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roversial Star Wars: Battlefront II

스타워즈 배틀프론트 전작은 스타워즈를 배경으로 한 리얼리스틱 전장에서 스톰트루퍼나 저항군 병사가 되어 총싸움을 할 수 있다는 것에서 내가 대찬사를 보냈던 적이 있다. 처음 공개되는 맵의 개수가 몇 개든, 커스터마이즈가 가능하든 아니든, 유료 게임이면서 부분유료를 팔든 말든 스타워즈라는 것 만으로 난 이미 열광하고 있었다.

그런데 요즘 속편이 나오기에 임박해서 돌아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일단 이 분위기가 만들어지는데는 최근 몇 달 동안 진행됐던 ‘랜덤 박스 논란’이 있었는데, 이건 좀 천천히 다시 정리를 해 보기로 하고, 스타워즈 배틀프론트 2도 그 여파에서 ‘랜덤 박스가 과도하다!’는 논란이 이어진 것이다.

처음에는 랜덤 박스가 있는게 불만이기는 했지만 분위기 상 어쩔 수 없지 않나 싶은 정도였는데, 랜덤 박스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계속 이어지자 EA는 출시 보름 전 급하게 ‘게임 플레이를 통해서도 카드를 구입할 수 있게 한다’고 발표했다(10월 31일).

EA CEO Andrew Wilson talked at length about the Star Wars Battlefront 2 loot crate/box controversy during a financial earnings call last night.

“As we think about players playing the game for many years post-launch and the digital ecosystem and the event-driven live services they participate in … does the digital ecosystem offer the opportunity for an individual player in the community to pay to win?”

EA announces Star Wars Battlefront 2 loot crate and progression changes (11월 1일)

하지만 이 공개된 내용을 가지고 플레이어들은 게임 플레이에서 획득할 수 있는 크레딧과 영웅 가격을 비교 추산했더니, 아이든(Iden)이 5,000 크레딧, 츄바카/레이아/팔파틴 10,000 크레딧이고, 다스베이더와 루크 스카이워커는 15,000 크레딧이라는 것. 그리고 한 판당 평균 250~300 정도를 평균 분당 25.39 크레딧 정도씩 벌어서 590분을 해야 15,000 크레딧을 벌 수 있다는 추정 계산을 내어 놓는다. (11월 13일)

그러니까, 대략 3시간을 플레이하면 아이든을 살 수 있고, 6시간 정도를 하면 플레이 해야 레이아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영웅들을 전부 해금하는데는 대략 42시간 정도가 걸린다는 계산이 덧붙여 졌고, 나머지 (영웅 아닌 일반 장비, 업그레이드 등) 카드들을 전부 해금하는데는 더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는 식의 내용으로 흘렀다.

EA는 진화를 해보려고 노력을 했지만 잘 안 되었던 모양이고, 긴급하게 영웅들의 구매 가격을 1/4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는데,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소득도 1/4로 낮춰졌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는 게임플레이의 획득 크레딧이 아니라 캠페인을 통한 보상만 감소한 것으로, 처음 캠페인을 통해서 아이든을 해금할 정도의 크레딧을 제공하려던 의도였으므로, 영웅 구매 가격이 1/4로 감소하면서 함께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오늘(15일) 한 곳에선 ‘아케이드 모드에 쿨타임이 있다’는 뉴스‘Pay 2 Win’이라는 주장의 리뷰가 함께 올라왔다. 하지만 다른 모드보다 소득이 과도하게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는 게임 모드에 쿨타임이나 소득 제한을 거는게 왜 문제인지, 게임에서 선택의 다양성을 확보하는게 왜 P2W인지 잘 모르겠다. 게임에 포함된 모든 콘텐츠를 패키지 구매로 다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좀 시대착오적이지 않은가.

레딧에 올라온 프로듀서 존 바실크직(John Wasilczyk)

We’ve seen the speculation about how long it takes players to earn things – but our averages based on the Play First trial are much faster than what’s out there. But as more players come in, that could change. We’re committed to making progression a fun experience for all of our players. Nothing should feel unattainable and if it does, we’ll do what it takes to make sure it’s both fun and achievable. As we update and expand Arcade mode, we’ll be working towards making sure that players can continue to progress without daily limits.

라는 이야기도 사실 상당히 납득할만한 내용이다. 게임에서 플레이어의 소득이 어떻게 될지 추정하고 이를 통해서 게임 플레이 시간이나 그런 것을 추산하는게 아주 일반적인 게임 디자인 방법이고, 달성 못할 것을 만들지 않는다. 만약 플레이어들이 달성을 못 하게 된다면 우리가 조정을 하겠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대체로 플레이어들은 개발팀의 생각보다 (과도하게) 빨리 돌파하는 경향이 있다. 대략 반 년은 걸리겠지 라고 생각한 컨텐츠를 한 달 이내에 돌파하는 경우도 상당하고, 일주일 내에 깨버리는 일도 흔하다. 과거 MMORPG들의 레이드 보스들이 대표적인 예이겠고, 웬만한 RPG 게임에서 구간 돌파 시간도 추정의 절반 이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게 만들어도 플레이어는 ‘생각보다 빨리‘ 돌파해버린다.

해서 개발팀은 ‘평균적인 플레이 시간’을 가지고 이런 것들을 추정하는데, 일단 이 평균의 모집단이 오픈 베타 테스트 기간 중의 플레이 시간으로 추정을 한 것은 좀 문제가 있어 보인다. 대체로 2~3일 정도의 오픈 베타 기간은 대부분의 플레이어가 작정하고 장시간 플레이를 하겠다고 달려들기 때문에, 사실상 보편적인 플레이 시간보다 훨씬 길게 마련이다. 이를 기준으로 숫자를 설계했으면 통상보다 높게 설정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외의 과정은 전혀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특히 레딧에서 역대 최악의 네거티브 평점을 기록한 EA 커뮤니티팀의 글은 도저히 이 반응이 납득되지 않을 정도의 상식적인 글이다.

The intent is to provide players with a sense of pride and accomplishment for unlocking different heroes.

As for cost, we selected initial values based upon data from the Open Beta and other adjustments made to milestone rewards before launch. Among other things, we’re looking at average per-player credit earn rates on a daily basis, and we’ll be making constant adjustments to ensure that players have challenges that are compelling, rewarding, and of course attainable via gameplay.

We appreciate the candid feedback, and the passion the community has put forth around the current topics here on Reddit, our forums and across numerous social media outlets.

Our team will continue to make changes and monitor community feedback and update everyone as soon and as often as we can.

영웅들을 해금하는 것은 플레이어에게 자부심과 성취감을 주기 위한 장치‘라는 말은 정말 정상적인 의도와 설계에 대한 이야기다. 기본 제공 영웅들이 있는 상태에서 게임 플레이로 모은 크레딧을 써서 영웅을 기껏 해금했는데 그 보람이 없으면 무슨 소용인가. 다만 (앞에서 살짝 언급을 했지만) 오픈 베타를 통해서 이를 조정한 부분이 좀 아쉬운 부분이지만, 아주 정상적인 커뮤니티팀의 글이다.

난 처음 이 논란을 접하고선 기본 제공 영웅이 없이 랜덤 박스를 돌려서 뽑아야 한다거나 혹은 노가다(grinding)을 통해서만 영웅을 플레이할 수 있는가보다 생각을 했다. 하지만 기본 제공 영웅이 있고, 구매하는 영웅은 별개로 보인다. 게다가 그 구매 영웅도 플레이 타임으로 3~6시간 마다 영웅을 해금할 수 있게 한 것이 과도한 수준인가… 글쎄.

물론 플레이어들은 게임 내 존재하는 모든 요소를 해금하는게 불가능할 거라고 여겨지겠지만, 게임이라는 것이 본래 ‘자원의 전략적 분배’인 만큼, 획득한 크레딧을 각 플레이어 개인의 우선 순위에 따라 영웅을 먼저 사든, 무기를 먼저 업그레이드를 하든 하는 방식으로 진행도록 설계하는게 무슨 문제가 있나. 그리고 루크 스카이워커를 해금하는데 10시간을 플레이하는게 많다고 생각하는게 더 이상하지 않나? 모든 영웅을 해금하는 42시간이 42시간을 투자해야만 모든 영웅이 동시에 뿅 하고 열리는게 아니지않나. 게이머들의 이 광기가 전혀 상식적이지 않다.

그러면 이 논란의 원인은 무엇인가. 처음 랜덤 박스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확산되면서 (마치 게이머게이트 사건 때 그랬던 것처럼) 온갖 확인되지 않은 루머와 카더라, 루머에 대한 추정과 추정에 대한 망상과 그에 대한 확신이 꼬리를 물면서 확증 편향이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대중의 이런 무한으로 뻗어 나가는 네거티브를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그건 기업에게 큰 리스크 상황이 될 것 같다.

여름부터 이어진 랜덤 박스 논란의 여파를 홀로 감당하게 된 EA와 Dice의 직원들이 안쓰러울 뿐이다.

‘성 평등 게임’ 스티커

게이머게이트 사건의 파급은 전 세계의 게임 개발자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폴리곤의 요약:

The GamerGate movement and Twitter hashtag is a social campaign defined by most supporters as a call to effect change in video game journalism and to defend the “gamer” identity. The movement is difficult to define because what it has come to represent has no central leadership or agreed-upon manifesto. The hashtag was first used by actor Adam Baldwin in August after intimate details of a personal relationship between a video game developer and a video game journalist were made public and led some to allege cronyism between press and developers. The campaign is now also linked to ongoing and well-established harassment of women in video games, including Depression Questcreator Zoe Quinn, Feminist Frequency creator Anita Sarkeesian and Giant Spacekat headBrianna Wu, though many of GamerGate’s supporters deny the campaign should be blamed for harassment.

내가 다시 요약하자면, 이 사건은 크게 초반의 ‘의혹’과 중반 이후의 ‘괴롭힘(harassment)’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전자의 의혹이 사실이든 아니든 이미 그 공격이 여성주의에 대한 공격 그리고 특정인에 대한 괴롭힘과 살해 협박 수준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태이지만, 게이머게이트 지지자들은 대체로 이 괴롭힘이 자신들과는 연관이 없다고 주장한다.

게이머게이트 집단이 단지 해시태그(#)로만 구성되어 있고 정신적 공감대라는 걸 볼 때, 이 집단의 일원이 치는 사고는 집단이 아닌 사람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동조할 때는 일체감을 가지지만 그 피해가 자신에게 돌아올 때는 철저하게 일개 개인으로 간주해달라는 것이다.

어쨌거나. 이 뉴스에서 볼 내용은 사실 저 요약 부분이 아니라,

Sweden is seeking new ways to reward games that promote gender equality, according to trade body Dataspelsbranschen.

Dataspelsbranschen has been awarded 272,000 kronor (roughly $36,672) by the Swedish government to explore ways of supporting video games that offer diverse gender choices, including the creation of labels that could be placed on the package of games at launch.

라는 부분이다. 어딘가 하고 살짝 보니 스웨덴의 게임산업협회(Dataspelsbranschen)인가본데, 성평등 스티커를 만들어서 게임에 붙이는 식으로 성평등 게임을 진흥하겠다는 계획이고 기사의 댓글들도 대체로 우호적인 편이다.

사실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과 패널티를 제공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얼마 전의 싱글세 논란이 일어나면서 싱글에게 패널티를 부과하는 방식은 안 되지만 이미 신혼에게 집을 주고 있지 않나하는 논란도 함께 일었더랬다. 둘은 완전히 다르다. 이건 게임 디자인에서도 매우 기본적인 밸런싱 방법으로도 알려져 있는 것이다.

어쨌거나, 게이머게이트가 정말 걷잡을 수 없이 어처구니 없는 상황으로 치닫는가 했더니만 성평등 스티커라니 기발하다. 며칠 전 썼던 게임과 정치라는 글에서 게이머 정체성 이야기가 나왔는데, 한 지인이 ‘저 게이머 정체성이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주셨다, 게이머게이트의 맥락에서 나온 이야기.

하지만 이렇게 전화위복이랄까 새옹지마랄까 하는 상황으로 발전하고 보면, 아직 세상에 믿을만한 구석은 있는 모양이다. 성평등 게임 진흥이라, 좋은 발상이다.

 

믿음이 확신이 되는 과정

세월호 사건이후 피해자 유족에 대한 비난이 있었고 그 중심에 홍가혜라는 인물이 있었다. 그는 ‘이전부터 허언증이 심했고 잠수사로 위장해서 인터뷰를 했다는 등’의 공격을 받았고, 그 결과 체포 구속되어 100여 일 간 구금되어 있었다. 그리고 며칠 전 관련 재판이 있었다고 한다.

지난 12일 속개된 ‘해경명예훼손’ 홍가혜 공판에 검찰측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호 기자는 그간 홍가혜의 정체를 폭로한다면서 올린 트윗들이 대부분 ‘이름을 밝힐 수 없는 누군가의 한두마디에서 나온 말들의 짜집기 였음’을 시인했다.

– 스포츠 월드 김용호 기자의 홍가혜 폭로는 ‘카더라 통신?’, 서울의 소리

기사에 따르면, 김용호 기자는 일련의 비난 내용들에 대해서 ‘~에게 들었지만, ~가 누군지는 밝힐 수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했고, 이는 결국 자기 주장의 신뢰성을 검증할 수 없다는 뜻이 된다.

기사를 보고 난 ‘대중의 믿음이 확신이 되는 과정’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처음 사람들은 자신의 (정치적 지향이나 기존의 경험, 주변의 정보로 판단한) 결정(믿음)에 대해서 확신이 없지만, 여기에 보충되는 증거들이 (사실이든 아니든) 나타나면서 믿음을 확신으로 굳히게 되는듯 하다.

이를테면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좌파 정부라는 주장이나 혹은 반대 진영의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경제를 살렸다는 믿음 같은 것들이 그렇다. 처음에는 단어나 의견 자체에 반신반의하는 과정이 있지만 여기에 인터넷의 짤방들이 기름을 붓고 불을 지핀다. 그리고 처음 의견을 반신반의하던 사람들은 자신이 애초에 믿었던 내용의 보충 증거들만 수집(확증편향)하게 되고, 이는 확신으로 굳는다.

하나의 가설이 여러 보충 실험과 반론을 통해 과학적으로 검증받는 과정은 이 과정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인터넷의 수 많은 ‘믿음’들은 이렇게 만들어지고 ‘전설(urban myth)’로 확산된다. 이 광기는 가까이에는 김치녀에 대한 이야기부터 셧다운제는 게임 업계에서 돈을 뜯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 그리고 최근의 게이머게이트까지도 같은 과정으로 진행된다.

결국 이런 과정을 벗어나려면, 반론 증거들을 함께 수집하고 같은 사건에 대한 다른 해석들을 모두 확인하는 과정들이 필요한데, 이게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소위 ‘정론’이라는 언론들도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논조 방향을 잡고 나면 그 방향의 내용들만 싣는다.

두고두고 조심할 일이다.

 

밝은해님께서 NFL 선수이자 게이머인 크리스 클루에가 게이머게이트에 대해 쓴 글 중 일부를 발췌 번역하셨다.

진짜, 게이머게이터들아. 니들이 정말로 윤리를 걱정한다면 이 난장판에서 “젠장할, 이 좆같은 여성혐오자 새끼들을 우리 옆에서 떼어 놓아야겠다. 씨발 지금 당장 다른 해시태그를 찾아서 모여야겠어.” 이런 말이 가장 먼저 나와야 하는 거다. 니들이 걱정하는 정당한 이유가 여성과 소수자들을 겁주는 거 말고는 어떤 의제도 없는 녀석들의 방패로 사용되지 않도록 니들이 힘을 다해야 하는 거다. 단순히 성별 때문에 누군가 억압 받는 일을 옹호하면 안 되는 거다. (진짜 솔직히, 액티비전이나 유비소프트, 락스타를 추궁하는 게이머게이터는 내가 한 명도 본 적이 없다.) 니들의 잘못된 현실 감각을 뒷받침하려고 갈수록 거대해지는 음모론을 꾸며내서도 안 되는 거다.

근데 니들 게이머게이터들은 이 철없는 쓰레기들을 계속 옹호하고 있다. 그렇다면 논리적으로 나올 수 있는 유일한 결론은 하나다. 니들은 여성혐오 환자들을 지지하고 있다. 니들은 비디오게임계 그리고 사회 전반에서 여성을 괴롭히는 행위를 지지하고 있다. 니들은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없애려고 노력해온 ‘지하실에서 땀에 쩔어 사는 짐승’이라는 바보 같은 “게이머” 스테레오타입을 지지하고 있다.

그거 아냐? 그래서 씨발 진짜 내가 짜증이 난다. 니들이 게이머라는 이름을 더럽히는 꼴을 그냥 놔두기엔 내가 정말 오랫동안 게이머로 살아왔고 인식이 개선되는 모습을 많이 봐왔다.

느그 게이머게이터들 전부 모두 거시기에 혹이나 생기길 바란다.

나머지 사람들은 다른 해시태그 찾아서 써라.

게이머게이트는 왜 날 빡치게 하는가(영문), 크리스 클루에

(본문의 강조는 내가 했음)

내가 이전 글에서 언급을 했던 것처럼, 게이머게이트는 ‘게임 언론의 부패를 우려’하는 게이머들이 만든 것이 아니라 ‘이에 업혀가려는 정치적 그룹‘이 주장에 동조하는 다수의 ‘망상적인 피해자’를 활용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이건 마치 ‘인종혐오자들’을 현실 세계에서 분리수거해야 하는 것처럼, 저 소수의 ‘여성혐오자들’을 게이머 그룹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아니 모든 것을 다 떠나서, 어떤 대상을 혐오하는 ‘것들’과 같은 그룹에 속해 있다는 것이 부끄럽지도 않나?

게이머게이터들이 조이 퀸을 비난하고 그를 옹호하는 사람들을 싸잡아 비난하는 흐름 안에서, 우리는 모든 타인의 행동을 비난하는 구조에 하나의 함정이 있다는 걸 파악해야 한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비난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 말하자면 이렇다, ‘연예인의 사생활은 그의 개인 영역’이다. 성적으로 문란하든, 동료 연예인들에게 싸가지가 없든, 돈을 흥청망청 쓰고 다니든 그건 개인 영역이다. 이 영역은 비판이나 비난의 영역이 될 수는 없다, 범죄가 아닌 한.

조이퀸의 ‘성적 문란함(이건 사실이 아니다)’을 까던 게이머게이터들과 4chan 이용자들이 그의 드랍박스를 해킹하는 등의 범죄를 반대로 이렇게 생각해보자, 내가 너의 이메일과 IP를 털어서 네이버와 각종 온라인 게시판에 썼던 찌질 글들을 공개하며 ‘너희는 자격이 없어’라고 주장을 하는 거다. 이건 애초에 논쟁이나 비판이 아니라 범죄가 된 거다. 더 나아가서 협박, 위협은 특히나 미국 내에서 중대한 범죄다.

조이퀸이 수백 명과 염문을 뿌렸거나 말거나 그건 이 문제에서 중요한 게 아니다, 이건 그의 개인적인 영역이다.

#게이머게이트 타임라인

#게이머게이트의 발단부터 각종 사건들의 타임라인이 정리된 사이트가 있었다. 이 타임라인은 #게이머게이터들의 주장에 기반한 것으로, 여러 주변 반론 증거들을 통해서 보강을 해본다.

  • 8월 11일, 우울증 퀘스트(Depression Quest)가 스팀 그린라이트를 통해 출시
    • 게이머게이터들은 이 게임이 ‘텍스트 뿐이며 재미 없는 게임’이라고 주장하지만, 이 게임은 장르 자체가 시리어스 게임(serious game, 기능성 게임이라고 하기도 함)이고, 재미보다는 기능/효과적인 측면을 더 고려하는 장르.
    • 그린라이트 통과가 소위 ‘친목질’로 이루어졌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린라이트 통과는 대체로 지인들이 바이럴 시드(viral seed)로 활동해주는 것이 아주 일반적임.
  • 8월 16일
    • 조이퀸의 전 남자친구가 자신과 사귀는 동안 조이퀸이 코타쿠 필자를 포함한 5명의 남성과 관계를 했다고 주장하며 이들 중 세 사람의 이름을 공개.
      • 하지만 이 주장에 대해서는 한 번도 검증된 적이 없으며, 흔한 구남친의 비난(screed)이었음. 또한 기사는 ‘게이머들’이 ‘조이퀸 (앨범을 해킹해서) 누드 사진을 찾아냈고, 비난 메시지를 보내 괴롭’히는 등 온라인 폭력을 행했다고 함.
    • MundaneMatt라는 유튜버가 조이퀸이 (기자와 관계를 통해 좋은 리뷰를 받는 등) 게임 저널리즘을 망쳤다고 비난.
  • 8월 17일, TFYC(The Fine Young Capitalists)가 자신들의 게임잼을 조이퀸이 망쳤다고 주장.
    • 이 영상은 유튜브에서 삭제되었다가 복구됨.
  • 8월 19일
    • 조이퀸의 계정이 해킹당하고 신상이 털림(doxxed).
    • 토탈비스킷(Total Biscuit)이 조이퀸이 자신에 대한 비판 영상들을 내리도록 했다고 주장.
      • 이는 사실로 확인됨.
    • N4G의 코타쿠 필자가 조이퀸과 섹스를 댓가로 좋은 리뷰를 썼다는 주장.
    • 각종 커뮤니티에서 조이퀸 관련 포스트들이 삭제됨.
      • 나중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조이퀸이 이 비난 글들을 삭제해달라고 요청.
  • 8월 20일
    • 코타쿠는 기자와 게임 개발자들의 유착 의혹을 공식 부인.
    • 조이퀸이 인디케이드(Indiecade)에서 수상을 했는데, 심사위원 중에 조이퀸과 관계한 사람이라는 주장.
  • 8월 21일, GamesNosh가 토탈비스킷의 주장은 증오에 기반한다는 기사 게시.
  • 8월 22일, 4chan에서 조이퀸 신상을 텀.
  • 8월 24일
    • 조이퀸이 레딧의 게시물들을 삭제하기를 요청했다는 정황이 드러남.
    • ReviewTechUSA라는 유튜버가 ‘조이퀸과 필피쉬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영상 게시.
    • 코타쿠 기자들이 그들의 지인들에게 호의적인 리뷰를 써줬다는 주장들이 나옴.
      • 그런데 ‘친분으로 만점을 준’ 그 중 한 게임이 ‘Gone Home’?
  • 8월 25일
    • 조이퀸과 TFYC의 트위터 설전
      • 조이퀸은 TFYC의 활동을 두고 왜 자신에게는 돈을 안 주느냐는 주장.
  • 8월 26일
    • 폴리곤과 코타쿠는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인디 게임 펀딩 관련된 기사들은 쓰지 않겠다고 선언.
      • 하지만 이는 ‘유착’ 주장에 대한 인정이나 항복이 아니라 언론이 펀딩 지지 기사를 쓰는게 옳지 않다는 자체 윤리를 선언한 것임.
  • 8월 27일

일단 여기까지가 ‘급박했던 열흘’의 대충 정리다.

처음 조이퀸에 대한 의혹(16일)으로부터 이 상황(살해 협박)까지 오는 동안, 조이퀸은 신상털이와 각종 해킹, 음해에 시달렸고, 비슷한 시기에 여성이 게임 안에서 제 역할을 못한다는 내용의 영상을 공개했던 아니타 사키시안도 비슷한 과정을 거치고, 급기야 강간, 살해 협박까지 당했다. 마찬가지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언급했던 사람들도 함께 싸잡혀 비난을 당했다.

그리고 이 저간에는 한 남성의 (증거 없는) 폭로가 있었고, 뒤집어서 보자면 인터넷에서 흔히 회자되는 경희대 교수의 ‘성희롱 무고’ 사건에 비견될만 하다. 한 여학생이 교수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며 폭로했고 후에 무죄가 된 그 사건이, 정확하게 반대로 뒤집어져 일어난 사건이라고 하면 되겠다.

27일 이후, 온라인에서는 #GamerGate를 단 확증편향에 빠진 사람들의 글들로 뒤덮이게 되었던 것이고, 이에 대해서는 게임 언론 및 개발 커뮤니티 전체가 우려의 글들을 쏟아내게 된 것이다.

이제 처음 남친을 속이고 바람피운 썅년 퀸과 게임에 무슨 남성주의가 있느냐며 사키시안에 쏟아졌던 비난이 ‘개발자와 기자의 유착’으로 둔갑했다가, 슬그머니 ‘우리는 부패한 언론을 정화하는 것’이라는 주장으로 둔갑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퀸은 (여전히) 썅년인채로 부패한 페미니스트가 됐다.

조이퀸의 잘못이라면, 구남친의 (허위로 보이는) 폭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던 것이 있겠고, 또 유튜브 등 인터넷 비난 게시물들에 대해 저작권을 이유로 삭제를 요청할게 아니라 명예훼손(음, 하지만 미국은 명예훼손이 없을걸?)이나 성 차별, 혐오 게시물 등으로 신고를 했어야 했다는 것이겠다. 이 ‘광역 삭제’는 두고두고 ‘언론 탄압’과 같은 명분을 만들어주는 계기가 됐다.

이후로 9~10월이 넘어가면서 #GamerGate의 여성 혐오에 대한 글들이 계속 나왔지만, 여전히 게이머게이터들은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그들은 여전히 성전의 전사이고 인터넷 언론 정화를 위해 노력하는 ‘선량한’ 게이머들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GamerGate 에 대한, 어벤져스 등의 마블 영화 스토리작가인 Joss Whedon의 지적.

(번역) “많은 선한 사람들이 #GamerGate가 저널리즘과 예술적 자유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KlanDayKare 와 같다. 저 이름은 증오를 뜻한다.”

말하자면, 한국에서 자유라든지 인권이라든지 하는 단체들이 이름에 자유와 인권이 들어갔다고 진짜 자유와 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가 아닌 것처럼, #GamerGate는 표면에 드러나는 것과는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 비유를 KKK에다가 해서 또 난리가 났다.

게이머게이트 논란의 확장

윤지만님이 결국 원문의 전문 번역을 하셨다. 게이머게이트에 대한 말하자면 일문일답이다. 이 전반적인 흐름과 내용에 대해서 내 생각을 요약하자면, 게이머게이트는 그냥 한국의 일베와 같은 관점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발현된 상황이라고 보는 쪽이다.

일단 #gamergate라고 해시태그를 다는 그들이 주장하는 내용은 다 틀렸다.

난 이 내용들에 대해서 일언의 변론이나 동조나 인용이나 옹호를 할 생각이 없다.

게임이 구린데도 불구하고 수상을 했다는 것도, 지인을 통해서 스팀 그린라이트에 등록되었다는 것도, ‘성 로비’를 통해서 활동했다는 것도, 다 틀린 (다른이 아니라) 내용이다. 이 내용들의 반박은 (씨발) 니들이 좀 찾아서 보든가 아니면 (악의적 번역 가지고 주장하려면) 닥치든가.

이 모든 것을 떠나서, 첫째로, 일단 조이 퀸이 여성이라는 걸 이용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그 내용을 (정황이 아니라) 면밀하게 증명해야 한다. 그 남성 피해자들의 증언을 받고 성적으로 활용되어 그린라이트 등록이나 수상이 부정하다는 것을 (주장이 아니라) 증명해야 한다. 언제나 부정이 있음을 주장하는 쪽은 부정이 있음을 증명해야하는 것이지 단지 의혹으로 할 것이 아니다. 이는 한국 정치의 전반적인 문제이기도 하고, 그게 이 이슈에서 감정전이되어 활용되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고 본다.

둘째, 조이 퀸 스캔들의 모든 내용들에 대해, 남성이 피해를 본다는 주장은 과대해석이며 피해의식의 발로일 뿐이다. 그(여기서 그와 그녀라는 3인칭에 대해서 시비를 걸려면 한국어를 다시 공부하길 바란다)의 행동이 남성 전체에 피해를 준 적은 (최소한 그들의 주장을 믿어주더라도) 없으며, 그게 게임 업계 전체를 해하는 문제가 될리도 전혀 없다. 그냥 그들의 피해의식이다.

이 ‘피해의식’은 사실 일베가 가지고 있는 의식과 완전히 맞닿아 있다. 최근 일베에 관한 슬로우뉴스시사인의 두 개의 리포트는 이 문제에 대해서 사실 명쾌한 답을 제시한다. 그냥 ‘사회적 소수자로서 피해의식에 쩔어 가장 만만한 타겟인 여성을 대상으로 분풀이할 뿐’이다.

사회적으로 피지배자, 피억압자로써 받는 스트레스를 항상 더 낮은 계층에 대해 분출하는 것이 ‘굉장히’ 일반적인 현상이고, 특히 그 대상이 여성이 되는 것 또한 일반적인 현상이다. 인정해야 한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이슈를 가지고 ‘보슬’, ‘김치녀’ 등의 단어로 비하하고 그런 현상으로 즐거움을 얻는 분위기는 그 이면에 존재하는 근본적인 문제(즉, 저소득과 피지배 계층 내 경쟁 유도에 대한 부분)를 무시하게 만드는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미국 사회 내에서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여성 혐오로 전이되어 흘러가고 있는 것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애초에, 이건 남성과 여성, 혹은 특정 여성 몇몇 같은 누구의 잘못이 아니다.

게이머게이터들은 사업계가 무시하기에는 너무 큰 7천만명의 강력한 시장 압력으로 보여지길 원하면서, 동시에 핍박받는 소수로 받아들여지길 요구한다. 그들은 게임 사이트들이 과감하게 대부분의 화난 게이머들은 젊은 백인 남성이라고 지적할 때, 그들이 “인종차별”과 “성차별”을 하고 있다고 광고주들에게 경고했다. 동시에 그들은 화난 젊은 백인 남성들이 그 게임 사이트들의 “대상 독자”들이라고 말하고, 필자들이 스스로 위험을 짊어지고 자신들을 공격한다고 말한다.

게이머 커뮤니티에서 언제 남성, 특히 백인 남성이 소수인 적이 있었나? 그건 망상이다. 일종의 사회적 보수 계층이 자신들의 기득권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던지는 단말마 같은 것이다. 결국 저들의 주장은 소위 일베 등 커뮤니티에서 ‘남성의 역차별’에 대한 주장과 또한 맞닿아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애초에, 이 모든 문제의 근본에, 피해받은 사람은 없었다. 피해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하지만 피해를 구체적으로 입증한 적은 없었다)과 이에 업혀가려는 정치적 그룹이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이 주장에 동조하는 다수의 ‘망상적인 피해자’를 활용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이건 미국 정치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현상이었던 ‘티파티’와도 닿아있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 소위 ‘보수 계층의 집결’이라는 관점에서. 누구도 현상과 본질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 것을 이용해, 특히 그들이 가진 기저의 공포를 활용해, 사람들을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조이 퀸 스캔들'(이라고 까지 부르는게 이용당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은 특정 소수의 극우(씨발 저것들을 극우라고 해주기도 민망하지만) 게이머들이 만들어낸 환상이고, 특히 한국에서는 그 잘못된 번역으로 만들어지는 환상으로 이용되고 있는 분위기라는게 내 생각이다.

게이머게이트 (게임계의 여성 혐오 분위기 시즌2)

윤지만님께서 페이스북에 조이 퀸 관련 사건의 최근 업데이트를 올리셨다. 사키시안이 유타 대학에서 강연을 하기로 했는데, 이 강연을 하면 총기 난사를 하겠다는 협박 메일을 보내 강연이 취소되었다는 내용의 트윗이다. (폴리곤 원문 뉴스)

이 뉴스에 언급한 게이머게이트가 뭔가 했는데 (Gamersgate.com이라는 게임 유통 사이트인줄 알았다) 저 ‘혐오 그룹’이 사용하던 해시태그가 #gamergate 라서 그렇게 불리는 모양이다. (이들에 대해서는 다른 뉴스를 인용하면서 윤지만님이 페이스북에 정리하신게 있다.)

사실 이 내용에 대해서는 나도 일전에 포스트를 한 바 있는데, 거기서 한 걸음이 더 나가서 ‘총기난사 협박’까지 연결된 거다.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인 조이 퀸이 까이는 부분에 대해서 살짝 부연을 하자면, (한국에도 동조 그룹이 형성되어 있는 걸로 보이는데) 게이머게이트 놈들은 퀸의 게임이 스팀에 등록될 때 모종의 담합이나 인맥 이용이 있었다고 믿는 모양이지만, 원래 스팀의 그린라이트는 지인의 도움으로 올리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스팀에 올린 사람들한테 직접 물어봐라. 지인이 바이럴 시드(seed)를 해주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한 것이고, 퀸을 깔 여지는 전혀 없다. 심지어 퀸이 저 게이머게이트 놈들이 믿는 것처럼 ‘성 로비’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건 외적인 문제다.

그래, 그런 여성 혐오까지는 여전히 19세기적 사고를 하는 사회의 구성원들으로 받아들여 준다고 할 수 있지만, 그게 이제 ‘총기난사 협박’으로 이어진 이 상황에서는 더 이상 변명도 변호도 소용이 없다.

게이머게이트는 이제 테러 그룹이 되었을 뿐이다.

게임계의 여성 혐오 분위기

밝은해님께서 게이머의 종말 – 비디오게임으로 무엇을 할까라는 글을 쓰셨다. 원문은 How to Do Things with Videogames라는 이언 보고스트의 책인데, 최근 북미 게임 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과 관련된 것이다.

이는 말하자면 게이머들과 일부 게임 개발자들 사이의 충돌인데, 최근 여성 게임 개발자에 대한 혐오, 즉 조이 퀸(Zoe Quinn) 스캔들로 난리가 났던 사건의 연장선에서 게임 개발자들에 대한 괴롭힘(harassment)으로 연결되더니 그리고 조이 퀸과 필 피시의 드랍박스 계정이 해킹당하는 사건, 게임비평가에게 살해 협박이 있는 등 온라인 상의 혐오가 현실의 생명 위협으로 나타난 흐름의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이미 IGDA(국제게임개발자협회)에서 짧은 성명을 낸 것이 있지만 게이머들에게 별로 큰 영향은 없어 보인다. 사실 너무 온건한 내용이었다고 본다.

이 흐름의 중심에는 조이 퀸과 아니타 사키시안(Anita Sarkeesian)이 던진 화두에 대한 게이머들의 여성 혐오가 깔려있다. 사키시안이 화두를 던졌던 곤경에 빠진 처녀(한국어 자막) 시리즈를 보면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가 될듯 하겠다.

사실 게임 업계가 남성 위주로 돌아가고 있고, 게임에서 여성의 묘사는 조력자이거나 성적 대상이거나 혹은 미미한 역할이거나 더 심각하게는 구출되는 대상인 등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드물다. 이건 명백한 사실이다. 심지어 여성이 주인공인 게임도 성적 대상화가 되지 않은 경우는 없다. 특히 한국의 게임들은 이 부분에서 여전히 근대적 관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인츠로우>의 디렉터 스티브 제이로스(Steve Jaros)는 이런 내용에 대해 지적해오던 아니타 사키시안의 말이 옳다는 내용을 인터뷰에서 했다.

Speaking to The Escapist, Jaros said, “I actually think [Tropes vs. Women creator Anita Sarkeesian’s] right in this case.” He went on to say that he believes the Saints Row series developer has improved in its treatment of women over years but said they still have room to grow.

2008년에 This is Game이라는 매체에 비슷한 관점에서 글을 (익명으로) 썼던 적이 있다. 난 이런 게임 업계의 남성 편향이 남성 위주의 개발 환경에서 발생한다고 봤고, 여성 개발자가 많아지는 것이 이 문제의 한 해결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했다. 사실 이런 편향은 사회 전체에 깔려있는게 더 근본적인 원인이지만, 거기까지 건드리기엔 좀 너무 컸고 해서 두루뭉슬하게 적당하게 타협했던 조잡하고 정리도 덜 된 투박한 글이었다.

어쨌거나, 당시 저 2008년에 박제된 댓글들이 난 (지금에 와서는) 참 재밌다고 생각한다.

결국 이 북미 게임 업계의 논란이 게임계 전체의 문제라는 것이다. 게임 시장은 이미 여성이 거의 50%를 차지하고 있는데 게이머들의 시각은 남성 90%이던 시절에 머물러 있다. 그런데 어쩌나, 모바일 시장에서 이제 남성보다는 여성 게이머가 더 중요하게 되어가고 있는데. (결국 흐름은 자본을 따라갈 것이다.)

게임이 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확산시킨다는 이야기는 결국 구라일지도 모른다. 아니, 적어도 북미의 게임 개발자들은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