독자(수용자)들이 이를 잘 이해하고 받아들여야할 부분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