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cher 3

보통의 게임들은 메인 스토리라인을 제외하면 사이드 퀘스트들에 신경을 덜 쓰는 편이다. 사이드 퀘스트들은 단지 플레이타임을 늘여주고 경험치를 획득하는 귀찮은 작업일 뿐, 개발 쪽에서나 플레이어 쪽에서나 큰 관심을 갖지 않는 콘텐츠였다.

하지만 위쳐3의 사이드 퀘스트들은 하나하나가 각각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이야기들은 그냥 ‘짧은 이야기(narrative)’일 뿐이 아니라 메인 스토리 퀘스트처럼 플레이어에게 도덕적인 판단을 요구한다. 하나를 선택하면 하나를 잃게 되거나 하는 선택이 플레이어에게 도덕적인 고민을 하게 만든다. 배신하고 은거한 위쳐 동료를 복수를 위해 죽일 것인가 잘 살게 두고 떠날 것인가, 길거리에서 벌어지는 3분 짜리 불량배 이벤트를 보고 지나칠 것인가 개입해서 살인을 할 것인가 등.

이런 선택들은 개발자 인터뷰에서 ‘인과(consequence)’를 강조했다는 이야기에서 예상을 했지만, 게임 전체 모든 선택이 이렇게 되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 했다.

메인 퀘스트들은 선택의 결과가 훨씬 복잡하다. 중요한 여러 선택의 포인트들이 서로 인물 간에 얽히고 섥혀서 여러가지 결과를 낸다. 의뢰인이 자살하거나 의뢰인의 아내가 죽거나 의뢰인이 떠나거나 의뢰 대상과 관련이 있던 마을이 몰살하기도 하는 등으로 결과들이 복잡하게 나타난다.

플레이어가 이 결과들을 아마 모두 볼 수는 없을 거다, 그렇게 플레이를 하라고 만들었다고 보지도 않고. 플레이어는 이 ‘대륙’에서 ‘리비아의 게랄트(Geralt of Rivia)’로서 살아가며 사람들과 엮이고 있을 뿐이다, 마치 실제 인생처럼 플레이어는 선택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때론 급박하게) 고르면서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다.

게임은 그래서 보통의 게임보다 훨씬 진지해지고 무겁게 진행된다. 특히 높은 난이도로 진행한다면 전투마저 목숨을 건 사투처럼 만들어 준다면 이 게임을 마치 인생처럼 받아들일 수 있다.

스토리라인 뿐만이 아니라 캐릭터들의 연기는, 지금까지 그 어떤 게임도 하지 못했던, 사이드 퀘스트의 인물들 마져 표정에 감정이 흘러 나온다. 입을 씰룩이며 조소를 하거나 코를 찡긋거리는 혐오를 내비추는 미세 표정 뿐만 아니라, 망연자실한 표정 몸짓을 대화 가능한 모든 캐릭터가 보여준다. 메인 캐릭터들의 연기는 더할 나위도 없고.

어떻게 보면 위쳐 세계관에서 더 중요한 부분일 거라고 보이는 전투는 그저 양념일 뿐이라고 보이기도 하는데, 실제로는 (앞의 언급처럼 높은 난이도로 한다면) 굉장히 리얼하고 신중한 액션 전투를 맛볼 수 있다.

위쳐3는 다른 액션 게임들처럼 구르기로 적의 공격을 회피해서는 공격 거리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회피나 방어로 적의 공격을 흘리거나 쳐내고는 바로 반격을 하지 않으면, 특히 인간이나 인간형 몬스터들의 경우처럼 방어를 할 줄 아는 적의 경우에는, 상대의 빈틈을 찾아내기가 매우 어렵다. 덕분에 전투 자체는 활극이라기 보다는 생사를 겨룬다는 느낌을 더 강하게 만들어 냈다.

위쳐의 본업인 의뢰는 이런 면에서 특히나 더 부각된다. ‘마을을 괴롭히는 몬스터들을 퇴치’한다는 보람도 있고, 그 몬스터에 얽혀있는 인물들의 이해관계도 훌륭하다. 몬스터헌터가 이런 식이라면 훨씬 멋지지 않았을까.

지금까지 역사상 나온 게임들 중에서 모든 면에서 이만한 게임을 찾기가 어렵다. 보통 흔하게 말하기를 ‘영화 같은 게임’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 게임 이전의 게임들을 영화같다고 평한다면 위쳐3는 아카데미 수상작 같은 게임이겠다.

  • Game of the year? 글쎄다, ‘역대급’이라는 표현도 흔한데, 전무후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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