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중독의 정신병리학

그러나 사이버중독이 애초부터 진지하게 질병으로 다뤄진 건 아니었다. 본래는 한 짓궂은 장난이 시초가 되어 출발했다. 뉴욕의 정신과 의사 이반 골드버그는 ‘정신장애의 진단 및 통계 편람(DSM)에 등재된 질병 수가 자꾸 늘어나는 현상(DSM에 실린 질병 수가 1952년 106종에서 1994년 400종으로 크게 증가했다)을 비꼬기 위해 1996년 ‘우스꽝스러운’ 질환 하나를 창조해냈는데 그것이 바로 ‘인터넷 중독’이었다. 그는 한 인터넷 심리치료카페에 인터넷 중독증이라는 가상의 질병에 대한 임상적 징후를 설명하는 글을 장난으로 꾸며 올렸다(처음에는 사이버카페에 인터넷 중독증의 증상을 설명하는 글을 장난으로 올렸는데 정말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의 상담 문의가 이어졌다 – 역자).

같은 해 ‘인터넷 중독’은 조금 더 정식적인 절차를 통해 본격적으로 의학용어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피츠버그 출신의 심리학자 킴벌리 영은 기존의 ‘병적 도박’을 위한 진단기준을 변용해 ‘인터넷 중독’을 위한 진단 기준을 만들어내고, 이를 인터넷 카페를 통해 유포했다. 이 임상의는 실험을 지속하기 위해, 인터넷에 배너 광고를 띄우고, 야후에서도 ‘인터넷 중독'(Internet addiction)이라는 검색어를 사들였다. 그런데 광고가 나간 다음 정말로 인터넷 중독증으로 의심되는 환자들의 상담 의뢰가 쇄도했다. 이후 비로소 ‘충동'(어떤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 강박적 행동을 조절하기가 힘들거나 혹은 완전히 조절이 불가능한 상태)의 심리적 기제는 인터넷 사용으로 생겨난 심리적 사회적 문제들의 원인임이 규명됐다.

게임 중독과 인터넷 중독 논문에 그렇게 수도 없이 인용되는 Goldberg와 Young의 뒤에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을 줄은 몰랐다.

‘정신장애의 진단 및 통계 편람 제4판'(DSM-4) 편찬에 참여한 앨런 프랜시스와 행동장애 이론가 스탠 필리가 중독 개념을 생물학적 차원에서 설명하려는 시도를 비판했다. 사실상 ‘의존증’을 ‘중독증’으로 바꾸고, ‘억제하기 힘든 욕망’이라는 징후를 이 중독증의 범위에 포함시키기 위해서는, 인터넷 중독, 도박 중독, 마약 중독이라는 이 세 가지 중독에 모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일정한 생물학적 위험이 존재해야 했다. 더욱이 이론적으로 도파민의 비정상적인 분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이 ‘욕망’을 대체 어떤 과정을 통해 진단하는지 아는가? 그저 환자에게 다음과 같이 간단하게 묻는게 전부이다. “당신은 다른 생각은 하기 힘들 정도로 마약 복용에 대한 강렬한 욕망을 느낀 적이 있습니까?”

사실 이것은 매우 중차대한 문제다. 이 같은 방식을 적용하는 경우, 인터넷 중독을 진단받은 사람(그것이 진짜 진단이든 아니면 오진이든 간에 상관 없이)이 욕망을 억제하기 위한 약물 치료를 처방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어 오고 있음에도, 이젠 그저 MRI로 뇌를 ‘들여다 보는 것’만으로 병리적 진단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여전히 이상하지만 반박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최근 ‘정신 장애의 진단 및 통계 편람 제5판'(DSM-5) 편찬에 참여한 연구진은 중국의 정신과 의사 타오 란의 진단을 추가 연구를 통해 향후 포괄해야할 기준으로 포함시켰다. 타오 란 박사는 “학업 및 업무 이외의 용도로 하루 6시간 이상 인터넷을 사용하는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을 중독으로 판가름하는 준거로 삼고 있다. 그러나 경제적 생산성에 따라 각각의 사회적 활동에 서열을 매기는 이 같은 의학 진단은 대체 어떤 규범과 가치를 기준으로 하기에 가능한 걸까? 타오 란 박사는 인터넷 중독이란 개념에서 학업과 업무 시간을 제외시킴으로써, 오히려 이 개념의 허점을 드러내고 말핬다. 그의 기준을 적용하는 경우, 학업이나 업무상의 요구에 따라 끊임없이 인터넷 접속을 종용당하는 현대 사회에서, 앞으로는 오로지 경제적 유용성이라는 암묵적 기준만이 건강한 활동과 병리적인 활동을 판가름하게 되는 것이다.

– 인터넷 중독의 정신병리학, 비르지니 뷔에노(Virginie Bueno), 르몽드 디플로마크 2015.07.

Tao의 연구들은 아직 제대로 본 적이 없기는 한데, 저건 정말 멋진 진단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곧, 20년 정도 후면, 전 인류의 99%가 인터넷을 사용하게 될텐데, 그 와중에도 업무적 활용과 비업무적 활용을 가려 중독을 진단할 수 있으니 얼마나 효율적이고 확실한 진단 방법인가.

  • 인용의 Goldberg와 Young, Tao의 논문:
    • Goldberg, I. (1996). Internet addiction disorder. Retrieved November, 24, 2004.
    • Young, K. S. (1998). Internet addiction: The emergence of a new clinical disorder. Cyberpsychology & behavior, 1(3), 237-244.
    • Young, K. S. (1999). Internet addiction: symptoms, evaluation and treatment. Innovations in clinical practice: A source book, 17, 19-31.
    • Tao, R., Huang, X., Wang, J., Zhang, H., Zhang, Y., & Li, M. (2010). Proposed diagnostic criteria for internet addiction. Addiction, 105(3), 556-564.

스마트폰 육아

영유아의 스마트폰 사용이 안 좋다는 뉴스가 최근에 나오면서, 아기들의 뇌가 위험하다느니하는 공포를 조장하는 내용으로만 틀을 짜고 이야기하는데, 실제 이 연구를 진행한 가톨릭대 정윤경 교수의 인터뷰를 보면 이는 좀 심각하게 과장된 내용들이라는 걸 볼 수 있다. (아래는 내용 중 인용, 강조는 내가 했음)

연구 보면서 부모님들이 내가 아이 잘못 키웠구나, 죄책감을 갖진 말았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실제로 스마트폰 사용 관련 연구된 게 영유아는 결국 부모의 역할인데 부모가 꼭 자기 잘못이라기보다는 실제로 어떤 부모가 아이들한테 스마트폰을 많이 노출시키게 되는가 하면요. 자기가 양육 스트레스 그러니까 아이 키우는 게 힘들고 또 애들이랑 어떻게 놀아줘야 할지 모르는 양육 효능감이 떨어진다든지 그런 부모들의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많이 써요. 실제로 자기도 아이 앞에서 무분별하게 쓰게 되고요. 그리고 아이가 쓰게 되더라도 중요한 건 규칙 없이 그냥 방치하는 거죠. 그런 경우에 결과가 가장 안 좋아요. 지금 어떻게 보면 부모의 스트레스, 양육의 문제, 아이를 어떻게 잘 키워야 하는지, 필요한 어떤 놀이를 어떻게 잘 해줘야 하는지 이런 것에 대한 지식이나 지원이 많으면 스마트폰에서 아이들을 구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은 들었습니다.

그렇죠. 제일 싸고 쉬운 베이비시터죠. 그렇지만 어떻든 모든 건 대가를 치르게 돼 있고 그리고 예전에는 없이도 살았잖아요. 저도 비슷한데요.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옛날에 우리 어릴 때는 아이들을 어떻게 키웠을까 스마트폰이 없을 때 그런 생각도 많이 해보는데요. 이때 아이들은 정말 자연물, 정말 감각적으로 통하고 느낄 수 있는 물건 그리고 사람이 가장 좋은 자극이거든요. 사실 스마트폰에 몰입되고 중독될 것 같은 아이들도 엄마랑 같이 아빠랑 같이 나가서 공차고 놀래? 그러면 이 아이들은 다 나가요. 우리는 아이들이 이걸 좋아해요 하고 던져주지만 아이들은 바깥으로 데리고 나가서 온몸으로 같이 놀고 세상을 경험할 수 있게 이끌어주시면 좋은데 그게 참 어렵긴 하죠 현실적으로.

아직 영유아 아이들은 중독까지라고는 얘기하지 않아요. 약간 그런 경향성이 보이는데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그게 지속적으로 계속되는 아동 후기 또는 청소년기에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는 확률이 굉장히 높은 거죠. 그렇게 되면 다른 여러 가지 문제들이랑 겹치면서 부모 입장에서 더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아이들이 어릴 때 엄마랑 같이 놀까? 할 때 기쁘게 따라올 수 있을 때 다양하게 아이들과 이야기하고 놀고. 스마트기기도 결국 어찌 보면 사용할 수밖에 없는 건데 사용하더라도 부모가 규칙을 정해주고, 사용할 때 같이 보면서 아이가 무슨 게임 어떤 동영상을 보는지 이야기하고 그걸 통해서 같이 상호작용 할 수 있다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는 훨씬 결과가 좋게 나왔습니다.

사실 한국 사회에서 부모의 소득과 노동 환경에 대한 문제가 매우 나쁜 상태인데, 이런 환경에 육아라는 것이 좋을 수가 있겠나. 결국 부모들도 육아 환경에 대해서 고민할 여력이 없으니 아이들은 방치되고, 이게 다시 나쁜 육아로 연결되고 그러는 것 아니겠나.

문제에 대한 이런 현상을 연구하는 것은 좋지만, 이를 해석함에 있어서 공포를 조장하는 방향으로 연결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 사회와 부모-자녀의 주변을 모두 늘어놓고 어디서 문제가 출발했는지를 확인해서,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해야 할 것인데, ‘스마트폰을 주면 아이의 뇌가 위험해진다’는 식으로 조장하고 있다. 무책임한 기자의 무책임한 기사로 공포에 질린 부모들이 종국에는 문제를 직시하지 못하게 한다. 눈을 가리는 것이다.

스마트폰이든 인터넷이든 게임이든, 소위 저들이 주장하는 ‘중독’의 문제는 환경의 문제라는 것은 정설이다. 아이들이 놀 꺼리가 없고, 놀아줄 사람이 없고, 놀 곳이 없고, 노는 방법을 모르고, 게다가 놀 시간도 없기 때문이다. 부모가 관심을 가지고 규칙을 정해서 교육한다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지만, 이렇게 할 수 있는 여력이나 여유가 있는 부모가 없다.

안타까운 일이다.

GTA5 PC 버전, 게임 중독으로 美 일가족 살해한 15세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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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라는 매체에 ‘GTA5 PC 버전, 게임 중독으로 美 일가족 살해한 15세 소년‘이라는 기사가 났다. 본문에 따르면 “GTA5 PC버전 출시와 함께 GTA에 중독된 15세 소년이 가족 5명을 총기로 살해한 사건”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 기사의 사진과 내용은 네헤미아 그리에고(Nehemiah Griego)라는 15세 소년이고, 뉴멕시코에서 난 사건으로 2013년 1월에 보도된 내용이다. 게다가 원문 기사에는 어디에도 GTA5나 게임에 대한 언급이 없고, 또한 시기상 GTA5의 출시나 PC 버전의 출시와도 맞지 않는다.

이 비슷한 사건이 지난 3월 말에 있던 사건 기사를 인용한게 아닌가 의심되기도 하지만, 이 기사 또한 아무런 ‘팩트’가 연결되지 않는다.

요즘 온라인이고 오프라인이고 뉴스 매체들이 그저 조회수를 올리겠다는 일념으로

  • 게임을 중독으로 공격하면 게이머의 조회 수가 올라간다
  • 게임을 중독으로 공격하면 학부모의 조회 수가 올라간다
  • GTA5는 게이머들이 매우 기대하는 신작 게임이다

라는 이유로 일단 게임을 공격하는데, 이 뉴스도 그렇게 엮어서 기사를 조작한 걸로 보인다.

이름이 ‘더팩트’라는 것은 그냥 ‘김한국’ 같은 이름인 것일 뿐이다.

하지현 교수의 연구 결과에 관한 뉴스를 페이스북에 올리고 나자, 유창석 교수가 관련 논문 몇 개를 던져줬다. “Usefulness of Young’s Internet Addiction Test for clinical populations(Kim, S. J. et al., 2013)”와 “Video-gaming disorder and the DSM-5: Some further thoughts(King, D. L., et al., 2013)”, 그리고 유 교수가 준비중인 논문의 레퍼런스 정리한 문서. 논문들을 읽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

자가 진단에 의한 IAT가 이렇게 신뢰도가 낮은 원인을

 “중증 인터넷 중독환자는 ‘이 정도 게임은 누구나 한다’ 등의 생각으로 자신의 중독 성향을 부정하기 때문에 자가진단 점수가 낮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 “반면 잠시 인터넷·게임에 몰입한 사람은 스스로 중독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을 느껴 상대적으로 점수가 높은 것”

이라고 한다면, 자가진단에 의해서 진단하는 다른 심리 테스트들은 어떨까. 피험자는 자신이 보는 스스로의 성격에 따라서 응답을 할테고 이 응답은 피험자의 심리 상태나 당시 환경 등에 의해서 변할 수 있지 않나. 실제로 MBTI 같은 자가진단에 따르는 테스트들은 시기마다 다른 결과가 나온다는 사례를 자주 접하지 않나.

관련 논문이 있을 법한데… 직접 찾아보기는 좀 귀찮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