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게임대상

얼마 전 대한민국 게임대상으로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가 수상 대상이 되느냐 마느냐 하는 기사가 났다.

올해 출시된 국내 게임 중 유력한 대상 후보를 꼽으라면 넷마블게임즈 ‘리니지2 레볼루션’과 엔씨소프트 ‘리니지M’이다. 국내 온라인게임 IP 중 최고로 손꼽히는 ‘리니지’ IP를 이용해 제작된 모바일게임으로, 각각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만 수천억 원의 매출을 내며 지금 현재도 승승장구 중이다.

승승장구 중인 ‘리니지’ 형제를 따돌리고 대상을 거머쥘 만한 작품이라면, 단연 블루홀의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배틀그라운드’는 지난 3월 24일 스팀 ‘앞서 해보기’로 출시돼 초단기간에 세계적인 돌풍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8월 27일에는 스팀 동시접속자 수 85만 4,000명으로 부동의 1위 ‘도타 2’를 제쳤으며, 9월 들어서는 90만 명을 돌파했다. 여기에 지난 ‘E3 2017’에서는 Xbox One을 통한 콘솔 진출 계획도 밝히며 영역 확대에 나섰다.

사실 아주 오래 전부터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항상 논란이 되어 왔다. 주요 수상 게임들이 국내에서 흥행에 성공을 했거나 아니면 대기업 게임들 위주였기 때문이기도 하고, 게이머들 사이에 논란이 많은 게임들이 선정되고는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가 게임대상으로 선정이 되느냐 아니냐를 가지고도 말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일단 ‘게임대상’은 게임산업협회가 정부(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시상하는 것으로, 대상인 게임대상은 대통령상이다. (덕분에 작년에는 ‘대통령상이 아니라서 감사’라는 코멘트가 화제가 되었다.)

그리고 수상작이 되기 위해서는 개발자가 ‘응모’를 해야 한다. 아무 게임이나 막 주는게 아니라 응모를 받아서 그 중에서 선정하는 것으로, 수상할만한 게임이라도 ‘게임대상 관심 없음’ 하고 응모를 안 하면 수상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단 자기가 ‘난 상을 받을만한 게임을 만들었다’고 생각을 하고 응모를 해야 하는데, 대기업이라면야 뭘 만들었든 (게임산업협회의 회원사일테니까) 응모를 하겠지만, 작은 회사나 인디 개발사들은 겸손하기도 하고 내어 놓기가 부끄럽게 생각되기도 해서 안 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다만, ‘배틀그라운드’가 게임대상 후보에 응모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민국 게임대상’ 본상 응모 기준은 국내에서 창작·개발한 게임으로, 응모기간(보통 10월 중순 기준)까지 국내에서 제작돼 출시된 게임 중 등급 분류를 필한 작품이다. ‘배틀그라운드’의 경우 국내 창작품이고, 심의도 받았다(4월, 청불). 그러나 ‘국내에서 출시된 게임’이라는 기준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게다가 응모 조건도 까다롭다. 국내에서 만들고 출시된 게임이어야 하는데, 엄밀하게 말하면 오픈 마켓(앱스토어)들이나 스팀은 ‘국내 출시’라고 볼 수 있느냐 일단 애매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플랫폼을 국가로 나누는 것은 보통 언어 때문이지 그게 국적 때문이지는 않지 않나. 게다가 해외 게임 개발사가 국내에서 개발을 하고 영문으로라도 한국 마켓에 올려 놓았으면 이건 한국 출시라고 볼 수 있는 것인가, 뒤집어 생각하면 이상하다. (실제로 한국에서 개발을 하고 있는 인디 개발사들이 몇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심지어는 등급 분류를 받아야 한다니 이건 더 이상하다. 오픈 마켓은 등급 분류를 면제 받고 있는데, 그러면 오픈 마켓에 올린 게임이 응모를 하기 위해서는 등급 분류를 돈 내고 또 받아야 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등급 분류 비용에 대해서는 또 말이 참 더 많지 않았나.

결국 요는 게임대상이라는 것이 정말 게임이 훌륭해서 준다기 보다는 그냥 협회의 연말 잔치일 뿐이라는 말이다. 명백한 기준, 이를테면 세금 납부를 기준으로 해서 흥행 성적이라든지, 아니면 사용자 수라든지, 동접이라든지, 메타크리틱 점수를 기준으로 한다든지, 아니면 게이머 대상 투표로 한 만 명에서 십만 명 정도 투표를 받는다든지 뭐 딱 다들 납득할만한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항상 말이 많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이미 오랫동안 대기업들만 관심이 있고, 지스타에서 시상식을 하니까 언론에 올라오고 입방아에 오르는 것 뿐이다. 사실 까놓고 말해서 국가에서 산업 대상으로 주는 거의 최고 명예 상인 ‘급탑산업훈장’ 같은 것도 보통 사람은 별로 관심이 없긴 마찬가지니까 뭐 어쩌면 그냥 그렇다고 넘어가는게 맞는지도 모르겠다.

정말 게이머와 개발사, 개발자가 모두 인정하는 명예롭게 주고 받을 수 있는 그런 상은 왜 만들기 어려울까. 인터넷으로 국경이 무너지고 있는 시대에 국경을 기반으로 한 국가주의적인 행사라는게 참 이럴 수 밖에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대한민국 게임대상

하프라이프와 등급 분류의 추억

2000년에, 한창 한국에서 카운터스트라이크(Counter Strike)가 유행하던 시절, 한빛소프트에서 하프라이프(Half-Life)를 재출시했더랬다. 원본 하프라이프는 국내에서 워낙 안 팔려서 재고가 잔뜩이었는데, 갑자기 카운터스트라이크 붐이 몰아치면서 판매량이 급증하자, 새로 패키징을 해서 출시를 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 한국의 등급분류에 따르면 게임에서 ‘피’가 나오면 18세 분류를 받게 되는데, 당시 하프라이프(카운터스트라이크)를 즐기는 플레이어들 중 상당수가 19세 이하였기도 하고, 이전 스타크래프트의 출시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PC방에서 게임을 할 수 있게 하려면 18세 분류를 받아서는 안 되었다. 해서 나온 묘안이 먼저 출시한 독일 버전을 약간 개조해서 15세 버전을 만드는 것이었다.

독일은 당시 한국과 매우 비슷한 등급 분류 기준을 가지고 있었고, 후반부 연구소를 진압하러 등장하는 적을 군인이 아니라 로봇으로 바꾸고 총에 맞으면 볼트가 튕겨나오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었는데, 한국 버전 15세에서는 아마 이것을 사람은 유지하고 볼트가 튕겨나오는 것으로 절충을 했던가 그랬다. (잘 기억은 안 난다. 우유가 튀게 했던가…?)

오늘, 그 하프라이프의 독일 버전이 19년 만에 피가 튈 수 있게, 규제가 풀렸다고 한다.

요즘 한국 게임에서 등급 분류에 이 기준이 좀 약해졌는지 아니면 내가 더 이상 미성년자 등급을 신경쓸 필요가 없어서 못 보는 건지 모르겠지만, 19년 만이라니 감회가 새롭다. 17년 전 유통사에서 일 했던 기억이다.

하프라이프와 등급 분류의 추억

등급 분류 제도 논란의 새로운 국면

그제 글을 썼던 것에 이어, 박주선 의원의 주장으로 재점화된 스팀 서비스 내 게임의 등급 분류 문제가, 오늘 밝은해님의 글문제 삼으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 반박 내용에서 사실 문제는 박주선 의원의 이 부분이 되겠다. (강조는 내가 했음)

이에 대해 박주선 의원은 “규제는 기업이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의 입법을 통해 한국 정부가 정하는 것으로, 중요한 것은 ‘스팀’의 운영정책이 아닌 한국의 법체계”라면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21조 제1항에서는 게임물을 유통시키거나 이용에 제공하게 할 목적으로 게임물을 제작 또는 배급하고자 하는 자는 등급분류를 받아야 할 의무가 있으며, 이같은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게임을 유통시킨 자는 동법 제32조에 의해 처벌받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단, ‘규제는 한국 정부가 정하는 것’이고 ‘한국의 법체계’이므로 ‘스팀은 따라야 한다’는 말이 되겠다. 맞는 말씀이다, 하지만 있는 법은 따라야 하고 이건 원래 사법부의 입장이 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밝은해님의 의견은 ‘기업이 법을 따를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아니었다.

현재 게임산업진흥법은

제32조(불법게임물 등의 유통금지 등)  1 누구든지 게임물의 유통질서를 저해하는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제4호의 경우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특례법」에 따라 사행행위영업을 하는 자를 제외한다.

1. 제21조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등급을 받지 아니한 게임물을 유통 또는 이용에 제공하거나 이를 위하여 진열ᆞ보 관하는 행위
2. 제21조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등급을 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게임물을 유통 또는 이용에 제공하거나 이를 위 하여 진열ᆞ보관하는 행위

이라고 규정하고 있고, 여기서 이야기하는 21조는

제21조(등급분류) 1 게임물을 유통시키거나 이용에 제공하게 할 목적으로 게임물을 제작 또는 배급하고자 하는 자는 당해 게임물을 제작 또는 배급하기 전에 등급위원회로부터 당해 게임물의 내용에 관하여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게임물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라는 부분이다. 이 조항에는 등급분류의 내용과 등급분류에서 면제를 받는 게임의 종류를 정하고 있다.

아주 간단하게 말하자면, 아주 극히 적은 예외를 제외하고 ‘등급 분류를 안 받은 모든 게임은 불법’이라는 말이다. 인디 게임이고 동인 게임이고  취미고 연습으로 만든 게임이고 상관 없이 막론하고, 다른 사람에게 플레이하게 할려면 등급 분류를 받아야 한다는 말이다.

문제는 이 법은 2006년에 제정되던 시절, 인터넷을 통한 게임 배급에 대해서 전혀 염두를 두고있지 않았기 때문에, 국내 게임에 대한 부분에만 적용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법 어디에도 ‘한국어로 서비스하는 게임’과 ‘한국에 판매하는 게임’, 박주선 의원이 주장하는 것처럼 ‘한국 신용카드를 받는 서비스’면 한국을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걸로 본다는 언급이 없는, 자의적인 해석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게관위도 같은 논지를 가지고 있다)

현재 이 법이 낙후되어 있다는 것에는 어느 누구도 이견을 가질 수 없는 부분이고,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스팀 서비스(외 온라인 유통)에 대한 태클은 사실상 법외 상태인 것을 억지로 끼워 넣으려는 작태이다.

낙후된 법을 개선하는 법안을 입안하셔야할 당사자께서 심지어는 “규제는 기업이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의 입법을 통해 한국 정부가 정하는 것으로, 중요한 것은 ‘스팀’의 운영정책이 아닌 한국의 법체계”라는 헛소리를 하고 계시니 이게 말인가 소인가. 심지어는 3선이나 하신 의원께서 입법, 사법, 행정을 헷갈리시고, ‘한국 정부가 정한다’느니 하는 부분에선 웃었다.

요약한다.

  • 게임산업진흥법이 낙후되어 온라인 유통에 대한 부분이 없음
  • 게임산업진흥법에 법의 대상 범위가 없으므로, 외국 서비스에 억지쓰지 마라
  • 법이 잘못된 부분은 박주선 의원이 직접 입법해라
  • 가능하면 여전히 심의 기관의 역할을 하는 게관위와 등급분류 시스템 전체를 손봐야 한다

이 문제에 적극 관여하시기로 하신 모양인데, 끝까지 가자.

등급 분류 제도 논란의 새로운 국면

페이스북 게임 차단의 문제점

2009년에 게임물등급위원회는 부족전쟁이라는 게임을 차단한 전례가 있었다. 이 사례에 대해 나는 진작 우려를 표한바 있는데, 결국 2014년에 유사한 사례가 다시 발생했다.

내달부터 페이스북 게임 서비스 전면 중단…아이템 구입은 이미 불가능
페이스북, 9월부터 등급분류 받은 게임만 서비스

전언에 따르면 등급분류를 받은 게임도 따로 분리하는 루틴이 없어 일괄 차단되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결제만이 아니라 게임 접속 전체가 이미 차단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핵심은 이전 부족전쟁 사건 때와 달라지지 않았다. 글로벌 플랫폼(페이스북)에서 서비스하는 게임(페이스북 게임)의 국내 이용자 접속을 차단하는 법적 근거는 무엇인가.

제32조(불법게임물 등의 유통금지 등)  1항 누구든지 게임물의 유통질서를 저해하는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제4호의 경우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특례법」에 따라 사행행위영업을 하는 자를 제외한다.

1. 제21조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등급을 받지 아니한 게임물을 유통 또는 이용에 제공하거나 이를 위하여 진열ᆞ보 관하는 행위

2. 제21조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등급을 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게임물을 유통 또는 이용에 제공하거나 이를 위 하여 진열ᆞ보관하는 행위

3. 등급을 받은 게임물을 제21조제2항 각 호의 등급구분을 위반하여 이용에 제공하는 행위

게임물관리위원회는 페이스북의 게임들이 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32조 1항 1의 ‘등급을 받지 아니한 게임물 유통 또는 이용에 제공’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는 것인데, 해석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것도 여전히 변하지 않은 부분이다.

생각해봐야할 부분들:

  • 인터넷 상의 게임이 대한민국 영토 안에서 유통되는 게임인가
  • 소재 서버의 위치를 기준으로 한다고 했을 때 클라우드에 올라 있는 서버의 소재 위치는 어디인가
  • 언어를 기준으로 한국어면 한국 서비스를 하는 게임이라고 해석해야 하는가
    • 부족전쟁의 경우는 한국어로 서비스를 하고 한국인 운영자가 있었기 때문에 한국 서비스를 하는 것이라고 판단
페이스북 게임 차단의 문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