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조종

지난주 당신은 캐나다 몬트리올행 비행기표를 구매했다. 항공사 사이트에서 요율표를 확인한 당신은 좀더 나은 조건의 티켓을 찾으려고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다시 처음 방문한 항공사 사이트로 돌아왔다. 놀랍게도 그사이 티켓값이 올랐다. 당신은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서둘러 티켓을 구입했다.

당신은 속았다.

당신이 처음 방문한 사이트는 당신 컴퓨터의 IP 주소를 저장해두거나 인터넷 내비게이터에 쿠키를 남겨둔다. 이를 통해 당신이 어떤 사이트를 방문했는지 추적해 잠재적 고객임을 파악한다. 모든 면에서 당신은 여행을 몹시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원하는 티켓을 확인하러 다시 첫 번째 사이트를 방문하니 그 사이트는 당신이 누구인지 알아보고 티켓값을 올려 당신이 구매를 완료하도록 이끈다.

욕조에서 낚시하기, 자크 낭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3.06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하는 사용자의 소비 성향 분석은 이제 막 개발되고 있는 분야가 아니라, 이미 적용되고 있는 분야이고, 이런 ‘조종(manifulation)’은 소비자 프로파일링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협력식 필터링(Collaborative Filtering)’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다양한 이름이 있지만 기본 목적은 같다.

쓰려는 소비자에게 더 많이 쓰게 하는 것이다.

전에 내가 가챠라든지 랜덤 박스의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 사람들이 눈에 보이는 가챠와 랜덤박스에 ‘극딜’을 하고 있는데 사실은 뒤쪽에 있는 개인화가 더 큰 문제라고 이야기했던 것이 이 이야기였다. 심리학과 통계 등에 기반한 이 기술은 정말 강력하다. 일단 돈을 쓴 소비자는 아주 약간의 조작만으로로 추가 구매의 의사를 갖게 되고, 무언가를 사려고 이리저리 살피고 다니는 경우도 약간의 가격 조정을 해주면 구매 결정을 하게 할 수 있다.

옛날에는 이런 기술들이 라이프해킹(life hacking)이라고 불리기도 했고 한국에는 ‘설득의 기술’ ‘설득의 심리학’ 같은 이름으로 대화 기법이나 영업 기법으로 사용했고 그 바닥에서만 전수되어 왔는데 – 이것도 역시 심리적인 오류나 경향성을 이용한다 – 온라인 시대가 되면서 대규모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이런 기술들이 점차 많은 사이트로 퍼져나가고 있다.

이런 방법을 쓰는게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는 조금 복잡하다. 1)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이 이윤 추구를 위해서 불법이 아닌 것만 하지 않으면 되지 않냐는 관점도 옳고, 2) 사람의 심리를 이렇게 조종하는게 어찌 옳을 수 있냐는 관점도 옳다.

기본적으로 1)은 시스템의 문제다. 이를 제동할 장치 자체가 현재 없기 때문이고, 이런 방법들을 추구하는 것은 이미 ‘마케팅’이라는 이름으로 오래 전부터 해왔던 것이 온라인으로 옮겨졌을 뿐이다. 늘 이야기하지만 과잉생산의 시대에 소비자의 필요(need)가 아니라 욕구(want)를 자극해서 물건을 사게 하는 것이 최근에서야 심해진 것인가. 2)는 도덕과 윤리의 개념이다. 점차 도덕과 윤리에 대한 선이 낮아지거나 사라지고 있는 현대 사회에 이런 의견이 합의될 수 있는가, 난 불가능하다고 본다.

이미 주도권은 자본의 손으로 넘어갔고, 이걸 막는 것은 어렵다. 자본 간의 경쟁에서 이런 ‘기술’을 쓰지 않으면 경쟁에서 밀려나게될 것이고, 쓴다면 그 도의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리고 심지어 한국에서는 이런 기술들을 공부하는 마케터도 거의 없어 보인다, 아직은 괜찮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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