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PS를 중심으로 한 경쟁 게임의 점수 기록 문제

대전형 게임 방식이 최근 온라인 게임의 흐름이라는 걸 생각하면 이제 플레이어들의 게임 점수를 어떻게 기록할 지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다. 가장 대표적인 대전형 게임인 FPS를 놓고 볼 때, 이제 평가 방법이 단순히 승률(=승리/게임수)만으로 될 수 없다는 것이고, 다양해진 게임 방식에 일률적으로 15년 전에 만든 킬데스 비율(K/D)을 여전히 아무 수정 없이 쓰고 있다는 것도 큰 문제라, 뭔가 다른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하면서 이 글을 시작했다.

점수 기록의 문제

FPS에서 점수를 기록하기 시작한 것은 그 기원이 참 애매하다. 그 시작을 종말(Doom)의 데스매치(Death Match, DM)에서 봐야하는지 그 이후에 본격 대중화된 팀데스매치(Team Death Match, TDM) MOD들에서 봐야하는지, 어쨌든 대충 95~6년에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는듯하다. (이런 자료 조사는 안했으니 대충 시기만 이해하고 넘어가자.)

이 ‘킬 = 득점’ 개념이 생기기 시작한 이후로, 게임 방식에서 플레이어의 직접적인 승리 연관 행동(킬)에만 점수를 평가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는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그 중 대표적으로 TDM에서 개인 플레이가 횡행하게 됐다. 팀의 승리를 기록하지 않으므로 플레이어들은 자신이 피를 다 깎아 놓은 적을 다른 플레이어가 마무리해서 득점을 가로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게임 안에서 분쟁이 일어나게 된다. 왜 내가 잡을 수 있는 적을 같이 쏘느냐부터 시작해서.

그러다보니 최대 피해를 주거나 죽기 직전 일정 시간 이내에 킬에 기여한 플레이어들은 모두 도움(assist) 점수를 주거나 하는 방법으로 이를 개선하려고 했는데, 이건 마치 축구의 어시스트 같은 형태였다. 문제는 이를 ‘N킬 M데스 L어시스트’ 형태로 표시하다 보니 어시스트는 있으나 마나가 됐고 오히려 ‘양념칠만 하고 다니는 바보’ 같은 느낌이 되었달까.

실제로 최근 진화된 형태의 TDM 게임들은 플레이어들에게 클래스 형태로 역할을 나누고 있으면서도 이 전통 방식을 그대로 사용하여, RPG로 친다면 힐러 같은 명백한 도우미 클래스야 도움 많은게 자랑이 되겠지만, 화력지원이나 버프 같은 능력 들에 대해서는 평가가 안된다는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최근 유행하는 전설 리그(League of Legends, LOL)가 그렇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

사실 카운터스트라이크 같은 클래스가 없는 대전형 TDM 게임이라면야 도움 정도까지만 기록해주는 것으로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FPS도 ‘모든 게임의 RPG화라는 흐름’에 따라 본격적으로 클래스 형태를 도입하게 되는데 저격 개념과 돌격 개념이 분리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클래스가 다양하게 만들어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즉 플레이어들에게 팀플레이라는 걸 요구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예고된 문제였지만, 플레이어들은 현재 상태에서 가장 합리적인 해결 방법을 찾는다는 걸 감안하면, 이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게임의 규칙을 바꾸는 방법 뿐이고, 이 규칙들 중에서 플레이어에게 동기 부여하는 가장 큰 부분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의 시도에서 팀포트리스2(Team Fortress 2)의 점수 계산법도 나름 참고할만한 부분인기는 하지만, 이 전에 미군(America’s Army)은 더 효과적인 형태를 만들었다. 현실 군대에서 보병의 제 1 목적은 목표 달성이고 제 2 목적이 생존이라는 걸 은유하는 방식으로 만들면서 기존 FPS들의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른 플레이어를 공격하는 행위는 ‘교전수칙(Rules of Engagement)’ 위반으로 게임중 쌓을 수 있는 점수보다 훨씬 높은 패널티를 부과하고 이게 일정 점수를 넘으면 방에서 강퇴시킨다. 게다가 이것들이 반복되면 게임에서 플레이어를 영창에 가둬버려 영구 추방 효과를 준다. 그래서 플레이어는 게임 안에서 사선(line of fire)에 들어온 상대가 아군인지 적군인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고, 이에 적응하는 것이 상당한 난이도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런 예를 볼 때, 앞서 제시한 ‘동기 부여 부분을 바꿔야 한다, 즉 점수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은 더 큰 설득력을 갖는다. 점수를 개선하면 플레이어들의 행태가 달라지는 여러 게임들의 사례를 더 확인해보자.

참고할만한 채점 방법들

– 미군(America’s Army)
AA의 경우는 훌륭한 채점 방식이기는 했지만, 이 게임이 사실 게임보다는 시뮬레이션에 가까워 ‘납득’할 뿐이지 일반적인 플레이어들의 게임내 성과를 채점하는 기본 룰이 되기에는 부족하다. 이 방법의 가장 큰, 결정적인 문제점은, 생존 점수가 매우 높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이 맵 구석 은밀한 곳에 짱박히려고 하는 본능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미션을 누가 끝내던 생존 점수를 높게 받기 때문이다.

– AVA
AVA는 반격(Counter Strike, CS)와 같은 전통적인 TDM 게임 방식에 ‘분대장’ 개념을 추가했고, 분대장이 망원경으로 적 병사를 체크한 상태에서 팀원이 그 적을 킬하면 분대장과 해당 팀원이 공동으로 점수를 획득하게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분대장의 역할을 매우 중요하게 만들어주는 대신 이 분대장을 게임 계급 최고자에 부여함으로써 많은 문제를 야기시키게 된다. 채점 방식의 문제를 보완하는 다른 장치들이 추가로 필요하게 되었던 것.

이 것 외에도 목표 달성시 팀 전체에 공동 승리 보상을 준다는 것은 협동에 더 집중하게 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고, 특히 전차 호위와 같은 모드(mode)에서는 플레이어들의 전차 수리 점수를 좀 더 높게 주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효과적인 룰이기도 했다. 또한 수비 팀의 경우라면 수리중인 적을 킬하는 쪽에 추가 점수를 줄 수도 있을텐데 싶다.

하지만 이런 다양한 시도들에 불구하고 여전히 K/D를 S/D라는 개념으로 바꾸기만 했을 뿐 큰 차이를 가지는 것은 아니라 K/D가 가지는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 붉은 합주단(Red Orchestra)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들의 1차 목적은 생존이 아니라 목표 달성이고 자기 진영 군의 공동 승리를 추구하게 되어 있으므로, 각 플레이어들의 죽음(D)을 기록하지 않고 킬 점수만 기록한다. 죽음을 신경쓰지 말고 달려 나가라는 뜻. 여기에 또한 게임 시스템의 기본 승리 조건이 ‘시간 내에 목표 달성’을 하거나 ‘적 부대를 괴멸 시키’거나 이므로, 최대한 효과적으로 킬 점수를 올리는 방향으로 게임 플레이가 진행된다. 그리고 이 방법은 오히려 전체적인 팀플레이의 몰입과 생존의 중요성을 밸런스하고 있다. 다만 한 라운드에 보통 20~30분이 소요되는 이 방식이 요즘 주류를 이루는 ‘빠르게 시작하고 빠르게 결론 내기’에 어울리지 않을 뿐.

– 망나니 중대(Battle Field: Bad Company 2)

이 게임은 전통적인 K/D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어들이 ‘미친듯이’ 돌격하는 플레이 행태를 보이는데, 이를 가능하게 했던 것은 점수(score)라는 별도의 개념이 있기 때문이다. 각 게임에 약 20~30분이 걸리는 하드코어한 형태임에도 불구학고, 플레이어들은 라운드와 상관 없이 매 라운드에 팀에 도움이 되도록 열심히 활동한다. 이는 각자의 캐릭터에 기록되는 뱃지와 점수가 따로 존재하기 때문으로 현재 진행중인 라운드의 최종 승패 뿐만 아니라 킬 점수, 어시스트 점수, 깃발 획득, 점령 등 모든 게임 요소에 ‘열심히’ 참가하도록 독려한다.

누군가가 킬 점수에만 열중하여 짱박혀 저격질을 할 때의 기여도가 일반 TDM 게임에 비해 매우 높기도 할 뿐 아니라, 16 vs 16 정도의 게임에서 한두 플레이어의 이런 이기적인 행위가 전체에 영향을 크게 미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게다가 명확하게 전선이 그어지는 구조와 각 클래스의 역할도 적절히 배합되어 있다.

이 게임에서 가장 눈여겨볼 시스템은 ‘구원 점수(savior score)’와 어시스트이다. A 플레이어가 B 플레이어를 공격하는 도중에 C 플레이어가 A 플레이어를 킬할 경우 C는 B를 살린 구원 점수를 얻게 된다. 만약 공격중인 A를 도운 D 플레이어가 있다면 (A는 죽었으므로) D가 킬 점수를 얻고 A는 어시스트를 얻는다. 전체 HP 중에서 A가 기여한 정도가 얼마나 되느냐에 상관 없이 B가 죽기 X초 이내에 데미지를 가한 모든 플레이어가 얻는 것으로 보인다.

합리적 대안

최근 FPS의 TDM은 갈수록 RPG와 같은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현대전을 배경으로 각 플레이어들이 역할을 나누고 자기 역할에 충실하면서 공동의 승리를 위해 기여하는 형태 뿐만 아니라, 심지어 환타지를 배경으로 하는 게임들로 발전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전사, 마법사, 성직자, 도적 같은 클래스들이 존재하게 될 것이고 이들의 행동을 어떻게 판정할 것인가 생각해 봐야 한다.

게임이 이들의 행동 하나 하나에 ‘좋은 행동’과 ‘나쁜 행동’을 명확하게 판단해 평가할수록 플레이어들의 게임내 행동은 ‘공동 승리’를 위해 기여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MMORPG에서 여러 플레이어가 하나의 몹을 공격해서 어떻게 경험치를 분배받느냐의 고민과 같은 부분으로 연결된다.

그런 면에서 최근 TF2나 BF:BC2 같은 게임 이후에 대두된 ‘달성도(achievement)’는 좀 더 적극적으로 게임중 평가 수단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힐러들의 힐 점수, 어시스트, 백스탭, 목표 달성에 대한 기여도 같은 것들은 이미 계산되고 있지만 점수로 표시되지 않는다. 얼마나 자신의 역할을 잘 했는지 평가 받고 이 역할들을 하는 것이 팀에 얼마나 도움됐는지 자랑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힐러 클래스가 힐만 열심히 했을 때, 킬만 열심히 한 전사와 동등하게 평가 받아야 한다. 정찰병이 적을 많이 발견해 보고할수록 높은 점수를 얻어야 하고, 암살자가 적의 주요 인물(기여도가 높은 인물)을 암살하면 더 높은 점수를 획득해야 한다. 암살자가 잠수중인 플레이어를 파밍하나 전장을 휩쓸며 아군을 학살하는 전사를 암살하나 같은 점수라면 어느 누가 손쉬운 점수를 얻을 방법을 마다할까.

경쟁 게임에서 점수는 세분화되고 올바르게 평가될수록 플레이어들에게 ‘행위의 명분’을 제공한다. 지금과 같이 킬 점수 하나만으로 평가되는 게임 시스템에서는 플레이어가 킬 점수를 얻기위해 이기적으로 플레이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결국 플레이어들이 게임 안에서 협동하게 만들려면 협동해야하는 이유와 명분을 제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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