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A급 게임의 개발비

Gamesindustry.biz에 ‘게임 개발에 60억 원을 들이면 콜오브듀티와 경쟁할 수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Everybody is producing mobile games, but there are very few actual AAA blockbusters every year and they sell pretty well, so there’s a big business opportunity in my opinion. I don’t know why no one is taking that opportunity. It’s bizarre.

The chance of succeeding is better. In mobile games, you have to compete with hundreds of thousands of games. In the AAA market, you have to compete with 20 games per year. So there’s a chance of failure, but it’s not 1 to 100,000, it’s more like 1 to 5 or 1 to 10 or something.”

요즘은 모두가 모바일 게임을 개발한다. 소규모의 인디 개발사부터 대형 개발사들까지 전부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고, 연간 십만 개 쯤의 게임이 나오고 있다. 즉 뒤집어서 말하면 이건 소규모의 인디 개발사들이 대형 개발사들과 같은 곳에서 경쟁을 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그래서 이런 맥락에서, 워호스 스튜디오의 공동 설립자인 대니얼 바브라(Daniel Vavra)는 60억 원 정도를 투자하면 AAA급 게임을 만들 수 있고, 그러면 그 경쟁 대상이 20개 정도 회사로 줄어들게 되고, 실패 확률은 1/10~1/5로 줄어든다고 말한다. 즉 적은 예산을 들인 게임은 상위 그룹 전체와 경쟁을 해야 하지만, 일정 이상의 예산을 들여 AAA 그룹에 들어가면 그 이하는 경쟁 상대로 볼 필요가 없이 AAA 끼리만 경쟁한다는 말이다.

Later on, Vavra recognised that some studios might think it’s too expensive to make AAA games but stressed that with the right tools and the right focus, those costs can be reduced significantly.

He cited CD Projekt Red, which has said the combined development and marketing budget for The Witcher III was $81m, before hinting that his own company’s title – crowdfunded medieval adventure Kingdom Come: Deliverance – had cost less than $10m but aims to satisfy the same audience.

“You can do AAA games [for much less] nowadays. If I were making a first-person shooter… $5m to $6m and I can compete with Call of Duty,” he said. “If you add $50m for marketing, of course.”

예를 들면 CD 프로젝트 레드(위쳐 시리즈의 개발사)를 예로 들었는데, 개발과 마케팅을 합쳐서 800억 원 정도를 썼다고 이야기를 한다. 사실 그 전까지 위쳐는 B급 게임에 불과했지만, 위쳐3를 만든 이후로 전세계적인 AAA급 개발사로 등극했다는 걸 보면 그 값을 충분히 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면서 글의 마무리 부분에 이렇게 말하는 거다. ‘요즘은 AAA 게임을 만드는데 훨씬 적게 들어간다. 만약 내가 FPS를 만든다고 하면 6~70억 원 정도를 들이면 콜오브듀티와 경쟁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다. 물론 500억 정도 마케팅을 더 써야하고.’

이 글에서 두 가지를 볼 수 있는데, 하나는 AAA급 게임의 개발비는 전보다 훨씬 적게 들고 있다는 것이고 (물론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수십억 원 단위지만) 10년 전에 나왔던 개발비 규모에 비하면 훨씬 줄어든 것이다. 또 하나는 이제 개발비보다는 마케팅에 돈이 훨씬 더 들어간다는 것이다. (아마도 본문의 맥락은 진짜로 콜오브듀티와 경쟁을 하려면 그 정도 마케팅을 써야지 않나 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게임들이 그럴 거라고 보는 건 좀 무리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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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GDC에서 나온 개발 규모와 개발비 슬라이드

일반적으로 이전이나 지금이나 게임이라는 것은 단지 시장에 내놓기만 하면 팔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게임이 있다’는 것을 소비자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야 하는 것이고, 그러면 개발비가 더 들어갈수록 마케팅 비용은 더더 많이 들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스팀에 판매하는 게임이라고 해도, 스팀의 게임 구매자들이 스팀에 피쳐드 되는 것 만으로 게임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고 외부에서 정보를 얻고 이를 통해서 구매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 ‘외부의 정보’는 결국 마케팅을 통한 언론 기사, 광고, 영상 등이다.

뭐, 이런 이야기가 나와도, 어차피 한국에서는 월드 클래스로 게임을 개발하는 경우가 거의 없으니 별로 중요한 이야기가 아닌지도 모르겠다.

AAA급 게임의 개발비

소비자 조종

지난주 당신은 캐나다 몬트리올행 비행기표를 구매했다. 항공사 사이트에서 요율표를 확인한 당신은 좀더 나은 조건의 티켓을 찾으려고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다시 처음 방문한 항공사 사이트로 돌아왔다. 놀랍게도 그사이 티켓값이 올랐다. 당신은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서둘러 티켓을 구입했다.

당신은 속았다.

당신이 처음 방문한 사이트는 당신 컴퓨터의 IP 주소를 저장해두거나 인터넷 내비게이터에 쿠키를 남겨둔다. 이를 통해 당신이 어떤 사이트를 방문했는지 추적해 잠재적 고객임을 파악한다. 모든 면에서 당신은 여행을 몹시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원하는 티켓을 확인하러 다시 첫 번째 사이트를 방문하니 그 사이트는 당신이 누구인지 알아보고 티켓값을 올려 당신이 구매를 완료하도록 이끈다.

욕조에서 낚시하기, 자크 낭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3.06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하는 사용자의 소비 성향 분석은 이제 막 개발되고 있는 분야가 아니라, 이미 적용되고 있는 분야이고, 이런 ‘조종(manifulation)’은 소비자 프로파일링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협력식 필터링(Collaborative Filtering)’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다양한 이름이 있지만 기본 목적은 같다.

쓰려는 소비자에게 더 많이 쓰게 하는 것이다.

전에 내가 가챠라든지 랜덤 박스의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 사람들이 눈에 보이는 가챠와 랜덤박스에 ‘극딜’을 하고 있는데 사실은 뒤쪽에 있는 개인화가 더 큰 문제라고 이야기했던 것이 이 이야기였다. 심리학과 통계 등에 기반한 이 기술은 정말 강력하다. 일단 돈을 쓴 소비자는 아주 약간의 조작만으로로 추가 구매의 의사를 갖게 되고, 무언가를 사려고 이리저리 살피고 다니는 경우도 약간의 가격 조정을 해주면 구매 결정을 하게 할 수 있다.

옛날에는 이런 기술들이 라이프해킹(life hacking)이라고 불리기도 했고 한국에는 ‘설득의 기술’ ‘설득의 심리학’ 같은 이름으로 대화 기법이나 영업 기법으로 사용했고 그 바닥에서만 전수되어 왔는데 – 이것도 역시 심리적인 오류나 경향성을 이용한다 – 온라인 시대가 되면서 대규모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이런 기술들이 점차 많은 사이트로 퍼져나가고 있다.

이런 방법을 쓰는게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는 조금 복잡하다. 1)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이 이윤 추구를 위해서 불법이 아닌 것만 하지 않으면 되지 않냐는 관점도 옳고, 2) 사람의 심리를 이렇게 조종하는게 어찌 옳을 수 있냐는 관점도 옳다.

기본적으로 1)은 시스템의 문제다. 이를 제동할 장치 자체가 현재 없기 때문이고, 이런 방법들을 추구하는 것은 이미 ‘마케팅’이라는 이름으로 오래 전부터 해왔던 것이 온라인으로 옮겨졌을 뿐이다. 늘 이야기하지만 과잉생산의 시대에 소비자의 필요(need)가 아니라 욕구(want)를 자극해서 물건을 사게 하는 것이 최근에서야 심해진 것인가. 2)는 도덕과 윤리의 개념이다. 점차 도덕과 윤리에 대한 선이 낮아지거나 사라지고 있는 현대 사회에 이런 의견이 합의될 수 있는가, 난 불가능하다고 본다.

이미 주도권은 자본의 손으로 넘어갔고, 이걸 막는 것은 어렵다. 자본 간의 경쟁에서 이런 ‘기술’을 쓰지 않으면 경쟁에서 밀려나게될 것이고, 쓴다면 그 도의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리고 심지어 한국에서는 이런 기술들을 공부하는 마케터도 거의 없어 보인다, 아직은 괜찮을듯.

소비자 조종

가성비가 좋은 게임

  • 경고: 이 글은 꼰대이즘으로 보일 수 있음.

게임의 과거를 생각해보면, 거기엔 ‘재미있는 게임과 재미없는 게임’만 있었다고 회상한다. 그러던 것이 ‘게임이 노동이 되는 시대’를 거치며 이제 돈을 벌 수 있는 게임이라는 인식이 생기게 됐고, 이제는 ‘가성비가 좋은 게임’이라는 개념이 형성되기 시작한듯 하다. (사실 게임 만이 아니라 모든 영역에 해당하고 있다.)

‘가성비가 좋은 게임’의 정의는 대체로 이렇게 파악된다. 투입하는 돈/시간이 상대적으로 적고, 그에 비해서 재미가 있거나 돈이 회수가 되는 게임이다. ‘상대적으로’라는 말은 알다시피 비교우위적인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선택할 수 있는 게임의 수가 ‘최신 게임’이라는 카테고리를 한다고해도 수백 개는 될테니, 그 중에 돈이 적게 들고 (무료가 가장 우선순위가 높겠지) 오랫동안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게임이 된다.

덕분에 최근 3~4년 동안 게임(뿐만이 아니라 인터넷) 업계의 중요한 화두 중의 하나가 ‘Freemium’이 됐다. 앱을 다운로드하는데는 무료고, 게임을 하면 할수록 돈을 쓸 필요를 느끼게 하는 ‘기법’이 중요하게 다루어지기 시작했고, 관련해서 국내외 게임개발 커뮤니티에 많은 정보들이 올라오고 있다.

사실 물건이라는 것은 구매욕구(사고 싶다/사기 싫다)에 의해서 구매하는 것이고, 여기에 지불 능력과 ‘구매희망자가 가지는 가치 > 가격’이면 구매 행위가 발생하게 된다. 물론 가격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지불 능력이 충분하다고 가정할 때는 가격보다 가치가 더 비중이 높게 되는 법이다. 하지만 이건 이상적인 과정이겠고, 현실의 문제라면, 구매력을 가진 소비자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부분이다.

그래서 이제 선택이 두 가지로 좁혀지고 있다. 1) 구매력이 약한 소비자에게 구매 자극을 촉진시켜서 구매하게 한다는 것과 2) 구매력이 약한 소비자는 버리고 큰손(일반 용어로는 VIP, 업계 용어로 ‘고래’)들만 상대하는 것이다. 사게 만들지 못할 바에는 아예 3) 플레이어 자체를 상품으로 만드는 방법을 써버린다.

결국 이제 게임은 공짜인 것이 되었는데, 이게 게임회사가 이렇게 만들었느냐 하면 그건 전적으로 게임회사의 잘못 만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 내가 인터뷰에도 이야기를 했지만, 장기적인 불황의 여파로 이제 불황이 아니라 저소득+고실업률인 상태가 일상인 상태가 됐기 때문이다.

구매력이 10년 전, 20년 전에 비해서 현저하게 줄어 들었고 게임에 돈 쓸 여유자체가 없어져버린 거다. 잘 나가다가 불황이 닥쳤을 때는 게임이 잘 됐지만, 어제도 불황이고 오늘도 불황이고 원래 불황인데 게임할 돈이 나도 너도 부모님도 없는 상태니까, 아무리 불황산업이라도 안 되는 거 아닐까 그렇다.

결국 게임을 소비하는 소비층은 더 이상 재밌어서 돈을 쓰지 않게 됐다. 주변을 돌아보면 ‘게임에 절대로 돈을 쓰지 않는다’는 계층이나 무과금을 일종의 자존심 혹은 게임회사와의 싸움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마치 게임에 돈을 쓰면 지는 것이 됐다. 그래서 결국 한국의 게임들은 ‘고래 위주의 게임’들이 주류를 이루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는 어쩌면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현대 자본주의의 구조 자체가 필요에 의한 구매에 기대서는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게 만들어야 산다. 어느 지점에 어떻게 사게 만들 것인지를 정교하게 연구하고, 플레이어의 심리를 조종하고 압박을 가해서 구매 저항에 승리하는 수 밖에 없다. (고전 산업들에서는 이를 ‘마케팅’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여기서 생각할 지점이 발생한다.

많은 게임들이 ‘소비자와의 싸움’에서 승리하고 있고, 많은 돈을 벌고 있는데, 이게 과연 옳은가? 이런 분위기가 게임 회사(자본)와 종사자(노동자)의 이해가 합치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인가, 의사에는 반하지만 그렇게 만들 수 밖에 없는 상태인가?

흔히 이야기되는 것처럼 ‘윤리적 소비’나 ‘윤리적 경영’에 빗대어서, ‘윤리적 게임 개발’이라는 것은 단언코 불가능한 일인가?

가성비가 좋은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