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미디어의 변화와 게임

지디넷에 올라온 “WP의 베조스 효과…”격식 깨고 기술 입혔다라는 기사를 읽는 중에 제프 베조스의 이런 발언 이야기가 나왔다.

“그 동안 우린 상대적으로 소수 독자를 확보한 뒤 독자 한 명당 많은 돈을 버는 방식으로 해왔다. 하지만 앞으론 많은 독자들을 기반으로 독자 1인당 적은 돈을 벌어들이는 방식을 택할 필요가 있다.”
– 제프 베조스(Jeffrey Preston “Jeff” Bezos)

게임으로 돌아와서 생각해 보면 어떤가. ‘그 동안 우린 상대적으로 소수 게이머를 확보한 뒤 게이머 한 명당 많은 돈을 버는 방식으로 해왔다’라고 바꿔도 문제가 없지 않은가. 이 구조를 바꾸는데는 (현재의 내가 보기에)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한듯 하다.

  1. 고객 확보 비용
  2. 대중적 콘텐츠
  3. 맞춤 전략

게임도 뉴스와 마찬가지로 고객 확보 비용에서 유사한 문제를 가지고 있어 보인다. 일단 게임을 시작하게 하는데 뉴스는 페이스북 등의 바이럴 링크를 활용하고 있고, 게임은 주로 미디어 광고나 바이럴을 활용하고 있는게 약간 다른 부분이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비슷하다고 본다. 또한 콘텐츠의 대중적인 접근성(뉴스 기사의 수준 vs 게임의 난이도 등) 면에서도 유사한 부분이 있다.

기사의 ‘고객 참여 깔대기 원칙’ 중 깔대기 상층(우연한 방문자)의 매출 구조는 광고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이들은 방문했다가 지나가는 고객이므로 현재 지불 의사를 가지고 있는 고객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이 콘텐츠에 매력을 느끼고 ‘정기 방문자’ 이상으로 이동하게 될 때는 구매 가능성을 가진 진짜 고객이 된다. 그러면 여기서부터는 광고의 비중이 낮아질 것이다. 그리고 낮춰줘도 되지 않을까.

여기서 문제는 이 고객이 ‘우연한 방문자’인지 ‘정기 방문자가 첫 방문자’인지 어떻게 알아낼 것인가 하는 것이다. 즉 이 고객의 행동 패턴을 분류하고 이전 모델(분석 결과에 유사한 모델)에서 ‘정기 방문자가 된 고객’들에 합치된다는 걸 빠르게 판단하고, 거기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핵심 임무를 제대로 유지하고 있는 한 가볍게 처리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 댄 케니디(Dan Kennedy)

종합해서 생각해보면, 고객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접근했을 때 기본적으로 광고 모델을 적용해서 콘텐츠를 제공하지만, 이 고객이 어떤 고객인지를 빨리 분석해서 하층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거나 이동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를 판단하는 것이 ‘첫 구매’를 용이하게 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고, 고객이 살 의지를 가질만한 제품을 빠르게 분석해서 제공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업계의 모든 통계를 봤을 때, ‘한 번 산 고객은 다시 산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일단 ‘첫 구매’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뜻이다.

미디어 전체가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게임은 어떻게 바뀌어야할 것인가. 그런 생각으로 이어진다.

뉴스 미디어의 변화와 게임

다시 원론으로

세계 무대에서 한국 게임 산업이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 중요한가. 아니다, 좋은 게임을 만들고 그게 좋은 평을 받고, 대중의 인기를 얻으면 그 때에 따라오는 것이 세계 게임 산업에서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요즘의 한국 게임 산업은 마치 우리가 온라인 게임에서 강국이었는데 그 주도권을 잃게 되었으니 회복해야 한다고, 그리고 이를 위해서 게임 산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형국이다.

게임 산업의 성장은 국가의 지원으로 이뤄지는게 아니다. IMF 이후에 게임이 산업이 되던 그 시절에도 국가가 지원한 것은 없었다, 젊은 청년들이 재밌는 게임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던 것이 인기를 끌었고, 그 게임이 유행하니 유사 게임들이 ‘시장’을 만든 것이었다. 수천 개의 온라인 게임이 연간 쏟아졌지만, 그 중에서 세계적이라고 할만한 게임은 (좋게 말해서) 거의 없었다.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는 수 밖에 없다. 게임 산업이 흥해서 인력이 쏟아져 들어오고 국가의 성장을 주도하는 주요 산업이 되는 것은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다.

게임이 중요하다, 좋은 게임을 만드는게 중요한 거다. 본질 밖에서 산업의 위축이나 걱정들 하고 있다. 좋은 게임을 만드는데 뭐가 필요한지, 그걸 먼저 물어봐주면 좋겠다.

다시 원론으로

Awesome Video Game Data

지난 주(3월 2일~3월 6일)에 GDC가 있었다. 예년과는 달리 트위터에서 한국에서 GDC를 간 사람들의 관련 트윗들이 대폭 감소했고, 북미의 경우는 게이머게이터들이 GDC 태그(#gdc2015)에 난입해 똥들을 싸지르고 있었다. 보는게 곶통이었다…

뭐 어쨌거나 한국 게임 언론들이 GDC를 가서 일부 세션들을 듣고 기사를 내서 주요 내용들은 엿볼 수 있었는데, 인벤이 정리한 ‘LoL과 COC 매출은 동급?’ 지표와 통계로 살펴 보는 게임업계라는 기사가 게중 가장 눈길이 갔다. 인벤이 간단한 주석을 붙였지만, 나름대로 슬라이드 내용들을 보면서 내 나름의 해석들을 좀 붙여본다.

i2651374468 게이머의 평균 연령이 2011~2012년 갑자기 줄어들었다. 일단 두 가지 정도 가능성이 있겠다, 하나는 경제 상황이 2012년에 나빠졌기 때문일 가능성. 또 하나는 2012년에 모바일 시장이 폭발하면서 저연령층의 크기가 확 커져서. 딱히 2012년에 경제 상황이 크게 심각한 문제가 있었던 기억이 없으므로, 아마도 후자가 아닐까.

i2403256898

미국 시장에서 18세와 35세를 기준으로 게이머의 비율이 1/3씩 갈라진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다. 난 대체로 연령이 낮을수록 하드코어한 게임이 인기가 있고 나이가 들수록 캐주얼한 게임 성향을 갖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관련해서 볼 수 있지 않을까.

i2098021025세 가지가 눈길을 끄는데, 하나는 캐주얼-세미캐주얼-미드코어-세미코어-코어 게임으로 게임의 형태를 나누고 있다는 것. 이게 전에 한국에서 미드코어 같은 단어를 쓰는게 이상하다고 정의를 좀 하자고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있는데 미국 쪽에서도 이 분류를 받아들인 것인건지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또 하나는 남성 플레이어와 여성 플레이어의 성향이 여성 쪽이 좀 더 캐주얼한 성향으로 치우쳐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연령층이 코어로 갈수록 평균 연령이 증가한다는 부분. 바로 위에 언급한 슬라이드에서 나는 ‘나이가 적을수록’이라는 생각을 해왔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거. 흥미로운 부분이다.

i0941726051첫 달(M1) 매출의 비중이 전보다 더 커졌다. M2는 대체로 비슷한 수준이고, M3 이후는 모두 감소.

i3797270707

패키지만 출시(physical Only), 디지털만 출시(Digital Only), 패키지와 디지털 모두 출시(Physical & Digital)을 보면 패키지만 출시하는 수는 확실히 감소했고 이제 디지털로 게임을 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출시하는 게임 수가 2009년 이후 감소하고 있는데, 이것도 모바일의 영향인지 궁금하다.

i1217325521“잘 만들면 잘 팔린다”. 리뷰 점수가 좋을수록 매출이 높다.

i1473069181 i1661452891

물론 잘 만드는 것 뿐만 아니라 마케팅도 중요하다. 우측 그림을 간단하게 번역하면, “게임이 엄청 많은데, 너네 게임이 별로 훌륭하지는 않더라도 마케팅에 돈을 쓰지 않으면 그 게임이 있는지도 모르므로 살 수도 없다”.

게이머의 숫자가 억 단위이기 때문에 이런 게임이 존재한다는 것을 최대한 알리는데 주력을 해야 하고 게중에는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 좌측의 그림에서 보이는 것처럼 게임의 리뷰 점수가 낮더라도 마케팅 능력에 따라서 매출이 받쳐준다.

 

 

Awesome Video Game Data

게임계의 여성 혐오 분위기

밝은해님께서 게이머의 종말 – 비디오게임으로 무엇을 할까라는 글을 쓰셨다. 원문은 How to Do Things with Videogames라는 이언 보고스트의 책인데, 최근 북미 게임 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과 관련된 것이다.

이는 말하자면 게이머들과 일부 게임 개발자들 사이의 충돌인데, 최근 여성 게임 개발자에 대한 혐오, 즉 조이 퀸(Zoe Quinn) 스캔들로 난리가 났던 사건의 연장선에서 게임 개발자들에 대한 괴롭힘(harassment)으로 연결되더니 그리고 조이 퀸과 필 피시의 드랍박스 계정이 해킹당하는 사건, 게임비평가에게 살해 협박이 있는 등 온라인 상의 혐오가 현실의 생명 위협으로 나타난 흐름의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이미 IGDA(국제게임개발자협회)에서 짧은 성명을 낸 것이 있지만 게이머들에게 별로 큰 영향은 없어 보인다. 사실 너무 온건한 내용이었다고 본다.

이 흐름의 중심에는 조이 퀸과 아니타 사키시안(Anita Sarkeesian)이 던진 화두에 대한 게이머들의 여성 혐오가 깔려있다. 사키시안이 화두를 던졌던 곤경에 빠진 처녀(한국어 자막) 시리즈를 보면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가 될듯 하겠다.

사실 게임 업계가 남성 위주로 돌아가고 있고, 게임에서 여성의 묘사는 조력자이거나 성적 대상이거나 혹은 미미한 역할이거나 더 심각하게는 구출되는 대상인 등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드물다. 이건 명백한 사실이다. 심지어 여성이 주인공인 게임도 성적 대상화가 되지 않은 경우는 없다. 특히 한국의 게임들은 이 부분에서 여전히 근대적 관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인츠로우>의 디렉터 스티브 제이로스(Steve Jaros)는 이런 내용에 대해 지적해오던 아니타 사키시안의 말이 옳다는 내용을 인터뷰에서 했다.

Speaking to The Escapist, Jaros said, “I actually think [Tropes vs. Women creator Anita Sarkeesian’s] right in this case.” He went on to say that he believes the Saints Row series developer has improved in its treatment of women over years but said they still have room to grow.

2008년에 This is Game이라는 매체에 비슷한 관점에서 글을 (익명으로) 썼던 적이 있다. 난 이런 게임 업계의 남성 편향이 남성 위주의 개발 환경에서 발생한다고 봤고, 여성 개발자가 많아지는 것이 이 문제의 한 해결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했다. 사실 이런 편향은 사회 전체에 깔려있는게 더 근본적인 원인이지만, 거기까지 건드리기엔 좀 너무 컸고 해서 두루뭉슬하게 적당하게 타협했던 조잡하고 정리도 덜 된 투박한 글이었다.

어쨌거나, 당시 저 2008년에 박제된 댓글들이 난 (지금에 와서는) 참 재밌다고 생각한다.

결국 이 북미 게임 업계의 논란이 게임계 전체의 문제라는 것이다. 게임 시장은 이미 여성이 거의 50%를 차지하고 있는데 게이머들의 시각은 남성 90%이던 시절에 머물러 있다. 그런데 어쩌나, 모바일 시장에서 이제 남성보다는 여성 게이머가 더 중요하게 되어가고 있는데. (결국 흐름은 자본을 따라갈 것이다.)

게임이 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확산시킨다는 이야기는 결국 구라일지도 모른다. 아니, 적어도 북미의 게임 개발자들은 맞는 것 같다.

게임계의 여성 혐오 분위기

유사 게임들의 범람에 대해서

어떤 게임이 하나 흥행을 하고 나면 비슷한 게임이 쏟아져 나오는 세태를 보고서 한탄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리니지가 나온 이후로 한국에 MMORPG가 범람하던 때부터 시작해서 WOW가 나오고 나자 리니지풍 게임들이 일거에 WOW풍 게임으로 바뀌게 되던 때에도 그랬고, 또 이제 스마트폰 게임들이 밀리언아서풍 카드 게임들과 퍼즐&드래곤풍 게임들로 도배되는 것을 보면서도 한 동안 그랬다.

그런데 한참을 돌아서 과거로 가 보면, 1997년 스타크래프트가 나왔을 때 수 많은 RTS 게임들이 쏟아져 나왔을 때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고, 그 전으로 올라가서 1995년 DOOM이 나왔을 때도 이거나 저거나 비슷한 FPS 게임들이 쏟아져 나왔던 것 같다.

그래서 다시 생각을 해보면, 이런 흐름은 게임의 역사에서 꽤 일반적인 현상이었다. 심지어 갤러그가 나왔던 시절에도 갤러그의 수 많은 짝퉁들이 오락실에 깔렸고 테트리스가 나왔던 시절에도 테트리스의 짝퉁들이 수 없이 나왔더랬으니까. 그리고 그 와중에 독보적인 게임성을 가진 게임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DNA가 되었던 것이다.

그러니 이는 실망하고 한탄할 일이 아니다. 흐르는 냇물은 잠깐 틀어 막는다고 하더라도 어느 순간이 되면 흘러 넘쳐 새로운 흐름을 만들게 마련이니까. 그저 지금은 그런 시기구나 하고 기다리며, 특히 나는 게임 개발자로서 다음은 어떤 게임이 될런지는 모르지만 나의 게임을 만들면서, 시간을 즐기는 것이 옳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수업 시간에 이야기를 하면서 마침내 이 주제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유사 게임들의 범람에 대해서

10년 온라인 게임 산업을 돌아보며

1994년 하이텔에 ‘단군의 땅’이라는 머드가 등장하고 나서 온라인 게임에 대한 전망은 굉장히 급속도로 진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20세기를 넘어 2003년이 되었고, 우리가 지난 10년 동안 게임 산업에서 무엇을 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1994년에 온라인 게임의 선두라고 ‘단군의 땅’을 서비스하던 마리텔레컴이 MUD에 이어지는 MUG라는 새로운 형태의 게임 사업에서 밀려나고, 1996년 넥슨과 NC소프트의 등장으로 지금의 MMORPG가 태동했습니다.

‘시대는 바야흐로 온라인 시대다’라며 패키지 시장의 하향세를 딛고 온라인 사업으로의 전환이 급속하게 이루어졌으며, 이런 과정에서 1998년 대한민국의 게임 시장은 벤처 붐과 함께 게임 관련 기업들의 호황으로 장미빛 그림을 그렸습니다. 스타크래프트의 폭발적인 판매량과 이어지는 디아블로의 성공으로 패키지 게임들도 모두 ‘온라인 서비스를 만들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낭설도 퍼졌으며, 웹게임이 잠시 빛을 발한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후 한게임이 네이버를 합병하고, 넷마블이라는 회사가 모회사이던 플래너스를 합병하기까지 온라인 사업은 지속적으로 발전해 온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장의 장미빛 그림에 비해 1998년의 IMF는 장기적인 불황으로 이어졌고, 소비성향은 침체 일변도를 달렸으며, 게임 회사들은 ‘MMORPG를 만들지 않으면 죽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모든’ 게임 회사들이 온라인 게임을 개발했고, 어쩌면 그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지금의 10대 소비자들은 온라인이 아닌 게임은 게임이라고 부르지 않을 지경이 되어버렸고, 개발자들은 MMORPG가 아니면 개발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한국의 폭발적으로 성장한 네트워크 인프라는 전 세계적으로 ‘매우 이례적인’ 것이었습니다. 2000년 외국의 언론들은 한국의 이런 변화를 잠시 지나가는 열풍 정도로 생각을 했지만, 2001년과 2002년을 거치면서 한국을 세계 온라인 게임의 메카로 보기 시작했고 리니지 단일 게임의 매출을 보며 놀라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런 예가 있다는 것을 들었습니다. 일본에서 기린 맥주가 독주하고 있던 시절, 아사히 맥주는 ‘10년 후에 환영받을 맥주 맛을 연구하자’고 결의하고 당시 초등학생들의 입맛 취향과 급식을 조사하여 결국 10년 뒤 그 초등학생들이 대학생이 되고 성년이 되었을 때 선호할 맛의 맥주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결국 아사히 맥주는 기린 맥주를 누르고 시장의 선두가 되었습니다.

지금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는 과정을 보면 저 아사히 맥주의 예가 참으로 가슴에 와 닿습니다. 우리는 지금 유행하고 있는 게임의 흐름에 ‘중독’되어서 매우 획일적인 형태의 게임들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을 겁니다.

컴퓨터 게임 시장은 컴퓨터 시장이 존재하는한 영속적일 것입니다. 개발자는 앞으로 10년, 20년이 아니라 평생 동안 게임을 개발해야 합니다. 지금 20대의 개발자들이 앞으로 30대, 40대가 되어서 계속 게임을 개발하고, 이렇게 되어야 산업과 기술에 안정적인 모습이 형성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자들은 ‘35대가 되면 정년이다’라고 생각하고, 심지어 ‘돈 잘 버는 게임을 얼른 하나 만들고 뜨자’라는 말까지 하고 있습니다. 마치 로또의 열풍처럼 게임 산업을 단지 복권의 한 종류로 보고 있는 것을 보노라면 앞으로 산업의 비전은 갈수록 나빠질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기술은 계속 진보하지만,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은 언제나 과거에 있습니다. 작은 강물이 흘러서 큰 강물이 되는 것처럼, 역사는 작은 것을 잊어버리면 뒤에 큰 흐름을 만들 수가 없습니다. 신입 개발자를 양성하는 곳은 단편적인 기술만 가르쳐서 산업으로 내보내고 있고, 게임 회사는 신입보다 경력자를 선호합니다. 프로젝트 기간은 짧을수록 좋고, 게임은 자극적일수록 좋으며, 소비자의 허점을 파악해서 그것을 공략하는 게임이 좋은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근 저는 영등위와 관련된 일련의 사태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합니다. 시장을 장기적으로 보지 않으면, 당장 회사의 이익을 만들 수 있겠지만 10년 뒤 회사의 존재를 확신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만든 그 자극적이고 즉흥적인 게임들이 10년 뒤까지 계속 유행을 할 것이라고 보장할 수도 없고, 그 입맛의 10대들이 10년 후 어떤 더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컨텐츠를 요구할지도 모릅니다.

지금의 핵앤슬래쉬 게임과 아이템 현금화의 분위기가 10년 뒤 어떻게 변할지 우리는 생각을 해야할 때가 되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10년 뒤에 게임의 캐릭터를 미리 만들어서 판매해야할 지도 모릅니다.

10레벨 캐릭터 만원, 20레벨 캐릭터 이만원, 30레벨 캐릭터와 풀셋에 5만원…

회사의 자산이라고 생각하던 게임 서버와 서비스는 날이 갈수록 사용자가 증가하면 매출이 아니라 ‘차입금’이 될 것이고, 사용자가 떠나면 그 ‘차입금’을 ‘상환’해야 할지도 모르며, 결국 온라인 게임은 만들어도 운영비만 들어가는 (-)산업이 될 지도 모릅니다.

포탈에서 서비스하는 고스톱은 패를 조작해서 올인이 되기 쉽도록 만들고, 게임은 좋은 아이템을 가질 수 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돈이 없는 아이들은 채팅방에서 돈이 많은 아저씨에게 빌어서 게임 머니를 받고, 여학생들은 몸을 팔아서라도 저런 아이템을 구입하고 있습니다.

게임의 중독은 사회적인 문제이지만, 우리는 그 사회의 일원이며 그 중독의 원인을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게임 산업은 이미 발 끝부터 머리 끝까지 다 이렇게 되어있습니다.

심지어 모바일 산업에서는 억지로 매출 올리기(자뻑)가 유행하더니 최근에는 대 놓고 공짜 게임을 뿌리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그 회사는 매출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지만, 다른 회사들이 그 것을 시도하기 시작하는 순간 유행이 될 것이며, 소비자들은 앞으로 그 무료 게임들이 아니면 다운로드 하지 않을 겁니다. 이미 게임 잡지들의 무료 정품 부록이 그렇게 흘러왔고, 온라인 게임의 무료 베타 ‘서비스’가 그렇게 흘러 왔습니다.

게임 패키지의 판매가 죽도록 만든 것은 우리들이고, 온라인 게임의 베타족을 만든 것도 우리들입니다. 그리고 모바일 시장도 곧 같은 그림으로 흘러갈 것은 이미 저 ‘짜요짜요 타이쿤’을 시작으로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그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원인은 시장을 단기적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옛날에 한 농부가 벼를 빨리 자라게 하려고 벼를 조금씩 잡아 뽑았더니, 다음날 그 벼들이 다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100년을 먹어야할 우물을 펌프로 뽑아내고 있습니다.

이 우물이 말라버리면 어디로 가야합니까?

게임 산업을 뜨겠습니까? 아니면 말라버린 시장 환경을 한탄하면서 계속 만들겠습니까?

저는 이런 것의 대안으로 도덕적인 개발자가 되자고 주장합니다. 상식적인 선에서, 도덕적인 선에서 우리가 이 아이템을 꼬마 아이들에게 파는 것이 과연 맞는 일인지, 이 게임을 폭력 일변도로 만드는 것이 과연 잘하는 것인지를 스스로 개발 과정에서 도덕적인 판단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이것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면 우리는 자제해야 하는 것입니다.

마약이 존재하는 것을 모두 알고 있고, 그 효과도 모두 알고 있지만 금하는 것은 일단 시작하면 인간의 모든 행동이 제어할 수 없는 수준으로 갈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이 마약에 절어 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국내에 600개가 넘는다는 게임 회사 중에서 성공한 10여 개의 업체가 되는 것은 매우 부러운 일이고 멋진 일일 겁니다. 하지만 그 대열에 끼겠다고 시장 전체를 훼손하면서 사업을 하고 개발을 하는 당신이 있다면, 우리 모두를 죽이는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함께 밥을 먹던 친구가 찌게를 혼자 다 먹겠다면서 거기에 침을 뱉으면 여러분은 어쩌시겠습니까. 같이 침을 뱉어서 아무도 못먹게 하는 것이 맞겠습니까?

10년 온라인 게임 산업을 돌아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