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배틀프론트

난 레드 오케스트라(Red Orchestra) 같은 리얼리즘 계열의 FPS를 좋아한다. 가능하면 게임이 (현실이 될 수는 없지만) 현실 같은 느낌을 좋아해서, 총을 쏘는 게임들에서도 캐주얼하게 묘사되는 카운터스트라이크(Counter Strike) 류로 이어지는 스타일 보다는 전장을 현실적으로 묘사하는 게임들을 좋아한다. 그런 면에서 기존 배틀필드(Battlefield) 시리즈의 러쉬(rush) 모드처럼 진격하고 진격을 저지하고 그런 스타일, 수십 명이 함께 전선을 구축하는 그런 스타일을 특히 좋아했다.

스타워즈 배틀프론트는 거기에 상당히 부합하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스타워즈의 세계관이 ‘현실적’이라는 말과 어울리지는 않겠지만, 스타워즈의 세계에서 전투가 벌어진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상상하는 그런 이미지, 영화 속에서 스톰트루퍼(Stormtrooper)와 저항군(Rebel)들이 싸운다면 이럴 것이다 하는 상상이 그대로 게임 안에서 묘사되고 있다.

사실 광선총이 있는 시대라면 자동 조준도 그와 같이 발달하지 않겠나 싶기도 하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중요하지 않다, 눈 앞에 제다이가 광선검을 들고 (말 그대로) 날아오고 있고 달랑 총 한 자루 든 보병으로서 내가 할 일은 그냥 최대한 쏘다가 죽는 거다. 남은 내 동료들이 제다이를 처치하고 이 전투를 이길 거라고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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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프론트의 백미라면 워커 어설트(Walker Assault) 모드다. 앞에 언급한 배틀필드 시리즈의 러쉬 모드를 이제 완성형에 가깝게 발전시킨 느낌인데, 한 발 한 발 멀리서 거대한 AT-AT가 걸어오고 있고 저걸 막지 못하면 아군은 끝장이라는 느낌. 그런 압도감. 이를 막기 위해서 아군의 폭격기(A-Wing)가 오도록 타겟을 잡아줘야 하고, 폭격기가 AT-AT의 방어막를 이온 어뢰로 잠시 다운시켜 놓으면 화력을 집중해서 지상에서 저격해야 한다. 밀린다고 해도 두 번의 기회는 더 있지만, 이 두 번 안에 쓰러뜨리지 못하면 진짜 끝난다. 그런 긴장감과 절박함.

이런 전장에서 개인의 전투력은 그 의미가 매우 작아진다. 혼자서 수십 킬을 하면서 스코어를 올린다고 해도 그건 게임의 승리와 관계 없을 경우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고, 전장 단위가 되면 개인의 화력보다는 전술 무기들의 효과가 더 크기 때문이다. 보병 학살자라고 부르는 AT-ST 같은 것이나 맵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터렛, 벙커들을 활용해서 전선을 밀고 전체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는 게 중요해진다.

배틀프론트는 이런 전장의 느낌이 정말 잘 표현되어 있다. 붉은 광선(총알)이 쏟아지는 속에서 고고히 혼자 녹색의 광선검을 든 루크 스카이워커를 보는 공포감, 멀리서 걸어오는 전차(AT-ST), 포탑에서 날아오는 커다란 광선, 폭발, 킬러 드로이드… 그리고 하얀 설원.

배틀프론트는 기존에 스타워즈가 만들어낸 프랜차이즈 게임들 중에서 단연 최고의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스타워즈 속의 전쟁이 어떤지 거의 완벽한 묘사에 성공했다.

병사로 전쟁터에서 죽이고 죽다가 우연히 찾아오는 영웅이 되는 기회를 얻으면 잠시 제다이가 될 수도 있다. 수십 미터를 점프해 돌진하고 적의 총알을 광선검으로 튕겨내면서 아군 보병들의 진격을 지휘한다. 제다이가 나타나면 보병들은 당연하게 그를 따라 전진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든 게임의 구조 설계는 정말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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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스타워즈 시리즈의 6편, <제다이의 귀환(Return of the Jedi)>에서 나왔던 숲 속의 전투(엔도 전투)를 배경으로 하는 맵에서는 이게 진짜 영화구나 싶은 수준. 영화 속에서 대충 스피더 씬으로 넘어갔던 숲 속 진격 장면을 게임에서 거의 완벽하게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기존의 배틀필드식 하드코어한 컨트롤이 아니라 매우 쉽고 간략하게 익숙해지도록 만든 것은 최고다. 게이머가 아닌 스타워즈 팬이 ‘아 스타워즈 게임이라 관심은 가는데…’라고 할 때 바로 시작해도 딱 적응할 수 있는 컨트롤. EA의 판매 목표가 1천만 장~1천 3백만 장이라더니 그게 헛소리가 아니다.

게임의 악평 중 대부분은 게임이 나쁘다가 아니라 맵의 수가 너무 적다 것이다.

지금 그게 문제가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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